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20화 (620/846)

620화

소식은 빠르게 전파된다.

[안내]― 파프리카TV 스타크래프트 멸망전!

안녕하세요 파프리카TV 시청자 및 e스포츠팬 여러분!

최근 스타크래프트 프로 선수들이 개인 방송국을 개설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일에는 나쁜 일도 따르기 마련이죠……

선수들의 불타오르는 경쟁심을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그 내용.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를 만큼 어리숙한 스타팬들이 아니었다.

〔스타크래프트 갤러리〕

―마주작 vs 택뱅리쌍 성립ㅋㅋㅋㅋㅋㅋ [13] +2

―ㄹㅇ '멸망'전이네

―택뱅리쌍 다 나오면 밸붕 아님? [7]

―현재 갤떡밥 스타 멸망전 요약. txt [115] +99

스타크래프트 갤러리.

스타팬과 보라팬의 중간에 걸친 이들에게 가장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져 나온다.

―현재 갤떡밥 스타 멸망전 요약. txt

[파프리카TV 멸망전 공지. jpg]

3줄 요약

1. 前프로들과 승부조작범들 마찰 있음

2. 파프리카TV가 중재

3. 다이다이 ㄱㄱ

└세 줄 요약 개추

└화난 컨셉의 콘텐츠겠지

└프로판 망하고 BJ하는 주제에 폼은ㅋㅋㅋㅋㅋㅋㅋ

└동병상련 해야 하는 거 아니냐? ㅋㅋ

대회의 컨셉부터가 자극적이다.

멸망전.

진 쪽이 끝장이 난다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 내용 또한 그러하다.

프로게이머 대 승부조작범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다.

<어차피 스타판이 망할 때……, 아니 쇠퇴할 때라서 큰 영향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존나 틀린 이야기예요.>

<존나 틀린 이야기요?>

?존나?

?대체 얼마나 틀리면ㅋㅋㅋㅋㅋㅋ

?프로들도 사정이 있겠지

?이빵호: 할 말이 있음

조미료까지 뿌려진다.

오정환의 방송.

파프리카TV 공지가 띄워지기 무섭게 떡밥을 살린다.

택뱅리쌍의 일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빵호가 승부조작 사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사실 판이라는 게 작아졌다가 다시 커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네, 그렇죠.>

<그래서 e스포츠 협회에서 큰 거 한 방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후폭풍.

세간에 알려진 것 이상이다.

1세대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는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수다쥉이킹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시안 게임 채택될 뻔했다고??

<될 뻔이 아니라 거의 확실했어요. 맨날 체육협회 불려가서 스타1이 어떤 게임인지 설명하고 막바지까지 갔는데…….>

<됐으면 롤도 스무스하게 바통 이어나갔을 텐데 안타깝네.>

?ㅁㅊ

?됐으면 이빵호 무조건 면제였네

?이건 진짜 스노우볼이다

?마주작 씹새끼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3년 인천 아시안 게임.

개최국 특권으로 종목 한두 개 끼어넣을 수 있었다.

공군 에이스가 창설될 정도로 당시 e스포츠 분위기가 좋았다.

그것을 대차게 말아 먹었다.

―꼼피셜) 마주작 때문에 스타판 망함

승부조작 때문에 아시안 게임 준비 중이었던 거 다 날아갔다고 함 그래도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는데 하필 탑급 선수이던 마주작이 껴있어서 사태 커지고 ㅈㅈ 침└올려

└아시안 게임은 몰랐네

└스타 관계자들이 이를 가는 이유가 ㄷㄷ

└마주작 이 새끼 업보가 많다……

스포츠계의 승부 조작.

사실 심심찮게 터지는 일이다.

사람인 이상 돈의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

중요한 건 자정작용이다.

빠르게 색출해서 징계하고, 선수들에게 심각성을 인지시킨다.

그런데 탑급 선수가 연루돼있었다.

스타판 자체가 썩었다고 오해해도 무리가 아니다.

―아시안 게임 채택됐으면 ㅈ되긴 했겠네

신인 선수들 대거 유입되고

기존 선수들도 동기 부여 제대로 됐을 듯

└아 금메달 따면 군면제인데 안 할 거냐곸ㅋㅋㅋㅋㅋㅋ└ㄹㅇ 한국인 종특상 무적권 함

└금메달 하나 확보였네 가슴이 웅장해진다

└마주작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아니, e스포츠에 대한 선입견.

안 그래도 깊은 편이었다.

당대 최고의 선수가 아침마당에 나가 조림돌림을 당할 정도로 말이다.

그것을 10년에 걸쳐 공든 탑을 쌓아왔다.

드디어 결실을 맺을까 말까 하던 찰나에 대형 사고가 터져버린 것이다.

'…….'

철꾸라지로서는 얼척이 없다.

지난 1년 동안 칼을 갈고 준비했다.

마주작을 필두로 파프리카의 새로운 질서를 정립한다.

잘 돼가고 있었다.

세탁은 성공적이고, 세간의 반응도 좋았다.

그 이상의 사건이 터질 거라고는 차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정환 이 자식 언제 택뱅리쌍이랑 친분을…….'

마주작만 해도 자신이 삼고초려를 해서 영입한 인물이다.

그런데 택뱅리쌍이라니?

승부조작이라는 대형 사고를 친 마주작과 달리 현 시대를 풍미하는 본좌들이다.

글자 그대로 최강자.

〔염 부장〕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거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사장님이 어느 쪽을 고를지」

「굳이 말 안 해도 알겠지」

그런 먼치킨급 괴물들이랑 경기를 치르게 생겼다.

현재 커뮤니티에서 떠들썩한 이벤트 매치.

자신들을 저격한 것이다.

거부라는 선택지는 없다.

철꾸라지는 염 부장에게 온 카톡을 보고 있다.

'하, X발.'

권고를 가장한 강제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복귀를 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가시방석인 게 사실이다.

언제 어느 때 꼬투리를 잡혀 쫓아낼지 모른다.

마주작과 함께 자신까지 싸잡혀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

꿀꺽!

사실상의 공개 처형.

진다면 공식적인 이벤트에 나오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죽도록 눈치 보일 것이다.

그 이전에 시청자들의 민심이 흉흉하다.

보라판은 민심이 곧 BJ들의 힘인 곳이다.

"이기면 되는 거잖아?"

노심초사하고 있는 철꾸라지를 향해 나지막하게 내뱉는다.

빨고 있던 위스키를 마저 털어 넣는다.

'그게 되면 X발 내가 고민을 하겠냐고!'

유흥주점.

반쯤 취해서 떠들어 대는 마주작을 보며 철꾸라지는 속으로 쌍욕을 내뱉는다.

설마 모를까?

스타판은 롤판과 달리 개개인의 실력 편차가 심하다.

프로들 사이에도 강자와 약자가 분명하게 나뉜다.

"형 은퇴한 지가 언젠데 택뱅리쌍을 상대한다고 술주정을 하고 있어요……."

"나만 은퇴했냐?"

"네?"

마주작은 물론 잘한다.

하지만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고 성층권도 아니라 대기권을 돌파하는 고수들이다.

심지어 은퇴.

4년의 공백은 결코 짧지 않다.

그런 세월의 풍파를 자신만 맞은 게 아니다.

'스타1 프로가 아니라 스타2 프로잖아.'

스타판은 붕괴되었다.

그 후 스타2로 흡수되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연습하는 게임은 당연히 스타2.

후속작이지만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그것을 몇 년 동안 해왔으니 스타1 실력은 녹슬 수밖에 없다.

자신과 마찬가지다.

우둑!

우두둑!

손가락 관절을 꺾는다.

근질근질했다.

승부조작으로 제재를 받은 이후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임을 제외하면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20대 중반의 인간 마주작만 덩그러니 남은 것이다.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네가 나한테 BJ 데뷔를 권유한 게 언제였지?"

"글쎄요. 제가 머리가 빡통이라."

"……."

반년도 더 넘었다.

그 긴긴 시간 동안 오로지 연습에만 몰두했다.

과거 프로게이머 시절을 회상하며 말이다.

아니, 그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거의 집착에 가까운 수준으로 완성시켰다.

'내가 주작만 안 했어도 너희들은 없었어.'

전성기 시절의 기량.

누가 스타판의 진정한 본좌인지 증명할 기회다.

* * *

프로팀 대 승부조작팀의 멸망전.

파프리카TV 시청자들에게는 축제지만, 내부의 직원들은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르르

술이 글라스 안을 천천히 채운다.

원샷 분량.

찰랑거리는 황금빛 액체를 입에 가져다 댄다.

"이사님 덕분에 이런 걸 또 마시게 되네요."

"허허, 늙은이가 얻어먹기만 하면 체면이 안 서지."

"그럼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술.

하지만 염 부장도 이것저것 귀한 것들을 마셔보며 느끼게 되었다.

잔을 한 바퀴 돌리자 표면에서 액체가 느리게 떨어진다.

오래된 술이라는 방증이다.

꿀꺽!

입에 머금자 혀에 받치는 느낌이 무겁다.

삼키자 식도로 꽤 가볍게 넘어간다.

자극도 크지 않다.

40도 초반의 낮은 도수.

그에 반비례하게 피니시는 강렬하다.

"호, 호오오……."

"어떤가?"

"제가 학식이 짧아 얼마나 어떤 술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좋은 술이라는 사실은 알 것 같습니다!"

"허허, 입맛에 맞으면 되는 거지."

맛있는 음식은 배가 고플 때 먹는 음식이다.

하지만 술은 배가 고플 때든, 배가 찼을 때든 똑같은 맛으로 느껴진다.

진짜 맛있는 술.

마시고 난 후의 여운은 감동이라는 두 글자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동시에 특별함을 느낀다.

'홍 이사님이 나한테 이런 걸 준다고? 혹시 나……, 승진하나?'

지금까지 홍 이사님께 정말 많은 조공을 바쳐왔다.

일적으로도 완벽하게 처리했고, 눈 밖에 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 보람이 열매를 맺은 것인지.

염 부장은 흥분에 차오른다.

술 한 잔은 착각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번에 게임 이벤트를 하나 한다고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헤헤……, 대외적으로는 이벤트 매치라고 규정하긴 했는데 사실은 상당히 큰일입니다."

진짜 의도.

이번 멸망전은 단순한 BJ들의 놀이터가 아니다.

양팀의 팀장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졌다.

'e스포츠든 뭐든 그건 알 바가 아닌데.'

철꾸라지는 업체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가 여러 번 대형 사고를 쳤음에도 복귀를 시켜주는 이유가 있다.

오정환은 미묘하다.

말을 잘 듣는 것 같으면서도 완고한 구석이 있다.

홍 이사는 이번 사태로 판단을 내렸다.

"만약 마주작이 진다면 파프리카TV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전에서도 못 나가게 되겠죠~"

"철꾸라지도 입지가 줄어들겠고."

"그, 그럴 수도 있겠죠??"

e스포츠팬들에게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파프리카TV를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

마주작이 정상적인 방송 활동을 못 하게 된다고 해도 남는 장사다.

플랫폼 전체적으로 본다면 말이다.

'그렇게 깨끗한 판이 되면.'

더러운 장사를 하는 데 차질이 생긴다.

철꾸라지가 지금보다 더 입지가 줄어드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럴 바에야 마주작이 이기는 편이 낫다.

e스포츠에는 몰라도 파프리카TV의 수익 증대에는 도움이 된다.

'…….'

염 부장으로서는 입이 바싹 마른다.

홍 이사는 말하는 것이다.

자신의 라인에 서겠냐?

이견을 말한다면 앞으로의 회사 생활이 순탄치 않게 된다.

아니, 그에게 밉보여서 살아남은 사람을 못 봤다.

"이사님의 깊은 뜻은 저도 알겠지만……, 게임 승패는 저희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닌데요."

"허허."

"그게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확률을 높이는 정도이긴 한데."

염 부장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굴러간다.

스타크래프트.

30대 중반인 그도 당연히 해본 적이 있다.

아니, 안 했으면 간첩이다.

대한민국에서 스타크래프트 유행한 건 거의 20년이 다 되었다.

'맵을 유리하게 선정한다면 되긴 할 텐데.'

스타크래프트는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게임이다.

마지막 밸런스 패치가 2001년이니 당연하다.

그래서 맵 의존도가 크다.

즉, 어떤 맵을 선정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진다.

미리 유출해서 연습 시간까지 준다면 더더욱이다.

방법은 분명히 쌔고 쌨다.

이를 실행에 옮기는 건 다른 문제일 뿐.

들킨다면 보통 큰일로 끝나지 않는다.

그만큼 무리한 요구다.

어깨가 지나치게 무거워진다.

염 부장으로서는 생각이 많아진다.

위이잉~

다른 선택지가 생기기 전까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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