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화
"봄튜브?"
"네, 인기도 있고 콘텐츠의 질도 좋고……."
구글 코리아.
한국 유튜브를 관리하는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유튜브는 최근에서야 주목받았다.
이전부터 관리를 해오기는 했지만.
'그냥 영상 올리는 저장소 정도로 여겨졌지.'
브금은 브금 저장소!
영상은 영상 저장소, 아니 유튜브에 올린다.
대충 그런 정도의 인식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달라졌다.
유튜브에 자체 콘텐츠가 생겼다.
'유튜버'라는 존재가 그 길을 제시해준다.
"재능 있는 유튜버를 키우는 게 알고리즘의 핵심이긴 한데."
"그렇죠? 선배도 그렇게 생각하죠?"
이미 싹은 심어졌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다.
마치 BJ처럼 유튜버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봄튜브도 그중 하나.
상당히 진척이 되어있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의 대형 유튜버다.
"알고리즘의 선택만 받으면 확 뜰 텐데……."
"이 녀석아."
"네?"
"우리의 일은 패턴을 추가하는 게 아니야. 어디까지나 효율적이도록 돕는 거지.
별달리 시스템의 도움을 받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그렇다.
유튜버는 그냥 성장하는 게 아니다.
유튜브에는 1초에도 수십 개나 되는 영상이 올라온다.
그중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기계가 한다.
사람은 그 기계가 제대로 된 분류 작업을 하도록 도와준다.
'그렇긴 한데…….'
그것이 유튜브 직원들의 일이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 으레 그렇듯 사심이라는 게 섞인다.
떴으면 하는 유튜버.
말단 직원인 유진성은 봄TV를 응원하고 있다.
까놓고 팬이다.
"억지 부리지 말고 맡은 일이나 열심히 해."
"네……."
사내에서 가진 힘도 없고, 선배 직원의 말은 정론이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지.'
유튜버는 넓은 의미에서 봤을 때 유튜브의 직원이다.
회사는 당연히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원한다.
영상을 자주 올리는 것.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 방법 중 하나다.
세간에서 떠도는 추측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런데 봄튜브는 영상 올리는 주기가 길다.
갈수록 더 길어지고 있다.
유튜버 본인이 바쁘기 때문이다.
수험생.
인생에서 가장 바쁠 시기.
한국 사람인 이상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벤츠 왜 이렇게 인기 많냐?
[벤츠 유튜브 구독자 수. jpg]
구독자 증가 수 미쳤네
└얘만큼 많이 처먹는 유튜브가 없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신기할 정도임
└인성 좋지, 잘 먹지, 안 뜰 수가 없지
└이이잉~ 기모링~!
아쉬운 감정은 어쩔 수 없다.
봄튜브의 팬들이라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다면.
먹방판의 1인자를 두고 일어난 경쟁.
그 승부는 기울어지고 있다.
구독자 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벤츠사세요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구독자 70만 축하드려요 벤츠님!
"벤츠사세요 님 별풍선 천 개 감사합니다! 구독해주신 것도 감사하고 앞으로도 꾸준하게 좋은 먹방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와 70만
―70만이면 ㅅㅂ 웬만한 도시 인구 아니냐
―이러다 진짜 벤츠 탈 듯?
―이대로 100만까지 ㄱㄱ싱
능력이 있는 유튜버가 순풍까지 만났다.
심지어 경쟁자도 없다.
유일한 맞수인 봄TV가 반쯤 휴식 중이다.
수능이라는 일생일대의 중대사를 눈앞에 뒀다.
제대로 된 활동이 불가능하다.
그 수혜를 고스란히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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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TV 구독자』
[대충 떡상하는 그래프.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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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유튜브는 일방적인 수준으로 크고 있다.
봄TV와 격차가 날이 갈수록 벌어져 간다.
〔유튜브 갤러리〕
─벤츠의 성공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냐?
─먹방판도 슬슬 탑이 정해졌네
─지금 봄튜브 심상찮은데……
─이이잉~ 기모링~!
.
.
.
이를 가장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
유튜브 갤러리에서도 대세를 감지한다.
─먹방판도 슬슬 탑이 정해졌네
[벤츠 유튜브 캡처. jpg]
벤츠가 너무 압도적임
봄TV 없는 빈집털이라고?
나는 벤츠는 실력이라고 본다
솔직히 윱갤에서 안 까이는 거 보면 말 다 한 거임
└막줄 개추 ㅋㅋㅋㅋㅋ
└콘텐츠도 좋고 인성도 좋고 깔 데가 없어
└진짜 벤츠 사겠누
└아 구독자 100만 찍으면 포르쉐도 타짘ㅋㅋㅋㅋㅋㅋㅋ
해당 분야의 탑을 알아야 벤치마킹하기도 쉽다.
유튜버 지망생들은 관심을 가진다.
그가 어째서 성공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추종하는 세력이 생긴다.
─내가 분석한 벤츠 유튜브 특징은 이거임
1. 많이 먹는다.
2. 깔끔하게 먹는다.
1번은 그렇다 쳐도 2번은 뭐지?
키보드 두들기고 싶은 애들 많을 텐데
우리나라에 불편충 많은 거 알 거임
특히 식사 때 ㅇㅇ
남 젓가락 잡는 모습이나 쩝쩝거리는 것만 봐도 훈수 마렵지 벤츠는 불편한 부분이 없음
잔반 하나 안 남기잖아
└분석글 개추
└유튜브 연령층이 높아서 식사 습관 되게 중요하게 보나 봐└일단 이 두 개는 패시브로 깔고 가야……
└가장 기본적인 건데 가장 지키기 어려움 ㅋㅋ
기껏해야 물로켓이나 쏘고 있던 다른 유튜브들과는 다르다.
벤츠의 유튜브는 확실하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앞서나가기까지 하니 주목을 받는 건 당연한 이치.
그 과정에서 벤츠의 마음속에도 자만심이 싹튼다.
'나 생각보다 엄청난 거 아니야?'
어디까지나 싹.
열매를 맺을지, 맺지 않을지 알 수 없다.
대지에 내린 씨앗 중에 제대로 성장하는 나무는 극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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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TV 구독자』
[대충 개떡상하는 그래프.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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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인 변화가 있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
초심이라는 이름의 작고 여린 싹이 깊게 뿌리내린다.
─지금 봄튜브 심상찮은데……
[봄TV 구독자 그래프. jpg]
갑자기 팍 치솟네 ㄷㄷ
└뭔데
└하루 만에 10만 오른 거??
└무슨 뉴스야 설명 좀
└김먹방 수혜를 엇박자로 받고 있나…… 그렇게 보기엔 너무 많은데
진정한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 * *
유튜브.
파프리카TV와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이다.
"해외 구독자분들에게도 인사해야지."
"후후. I am 봄이."
―봄이야……
―수능 괜찮나요?
―영어 조졌구나
―한국 영어특) 회화 하려고 하면 굳음^^
시청자층이 한국인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세계 각지에서 봄이의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다.
'그래서 착각할 수 있는 부분인데.'
글로벌 친화적인 방송을 해야 하나?
이를테면 영어를 쓰는 식으로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요 없다.
우리가 외국에 나갔을 때도.
"편하게 친구들한테 인사하듯이 하면 돼."
"그런 거예요?"
"그런 거야."
외국어로 친절한 환대를 받기가 싫다.
현지 느낌이 안 나거니와, 솔직히 좀 웃기다.
'어설픈 한국어 들으면 귀엽잖아.'
외국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안 썼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익숙하다면 편할지언정 재미는 떨어진다.
그냥 현지의 느낌을 살리는 편이 낫다.
"봄이야. 오늘 먹을 음식 영어로 설명해봐."
"It's a knife noodle!"
ㅋㅋ
해석도 어설프고 말이다.
외국인들이 외국 유튜브를 찾아보는 이유는 신비함 때문이다.
그걸 스스로 깎아 먹을 이유가 없다.
적당히 자막을 달아주는 정도면 족하다.
'물론 영어를 완벽히 구사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아예 글로벌 시장을 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봄이가 한참은 더 쑥쑥 커야 가능하다.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학문이 있다면 단 하나 외국어.
대학도 영문학과로 진학시키고 싶다.
후루룩~!
아니, 어디라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주 신바람이 난 봄이가 칼국수를 흡입하고 있다.
"봄이 맛있어?"
"우물우물 웁웁!"
―밥 먹을 때 말 시키지 말래
―봄이 귀여워 ㅋㅋ
―볼따구 터지겄다
―칼국수에 김치를 싸서 먹어보세요!
영상으로 전해지는 솔직함.
언어가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
봄이의 먹방은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전에 뿌려둔 씨앗 덕분이지.'
해외 쪽에도 인지도를 타고 있다.
여러 가지 뉴스에 보도가 되었고, 먹방이라는 블루 오션을 넓혀 나간다.
그 속도.
당연히 느릴 수밖에 없다.
한국과 달리 글로벌 시장은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
영상 활동을 잠시 쉬기도 했다.
그런 만큼 반응은 느리게 왔지만, 한 번 온 이상 꾸준하게 이어질 것이다.
우적우적!
우리 봄이의 먹방도 말이다.
겉절이로 칼국수를 감싸서 복스럽게 먹는다.
"겉절이는 영어로 뭐야?"
"맛있는 거예요."
ㅋㅋ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다.
먹고 있는 음식이 뭔지는 몰라도 맛있는 거라는 사실은 전해진다.
모르긴 몰라도 비슷한 음식이 각 나라에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맛은 머릿속에서 만들어 나가면 된다.
와구와구!
다음은 왕만두.
칼국수집의 세트 메뉴다.
세 조각으로 잘라서 겉절이를 얹어 먹어 치운다.
'솔직히 말해서 겉절이 맛으로 먹는 것 같애.'
칼국수도 그렇고 왕만두도 그렇고 그냥 먹으면 밋밋하다.
적어도 한국 사람의 입맛에는 말이다.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유튜브도 좋지만 생방도 자주 해줬으면 ㅎㅎ
"삼촌팬님 천사개 감사합니다."
"우물우물 웁웁웁!'
―ㄹㅇ
―지옥의 수험이 끝나야 가능하지 ㅠㅠ
―지금도 이 인기인데 제대로 방송하면ㅋㅋㅋㅋㅋㅋㅋㅋ―수능 끝나면 쳇바퀴행 아님?
근본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
봄이의 방송을 보는 주요 팬덤은 결국 한국이다.
'해외 시청자 물론 중요하지.'
한국의 인구수는 빈말로도 많다고 말할 수가 없다.
해외 시장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하지만 깊이.
우리 봄이의 매력을 얼마나 이해할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얼큰이 칼국수도 먹고 싶은 거예요!"
"김 잔뜩 뿌려서?"
"후후, 맛을 좀 아시는 거예요."
ㅋㅋ
단순히 양만 많아서야 의미가 없다.
먹방에 대한 흥미가 사라지는 순간 꺼지는 얕은 팬심이다.
'혹은 불나방처럼 옮겨가거나.'
1세대 유튜버들.
분명 수백만의 구독자를 가졌음에도 인기가 사그라들게 된다.
아니, 당연하다.
연예인들만 해도 수명이 긴 경우는 오히려 굉장히 드물다.
기복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힘들 때 받쳐주는 것이 바로 코어팬이다.
─CS는앞서있다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떡볶이녀부터 팬이었어요! 수능 끝나고도 기대할게요!
"수능 끝나면 열심히 할 거지 봄이?"
"저도 해방될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해방된 봄이 ㅋㅋ
―이거 못 막습니다
―와 떡볶이녀면 거의 3년 전 아니냐?
―찐팬이네
과정이라는 것은 귀찮다.
어렵다.
자극적인 한 방으로 결과를 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하지만 비효율의 과정도 버려지는 것은 아니라는 거지.'
단순히 콘텐츠로 소모되는 것과 캐릭터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코어팬은 그렇게 생긴다.
특히 인터넷 방송은 리액션과 밈 기타 등등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소중하다.
주객이 전도되기도 할 지경이다.
'롱런의 비결이지.'
구독자가 100만 명인 유튜버도, 진짜 팬이 1만이면 많은 수준이다.
그 괴리율이 크면 클수록 잔바람에 쉽게 흔들린다.
김먹방처럼 말이다.
진짜 팬이 있었다면 눈물의 똥꼬쇼에 박수라도 쳐줄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봄이는 착실하게 쌓아나가고 있다.
방향성만 확실하다면 느리더라도 반드시 도착한다.
"왕만두는 영어로 뭐야?"
"킹만두인 거예요~"
나머지는 수능만 잘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