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9화
먹방판.
초대 1인자를 두고 일어난 경쟁은 의외로 허무하게 끝났다.
"맞죠? 보이시죠? 봄튜브 완전 떴다니까요!"
"그러게. 영상을 많이 안 올려서 힘들 줄 알았는데……."
벤츠와 봄TV.
균형이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세간의 예상은 당연히 벤츠였다.
방송 활동도 왕성히 하며, 콘텐츠의 질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승자는 봄TV가 되었다.
"구독자 100만 찍었다며?"
"한국인 개인 유튜버 중에는 두 번째입니다."
"어떻게 며칠 만에 30만이 올랐을까."
"아, 그게요!"
구독자 수가 폭증했다.
두드러진 활동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그야 씹잘하니까!'
구글 코리아.
말단 직원인 유진성은 봄TV가 잘되길 바라고 있었다.
팬이기도 하거니와 경쟁력이 있다.
물만 들어오면 뜨게 되는 건 순식간이다.
알고리즘의 선택만 받으면 말이다.
동영상 업로드 횟수가 뜸해서 안타까웠는데.
"해외에서는 사례가 꽤 있더라고요."
"음~"
"세계 각지에서 팬이 생기다 보니까 단숨에 떡상을 한 거죠!"
해외팬들을 끌어모았다.
경쟁이라고 해봤자 대한민국 내에서였던 일.
스케일이 달라지자 상대가 되지 않는다.
봄TV의 일방적인 압승이 된다.
─벤츠못사네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외궈들만 아니었어도 ㅠㅠ
"벤츠못사네 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저는 무의미한 경쟁 끝나서 다행이에요. 팬분들이 편안하게 먹방을 감상해주셨으면 싶거든요."
―옹
―지금도 벤츠는 충분히 삼ㅋㅋㅋㅋㅋㅋ
―인성이 됐네
―ㄹㅇ 단순한 숫자일 뿐인데
그 결과.
장본인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괜한 경쟁을 안 해도 돼서 후련하다.
'그래, 그깟 조회수랑 돈이 뭐라고.'
벤츠도 최근 생각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게 승부에서 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없다.
가능하면 이기고 싶다.
그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변질되었다고 스스로도 느꼈다.
의식하게 된다.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신경이 쓰여서, 그것이 방송에 영향을 미치던 참이다.
"저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식사의 즐거움을 보여줄 수 있는 방송을 지향하겠습니다. BJ하와와님도 같은 생각이실 거예요."
―지긋지긋한 싸움 끝!
―그치
―비교충들 사라져서 좋네
―봄이는 밥만 먹으면 되는데?
바른 생활 청년 이미지.
벤츠의 방송 모토다.
그 초심을 지키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
'방송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나 봐.'
최근의 경험으로 흔들리게 됐다.
엄청난 관심을 받고, 통장에 단위 수가 다른 돈이 찍힌다.
이 인기를 계속 누리고 싶다.
욕심이 생긴다.
초심은 생각과 달리 너무 쉽게 변질되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자.
벤츠에게 있어 이번 사건은 하나의 교훈이 되었다.
〔유튜브 갤러리〕
─봄튜브 구독자 100만 명 달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0] +77
─벤츠 빨던 놈들 어디 감? [9]
─벤츠< 솔직히 거품 같으면 개추 +5
─빈집털이 하고도 진 게 개웃김ㅋㅋㅋㅋㅋㅋ
.
.
.
물론 세간의 시선은 어쩔 수 없다.
두 채널의 경쟁.
먹방판의 대세가 누가 될지 지켜보고 있었다.
─봄튜브 구독자 100만 명 달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TV 구독자 캡처. jpg]
아직도 70만따리인 벤츠랑은 비교가 안 되네
└단위 수부터 다른데
└와 ㅅㅂ 100만 미쳤네
└봄튜브는 뜰 줄 알았음
└이제 벤츠는 봄TV 따까리라고 보면 됨?
그것이 결론이 난 것이다.
좁힐 수 없는 격차가 날이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세상 모든 경쟁이 그러하듯 1등에게는 영광이 돌아간다.
패배한 자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벤츠 빨던 놈들 어디 감?
수능 때문에 1주일 1영상도 힘든 채널 상대로
비비고 있는 놈을 빠는 벤츠맘 수준ㅋㅋ
└내 말이
└벤츠빠들만 모름
└다시는 벤츠를 빨지 않겠습니다 그만 때리세요 ㅠㅠ└이래서 한국에서 2등이 의미가 없구나
선망의 대상.
해당 분야의 1인자란 그런 것이다.
그 이상으로 추종하는 세력까지 생긴다.
자리에서 끌어 내려졌으니 놀림을 받는다.
팬덤간의 싸움은 유튜버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미쳐버린 봄튜브 근황 ㄷㄷ
[봄TV 칼국수 먹방. jpg]
칼국수 먹방 조회수 200만 달성
└조회수 100만 단위가 가능하다고??
└클라스가 다르네
└이 집 맛있냐?
└사장님 싱글벙글행
이제는 그조차 일어날 일이 없게 되었다.
압도적이다.
스케일이 비교를 불허한다.
구독자 수가 엄청난 속도로 불고 있다.
한국에서는 경험한 적이 없는 수준이다.
─봄튜브는 외국인이 엄청 보네
[봄TV 댓글 캡처. jpg]
유튜브가 글로벌 플랫폼이잖아
그래서 어떻게 검색 루트 타고 찾아온 듯
└당연한 걸 잊고 있었네
└근데 왜?
글쓴이― 옛날에 먹방 기사 뜬 거 때문 아닐까?
└얘도 두유노 클럽 가입 가능하냐?
그 이유.
유튜버 지망생들은 열심히 분석하고 있다.
잘 나가는 사람을 따라 해야 성공하기 쉽다.
그것이 불가능하다.
분석을 한다고 따라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봄튜브가 외국에서 Mukbang으로 유명함
Mukbang이 뭐냐고?
뭐긴 뭐야 먹방이지
근데 이게 외국애들한테는 신비한 거임 ㄷㄷ
MBC― 「세계가 한국 먹방에 주목한다 CNN·르몽드 등 외신'먹방 신드롬' 조명」
외국에서 취재 나온 적도 있음
그래서 외국 시청자 붙은 거
└아 이거
└국내 언론 설레발인 줄 알았는데 ㄷㄷ
└ㅅㅂ 어떻게 해야 CNN 출연하냐?
└이런 게 진짜 선점이네
봄튜브의 독주가 예고된다.
* * *
흔히 전투력이라고 표현된다.
"꾸웨엑……."
더욱 강력해진 봄이가 울부짖는다.
최근 굉장히 힘들다고 한다.
"진짜 힘들어요. 울 것 같아요."
"울지는 마."
"후후,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ㅋㅋ
―봄이 힘들어
―수능은 킹쩔 수 없지
―와 진짜 얼마 안 남았네
수험생.
인생에서 가장 바쁘게 살 시기다.
잠자는 시간도 쪼개가며 청춘을 불태운다.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지.'
청춘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된다.
그것을 시청자들과 함께 스토리텔링으로 써 내려가고 있다.
『봄TV』 구독자 101만명
「(ENG SUB) 봄식당5. 봄이가 배 터지게 먹은 봄생 칼국수집」 ― 조회수 205만회 · 1주 전
아직 과정임에도 불구.
어마어마한 성과가 나왔다.
그렇기에 착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고소한참기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100만 구독자면 그냥 전업하는 게 낫지 않음? ㅋㅋ
"어허, 봄이한테 헛바람 불어넣지 마세요."
―이건 맞지 ㅋ
―봄이 쫑긋!
―근데 ㄹㅇ 100만 유튜버면 존나 벌 거 같은데
―솔직히 수능 보기 싫지?
완전한 전업을 목표로 해도 된다.
구독자가 엄청나게 많으니 말이다.
'같은 100만이라도 차이가 많이 나.'
유튜브 초창기에는 그러했다.
구독자 짱짱맨!
해당 채널의 전투력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100만 명이나 된다니?
숫자로 표현을 하니 와 닿는 체감이 큰 것이다.
"봄이 100만 구독자 찍어서 좋아?"
"저는 당장 100점 맞는 게 더 급한 거예요."
ㅋㅋ
차후에는 연구가 많이 된다.
구독자나 조회수보다 훨씬 중요한 지표가 있다.
'특히 먹방은.'
해외 시청자층을 노린 먹방은 조회수가 잘 늘어난다.
대표적인 예로 먹뱉희 등이 있을 것이다.
조회수 100만!
조회수 1000만!
엄청나게 찍힌다.
하지만 보기와 달리 돈이 되지 않는다.
"아구찜 대자 나왔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거예요!"
―개맛있겠다
―봄이 얼굴만 봐도 행복해 ㅋㅋㅋㅋㅋ
―혼자 대자를 먹는다고??
―1인 1아구 ㅓㅜㅑ
광고 타깃이 애매하다.
광고주가 선호하지 않게 되고, 따라서 광고 단가도 낮게 책정된다.
ASMR이라도 하면 광고도 많이 끼어 넣을 수 없다.
조회수 대비 수익이 낮은 것이다.
'거기에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나야 나 자체가 고급 인력이지만, 보통은 돈을 주고 사서 써야 한다.
영상 구도부터 편집까지 전부 말이다.
거기에 기획, 분석 기타 등등.
직원들 4대 보험까지 다 해줘야 하니 인건비가 수천만 원 가볍게 깨진다.
그런데 조회수만으로 유지되는 채널?
언제 어느 때 유행이 바뀔지 모르는데 불안하기 짝이 없다.
아구아구!
음식값도 무시할 수 없다.
아구찜도 大자 하나 시키면 4만 원을 훌쩍 넘어버린다.
"맛있어?"
"살이 탱탱하고 쫀득쫀득한 게 제법인 거예요~"
ㅋㅋ
우리 봄이는 맛있게만 먹으면 된다.
수험 스트레스가 쌓였는지 식욕이 장난 아니게 물올랐다.
─배고픈봄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는 진짜 행복하게 먹음 벤츠는 무뚝뚝한데
"양은 그분이 더 많이 드시잖아요."
―그치
―그 사람은 위장이 블랙홀임ㅋㅋㅋㅋㅋㅋ
―봄이도 마음만 먹으면 ㅎ
―대자 하나 더?
지금이야 볼따구 터지게 먹어도 귀엽다.
하지만 언제까지 처먹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이 먹고 할 줄 아는 게 먹는 것뿐이면 그건 그거대로 비참한 거야.'
무슨 산낙지를 잘 먹는 아이도 아니고.
주위에서 잘한다, 잘 먹는다 띄워줘도 본인이 느끼는 바는 다르다.
갈수록 입지가 좁아진다.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다.
그런 심리적인 요인이 방송에도 영향을 미친다.
"봄이 빨리 먹고 학원 가야지."
"정말이지,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 거예요."
ㅋㅋ
그러니까 돈이라도 벌려고 한다.
먹방 유튜버들이 유독 광고 관련 사고가 많은 건 우연이 아니다.
'벤츠도 그렇겠지.'
국내 제1의 먹방 유튜버였던 벤츠.
그가 타락하게 된 것도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고 나는 본다.
유튜버로 성공해 예능까지 진출했지만, 할 줄 아는 게 먹는 것뿐이니 말을 못 한다.
그게 시발점이었을 것이다.
─봄이네회장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봄이 커피도 한 잔 사주세요
"봄이네 회장님 500개 감사합니다! 입가심은 시켜야죠."
"저는 완전 어른이라 아메리카노 먹을 거예요~"
―아메리카노 먹으면 어른 맞지!
―봄이 다 큼
―회장님 진짜 사랑이시다ㅋㅋㅋㅋㅋ
―와 이제 세 달도 안 남았네
우리 봄이는 철저하게 영재 교육을 시키고 있다.
먹방이 아닌, 방송을 가르친다.
'키우는 거야.'
아이돌 연습생만 해도 연 단위가 기본이다.
그에 반하면 느린 것도 아니다.
잘 따라오고 있다.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봄이를 보면 보람이 차고 넘친다.
"자, 아아 한 잔 빨면서 공부 열심히 해."
"오빠가 너무 잘해줘서 불안한 거예요."
"오빠는 항상 잘해주지."
"그런 거예요?"
봄생 최후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 * *
1인 미디어.
인터넷 방송 시장은 격변하고 있다.
"요즘은……, 그렇단 말이죠?"
"그래, 옛날 스타일은 더 이상 안 먹혀. 나도 언제까지 너에게 기회를 줄 수는 없고."
해가 갈수록 달라진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일어난다.
그것이 다음 해에도 또.
성장 속도가 워낙 빨라서 예측이 안 되는 지경이다.
'…….'
인터넷 방송 최강자를 자처하던 철꾸라지도 말이다.
한때는 '철통령'이라 불리었던 그의 체면은 말이 아니다.
"잘하자."
"네, 형님."
"내가 이 새끼야! 지난 1년 동안 팔자에도 없는 샤바샤바 얼마나 열심히 한 줄 알아?"
"……."
두 번의 영구정지.
완전히 몰락했다.
그럼에도 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오정환 이 자식이 말을 안 들어 가지고.'
심익태는 최근 사업 상황이 매우 안 좋다.
여캠 홍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오정환이 말을 안 듣는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자신의 부탁을 회피한다.
그럴 수도 있지.
기다리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가면 갈수록 미심쩍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