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5화
이따금 터지는 이야기다.
─나너좋아하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김먹방이라는 유튜버가 여기 엄청 깠었음ㅋㅋㅋ
"아~ 제가 길게 말하진 않겠지만 어떤 일인지 대충 감이 잡히네요."
"?"
?물 탔다는데
?저기 교이쿠 선생님도 깠었음ㅋㅋ
?봄이는 아무고토 몰라요
?봄이는 감을 먹고 싶겠지
먹방 유튜버들의 콘텐츠.
단순히 먹기만 하는 것을 넘어 독자적인 방향성을 추구한다.
'그중 하나가 음식점 들리는 건데.'
소위 말하는 맛집!
정말 맛있는지 궁금하다.
나도 솔직히 가기 전에 한 번씩 검색해본다.
그것이 곧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대신맨의 음식점 버전이다.
맛 평가를 해주는 것이다.
"저희는 사장님 곤란하실 이야기는 절대 안 하니까. 그리고 맛있으면 적극적으로 어필할 테니까 걱정 붙들어도 매셔도 괜찮습니다."
"요즘 애들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당연하게도 불협화음이 안 생길 수 없다.
이 식당이 맛이 없다고?
손님이 줄어들거나 악평이 많아지게 된다.
유튜버의 성향과 영상의 내용을 보지는 못했지만,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럼에도 발길을 돌릴 수가 없다.
"배가 고픈 거예요……."
우리 봄이가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급박하기도 하다.
수험생.
일주일에 한 번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렵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밥을 먹으러 온 것이다.
"정말 순수하게 먹으러 온 것 같으니까 이번만 해줄게."
"야호!"
"아쉬운 부분만 말하지 말고 맛있으면 맛있다고 좀 해주고 그래."
?무야호~!
?이럴 땐 무야호지 ㅋㅋ
?아주머니 속 많이 상하셨나 보네
?진짜 맛없으면 어캄?
역시 인생은 잘생기고 볼 일이다.
우리 봄이의 간절한 호소를 버텨낸 상인은 본 적이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
실제로 차후 무개념 유튜버들 때문에 '노튜버존'이라는 게 생긴다 노키즈존의 유튜버판이다.
유튜버들이 콘텐츠랍시고, 자기 식당을 마음대로 품평하니 아예 못 들어오게 막는 것이다.
"떡볶이랑 튀김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유튜버들의 잘못이냐?
그런 콘텐츠를 찍으면 안 되냐?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할 것이다.
'솔직한 감상이 없으면 1인 미디어를 볼 이유가 없잖아.'
식당 품평은 공중파에서도 하고, 블로그에서도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먹방을 보는 이유.
"흐으으응~~!"
우리 봄이의 벌렁거리는 콧구멍을 보기 위함이다.
숨길 수 없는 솔직함이 드러나게 돼있다.
'물론 자영업자의 고충도 이해는 해.'
하지만 그만큼 소비자의 알 권리도 소중하다.
맛이 없다면 굳이 먼 길 찾아가고 싶지 않다.
넓은 의미에서 공중파 저격도 될 수 있다.
너희 돈 받고 장난질 치는 거 우리가 모를 줄 아냐?
우물우물~
그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안 생기게 조심해야 한다.
맛이라는 것은 상대적이고, 개인차가 워낙 크다.
절대 다수의 사람은 신의 혀를 가지고 있지 않다.
봄이가 떡을 포크로 찍어서 호호 불더니 입에 가져간다.
"맛있는 거예요!"
"우리 봄이가 신의 혀는 아니더라도 신의 위장은 가지고 있죠."
?해맑아
?그냥 많이 먹는 거 아님? ㅋㅋ
?태생이 먹방러
?묽어 보이는데 맛있다고??
음식의 맛.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음식 유튜버는 그 점을 항상 상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어 천종원 선생님을 보면.'
맛있을 때: 곱빼기로 시킬 걸, 진짜 맛있네, 말없이 먹기
평범할 때: 매력 있는데?, 미소 짓기, 말이 많아짐
별로일 때: 희한한데? 독특한데? 조보아 씨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공식이 있다.
안 좋은 부분을 최대한 우회적으로 돌려 표현하는 것이다.
음식업계의 큰손이신 천종원 선생님도 그러신다
음식점 운영도 안 해본 일반인은 더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봄이 입 좀 닦으면서 먹어."
"후후, 닦을 시간도 아까운 거예요."
우리 봄이의 경우 리액션으로 대체를 한다.
어지간하면 가리지 않아서 나쁜 표정이 나올 일도 드물다.
'별점 1점짜리도 잘만 먹지.'
어머님이 사랑으로 만들어준 식사만 빼고 말이다.
이곳 식당의 떡볶이도 참 마음에 들은 모양이다.
물론 1인 미디어.
평가가 없다면, 자극적인 MSG가 없으면 시청자들이 심심해한다.
그래서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자영업자의 고충과 소비자의 알 권리.
그 가운데 서는 것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트럭에치일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김먹방은 물 타서 회전율 올렸다는데
"사장님이 들으면 뒷목 잡으시겠는데? 저는 약간 다르게 봅니다."
3D로 보는 편이다.
딱히 LG전자의 배터리가 필요 없는 시네마 3D 안경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아만보라고.'
관점의 이야기다.
일단 집에서 하는 떡볶이와 음식점 떡볶이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주르륵
떡볶이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는다.
떡볶이 국물이 봄이의 맑은 침처럼 흘러내린다.
'음식점 떡볶이는 고추장을 안 쓰거든.'
고춧가루로만 매운맛을 낸다.
그러는 편이 맛이 훨씬 깔끔하다.
대신 점도가 낮아진다는 특성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쓴다.
물엿, 전분, 오래 끓이기 등.
당연하게도 좋다고는 보기 힘들다.
"사장님!"
"왜 그려?"
"여기는 야채로 단맛을 내나 봐요?"
"물엿 쪼~금만 넣어."
"쪼금이요?"
"여기 학생들 많이 오는데, 우리 애들 먹는다고 생각하면 많이 못 넣지~"
?오
?사장님 착하시네
?음식점들 원래 당분 엄청 씀 ㄹㅇ
?어떤 쌈밥집 갔더니 사장님이 설탕을 한 컵씩 넣더라
물론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음식점인 이상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천종원 선생님이 설탕을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
'근데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니까.'
정말 어머니의 마음으로 요리를 하는 분도 계신다.
그것이 오해의 여지를 만든 것이다.
물엿을 적게 넣었다.
전분도 따로 첨가하지 않았다.
떡볶이가 퍼지지 않도록 적당량씩 만들었다.
주르륵
국물이 묽은 것이 아니다.
점도가 낮을 뿐이다.
맛도 충분히 있고, 이유도 납득이 간다.
"봄이 그렇게 맛있어?"
"멈출 수가 없는 거예요!"
우리 봄이가 허겁지겁 먹을 만도 하다.
고춧가루의 매운맛이 점막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물 한 잔 마시면 싹 씻겨 내려가고.'
캡사이신 같은 게 아니다 보니 아프지 않다.
떡도 양념이 잘 배어서 맛이 일체감이 있다.
아그작!
무엇보다 튀김.
분식집 느낌이 아니다.
일식집에서나 볼 수 있는 얇고 바삭바삭한 튀김옷이다.
국물의 점도가 낮아서 튀김옷이 부서질 염려 없이 푹 담글 수 있다.
매콤하고 단맛이 덜한 양념과 잘 어울린다.
"대박이네. 여기는 튀김이 시그니처인데?"
"오빠가 다 먹어버린 거예요!"
?비주얼 뭔데?
?ㅓㅜㅑ
?봄이 화가 잔뜩 났어
?김먹방은 튀김도 안 먹고 평가를 했네 ㅋㅋ
우리 봄이의 입이 댓발 나올 만도 하다.
매운 떡볶이를 먹다 보니 살짝 부어버렸다.
모듬튀김 +1
찰떡순대 +1
그리고 오뎅 국물은 온정으로 부탁드린다.
'오뎅 국물을 못 참지.'
오뎅 먹을 때는 안 땡기는데 떡볶이 먹을 때는 왜 이렇게 마려운지 모르겠다.
아마 맛 때문일 것이다.
"크~ 이 맛이에요!"
"봄이 맛있어?"
"얼얼한 혀를 뜨거운 국물로 적시는 게 중독성이 있어요."
ㅋㅋ
아픔×아픔.
묘한 매력을 깨우친 모양이다.
'엄한 곳에서만 안 깨우치면 되지.'
매운맛은 본디 고통에 가까운 감각이다.
이를 어떻게 맛으로 살리느냐가 포인트.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괜찮은 음식점이다.
동네 분식점으로 남기는 아까울 정도로 말이다.
화요미식회에 나온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 음식점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순대는 그냥 순대 맛이네요."
??
?순대가 그럼 순대 맛이지
?저거 걍 데워서 파는 당면 순대네
?이 집은 떡볶이랑 튀김이다!
내가 순대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한다.
수제 순대면 모를까.
이런 당면 덩어리를 왜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음식이라는 건 호불호가 갈려.'
그게 당연하다.
이상하거나 특이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세 치 혀로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생각 선에서 끝내야 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냐에 따라 천지 차이다.
─올때비비빅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교이쿠 선생님도 여기 맛없다고 해서 진짜 맛없는 줄
"그분은 떡볶이 자체를 싫어하시잖아요."
떡볶이도 마찬가지.
자작자작한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국물이 있는 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애초에 교이쿠상은 일본인이라.'
한쿸 떠보끼 너무 맵스무니다!
이럴 텐데 제대로 된 맛 평가가 불가능하다.
맛 칼럼니스트도 자기 주관을 맹신하면 안 된다.
적어도 표현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꾸역꾸역!
꾸역꾸역!
우리 봄이는 밥만 먹으면 된다.
볼따구가 미어터져라 떡볶이, 튀김, 순대를 밀어 넣는다.
"후~ 정말 포식한 거예요."
"봄생에 몇 번째 떡볶이집이야?"
"제가 떡볶이는 좀 깐깐한 거예요."
?봄이 행복해
?떡볶이녀가 또
?그렇게 잘 먹어 놓고?
?사장님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신다……
여고생의 식욕은 얕볼 수가 없다.
숨이 가빠질 정도로 엄청나게 먹어 댔다.
"꿀꺽! 꿀꺽! 크아~"
콜라를 한 잔 적시며 숨을 돌린다.
그리고 작은 손가락을 꼬물거린다.
"일곱 번째쯤 될 것 같아요."
"몇 곳이나 먹었는데?"
"후후, 최소 100곳은 넘은 거예요~"
상당히 진지한 모양이다.
떡볶이에 한해서는 교이쿠상보다 훨씬 신뢰해도 될지 모른다.
* * *
얼마 전 올렸던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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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원 1시간 전
국물이 묽으니까 맛이 없다?
음식 품평 하시려면 혀부터 갈아 끼우셔야겠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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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젤리 1시간 전
음식 맛도 모르는 유튜버가 별점 하나 박고 가서 욕 먹고, 매상 피해 보네 유튜브판 이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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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맛젤리 1시간 전
???: 잘 모르고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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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자고 일어난 김정주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왜 지랄병이 난 거야?!'
댓글창의 분위기가 흉흉하다.
싫어요도 평소의 몇 배나 많이 박혀있다.
그 이유.
알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실시간 김먹방 X된. EU
[김먹방 떡볶이 영상. jpg]
김먹방이 존나 깐 떡볶이집인데
오정환이 가서 맛집 인증하고 있음
└나도 보는 중
└사장 아줌마가 김먹방 욕하더라 ㅋㅋ
└이게 사실이면 진짜 큰일인데?
└나만 아니면 돼에에에에에엑~!
유튜브 갤러리.
카톡처럼 수시로 확인하는 커뮤니티다.
성공한 자신을 선망한다.
아이디만 한 번 검색해봐도 흐뭇해지는데.
'…….'
자신을 까는 글들투성이다.
팁글을 써주면 넙죽 받아먹던 녀석들이 말이다.
배은망덕하기 그지없다.
맞욕을 하기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내가 X발 다시는 니들한테 팁 푸나 봐라.'
김정주는 냉정하게 대처한다.
오정환의 방송은 3시간 전.
즉, 아직 사태가 완전히 번진 건 아니다.
『동영상이 사용자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문제가 된 영상을 삭제하면 된다.
부정적인 댓글도 전부 삭제를 한다.
그리고 새 영상부터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면 될 것이다.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는 거지 이 새끼들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사실을 아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