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화
기사가 뜬다.
「파프리카TV 광복절특사 진행 여부 공개 코앞, 재 뿌리기 '영향 미칠까'」
파프리카TV의 영구정지 BJ 복귀 프로젝트 이벤트인 광복절 특사 진행 여부 공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작년 광복절 특사로 가장 수혜를 본 사람은 BJ철꾸라지다.
그는 재차 논란이 터지며 다시 정지를 당한 전례가 있다.
올해의 광복절 특사 명단에 철꾸라지가 포함되는지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는 신문 지면 및 자사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BJ들을 광복절 특사와 같은 복귀 이벤트 명목으로 영구정지를 풀어주는 미온적 대응'이라 지적하였다.
이번 보도로 인해 광복절 특사 진행 여부에 영향이 끼칠지 주목된다.
한편, 인기BJ 오정환은 '광복절 특사 같은 특혜가 두 번 부여되는 건 에바참치'라며 형평성 논란을 제기해 네티즌들의 큰 공감을 사고 있다.
파프리카TV의 빅 이벤트.
광복절 특사는 지난해에도 큰 논란을 낳았다.
그도 그럴 게 영구정지다.
무기징역이 1년 만에 풀리면 그게 무기징역일까?
원론적인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물며 근거가 한없이 부족하다.
단순히 8월 15일이 됐다고 풀어주다니.
말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광복절 특사와 얽히니 부패 정치인이 떠오른다.
반감 여론이 생기고 있다.
"내가 그러니까 하기 싫다고 했잖아!"
"……."
파프리카TV의 본사.
대표이사실에서 한 소리 듣고 있다.
남수길의 짜증에 이병권 비서는 생각이 많아진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오정환?'
업체 쪽의 파벌이다.
오정환도 그쪽 라인이라고 여겼다.
철꾸라지의 복귀를 노골적으로 반대할 줄은 몰랐다.
안 그래도 힘들었던 전망.
확실하게 기울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광복절 특사 소식에 여론이 흉흉하게 들고 일어났다.
"광복절 특사 취소시켜!"
"그럼 철꾸라지 복귀가 애매해지게 되는데……."
"아오, 그 새끼는 그냥 꺼지라 그래."
지난 1년 동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아니, 만들었다.
광복절 특사는 단순한 명분에 불과하다.
진짜는 그를 이루기 위한 과정.
업체 쪽에서 공을 들였고, 자신들도 이해관계가 맞았다.
〔업체 파벌 단톡방〕
―라고 하십니다
「아이구야」
「여론 같은 걸 의식하면 큰일 못하는데」
「사장님이 억척스러운 면이 있어서……」
그 1년 농사가 실패한 것이다.
원인.
여론도 여론이지만 오정환이 반대표를 행사한 게 컸다.
파프리카TV 제1의 인기BJ.
그의 한 마디는 어지간한 연예인 수준의 영향력이 있다.
파프리카TV 내에서는 그 이상이다.
여론을 주무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
중간 다리.
염부장으로서는 얼척이 없다.
광복절 특사를 준비한 게 그이기 때문이다.
「염 부장」
―네, 홍 이사님
「일이 꼬였나 보지?」
「오정환한테 문제가 좀 있나?」
―그 친구한테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도움받을 생각까지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좋은 게 좋은 거다.
'최대한 조용히 처리해야지.'
편을 들어줘도 문제.
괜히 시끌벅적해지면 언론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편을 들지 않자 문제가 더 커진다.
파프리카TV 내부 여론이 완전히 씹창 났다.
〔심익태〕
「곤란합니다 곤란해요」
「저희도 장사가 잘돼야 저번 스시집에서처럼 즐겁게 대접 드릴 수 있는 건데」
입장이 난처하게 되었다.
특히 자신.
만에 하나 일이 틀어지면.
'나는 버림패가 되겠지.'
홍 이사는 그런 사람이다.
겉으로는 허허 사람 좋은 듯이 있어도 속은 능구렁이 열 마리가 들어있다.
얼마나 피도 눈물이 없는지 잘 알고 있다.
이사라는 자리까지 순탄하게 올라온 사람이 아니다.
꿀꺽!
업체도 제대로 된 인간들이 아니다.
음지에서 더러운 돈을 만지는 쓰레기들.
여차할 때 강압적인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다.
이판사판 말이다.
자신은 그 중간에서 조율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잘 풀리면 콩고물을 얻어먹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면 서운하죠
「뭐요?」
―저희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터지긴 했는데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없는 건 아니죠
「아 그런가요!」
「믿고 있었습니다 선생님ㅎㅎ」
안 풀리면 양쪽에서 공격 받을 것이다.
자신의 커리어가 완전히 뚝 끊기게 된다.
'하도 인생 막장 새끼들이라 칼 들고 협박할지도 몰라.'
이제 와서 발을 뺄 수가 없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철꾸라지의 두 번째 복귀.
그를 위해 건네온 돈은 작은 걸로 세는 단위가 아니다.
―그러니까 잘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어떤 걸……」
―이번 이벤트가 무산된 결정적인 이유가 정환 씨 때문이거든요
「알죠! 알죠!」
「그 부분은 알아듣게 전달해두겠습니다!」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 * *
시간은 그 어떤 것도 희석시키기 마련이다.
"아~"
"이번에 좀 성급했어. 아무리 시청자들이 부추겨도 그렇지."
염 부장님.
철꾸라지의 복귀를 위해 애쓰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겠지.'
파프리카TV도 작은 기업이 아니다.
BJ 한 명을 위해서 움직여줄 리가 없다.
뒷거래가 있지 않은 이상 말이다.
그러한 내부 사정은 익히 알고 있다.
"요즘 그 새끼한테 누가 관심을 가지겠어?"
"그런가요?"
"막말로 방송 접은 지 2년 된 퇴물이지. 괜히 언급 안 했으면 복귀할 수도 있었단 말이야."
그도 생각이 없어서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다.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큰 사건·사고라도 잊혀진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언론이 물기에 맛이 더 이상 안 나는 거지.'
언론이 사건을 다루는 이유?
정의감 같은 게 아니라는 건 따질 필요도 없다.
작년까지는 맛이 살아있었다.
최근 뜨는 인터넷 방송의 어두운 면을 고발한다!
끼익―!
현재는 그 맛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한 번 쓰기도 했거니와, 장본인이 워낙 퇴물.
"저도 생각 없이 한 말은 아니거든요."
"하긴 정환이가……."
"일단 바에 가서 한 잔 시킬까요?"
"좋지!"
현재 파프리카TV의 중심이 누구인지 모를 만큼 어리숙하지 않다.
아니, 약삭빠르다.
'아군으로 만들어둬야 돼.'
여차할 때 어느 쪽에 붙는 게 맞는지.
최소한 적이 된다는 선택지는 피해야 한다.
적은 만들지 않는 것이 당연히 좋다.
그래도 될 때는 승패가 완전히 기울어진 후다.
"요즘 싱글몰트 완전 유행이더라고~"
"그래요?"
"높으신 분들 평범한 거 안 드시려고 하잖아? 접대 하면 반응 무조건 좋아. 거기서 정환이 덕을 보고 있지."
그때까지는 내 편으로 둬야 한다.
중간책인 그는 파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또르르
바텐더가 술을 따른다.
전구를 뒤집은 모양인 글렌캐런잔에 콜라처럼 짙은 액체가 채워진다.
"오~ 엄청 짙은데? 이건 몇 년짜리야?"
"이건 XO급입니다."
"그럼 위스키가 아니네? 꼬냑이야?"
"아뇨, 럼입니다."
"럼?"
점수를 따놓는 것이다.
높으신 분에게 접대를 하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럼이면 해적의 술 그거 맞지?"
"네, 맞습니다. 제대로 아시네요."
"아~ 나 그거 싫은데. 보라카이 가서 한번 마셨다가 머리 깨질 뻔한 기억이 있어서."
주당.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술만큼 잘 먹히는 아이템이 없다.
'비싸고 희귀한 거면 더더욱.'
아주 좋아 죽는다.
고도수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힙스터병이 있다.
"그건 아마 탄두아이였을 거예요."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럼도 위스키처럼 급이 나뉘어져 있는데 탄두아이는 가장 낮은 급입니다."
"아 어쩐지! 싸구려였네~"
탄두아이는 한마디로 말해서 필리핀 소주다.
이것저것 섞은 게 많아서 숙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꿀꺽!
하지만 제대로 만들면 다르다.
럼도 증류주의 한 종류이고, 위스키처럼 체계화가 되고 있다.
"화아……."
"쥐기죠?"
"이게 럼이라고? 위스키나 꼬냑 같은데?"
"맞습니다. 꼬냑 만들었던 오크통으로 숙성시킨 럼이라서."
"오~!"
잘 만든 술은 설명이 필요 없다.
식도에 넘긴 순간 바로 촉이 온다.
피니시라 불리는 여운이 짙게 남는다.
'재료부터가 다르지.'
럼이 싸구려 술의 대명사였던 이유는 설탕을 만들고 남은 사탕수수의 찌꺼기가 원료였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과거 이야기.
현재는 사탕수수 자체로 만드는 프리미엄 럼도 많다.
지금 마시고 있는 자카파 XO도 그중 하나다.
"근데 약간 잡맛? 고무 냄새 같은 게 난다."
"살짝 나죠? 그게 럼의 특징이라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비싼 술일 텐데 아쉽네."
"위스키랑 달리 럼은 성장 중이라 시행착오가 좀 있나 봅니다."
"아~ 아직 초기였어?"
대중화가 되기에는 애매한 맛이다.
호불호가 갈린다.
술에서 가솔린, 고무, 아세톤향이 나는데 누가 마시냐고?
'근데 애주가들은 마셔.'
미식가들이 홍어를 안 먹지 않듯이 말이다.
광적으로 좋아하진 않더라도 흥미는 반드시 생기게 되어있다.
"양주는 외국 쪽이 트렌드가 빠르잖아요?"
"그렇겠지. 양주니까."
"해외에서는 싱글몰트 다음 유행을 럼으로 보고 있더라고요. 아직 섣부른 감은 있지만요."
"유행은 한 발 앞서나가는 게 좋지!"
염 부장도 말이다.
술이라는 것은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다.
특히 한국에서 양주는 반쯤 상징적인 의미를 가졌다.
'성공을 마신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남들 안 마시는 술.
듣도 보도 못한 거.
주위 사람들에게 허세 부리기 좋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냥 술에 지나지 않은데 말이다.
외국에서 막걸리를 성공의 상징으로 마신다고 하면 얼마나 웃길까?
"제 생각에는 어차피 무리였던 거 같아요."
"음~"
"BJ다 보니까 필터링 안 된 여론을 접할 수 있는데 철빡이들 화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흉흉하더라고요."
"그건 그렇지. 기사도 이미 났었고."
어른의 사정으로 보자면 사치, 탈세, 진입 장벽 등이 있다.
예를 들어 높으신 분께 뇌물을 준다고 치면.
'돈다발은 걸리는데, 양주 한 병은 안 걸리잖아.'
받는 입장에서도 편하다.
뇌물이 아니라 마음을 받았다.
그런 식으로 자기 합리화가 쉽게 된다.
"오히려 터트려서 화를 한번 식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리가 있구만."
"하하."
"정환이가 참 생각이 깊어."
썩은 쪽의 이야기.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시궁창에 들어갈 각오는 이미 옛적에 되어있었다.
'광복절 특사든, 3·1절 특사든 그건 문제의 핵심이 아니야.'
파프리카TV가 철꾸라지에게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상 몇 번이고 반복될 것이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만이 해답.
즉, 방법은 하나뿐이다.
내가 더 가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킨다.
파벌 내에서 파벌 싸움을 일으킬 생각이다.
"이놈 참 맛있네. 매력 있어."
"염 부장님이라면 알아주실 거라 믿었습니다."
"홍 이사님도 이거 좋아하실 텐데 참. 가게에서 사면 비싸겠지?"
"제가 홍 이사님 드릴 것과 염 부장님 드실 것 한 병씩 준비하겠습니다."
"눈치가 빨라~"
그러기 위한 씨앗은 이미 뿌려두었다.
아니, 싹을 틔운 지 오래다.
신뢰라는 건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인맥 사회라는 게.'
권력의 중심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치는 장난질을 아무나 껴줄 리는 없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범의 굴에 들어가야 한다.
그 과정을 이미 거친 참이다.
"정환이 너한테만 말해주는 건데 광복절 특사가 취소되면 사과데이 이벤트를 열려고 하거든."
"사과데이요?"
"그렇지. 이름만 바꾼 광복절 특사랄까."
염 부장은 이미 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