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1화
<스타 멸망전>
스타크래프트 멸망전.
그 소식은 일파만파 퍼져 나간다.
이종격투기 ? 「스타판 '주먹이 운다' 열렸음 ㄷㄷ」
樂 SOCCER ? 「스타크래프트가 2년 만에 돌아왔네요」
도탁스(DOTAX) ?
「승부조작범들만 처리되면 딱 좋을 듯!」
e스포츠 하면 스타크래프트의 이미지가 더 강하던 시기다.
야구, 축구 보듯이 본다.
TV에서 볼 거 없으면 자연스럽게 오프게임넷을 틀었다.
그것이 불과 수년 전.
―스타판 '주먹이 운다' 열렸음 ㄷㄷ
[파프리카TV 멸망전 공지. jpg]
마주작 사태 아시죠?
승부조작범들이 BJ 데뷔하니까
진짜 프로 선수들이 빡쳐서 손 봐준다네요 ㅋㅋ
└마주작 묻어버리는 경긴가요? ㅋㅋ
└마빡이들 오열각
└철저하게 밟았으면 좋겠네요
└비공식 리그라 이런 것도 되는구나
하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막을 내렸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그렇다고 완전히 놓아준 것은 아니다.
「PC방 점유율 종합게임순위」
1. 로드 오브 레전드 AOS ?
2. 메이플스토리 RPG ?
3. 디아블로3 RPG ?
4. 스타크래프트 RTS △1
5. 피파온라인3 Sports ▼1
한국 게임 시장 점유율.
스타크래프트는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여전히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하는 게임이 아닌, 보는 게임으로 분류됨에도 말이다.
즉, 잠재적 시청자의 수가 엄청나게 많다.
「스타) 스타멸망전. 스타 멸망전 철꾸라지팀 vs 오정환팀」_ ?126, 891명 시청
그들을 끌어들일 만한 화제.
2년 만에 열리는 스타 리그는 그 도화선이 되기 충분하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스타크래프트 BJ멸망전 시즌1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캐스터 박승철이고요.>
<해설의 김승원 인사드립니다!>
?해설진 ㅓㅜㅑ
?승철좌가 나오넼ㅋㅋㅋㅋㅋㅋ
?이게 얼마만이냐
?X, , 불, , , 오늘 밤 마누라 뒤졌다
스토리텔링까지 자극적이다.
두 팀의 대결.
여러 가지 밑포장을 깔았지만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끝까지 숨길 수는 없다.
<사실 이번 멸망전을 받아들여도 될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거든요.>
<저도 그렇습니다!>
대놓고 언급한다.
스타판을 망하게 한 승부조작 게이머들.
팬들은 분노하지만, 관계자들은 증오한다.
하루아침에 공 든 탐이 날아갔다.
폐국된 NBC GAME의 메인 캐스터였던 박승철은 더할 수밖에 없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자신이 이번 멸망전을 맡게 된 이유.
<저희는 팬분들께서 건전한 e스포츠를 시청해주시길 바라거든요. 오늘 이 자리가 과오를 범한 게이머들이 더 이상 프로의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싶습니다.>
그 개인적으로는 여러 가지 있었다.
생계를 떠나서 스타크래프트 제2의 부흥을 보고 싶다.
파프리카TV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서가 선행돼야 한다.
<개인적인 사견 양해해 주시길 바라며~~ 양팀 선수 소개 들어가겠습니다!>
?오오
?사견이 아니라 관계자 대변 아님? ㅋㅋ
?편파 ON
????: 할 말이 있음
대한민국의 수많은 게이머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지켜보고 있는 멸망전.
그 참가자들도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철꾸라지팀』
?마주작 Z
?진영욱 T
?박찬우 T
?김참호 P
『오정환팀』
?이세동 Z
?이빵호 T
?최명훈 Z
?윤태주 T
양팀의 선수가 화면에 띄워진다.
한 명, 한 명이 우승 경력을 지닌 실력파다 보니 채팅창이 소란스러워진다.
?주작충 4명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런 애들이 주작을 했으니 스타판이 망했지
?리쌍만 나왔네
?택뱅 어디 갔냐 ㅅㅂ
?팽팽하겠는데?
?실력순으로 나온 거잖아 뱅리건 수듄
?ㅊㄲㅇ
양팀 선수들의 처지도 말이다.
빛과 어둠.
쌓아온 커리어는 비슷할지언정 세간의 평가는 180도 다르다.
하지만 이곳은 파프리카TV.
악당도 대스타가 될 수 있다.
그것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BJ다.
<철꾸라지라고 하니 누군가 했는데 이철만 선수더라고요?
<이철만 선수가 아마…….>
<아 그 선수~! 은퇴를 꽤 빨리 했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현재는 BJ로 더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2008년도까지는 프로게이머였다.
보잘것없다고도 말하기 민망한 성적을 거뒀다.
스타 리그가 누군가의 소설이라면 작가가 이름을 짓는 것도 귀찮은 수준.
철구나 철수로 대충 때워지는 존재감이었다.
<이분도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달고 다녔던 걸로 아는데…….>
<철꾸라지팀을 이끌기에 부족함 없는 팀장! 오늘 경기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
?ㄹㅇ 컨셉 제대로 잡음
?말에 뼈가 있네 ㅋ
?쓰레기 모임
?X, , 불, , , 프로게이머 망신은 다 시키는구나!
세간의 지탄.
그와 반비례하게 파프리카TV에서는 인기가 많다.
양아치, 건달을 선망하듯이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쓰레기일수록 더 우러러 보인다.
그 대장격이다.
BJ 하면 떠오르는 아이콘이 될 지경이다.
파프리카TV의 나쁜 이미지 절반 정도는 철꾸라지로부터 파생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I'm picking you~ you what I want~ I want your Tchu Tcha Tcha TchuTchuTcha!」
신나는 노래와 함께 전화가 연결된다.
경기를 치르기 앞서 사전 인터뷰 시간을 가진다.
<엽떼여?>
<팀 멤버가 하나하나가 심상치 않으신데, 팀장으로서 어떻게 이런 팀이 모이게 됐나 한 말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앙 기모띠!>
?기모띠?
?간이 배 밖으로 나왔누
?선수 시절에 저랬으면 처맞았짘ㅋㅋㅋㅋㅋㅋㅋ
?팩트) 128강 광탈이라 본선 나갈 일 자체가 없었다
멸망전에서는 당연한 절차.
하지만 결코 가벼운 질문이 아니라는 사실이 피부에서 느껴진다.
대답 여하에 따라 같은 취급을 할 수 있다.
아니, 이미 관계자들에게 반쯤 찍혀있다.
<제가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연.>
<네, 부디!>
<우리 팀원들이 그놈의 주작을……, 주작작! 주주작! 아니, 주작을 한 건 저도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당. 정말 나쁜 짓을 했어연!>
프로판 떠났다고 승부조작을 가볍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
그런 의심이 싹틀 수밖에 없었다.
'의외로 생각이 있네?'
박승철 캐스터로서도 우려스러웠다.
상상 이상의 병신이면?
대회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 될 수 있다.
오랜 고민 끝에 수락을 한 것이다.
가능하다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본인들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방송 키고 사과도 하고, 머리도 박고, 용서도 다 구했단 말이에용.>
<오~>
<언제까지 사과를 하게 만들 거예요. 막말로 깜방에 들어갔어도 진작에 나왔을 시간이거든요?>
<이미 한 가지가 넘어버렸네요.>
<선수는 경기력으로 말합니다. 아시게떠연??>
?승철좌 흥미진진해ㅋㅋㅋㅋㅋ
?빡친 거 아님?
?화 안 내니까 더 무서워
????: 사고방식 자체가 우리와는 다릅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파프리카TV의 일부 BJ들은 그들만의 세계에 살고 있다.
'다른 의미로 진행을 수락하길 잘했네.'
승철의 시점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차라리 자신이 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최면을 건다.
「우연히 내게 오나 봐~ 봄 향기가 보여. 너도 같이 오나 봐~ 저 멀리서 네 향기가~!」
좋은 결과가 나오길 빈다.
이를 이뤄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에게 전화가 연결된다.
<안녕하세요. 전화 받았습니다.>
<네, 오정환 선수. 오늘 경기에 임하는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각오요? 없는데.>
<없…다구요?>
그런 만큼 기대가 있다.
택뱅리쌍에게 방송을 권유하고, 이런 이벤트에 참가하게 만들 정도면 뭔가 대단한 목표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
너무 뜬금이 없자 캐스터 데뷔 이후 근 5년은 한 적이 없었던 말 더듬는 실수를 하게 된다.
분명 게임 캐스터로서는 완벽했다.
<저는 BJ잖아요.>
<그렇죠! 예, 롤프로 활동은 하신 걸로 아는데…….>
<그래서 BJ로서 시청자분들이 경각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요.>
<어떤 부분일까요?>
현재 멸망전을 보는 시청자.
스타크래프트의 기성팬층도 있지만, 그냥 일반 방송 보듯이 온 파프리카TV 유동들도 있다.
e스포츠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LCK만 해도 해설들이 괴물! 괴물! 동의! 동의! 가볍다.
눈맵 등의 사건도 가볍게 넘어갔다.
승부조작이란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일반 범죄와 동일시하는 우를 범한다.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의 방송을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건이 굉장히 컸습니다! 중요한 부분 지적해주셨어요.>
<그리고 파프리카TV에 약간 스톡홀름 증후군 같은 게 좀 있어요.>
<오~!>
?코건 맞지
?다른 느낌의 오인데?
?스톡홀름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철꾸라지 저격 ㄷㄷ
박승철 캐스터로서는 바라지 마지않던 말.
공감대가 어긋나있는 것이 묘하게 불편했다.
<마블 히어로 악당 좋아하듯이?>
<그런 느낌이죠.>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지 생각 안 하고!>
파프리카TV 특유의 감성은 밖에서 보기에는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있다.
그것을 이제야 알겠다.
<사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범죄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오늘의 경기를 보고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기 승패는 이미 이겼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네.>
<그러니까 각오가 없다. 어차피 이길 거니까?>
?오오
?지렸다……
?타노스가 우주 반 날리는 건 멋있어도 내 집 때려 부수면 용서 못하짘ㅋㅋㅋㅋㅋㅋㅋ? 응 우리팀 리쌍이야~
그 이상의 의도가 담긴 발언이라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한다.
방송에 도가 튼 캐스터라 할지라도 이곳은 전장이 다르다.
'…….'
먼저 인터뷰를 끝내고 공식 방송을 보고 있던 철꾸라지만이 굳는다.
이제 막 BJ 데뷔를 한 애송이들은 모른다.
보라판의 잔인함.
앞에서는 하하호호 웃으면서도 뒤에서 칼 꽂을 준비를 언제든지 하고 있다.
<아니, 뭘 저렇게까지 말을 하냐.>
<프로도 아니고 BJ 하는 거 가지고도 뭐라 하는 건 뇌절이지.>
?오정환 저 새끼 은근히 씹선비임
?내로남불
?지는 뭐 보라 안 하냨ㅋㅋㅋㅋㅋㅋ
?개발라주자 ㄹㅇ
승부조작범들을 저격한 것.
그러한 뉘앙스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도 그렇지만 그 안에는 자신도 포함돼있다.
'X발 내 눈이 맞다니까.'
처음 봤을 때부터 싹수가 노랬다.
괜히 엿을 먹이려고 용을 쓴 게 아니다.
아닌가?
가깝게 지낸 적도 있지만 결국 자신의 판단이 맞았다.
범의 새끼를 키운 것이다.
자신을 향해 이빨을 들이밀고 있다.
<뭘 걱정해.>
<주작형!>
<이기면 되는 거야 이기면. 프로판은 몰라도 인방은 한물 간 프로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면 되는 거지.>
그렇기에 오히려 다행이다.
단순한 이벤트 매치로 생각하고 왔다면 큰일이 날 뻔했다.
'철빡이들이 물로 보이나.'
보라판의 정서.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진다.
세간의 케케묵은 질서가 통하는 곳이 아니다.
아무리 도덕적이고, 대의명분이 있어봤자 지는 순간 발언권 자체가 사라진다.
오정환은 큰 실수를 했다.
먼저 도발을 해왔다.
그만큼 역풍도 세게 분다.
즉, 이기기만 한다면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
그렇게 불난 집에 기름을 드럼통째로 부어 넣는다.
지난 2년간 뒤처졌던 분을 단숨에 역전시키는 것이다.
'홍 이사님도 도와주신다고 했고.'
마주작을 필두로 파프리카TV의 질서를 새로이 구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