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화
<택뱅리쌍>
프로게이머의 방송.
'하아…….'
코웨이 스타즈에 소속이었던 박진철은 최근 파프리카TV에서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이유는 뭐 별 거 없다.
─토르가왔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큐 안 돌려?
"토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 이제 돌리려고요."
―힘이 없네
―어제 못 잤음?
―연패해서 그렇짘ㅋㅋㅋㅋㅋㅋ
―이이잉~ 기모링~!
스타1 프로판.
반쯤 과장하면 군대 문화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유대 관계가 친밀하다.
요즘 BJ 하는 前프로들이 많더라?
수입이 꽤 짭짤하다.
진철도 그 이야기를 듣고 방송을 하게 됐다.
'아니, X발 최저임금도 안 나오게 생겼는데.'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생각보다 컸다.
별풍선이 생각보다 잘 터지지 않는다.
밥값 정도는 나오지만 리스크.
프로를 은퇴한 시점에서 나이가 제법 들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안 들 수가 없다.
BJ는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보기 힘들다.
llIIllI : GG
게임을 승리한다.
모르긴 몰라도 상대는 아마추어.
딱히 보람은 없지만, 시청자들은 만족한다.
─괴물코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빡겜하니까 그냥 이기네 ㄷㄷ
"괴물코 님 100개 감사합니다! 이 정도는 기본이죠~"
그마저도 못 받을 때가 더 많다.
자신이 어째서 방송을 하는지.
현자 타임이 올 때가 생긴다.
'누구는 몇천 개씩 받는다던데.'
그것도 자신보다 못하던 녀석이 말이다.
파프리카TV 방송을 괜히 시작한 게 아니다.
프로 시절 설거지들.
위계 질서가 확실한 사회였다 보니 솔직하게 얕본 감이 있었다.
방송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들과 달리 자신의 방송은 잘 되지 않는다.
이제라도 기술이라도 배워야 하나.
방송을 때려 치고 할 일을 찾아보고 있던 시점에.
─철빡이74호님, 별풍선 1009개 감사합니다!
철꾸라지보다 잘하네 ㅋ
"어? 철빡이 님 별풍선 천구개 감사합니다! 철꾸라지요?"
―올 큰손
―철꾸개를 몰라?
―전프로임
―아 STF의 식기세척기 철꾸라지 모르냐고~
난생 처음 보던 '큰손'이라는 게 들이닥친다.
지금껏 받아본 적이 없는 액수를 쏜다.
'아, 걔 알긴 아는데…….'
철꾸라지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진 프로가 있을 리가 없다.
그가 유명해진 과정.
프로게이머라는 신분을 팔았다.
스타판이 쌩쌩하게 돌아가던 5년 전에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아웃이다.
프로가 BJ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망신이라고 보던 시기다.
그런데 간장?
반사회적인 기행을 선보이며 어그로를 끈다.
곱게 보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인생은철꾸처럼님, 별풍선 109개 감사합니다!
철꾸가 前프로BJ들 엄청 잘 챙겨줌
"인생님 109개 감사합니다! 팀이 다르다 보니 별로 안 친해 가지고 연락을 안 해봤거든요."
시청자들이 언급을 한다.
심지어 별풍선까지 쏴준다.
나쁘게 대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런가?'
그것이 몇 날 며칠씩 지속된다.
철꾸라지에게 나쁜 인상을 가졌던 사람도 점차 교화된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철꾸라지가 BJ 하길 잘한 것 같아. 사람마다 재능이라는 게 다른 건데 철꾸라지는 엔터테이너로서 기질이 있었던 거지."
―ㄹㅇ
―괜히 철통령 먹었던 게 아님ㅋㅋㅋㅋㅋ
―철꾸라지랑 경기 해봄?
―프로 시절 철꾸라지 어땠나요!
그럴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이 철꾸라지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나쁜 이야기를 해.
하지만 좋게 말하기에는 걸린다.
본심이라는 것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에밀리아2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님 철꾸 싫어함?
"아니, 뭐 싫어하는 건 아닌데……."
풍을 잠근다.
철꾸라지의 팬들이 압박을 준다.
진철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딱 뛴다.
100개만 받아도 허리가 90도로 꺾어지다가, 단위 수가 다른 맛을 처음 경험했다.
사람이 줬던 걸 뺏으면 미쳐버린다.
'그래, 뭐 까짓 별 거 있나!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방송적 성공.
아니, 자신의 미래와도 연관돼있다.
프로씬에서는 실력이 전부였지만, 파프리카에서는 별풍이 전부더라.
"파프리카에서는……, 아시잖아요? 워낙 대기업이기도 하고, 제가 계속 언급하면 철꾸가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그랬죠."
―코건 맞짘ㅋㅋㅋㅋㅋㅋㅋㅋ
―역전세계 ㅓㅜㅑ
―파프리카에서는 철꾸가 갑임
―풍 쏠 테니 철꾸랑 스폰빵 ㄱㄱ?
아주 조금만 눈을 돌리면 된다.
그렇게 입 밖에 꺼낸 순간 가지고 있던 생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철꾸라지?"
"네, 걔가 방송으로 미친 짓하고 다닌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선배들한테는 깍듯하더라고요."
'좋은 소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자기 자신을 부정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을 꺼낸다.
'나도 철꾸라지 피 빨고 있는데.'
스타 프로씬은 좁다.
세 명도 필요 없이 두 명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다.
"그래? 하긴 프로 욕했다는 이야기는 안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그 정도가 아닙니다."
"그럼?"
"전프로들 방송 시작하면 챙겨주는 애가 걔밖에 없어요."
"오~"
소문이 퍼지기 쉽다.
몇 사람만 포섭하면 글자 그대로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
처음에는 아니올시다~
대쪽처럼 뻣뻣한 사람도 지인의 말에는 쉽게 흔들린다.
마음의 장벽이 허물어진다.
그러한 예가 주위에서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더욱.
"너도 방송해?"
"요즘 솔직히……, 아시잖아요? 스타2 전향 아니면 코치인데 저한테까지는 자리가 안 오죠."
"그러지 말고 자신감 가져."
"고민 많았는데 요즘 방송이 잘돼서 괜찮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타판이 망했다.
본인들이라고 모를 리가 없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챙겨주고 싶은데.'
롤판에서 코치를 하고 있는 전승용.
과거 자신의 팀 소속이었던 선수들을 만날 때마다 가슴이 쓰라리다.
나이 먹고 사회 생활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나이가 있는 입장이다 보니 더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선수들을 챙겨줄 수는 없다.
롤판에 꼽사리 끼는 자신도 눈치가 보이는 형국이다.
"그럼 프로들은 프로들끼리 방송도 하고 그러겠네?"
"네, 특히 철꾸라지가 많이 도와줘서."
"철꾸라지?"
"걔 방송에서만 지랄 맞지~ 만나보시면 착합니다."
상당수의 선수들이 BJ 전향을 하고 있다.
그들의 입에서 철꾸라지의 '좋은 소문'이 흘러나온다.
'마음에 안 들긴 하는데.'
前프로들 사이에서 BJ라는 직업이 주목 받을수록, 철꾸라지의 주가도 올라가게 된다.
승용도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
탐탁지 않을 뿐.
철꾸라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다.
프로 망신이란 망신은 다 시키는 녀석이다.
"코치님도 다음에 방송 출연 한 번 하실래요?"
"뭐?"
"당연히 출연비도 챙겨드리죠~ 코치님 이야기하는 팬분들 많고 해서."
"그래? 생각 좀 해보고."
하지만 생계.
선수들의 사정을 모르지 않다.
직장 알아봐 줄 것도 아닌 자신이 뭐라고 하는 것은 위선이다.
그리고 계속 듣다 보면 교화되기 마련이다.
철꾸라지의 장대한 계획이 첫 단추를 채우고 있었는데.
"근데 기왕 방송을 같이 할 거면."
"네."
"빵호랑 세동이도 파프리카 한다던데 걔네가 낫지 않아?"
"진짜요? 금시초문인데?"
"진짜야."
조금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 * *
철꾸라지.
절대 호락호락한 인간이 아니다.
'철꾸라지가 정말로 멍청하기만 했으면 BJ로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겠냐고.'
자극성 원툴.
어그로만 끌었다면 다른 1세대 BJ들처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라졌을 것이다.
철꾸라지가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인맥이다.
자신이 프로게이머 출신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했다.
─공기밥먹고체함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진짜 이빵호가 온다고??
―ㅓㅜㅑ
―구라면 민심 뒤집어진다
―이빵호는 진짜 전설인데……
―차라리 페이커를 부르는 게 현실성 있음 ㅋㅋ
수년에 걸쳐 교묘히 말이다.
프로게이머들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악마의 제안이었다.
철꾸라지와 어울리지 않으면 텃세를 당한다.
BJ 말고는 달리 할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현실과 타협을 하기로 한 거지.'
철꾸라지가 방송만 끄면 착하다.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시발점이다.
착하기 때문에 어울려도 된다.
베프도 아니고, 방송적으로 얽히는 정도니 이해해 달라.
해당 선수의 팬들도 타협한다.
철꾸라지가 착하지 않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도 쓰레기가 되니까.
<♪♬♪∼♪∼♬♪♬∼♬♪∼♩♪∼♩♬♪∼>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은 이미지 세탁.
상식에서 벗어난 스케일의 계획을 실행했다는 이야기다.
지인 BJ들에게도 취하고 있는 전략이지만, 특히 선수들의 말이 설득력이 있다.
철꾸라지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이다.
―ㅁㅊ
―가슴이 웅장해진다……
―일렉트릭 로미오는 킹정이지!
―이러고 김기효 이런 애들 나오는 거 아니지??
이를 근본부터 무너뜨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타 前프로들이 철꾸라지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게 베이스다.
'돈 문제라는 게 참 어려운 거거든.'
그 구심점이 내가 된다.
상징성이 부족하다면 추가한다.
택뱅리쌍의 선두가 자신의 테마곡과 함께 등장한다.
"전 스타크래프트, 현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이빵호 씨를 어렵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프로게이머 이빵호입니다."
―이왜진??
―팬티 갈아입고 올게요
―와 프로가 파프리카 방송엨ㅋㅋㅋㅋㅋㅋㅋㅋ
―정환이도 프로임 ㅋ
스타크래프트는 정말 고인물이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스타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타는 스타 프로게이머가 해야 돼.'
그래서 초빙했다.
역대 최강의 프로게이며 이빵호.
그 세 글자를 모르는 20대 이상은 흔치 않을 것이다.
"오랜 고민 끝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프로게이머가 아닌 BJ이빵호로서 팬분들과 소통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전부터 있었거든요."
롤판과 달리 스타판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거의 연예인처럼 프로게이머의 행동거지에 신경 쓴다.
그러한 문화가 있었다.
팬들도 선수를 경외시했다.
그렇기에 설득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두 달 정도 있으면 뭐.'
공을 들인 보람이 있다.
이빵호가 개인 방송을 시작한다면 스타판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올 수 있다.
─89년생김민호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최종병기가 나와버리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타는육수님, 별풍선 424개 감사합니다!
ㅇㅅㄱ
─이빵호광팬님, 별풍선 205개 감사합니다!
시그니처풍 205개 채택해주세요!
.
.
.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진다.
사실 합방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이빵호의 이름값이면 성공은 보장돼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성공이다.
다른 前프로들은 철꾸라지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환경의 조성.
스타판 자체가 흥행하고, 지속적인 콘텐츠를 낳아야 한다.
「먹방) 오정환. 최종병기 이빵호 초대석+중대 발표」_ ?81, 891명 시청
그러기 위해 소비된 두 달이다.
모든 밑 준비를 해두었고, 남은 것은 실행에 옮기는 것뿐이다.
다음 BGM이 울린다.
채팅창이 시끌벅적해진다.
한 명의 선수가 입장한다.
또 다음 BGM이 울린다.
채팅창이 또 시끌벅적해진다.
테마곡에 맞는 선수가 입장한다.
―택신 뭔데
―지렸다……
―갈아입을 팬티가 없는뎈ㅋㅋㅋㅋㅋ
―전설 총집합ㅋㅋㅋㅋㅋㅋ
―싸면서 봐 ㅅㅂ
―감사합니다
―다음은 뱅구냐 설마
택뱅리쌍이 한자리에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