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01화 (601/846)

601화

인생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많을 시기.

"봄이야."

"왜요?"

"봄이에요 안 해?"

"그런 말투는 애들이나 쓰는 거예요~"

―띠용

―왜 귀여운데!

―우리 봄이 다 컸어 ㅋㅋ

―INT +1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봄이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사실상 어른도르가 가까워진 것이다.

'물론 스무 살이 된다고 어른은 아니지.'

대앵~ 대앵~

제야의 종이 울려 퍼져도 특별한 능력이 부여되진 않는다.

알코올을 숙취로 만드는 힘!

그런 뻘짓은 할 수 있겠지만 버라이어티한 일은 없다.

"우리 봄이 뭐 먹고 싶어?"

"중국집에 가고 싶어요!"

"그래, 짬뽕 국물 서비스만 안 시키면 되지."

아직은 알 필요 없을 것이다.

신바람이 난 봄이를 중국집에 데리고 간다.

끼익―!

짬뽕 국물 서비스가 안 나오는 곳으로 말이다.

짜장면으로 때리는 배달부도 없다.

─모닝토스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캬 호텔 정도는 와줘야지!

"우리 봄이 먹이는 건데 당연히 좋은 거 먹여야죠."

"헐."

―갑자기?

―봄이 눈 똥그래졌어

―코스요리집을 데리고 오네

―택시값이 더 나오겠는데 ㅋㅋㅋ

신라호텔 팔선.

배달이 안되는 중국 요리를 파는 곳이다.

'맛도 있고 괜찮지.'

우리 봄이가 안심하고 한 끼 식사 때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오빠. 우리 잘못 온 거 같아요!"

"어째서?"

"여기 짜장면이 2만 3천 원이에요. 말이 안 되는 거예요……."

ㅋㅋ

지배인이 들으면 살짝 서운할 소리를 한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살피는 봄이의 눈동자가 알사탕 같다.

'그래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잖아.'

짜장면이나 짬뽕을 먹는 곳이 아니다.

이곳의 주력 메뉴는 본고장의 유명 요리나 코스 요리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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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玉滿堂』

오향장육과 봄나물 무침

동충하초 대합탕

홍소소스 통해삼찜과 두릅 튀김

마파 바닷가재

검은콩소스 도다리 튀김

식사

후식

\ 170, 000 │ 1人

+----------------------------

가장 맛있어 보이는 걸로 시킨다.

런치 코스.

우리 봄이가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베이징 덕이나 동파육 단품이 편하긴 한데.'

유명하기도 하고, 한국인 입맛에도 비교적 잘 맞는다.

하지만 유튜브각을 잡기에는 코스 요리가 보는 맛이 있다.

"봄이야."

"봄이에요……."

"오향장육과 봄나물 무침 맛있게 먹어."

"제 이름이 봄이라고 봄나물을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이름 왜케 길어

―봄이 정신 나갔어 ㅋㅋㅋ

―애들이나 쓰는 거라며!

―오우 비싼 거 먹네

오향장육.

그러니까 돼지고기 간장찜이다.

그걸 얇게 썰어서 부추, 나물, 양파 등의 야채와 버무렸다.

'치킨 샐러드의 중국식 버전이지.'

코스 요리를 먹다 보면 느끼는 거지만, 거창한 음식 이름과 달리 내용은 별 거 없다.

호불호를 별로 안 타는 것들로 선정하기 때문이다.

도저히 못 먹겠다!

그런 음식이 있다 쳐도 딱 하나 거르는 것이기 때문에 코스 요리의 본질을 즐기기에 방해가 되진 않는다.

"동충하초 대합탕은 어때?"

"저는 마라탕이 먹고 싶었을 뿐이에요……."

ㅋㅋ

요즘 애들 사이에서 마라탕이 그렇게 유행이라고 한다.

우리 봄이도 무척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딸칵!

그 대신이라 하긴 뭣하지만 동충하초 대합탕이 나온다.

사골 육수를 베이스로 버섯류와 대합으로 맛을 낸 국이다.

'음, 괜찮네.'

앞서 전체로 먹고 혀에 남은 신맛을 깔끔하게 씻어준다.

굉장히 진해서 영양소를 통째로 떠먹는 느낌이다.

"우리 봄이가 5년 전에 이걸 먹었으면 키가 2cm 더 컸을 텐데."

"오늘부터 클 거예요."

―늦은 거 아니야?

―봄이야……

―여자는 성장기가 빨리 멈춰서 ㅎ

―다른 곳이 크면 되지!

충신지빡이님이 채팅금지 1회가 되었습니다!

어른의 맛이다.

우리 봄이의 입맛에 맞을 것 같진 않지만, 몸에 좋다는 소리에 게눈 감추듯 해치운다.

딸칵!

다음은 홍소소스 통해삼찜과 두릅 튀김.

나이프로 해삼을 스테이크처럼 썰어서 두릅과 함께 먹는다.

'소스는 두반장 베이스 같네.'

중국 요리 특유의 전분이 녹아든 끈적한 소스가 입안을 채운다.

육즙대신 해삼즙이 씹을수록 우러나온다.

"꾸웨엑……."

우리 봄이의 단말마도 말이다.

애들 보기에는 그로테스크한 외관이다.

"먹어봐 맛있어."

"저는 꿔바로우가 먹고 싶었어요……."

ㅋㅋ

요즘 애들 사이에서 마라탕과 꿔바로우가 거의 세트 메뉴인 모양이다.

'유행은 거스르라고 있는 거지.'

요즘 애들 한다고 다 따라하면 소는 누가 키울 거야?

애당초 탕수육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양만 살짝 바꾼 것이다.

소스가 맑고 청아하고 씹으면 쫀득하고 그런 소리도 있지만, 탕수육도 잘 만들면 충분히 그런 맛이 난다.

하압!

인상을 잔뜩 찡그린 봄이가 해삼을 한입 먹는다.

이내 얼굴이 풀리며 와구와구 먹어 치운다.

해삼은 맛있다.

횟집 스끼다시로 나오는 멍게·개불·해삼 3종 세트 중에 가장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다.

'식감도 좋고.'

씹는 맛이 있어서 나이프로 썰어 먹는 게 즐겁다.

다행히 다음 음식은 익숙한 것이었다.

"저 이거 급식에 나온 적 있어요!"

"그래?"

"이거 완전 밥도둑인 거예요~"

―아 저거 ㅋㅋㅋㅋㅋㅋ

―와 추억이네

―ㄹㅇ 급식인데?

―17만 원짜리 코스 요리에 급식이!

마파 바닷가재.

거창한 이름이지만 마파두부와 바닷가재의 일부 부위를 튀긴 것이다.

'집게튀김 정말 맛있었지.'

집게다리에 살이 뭉쳐져 있는 튀김이다.

나이를 먹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게살이 아니라 게맛살이었다.

와구와구!

다른 점이 있다면 진짜 게살.

아니, 랍스터살이다.

우리 봄이가 집게를 꼬다리처럼 잡고 먹어 치운다.

"오빠 것도 먹어."

"그래도 되는 거예요?"

"우리 봄이 많이 먹고 많이 커야지."

"후후, 저 엄청 커버릴 거예요."

ㅋㅋ

그런 미래는 없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맛있게 먹는다.

지금까지 나온 코스 요리 중 가장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마파두부도 말이다.

싫어할 수가 없는 맛.

랍스터살도 큼지막하게 들어있어 씹는 맛이 제법 있는 편이다.

─봄이팬클럽73호님, 별풍선 300개 감사합니다!

봄이 폭식하네 ㅋㅋ

"한 입씩밖에 안 나와서 슬픈 거예요."

―그건 맞지 ㅋ

―코스 요리특) 쥐꼬리만큼 줌

―맛있겠다……

―비싼 건데 맛이 없을 수가 없지

다음은 검은콩소스 도다리 튀김.

가자미 비슷한 생선을 튀겨서 중국식 소스를 입혔다.

'맛있어.'

신라호텔은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이 오는 곳이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게 개량이 되어있다.

딸칵!

진짜 개량된 음식이 나온다.

식사 메뉴.

기스면, 팔진초면, 공부탕면 등이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짜장면과 짬뽕을 선택한다.

"짜장면이 무척 그리웠던 거예요."

"짬뽕 국물 먹을래?"

"아니에요. 이곳도 방심할 수 없어요."

ㅋㅋ

한국식 중국 요리로 대표된다.

단품으로 시키면 2만 원이 훌쩍 넘어버리긴 해도.

후루룩!

맛은 당연히 평범하다.

어느 곳에서 먹어도 그렇게 큰 차이가 있을 수가 없다.

'살짝 심심해.'

MSG를 스까 줘야 하는데 이런 호텔에서 쓸 리가 없다.

우리 봄이는 신경 안 쓰고 맛있게 먹고 있다.

"이 익숙한 맛이 좋은 거예요."

"마음에 들었어?"

"후후, 5천 원까진 지불할 용의가 있어요."

주방장 아저씨의 마음도 말이다.

가성비만 신경 쓰지 않는다면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었다.

후루룩!

나도 2만 원짜리 짬뽕을 마신다.

간이 심심한 면에 짜사이를 얹자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후~ 배가 꽉 찬 거예요."

"디저트도 있는데?"

"디저트 먹을 배는 따로 있는 거예요~"

―봄이 배 터지게 먹었네

―중국집 가고 싶댔는데 팔선ㅋㅋㅋㅋㅋ

―행복하면 됐지

―양이 은근히 많나 봐

코스 요리라는 게 은근히 양이 있다.

작은 접시라도 여러 번 먹으면 배가 차기 마련이다.

'식사 시간이 길다는 이유도 있고.'

평소였으면 허겁지겁!

볼따구가 터져라 밀어 넣었겠지만, 주는 대로 받아먹다 보니 품위 있는 식사를 즐겼다.

"여기 짜장 소스에 밥 비벼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요."

"체통을 지켜."

"후후, 먹는 게 남는 거예요."

유튜브각을 뽑기에는 훨씬 좋다.

우리 봄이가 이래 봬도 부티 있다.

침만 질질 흘리고 다니지 않으면 말이다.

딸칵!

디저트는 여름이라 그런지 망고 빙수가 나온다.

설빙에서 먹는 그것에서 망고가 조금 더 맛있는 맛이다.

오물오물

차가운 건 매한가지.

한입 크게 넣은 봄이가 이마를 찡그린다.

이내 환하게 펴지며 행복한 표정으로 꿀꺽 삼킨다.

"망고가 굉장히 실해요."

"그런 거야?"

"그런 거예요~"

우유도 두껍게 갈아서 부숴지는 맛이 있다.

기름졌던 식사의 마무리로 훌륭하다.

'여기가 나쁘지 않아.'

의외라고 할 수 있지만 팔선이 비싼 편이 아니다.

나오는 음식의 퀄리티를 고려하면 그렇다.

고급 식재료를 펑펑 쓴다.

자릿값 같은 것까지 따지면 가격 책정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 봄이도 크게 만족 중이다.

입맛을 다시며 차오른 배를 살살 쓰다듬고 있다.

"저 슬슬 두려운 거예요."

"응?"

"오빠가 너무 잘해주고 있는 거예요!"

―이걸 눈치 채네

―봄이 똑똑해!

―역시 고3의 추리력 ㄷㄷ

―쳇바퀴의 시간이다 ㅎ

터무니없는 오해를 하고 있다.

오빠는 우리 봄이만 봐도 배가 부르다.

* * *

BJ하와와.

오정환의 방송에 나타나며 이목을 끌고 있다.

〔개인 방송 갤러리〕

─저거 맛이나 알고 먹는 거냐? [1]

─오정환은 봄이만 괴롭혀도 콘텐츠가 나오넼ㅋㅋㅋㅋㅋㅋ [7] +1

─2만 원짜리 짜장면은 뭔 맛일까…… [5]

─갠붕이도 귀여운 여동생 갖고 싶다 ―2

그녀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팬들이 많다.

잠깐만 얼굴을 비춰도 흥행이 보증돼있다.

─오정환은 봄이만 괴롭혀도 콘텐츠가 나오넼ㅋㅋㅋㅋㅋㅋ중국집 가고 싶다는데 팔선이 왜 나와 └(상상도 못한 정체콘. jpg)

└택시 왕복비 합하면 50만 나올 듯ㅋㅋㅋㅋㅋㅋㅋ

└저런 여동생이면 뭘 사줘도 안 아깝지

└팩트) 하와와팬이 다 쏴줬다

하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높은 인기와는 별개로 방송이 드물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다.

일주일에 한 번 얼굴을 비추는 수준인데.

『봄TV』 구독자 35.5만명

「(ENG SUB) 봄식당5. 중국집에 가고 싶었던 봄이가 팔선을 와버린 건에 대하여」 ― 조회수 52만회 · 3일 전

유튜브에서는 상관이 없다.

녹화된 방송을 편집해서 올리기만 하면 된다.

중요한 건 양보다 질.

소위 말하는 '유튜브각'을 뽑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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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 1시간 전

오구오구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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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동 1시간 전

5:05 통해삼은 선 넘긴 했짘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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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꾸나라앨리스 1시간 전

놀라운 건 이 모든 게 즉흥이었다는 점!

(생방으로 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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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점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보유했다.

콘텐츠를 짜는 오정환은 물론, 봄이의 리액션도 인정을 받은지 오래다.

「(ENG SUB) 봄식당5. 중국집에 가고 싶었던 봄이가 팔선을 와버린 건에 대하여」 ― 조회수 52만회 · 3일 전 「수능봄. 봄이의 비법 서적 공개?! 100일의 기적 있었습니다」 ― 조회수 20만회 · 2일 전 「수능봄. 고3 수험생 서문봄 공부 방송 재개합니다」 ― 조회수 29만회 · 1일 전

같은 날에 찍은 영상도 주제에 따라 구분하여 올릴 수 있다.

방송 공백을 메우고도 남는다.

그동안 쉬고 있던 콘텐츠.

공부 방송도 재개를 하며 제2의 전성기를 향한 신호탄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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