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2화
<선점 경쟁>
봄튜브.
메인 콘텐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봄이 기운이 넘쳐."
"후후, 다음 주부터 방학인 거예요~"
―봄풍당당
―봄이 신났어 ㅋㅋ
―수험생한테 방학은 없지 ㅎ……
―방학이 더 바쁜 거 아님?
BJ 생활을 하면서 주말이 이토록 기다려질 줄은 몰랐다.
봄이가 콧방귀를 뀌며 아장아장 걷고 있다.
'물론 공부해야지.'
고등학교 3학년.
이 시기만큼은 야짤이 없다.
아니, 얄짤이 없다.
친구들은 다 공부하고 있는데~
눈치가 보여서라도 하게 돼 있다.
─봄이사냥개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수능봄도 올려 달라는 요청이 빼곡해요
"봄이사냥개!"
"그것도 있지."
―간만에 등장ㅋㅋㅋㅋㅋㅋㅋ
―봄이 화들짝!
―봄튜브 편집자임?
―봄이사냥개엔 슬픈 전설이 있지
그조차 콘텐츠로 살릴 수 있다.
공부 방송.
그런 느낌의 Vlog도 궤도에 올려두었다.
'불가피하게 잠시 쉬기는 했는데.'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
채이와 소희가 해주는 강의.
학업을 멈출 수는 없으니 당연하다.
'수능봄'이라는 이름으로 개장을 할 예정이다.
봄식당처럼 콘텐츠명이 붙은 것이다.
봄이사냥개의 아이디어를 적극 채용했다.
"봄이 이제 반년도 안 남은 거 아니야?
"정말이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타이틀을 잘 달아도 공방은 공방.
심심하고 밋밋한 분위기가 베이스로 깔린다.
그 안에서 콘텐츠를 짜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공방 유튜버들은 망한다.
'꿀잼봇이라든가.'
공부 방송으로 쌓아 올린 인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진입 장벽.
공부와 담 쌓은 시청자들은 굳이 보고 싶지 않다.
공부를 하는 시청자들도 또 하고 싶진 않다.
공부 방송인데 공부를 안 본다는 이야기다.
잘생긴 얼굴과 학창 시절의 오버랩이 본질이다.
"하지만 괜찮은 거예요."
"그런 거야?"
"후후,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있어요."
―오~
―봄이 모범생이야
―3월 모의고사가 수능 따라가는데……
―개불안하다
그 점에 있어서는 완벽하다.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는 건 보장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방심은 하면 안 되지.'
우리 봄이가 수능이란 난적을 어떻게 물리치는지.
훨씬 생동감 있게 담아낼 계획이다.
「수능 100일의 기적」
가방에서 책 한 권을 의기양양하게 꺼낸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수험생의 바이블이었다.
----------------------------+
수능 D-100,
이미 내신을 망쳐 올해 입시를 포기한 채 재수를 결심한 학생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수능 날만 기다리고 있는 학생포기하기엔 아직 너무나 이르다!
따라만 한다면 대학에 갈 확률을 80% 높여주는 수능 100일의 기적 +----------------------------
아모른직다!
지금부터라도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심신의 안정을 찾게 해주는 데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
"믿는 자에게 복이 오는 거야?"
"아직 50일은 여유가 있는 거예요~"
―봄이야……
―누구나 아는데 본 적은 없다는 전설의 서적ㅋㅋㅋ
―저걸 사는 사람이 있다니
―미안해 이미 늦었어
실질적인 효과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안의 내용도 일반 참고서와 다를 것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자매품으로 30일과 70일 버전도 있지.'
1학기부터 100일 보고, 100일부터 70일 보고, 70일부터 30일 보는 그런 식이다.
다단계 수준의 악순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리 봄이의 머릿속에 펼쳐진 꽃밭이 아니다.
알고 있기 때문에 미리미리 신경을 써두고 있었다.
"그러니까 선생님들이 짜준 스케줄 따라서 공부 열심히 해야 돼."
"세상 삭막한 거예요."
ㅋㅋ
한숨을 폭 쉬는 봄이도 정말 귀엽다.
볼따구가 정말 탱탱해서 둘만 있었으면 깨물어주고 싶다.
'이런 타입이 의외로 공부를 더 잘해.'
어차피 K―수능은 창의력이고 응용력이고 나발이고 없다.
입시 과열로 인해 비롯된 현상이다.
공부를 해야 출세한다는 기성 세대의 맹목적인 믿음이 기형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수능이 너무 어렵다.
웬만한 수준은 사교육이 커버한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 양을 늘리고, 대학교 이상의 문제를 포함시켰다.
─토끼녀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봄이야 공부 열심히 하자♡♡
"이미 열심히 하고 있는 거예요."
―오 토끼녀!
―봄이 입 댓발 나왔어
―선생님이 제일 힘들 텐데 ㅋㅋ
―봄이 방송 다시 하는 거임?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학문으로서의 가치는 사실상 없으니 말이다.
'1, 2년 지나면 다 까먹잖아.'
쓸데없이 양 많고 어려우니 이해보다는 암기 쪽으로 가야 한다.
차곡차곡 시간을 들여서 쌓아가야 한다.
잔머리 잘 굴리는 타입은 엇나가기 쉽다.
높으신 분들 대가리에 바람 구멍을 내주고 싶은 마음이 사무친다.
"봄이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돼."
"저 잘 듣는 거예요. 완전 모범생이에요."
"입이 댓발 나왔는데?"
"후~ 오빠는 수험생들의 고충을 모르는 거예요~"
ㅋㅋ
우리 봄이는 옆에서 매만 들고 있으면 착실한 타입이다.
가끔씩 당근만 먹여주면 된다.
'그런 당근 말고.'
당근과 채찍.
키우는 보람이 있는 아이다.
선생님들은 내 말씀 잘 듣고 있으니 문제될 요소는 없을 것이다.
"봄이 공부 열심히 하면 오빠가 맛있는 거 다 사줄게!"
"그런 거예요?"
"그런 거야."
―맛있는 거 사주면 ㅇㅈ이지
―봄이 웃는 거 너무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
―맛있는 거 하나면 행복해……
―이걸 이렇게 꼬시네
이렇게 무럭무럭 커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된다.
봄이라는 브랜드를 형성한다.
'인생이라는 게.'
똑바로 앞을 향해 걸어간 것 같아도, 뒤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구불구불하다.
적어도 봄이만큼은 강력하게 키우고 싶다.
"저 먹고 싶은 거 다 적어 놨어요!"
"버킷리스트야?"
봄이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다이어리를 꺼낸다.
아기자기해서 참 귀엽기 그지없다.
'정말 깨물어주고 싶네.'
나도 학창 시절에 유행이었다.
문방구 500원 수첩보다 실용성이 떨어졌는데 왜 샀는지 모르겠다.
우리 봄이는 잘 쓰고 있는 모양이다.
다이어리 안에는 대한민국의 팔도가 숨 쉬고 있었다.
----------------------------+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
경기도.
안일옥 / 설렁탕 ☆
산골농원 / 닭도리탕
용문산농장쌈밥마을 / 쌈밥
르봉뺑 / 여유쌀바게트 ☆☆
동이 / 막국수
동화펜션 / 오리 백숙
오향선 / 냉채족발 ☆☆☆
이삭소바 / 메밀국수
만포면옥 / 평양냉면
개성집 / 코다리찜 ×
별미진미 / 게장 ☆
산촌 / 사찰음식 ×
싹스리솥뚜껑김치삼겹살 / 삼겹살 ☆☆☆☆☆
+----------------------------
콘텐츠가 마를 일은 없어 보인다.
* * *
유튜브.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동영상 저장용 정도로 여겼던 플랫폼이다.
〔유튜브 갤러리〕
─내가 보기엔 BJ 같은 것보다 유튜버가 유망함 [30] +17─영상 장비 뭐부터 사야 됨?
─유튜브로 돈 버는 방법 갈쳐 준다 ㄱㄱㄱㄱㄱ [9]
─내가 꼽은 유망한 유튜버는
.
.
.
그 1년 사이에 완전히 바뀌었다.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대중적인 플랫폼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유튜브로 돈 버는 방법 갈쳐 준다 ㄱㄱㄱㄱㄱ
1. 원나블 영상 짜집기 해서 올리기
2. 유명 영화 짜집기 해서 올리기
3. 해외 영상 짜집기 해서 올리기
형은 지금 채널 3개 파서 하고 있다
다 합치면 수입 짭짤하게 찍힘
└너 고소
글쓴이― 응 해외 플랫폼이라 고소 안 돼~ 에베베
└그렇게 추잡하게 돈 벌고 싶냐?
└난 벌고 싶은데 ㅋㅋ
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카톡을 두들기고,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고 당연히 돈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유튜브는 돈이 생긴다.
영상을 올리면 조회수 하나하나에 광고 단가가 매겨져서 입금이 된다.
─내가 보기엔 BJ 같은 것보다 유튜버가 유망함
까놓고 말해서 BJ가 직업이냐?
남자는 인터넷 광대고
여자는 인터넷 창녀지
아니다
광대, 창녀도 많이 쳐줌
별풍선 안 받으면 한 푼도 못 버는데 까놓고 말해 인터넷 그지지 └인터넷 그짘ㅋㅋㅋㅋㅋㅋㅋ
└BJ들이 이 글 보면 개빡칠 듯
└맞말추
└심지어 방송 지각하면 개청자들이 품 잠근다고 ㅈㄹ 떤다 24시간 돈 들어오는 유튜브가 답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사업 모델이다.
유튜브의 수익성을 보고 날파리들이 모여든다.
유튜브는 서비스 초기 이를 묵인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함이다.
약간의 불협화음.
오히려 있는 편이 플랫폼의 홍보에는 도움이 된다.
─체리피커짓은 결국 막힐 것 같은데
유튜브가 용인한다고 쳐도
저작권자들이 언젠가 꼬투리 잡겠지
1, 2년 꿀 빨고 접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ㄹㅇ 막히는 순간 백수 되는 건데
└응 꿀 빨고 편의점 인수해서 점주 할 거야
글쓴이― 하던가요 ㅄ아 ㅋㅋ
└저런 노양심 무시하고 고닉끼리 콘텐츠 짜자
그렇게 사람이 모이면 인재가 나오기 마련이다.
유튜브가 목표하는 방향의 콘텐츠를 짜는 채널들.
이른바 '크리에이터'의 탄생이다.
한국 유튜브는 최근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 유튜브 구독자 순위』
1. 양땅 유튜브110만
2. 빅도서관 90만
3. 토이푸딩TV 85만
4. 악어 유튜브 59만
5. 박이브님 41만
유튜브의 빠른 성장과 발맞춰 말이다.
최근 1년간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은 기폭제가 되기 충분했다.
─빅도서관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빅도서관 님 유튜브 수익 전보다 늘었죠?
"아……, 너무 많이 물어보셔서 곤란한데.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방송은 이제 취미가 됐다. 여기까지만 말씀드릴게요."
―엄청 버나 보네
―1년 전에도 직장인 연봉 뺨친다고 하지 않음?
―90만 유튜버의 위엄……
―양땅 따라 100만 가즈아!
유튜브 시대를 준비하던 일부 BJ들은 이미 떡상하고 있다.
그들의 성공 스토리는 후발주자들을 더욱 자극한다.
─빅도서관 월수입 최소 2천 넘나 보네
[tvN 방송 출연 캡처. jpg]
1년 전에 월수입 1천이라고 방송 나와서 밝혔음
이게 약간 MSG 친 거라고 쳐도 그때랑 지금 구독자 수 비교하면 2배는 될 듯 └미쳤네 └아니 ㅅㅂ 게임 영상 올리는 새끼가 뭘 2천을 벌어
└부러워하는 놈들 특) 지들은 못 함
└게임 콘텐츠도 괜찮긴 한데……
'유튜버'를 꿈꾸는 지망생은 날이 갈수록 많아진다.
그에 따라 체계적인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아무래도 게임.
성공 사례가 많거니와,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종겜이 잘 먹히더라
롤튜브도 몇 곳 있긴 한데
BJ들 인기에 비하면 아쉬운 느낌
그에 반해 종겜은 빅도서관이나 악어 같은 듣보도 잘 나감└대중성이란 측면에서 종겜이 훨씬 접근성이 높은 듯 글쓴이― 내 말이 그거임
└종겜은 몰라도 볼 수 있으니까
└약간 온겜 켠왕 같은 느낌인가?
그렇기에 생기는 한계점도 있다.
이미 선점을 한 유튜버들이 존재한다.
뒤늦게 따라한다고 그들을 제칠 수 있을까?
일부 눈치 빠른 지망생들은 알아챘다.
보다 경쟁이 적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카테고리를 알아봐야 한다.
─지금 먹방이 ㄹㅇ 블루 오션임
하와와 유튜브 쉰지 오래됐고
문예린은 익히 아는 대로 나락 감
빅도서관이나 앙땅처럼 별 재미없는 애들도 선점빨로 1위 찍은 거 알지?
지금 흐름 타면 먹방 1위 굳히는 거 ㅇㅇ
└나도 먹방 준비 중
└하와와가 원탑인데 쉬고 있어서 ㅋㅋㅋ
└학생 글 내려 ^^
└요즘 먹방 유튜버들이 유망하지
먹방판에 경쟁이 불붙게 되는 건 필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