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4화
먹방판.
꾸준하게 우상향을 하고 있다.
이를 관리하는 직원들도 몰랐을 정도로 말이다.
"요즘 먹방이……, 엄청나네."
"그러게. 누가 담당하고 있지?"
"한국 먹방은 제가 관리하고 있긴 해요."
이슈로 피크를 찍었던 건 지난 2월이었다.
해외에서 취재도 오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다.
무슨 사건이 터지기는커녕 별다른 기사도 떠오르지 않았는데.
"회의 좀 해봐야겠는데?"
"유망 섹터긴 해."
"팀장급 소집해보겠습니다."
계기가 된 것이다.
먹방이라는 게 있구나!
유튜브에서 먹방을 볼 수 있구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거나,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을 때 자연스럽게 켜놓는다.
그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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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gle 트렌드』
검색어: 먹방
시간 흐름에 따른 관심도 변화
[대충 떡상하는 그래프.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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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스며든다는 것은 그래서 무섭다.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이용하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위꼴짤이나 블로그 리뷰가 했던 역할.
먹방이라는 상위 호환이 대체하게 되었다.
〔유튜브 코리아 단톡방〕
「회의 시작합니다 부대 차렷」
「총원 5 열외 0 번호!」
「1」
「2222222」
「3」
「4」
「5 번호 끝!」
「커피만 갖고 갈게요~」
유튜브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그 말이 해외에서 관리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구글 코리아.
내부에 유튜브 사무실이 있다.
한국 직원들이 관리를 하는 것이다.
"게임 쪽은 약간 정체가 돼 있다는 느낌이거든."
"그렇죠."
"근데 먹방은 시청자도 꾸준하게 유입되고, 유튜버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네."
물론 외국 기업이다.
분위기가 자유분방하다.
잡담을 하는 건지, 회의를 하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
본부장의 말에 팀장들이 적당히 맞장구를 친다.
대충인 겉보기와 달리 회의의 내용은 제대로다.
"담당인 제가 즉석으로 PPL을 해보자면."
"응, 해봐."
"지속성이 큽니다."
"지속성?"
"한 번 본 시청자들은 대부분 꾸준하게 보고 있어요. 이탈자가 적다는 의미입니다."
""오~""
구글과 유튜브.
알고리즘을 신봉하는 기업들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100% 기계에 맡길 수는 없다.
알고리즘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입김도 가미된다.
데이터로 수집되는 지표 중에서 유의미한 것을 보다 크게 반영한다.
"그러네. 신규 유입자는 꾸준하고, 이탈자는 적고."
"콘텐츠 제공자인 유튜버까지 많아지고 있다면 이건 뭐 확실하지."
차후에는 그조차 알고리즘에 포함시킨다.
현재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수작업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그런 직원들의 판단.
먹방쪽 섹터에 힘을 싣자.
유튜브 이용자들의 추천 동영상에 먹방이 자주 올라간다.
〔유튜브 갤러리〕
─본인쨩 구독자 1천 돌파함
─김먹방 먹방 본좌 가능하냐?
─개추요청) 유튜브 알고리즘 분석해봤다 [7] +5
─지금 먹방 하면 돈이 복사가 되는뎈ㅋㅋㅋㅋㅋㅋㅋ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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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 저어주는 것이다.
그 여파는 먹방 유튜버 지망생들에게 큰 호재가 되고 있다.
─지금 먹방 하면 돈이 복사가 되는뎈ㅋㅋㅋㅋㅋㅋㅋ
왜 안 함?
왜 안 함?
왜 안 함?
왜 안 함?
└라고 할 때 할 걸 ㅅㅂ
└김먹방좌 피자 좀 돌려주십쇼
└X새끼 배알 꼴리네
└두고 봐라 너 고로시 당한다
유튜버의 성장은 단계를 밟아가는 게 아니다.
지지부진하다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폭발한다.
이른바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았을 때 말이다.
대표 동영상 하나가 많은 조회수를 찍는다.
─기만만 하는 것 같아서 꿀팁 좀 푼다
[김먹방 30만 조회수. jpg]
그냥 꾸준하게만 올려라
윱갤 출신 먹방 채널 몇 곳 아는데
조회수 안 나와도 꾸역꾸역 하는 애들이 알고리즘 선택 받았더라 니들도 노오오오력 하면 된다 ㅅㄱ└김먹방 님!
└구독자 10만 머기업 유튜버의 조언 ㄷㄷ
└얘는 될 줄 알았음 ㅋ
└우리 친구 맞지……?
그 대표 동영상을 기점으로 시청자들이 유입되는 것이다.
이거 재밌네?
다른 동영상도 한번 봐야지~ 이런 식.
'친구는 개뿔이.'
김정주는 김먹방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방금 전 자신이 쓴 글대로 해서 구독자를 늘린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걸 말한 건 아니다.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이들에게 비법을 공개할 리 없다.
『김먹방』 구독자 9.9만명
「화요미식회에 나온 맛집! 게장집 정말 맛있을까?」 ? 조회수 30만회 · 1주 전 「맛있는 녀석들이 13공기 먹은 전골집 가봤습니다」 ? 조회수 5만회 · 4일 전 「식신로드에서 극찬했다는 곰탕집ㅋㅋ 제 점수는요~」 ? 조회수 3만회 · 1일 전
김먹방은 수년 전부터 많은 먹방을 시청해왔다.
파프리카TV는 물론이고, 공중파에 나오는 음식 방송도 말이다.
'한 번쯤 생각을 해보잖아.'
저 음식점은 정말 맛있을까?
의심이 안 들 수가 없다.
막상 가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그렇다.
자신이 그 대리자가 되는 것이다.
TV에 나온 음식점에 찾아가 솔직한 리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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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비 1시간 전
저랑 느낌이 비슷하네요
한 번으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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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1시간 전
맛집으로 알려지면 그날로 맛집 아닙니다~~~~
대충 만들어도 줄 서는데 머하러 정성들일 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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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막힌Kim 1시간 전
방송에서도 맛없을 것 같았음
물 넣어서 양 불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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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반응이 좋다.
최근 급상승할 수 있었던 건 꾸준함도 있지만, 이렇게 방송 콘텐츠를 잘 짰기 때문이 크다.
'내가 얼마나 연구를 많이 했는데.'
김먹방.
아이디부터 노렸다.
일부러 먹방을 넣어서 검색이 잘되게 만들었다.
그 외에 썸네일이나 영상 찍는 각도 기타 등등 모든 것을 말이다.
자신이 뜨게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타닥, 탁!
유튜브 갤러리에서 입으로 영상 만드는 놈들과는 달리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곳.
『봄TV』 구독자 41.2만명
「(ENG SUB) 봄식당5. 맛있는 녀석들이 먹은 솥뚜껑 삼겹살. 봄이도 먹어봤습니다」 ? 조회수 70만회 · 2주 전
사실상의 먹방 1인자.
수능이라는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영상이 뜸하게 올라오는 봄튜브였다.
'진짜 영상 잘 만든단 말이야.'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딱히 부끄러울 일도 아니다.
성공한 유튜브를 참고하는 건 교과서적인 전략이다.
중요한 건 무엇을 얻어가느냐.
2주 전에 올라온 이 영상이 김정주의 머릿속에 날아오듯이 꽂혔다.
이번 콘텐츠를 개발한 계기였다.
그 외에도 보면 볼수록 참고할 구석이 노다지처럼 나온다.
'앞으로 4달이 좀 넘게 남았는데.'
봄튜브의 주인인 BJ하와와의 정식 복귀.
수능일이 그렇다는 거고, 실제로는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자신도 수능을 봐봤으니 안다.
해방감이 엄청날 텐데 바로 유튜브 활동에 전념할 수가 없다.
그만한 시간이면 충분히 추월할 수 있다.
최근의 상승세를 계속 유지해 나가면 말이다.
"떡볶이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그러기 위한 방법.
봄튜브의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흥미를 끌 만한 자극적인 요소를 넣는다.
"음~ 음식이 나왔네요. 제가 냉정하고 객관적이게 평가해보겠습니다."
방송에서 나온 맛이 과장이 아닌지.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게 아닌지.
자신의 세 치 혀로 판단해본다.
"여기가 화요미식회에서 나온 그 30년 전통의 떡볶이집인데……, 기대를 많이 하고 왔거든요? 패널들이 엄청 칭찬을 하더라고요."
카메라를 켜놓고 음식을 먹는다.
떡볶이의 국물을 한 번 휘휘 젓고, 떡 하나를 들어서 입에 가져간다.
"오늘부터 1일이다, 내 인생 최고의 떡볶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개소리고요. 동네 떡볶이집이 그 정도로 맛이 나올 리가 없잖아요 상식적으로~"
평범한 맛이다.
매콤한 맛.
고추장 맛이 안 나는 게 캡사이신을 쓴 것 같다.
방송을 볼 때도 걸렸다.
국물이 점도가 낮아 보이는데 제대로 된 맛이 날지 의아했다.
"여기가 근본적으로 맛이 없는 집은 아닌 것 같은데 좀 대충 하나 봐. 학생들이 워낙 많이 오고, 특히 초중딩들은 맛을 잘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대충 맵게 하고 물 넣어서 양 불린 다음 회전율 올리는 그런 식? 화요미식회의 교이쿠 선생님이 맛없다고 하실 만도 해~"
시청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 가려운 부분을 팍팍 긁어주며 자극적인 MSG를 넣는다.
"저는 10점 만점에 4.5점 드리겠습니다. 동네 떡볶이집이 5점이에요. 근데 가격이 괜찮아서 0.5점 추가. 총 4.5점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정확한 숫자로 마무리한다.
성격이 급한 요즘 시청자들 특성상 넘겨서 보는 애들이 꼭 있다.
'완벽하지.'
집에 돌아가서 편집하면 끝난다.
계산을 마친 김정주는 계산대에서 누룽지 사탕을 입가심용으로 꺼내 먹는다.
* * *
앞서나간다는 건 쉬울 수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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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아봐 1시간 전
1일 1먹방 기원 20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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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억 1시간 전
봄튜브가 먹방 제일 잘하는데
영상이 안 올라와서 구독자 증가 수 느린 거 보면 슬프다 ────────────
맛있는것만먹음 1시간 전
벤츠 구독자 수 40만 직전……
수능만 안 봤어도 봄튜브 100만 찍었을 텐데 ㅂㄷㅂ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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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들의 압박을 받게 된다.
본인이 아무 생각이 없어도, 주위에서 이런저런 소리가 들려온다.
"봄이야."
"저 오늘 떡볶이가 먹고 싶은 거예요!"
"떡볶이처럼 생겨 가지고."
?떡볶이녀는 ㅇㅈ이지
?진심으로 먹고 싶어하는 표정이다
?봄이야……
?처럼 생겨 가지고~ 어떤 틀딱이 만든 말이냐?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정말로 아무 생각이 없기도 하다.
한 끼 식사만 배부르게 먹으면 행복한 아이다.
'그게 맞아.'
경쟁 사회.
앞만 보고 가다 보면 정작 소중한 걸 놓친다.
BJ든, 스트리머든, 유튜버든 이쪽 세계가 그런 감이 있다.
남들은 ~~하는데!
조급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 방향성을 확실히 잡는 게 중요하다.
"흐으으응~~!"
우리 봄이의 콧구멍처럼 말이다.
레이더가 맛집의 위치를 탐지한 모양이다.
"맛있는 집이야?"
"화요미식회에서 맛있다고 한 거예요!"
버킷리스트.
수험생의 고충을 풀어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원래 이 시기에는 방 정리만 해도 재밌어.'
물건 옮기는 게 어찌나 재밌는지 모른다.
방바닥에 먼지 한 올만 있어도 신경 쓰여서 공부 못한다.
예능에 나오는 맛있는 음식들.
보기만 해도 입가의 근육을 컨트롤 하지 못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간다.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우리 봄이가 어째서 벌렁벌렁했는지 이해가 간다.
"드시고 가세요?"
"네, 떡볶이 2인분이랑 모듬튀김 하나 주세요."
"4인분도 가능한 거예요!"
"네……, 근데 혹시 그거 카메라인가."
?4인분ㅋㅋㅋㅋㅋㅋㅋ
?봄이 필사적이야
?시동 걸리면 순대 한 접시에 간 많이도 거뜬하지 ㅋ
?간만의 떡볶이
화요미식회에 나왔다는 떡볶이집.
주인이신 듯한 아주머니가 카메라를 쭈뼛쭈뼛 쳐다본다.
아무래도 야외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필수다.
일반인 입장에서 특이할 수도 있는데.
"촬영을 하시면 좀……, 말을 예쁘게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네?"
"아니, 그게 좀 저번에 이상한 사람이 들렸다 가가지고. 단골 손님들이 이야기해 줘서 알았어!"
사연이 좀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