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16화 (616/846)

616화

테란 기지가 공격받을 때 나는 소리.

테란 대 저그의 숨 막히는 경기가 끝이 보인다.

"아니, 진짜 아…… 부종에 일꾼 2개 빼는 건 에바지. 초반 러쉬 오면 어떻게 막아."

―어떻게 설거지한테 지냨ㅋㅋㅋㅋㅋㅋㅋㅋ

―파프리카에서도 주작하네

―주작작! 주주작! 주작작! 주주작!

―눈썹 밀어 이 새끼야!

마주작의 방송.

주력 콘텐츠는 당연히 스타크래프트다.

단순히 랭크 게임을 돌리기에는 맛이 떨어진다.

<암픽킹유~ 유노아원트~ 아이원츄 주작작 주주작! 주작작 주주작!>

"너 X발 맵핵 켰지? 타이밍 말이 안 되는데."

타BJ와 1대1을 뜬다.

보이스톡으로 들려오는 철꾸라지의 목소리가 짜증이 북돋는다.

'이 새끼가 틈만 나면 주작송 부르네.'

마주작의 역린이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어떤 연예인처럼, 돈은 받았지만 조작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작한 거 아니라니까? 나는 브로커만 했지 조작은 다른 선수들이 했어."

―네……

―3·3혁명이 주작이 아니라고?

―아무튼 그럼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 눈썹 밀기 싫어서 말 돌리네

e스포츠 관계자들이 들으면 뒷목 잡을 이야기.

적어도 파프리카TV 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철빡이와 마빡이.

인방판과 스타판 최악의 두 팬덤이 결합했다.

사각사각!

그렇기에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

그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시청자들을 조련해야만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다.

─마주작사랑해님, 별풍선 750개 감사합니다!

눈썹 깎으니 훤칠하네 ㅋㅋ

"마주작사랑해 님 별풍선 750개 감사합니다."

이러한 레퍼토리의 방송을 할 것이다.

철꾸라지에게 전해 들은 대로 움직이고 있다.

'기왕이면 이기고 안 깎고 싶었는데.'

지면 지는 대로 받을 수 있다.

위로풍.

한 명이 쏘기 시작하자 흐름을 탄다.

─날아올라라님, 별풍선 75개 감사합니다!

이게 방송이지 ㅋ

─철꾸라지광팬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철꾸랑 놀아줘서 고마워요!

─오뚜기3분주작님, 별풍선 75개 감사합니다!

주종이었으면 일꾼 3개 빼도 이겼다구~

지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하루 종일 일해야 벌 수 있는 돈.

게임으로 쇼를 하자 1시간도 안 되어 굴러 들어온다.

〔철꾸라지〕

「형」

「눈썹에 싸인펜 칠해봐요」

「그럼 애들 무조건 좋아라 합니다 ㅋㅋ」

그 이상도 가능하다.

파프리카TV의 방송이 어떤 느낌인지.

철통령이라 불리는 철꾸라지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쓱~ 쓱~

한번 해본다.

일회용 면도기가 밀고 지나간 자리에 컴퓨터용 사인펜을 칠한다.

'저그 본좌라 불리던 내가 이런 짓까지 해야 하나.'

스타판도 넓은 의미에서 봤을 때 보라.

과거 선수 시절처럼 각 잡고 경기를 하는 게 아니다.

폼이 죽었다.

연습도 안 한다.

전성기 시절의 절반의 경기력도 나오지 않는다.

시청자들도 찐스타팬은 극소수다.

게임의 내용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승패와 그에 따른 결과.

─스타판큰손님, 별풍선 1075개 감사합니다!

하다 하다 눈썹도 주작질을 하네 ㅋㅋ

"뭐 이 새끼……, 별풍선 1075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눈썹도 주작질ㅋㅋㅋㅋㅋㅋㅋㅋ

―1000개 쏘면 ㅇㅈ이지

―이걸 사네 ㅋㅋ

―75개는 무슨 뜻임? 7월 5일인가?

자극적인 방송이라는 결과물을 낳고 있다.

전과가 화려하다 보니 스토리텔링은 알아서 엮어진다.

뉴데일리― 「승부조작으로 ‘퇴출’ 당한 전 프로게이머, 인터넷 방송 ‘기웃’」

전자신문― 「돈 받고 스타크래프트 가르친다. 마주작, 네티즌에 집중 포화」

오마이뉴스TV― 「[초점] ‘본좌’에서 ‘마레기’로 왜 마주작에게 돌을 던지나?」

그 여파.

눈꼴사나울 수밖에 없다.

방송을 하는 것 자체도 어이가 없는데 하는 꼬라지도 거슬린다.

〔PGR22〕

─철꾸라지까지는 뭘 하던 무시할 수 있습니다 [59] +8─마주작……, 결국 선을 넘네요 [74] +22─파프리카TV에 정식 문의 넣어보려고 합니다 [111] +30─스타판 말아 먹은 놈이 스타판을 논한다라 ㅎㅎ [92] +15.

기사가 뜬다.

커뮤니티의 민심도 어지럽다.

당연하게도 관련 커뮤니티는 개인 방송 갤러리뿐만이 아니다.

─파프리카TV에 정식 문의 넣어보려고 합니다

근 1, 2년 사이에 프로 출신BJ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20대 청춘을 스타 직관에 불태운 저로서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죠 그런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마주작이 방송을 하고 있네요

제가 사랑해 마지않던 스타판을 부순 장본인이 별풍선 받으면서 히히덕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울화통이 치밀어 오릅니다 파프리카TV 계정 있으신 분들

http://help.pafreecatv.com/atv.php

아래 링크로 지원 사격 부탁드립니다

└이건 해야죠

└정말 세상이 말세입니다. 돈 벌려고 프로 정신까지 팔아먹는 쓰레기들 └한숨이 나오네요 └철꾸라지는 둘째 치더라도 마주작은 정지시켜야 마땅합니다!

PGR22.

스타판의 진정한 틀딱들이 남아있는 커뮤니티다.

이곳의 여론은 철꾸라지와 마주작에게 곱지 않다.

자신들의 추억을 더럽히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어이가 없는데, 스타판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려 한다.

"문의가 온다고?"

"네, 좀 많이 오고 있습니다. 어떡하죠……."

그렇게 될 거란 사실.

고객센터가 바쁘다는 보고를 듣고도 염 부장은 심드렁하다.

'바보들이라니까.'

만약 철꾸라지를 걸고 넘어졌다면 난항을 겪었을 수 있다.

두 번 연속 특사라니?

변명할 말이 없다.

하지만 눈앞의 화풀이 대상.

마주작은 별다른 논란을 일으킨 적이 없다.

파프리카TV 내에서는 그러하다.

─파프리카TV 본사 다녀왔습니다……

전화로 예정 잡고, 판교 본사에 차 타고 가서 담당자와 1대1 면담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지만 주요 골자는 3줄로 요약되네요

"본인 스스로 복귀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개인의 인생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가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다."

"그들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시청자들에게 보다 큰 재미를 줄 수 있도록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제재 사유가 부족하다거나 그런 이야기까진 생각을 하고 갔는데……

이 정도로 낙관적일 줄은 몰라서 깜짝 놀랐네요 ㅎㅎ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시네요

└프로가 파프리카에서 방송을 하는 것도 기가 차는데 그 프로가 승부조작범이라……

└파프리카TV라는 기업 자체가 맛이 갔나 봅니다

└조작범이든 그놈들 옹호하는 패거리든 전부 다 싫습니다. 그런 사람들 방송 보는 분들도 이해 안 가고요;;;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

BJ들은 직원의 연장선으로 보며 간섭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방관이라는 선택지를 가진다.

파프리카TV는 수익을 최우선으로 본다.

대중의 실망 같은 당장 돈으로 환산되지도 않는 애매한 지표는 후순위다.

─파프리카TV 정말 막장이네요 막장

[박찬우의 방송국. jpg]

[진영욱의 방송국. jpg]

[김참호의 방송국. jpg]

승부조작 가담했던 전프로들……

아니, 범죄자라 불러야 마땅한 것들이 방송국 차려 놨네요지들 선배인 마주작이 데워 놓은 길이 따닷한가 봅니다~└세상 참 막장이네요

└파프리카TV가 그럼 그렇죠

└나쁜 짓을 해야 오히려 돈을 버는 세상 하하

└지들끼리 주작하면 볼 만하겠네요

그러한 파프리카TV의 정책.

문제 투성이의 前프로들을 부르게 된다.

진짜 스타팬들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진다.

정작 프로들은 먹고 살 길이 팍팍하다.

스타크래프트가 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승부조작범들은 편하게 별풍선을 받고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前프로 BJ들 가끔 봤는데……

마주작 옹호했다고 하네요

스타판 망친 장본인을 그러고 싶을까;;

어차피 2군이라 진짜 팬도 아니었고 즐찾 삭제했습니다 └대체 왜 그랬대요??

글쓴이└철꾸라지한테 잘 보이려고 실드 쳐줬나 봐요

└2군 출신 몇몇 방송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돈이 무섭네요└파프리카TV는 원래 질 나쁜 사이트였죠

30대 이상의 높은 연령층.

인터넷 방송에 근본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의 추억까지 더럽히니 환멸감이 치솟는다.

단 한 명의 BJ를 제외하고 말이다.

─모든 BJ가 마주작 옹호하는 건 아니네요

[오정환 방송 캡처. jpg]

스타는 아니고 롤 전프로 BJ인데

철꾸라지랑 마주작 프로로 안 본다고 합니다

└차라리 롤프로가 낫네요

└롤프로 근본 없다고 뭐라 할 게 아니었네요 ㅋㅋ

└당연한 건데 왜 기뻐해야 하는지……

└정신 똑바로 박힌 친구군요?

오정환의 사이다 발언이 심심한 주목을 모으고 있다.

* * *

파프리카TV.

다른 인터넷 방송 플랫폼과 가장 구별되는 점은 前프로 BJ들에 대한 예우일 것이다.

'방향성은 잘 잡았어.'

이런저런 사고가 많은 플랫폼이다.

대외적인 이미지가 빈말로도 좋다고 말하기 힘들다.

학생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프로게이머.

그들을 영입하는 것은 분명 탁월한 판단임이 맞다.

"카페라떼랑 아메리카노 시켜 놨는데 선배님들 먼저 가져가시면 남는 거 제가 마시겠습니다."

"오, 고맙다!"

"잘 마실게. 근데 케이크 하나 시켜도 되나?"

첫 단추가 너무 잘못돼서 문제지.

철꾸라지가 전프로라는 명목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녔다.

'설거지도 전프로라면 전프로니까.'

무엇보다 팬층을 닦아 놨다.

처음 개인 방송을 시작해 얼타고 있는 프로BJ들은 도움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철꾸라지의 입지는 점점 넓어져 간다.

그가 파프리카TV에서 세력을 불린 과정.

"전화 통화로 말씀드린 부분 어떻게 생각해 보셨나요?"

"뭐, 했으니까 나왔겠지?"

"음."

첫 단추를 바꿔 끼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이전 생에서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공을 들여 준비했지.'

광복절 특사의 취소.

그로 인해 벌은 두 달의 시간을 낭비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시간이 필요했다.

계획을 짜고, 일을 진척시키고, 최종 승인을 받는 데까지 말이다.

"나쁠 것은 없지. 팬들도 스타2 활동보다는 좋아할 것 같고."

"동감."

진척시키는 과정.

아무래도 본인들의 의사가 중요하다.

나 혼자서는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일이다.

'택뱅리쌍이라.'

스타판에는 스타판만의 서열이 있다.

워낙 고인물이다 보니 외부에서는 참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장본인들을 만났다.

이빵호와 이세동.

스타판이 막을 내린 이후로 스타2에서 활동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 파프리카TV 스타판이 부흥기에 올라섰거든요?"

"부흥기?"

"마주작이랑 철꾸라지 같은 애들이 논다고는 들었는데."

"그러니까요."

""?""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보다 더 아쉬운 건 팬들.

스타1과 스타2는 팬층이 많이 다르다.

스타1의 팬들이 스타2로 고스란히 넘어간 게 아니다.

선수들 입장에서도 팬들이 그립다.

팬들 입장에서는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가 없다.

'그 중간 다리로 선택된 게 개인 방송이었고.'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다.

프로게이머가 방송을 한다고?

LoL만 해도 2017년 전까지는 현역 프로의 스트리밍이 제한됐다.

돌이켜 보면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다.

그것을 조금 더 빨리 이끌어낸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기 전에.

"좀 까놓고 말씀드리면 그런 병신들도 방송이 잘되는데, 두 분께서 오시면 오죽하겠습니까?"

"오~~!"

"단번에 이해됐어. 좋아! 나는 사실 반쯤 마음 정해 놓고 왔거든."

"나도거든?"

진짜 근본들을 영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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