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2화
스타크래프트 멸망전.
기존의 프로 리그와 비슷한 룰을 따르고 있다.
『경기 방식』
1경기: 1:1 개인전 (선수1)
2경기: 1:1 개인전 (선수2)
3경기: 1:1 개인전 (선수3)
4경기: 1:1 개인전 (선수4)
(최대 7경기)
마지막: 1:1 개인전 (양팀 팀장)
스타는 1대1 게임이다.
따라서 순수한 실력만으로 결판이 날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스포츠로서 성립한다.
<오정환팀에서는 저그 최명훈 선수가 선봉으로 나왔습니다. 이건 어떤 의미를 가진 기용이라고 보면 될까요?>
<최명훈 선수는 3종족전 승률이 전부 준수합니다.>
<누가 나와도 맞상대가 가능하다?>
<그렇죠!>
<간을 보는 카드로 나온 최명훈 선수였습니다.>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간잽이네ㅋㅋㅋㅋㅋ
?파프리카라고 막 부르네
?선봉은 간잽이 or 승부카드지
?정석으로 가나?
선수가 나오는 순서를 정할 수 있다.
롤에서의 밴픽처럼 감독의 재량에 따라 판도가 달라진다.
<장난이고요. 아마 1세트의 맵 때문이겠죠?>
<그렇습니다. 저그의 성지 안드로메다! 테란과 프로토스 유저들에게 원성이 높기로 자자하죠~>
선수의 성향.
맵의 유불리.
그에 따라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한두세네 가지가 아니다.
감독 성향에 따라 무난한 안전빵을 낼 수도 있고, 저격 카드를 낼 수도 있다.
오정환팀은 무난했다.
〔스타크래프트 갤러리〕
―최명훈 선봉은 자신감이지 ㅋㅋ
저그맵+최명훈
1세트부터 이세동이 나올 리는 없으니 충분히 예상 가능한 기용임이런 뻔한 카드를 꺼낸 이유가 뭘까?
상대가 저격할 수도 있는데 ㅋㅋ
누가 나와도 이긴다는 거임
└당연한 걸 존나 장대하게 써놨넼ㅋㅋㅋㅋㅋ
└진영욱한테 상대 전적 밀릴 텐데?
└ㄹㅇ 박살 낼 생각
└아재들 신났누
실력 우위라는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도박수를 두지 않더라도 이긴다는 것이다.
?최소 부대장 카드각
?찬우가 날빌 한 번 던져 보고 퇴갤하자
?진영욱 테저전 믿을 만한데……
?이젠 최명훈이 위지 ㅋㅋ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선택.
그 도발에 응할 것인지, 아니면 비수를 숨기고 맞대응을 할 것인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어?! 철꾸라지팀의 선봉이 심상치가 않은데요?>
<저그맵이니만큼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래도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는 기용인데요…….>
김승원 해설의 말미가 흐려질 만도 하다.
스타 팀전.
팀마다 전략이 갈릴 수 있지만, 기본 틀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에이스 카드는 당연히 나중으로 미뤄진다.
비장의 수이기도 하거니와 전략적인 관점에서도 그러하다.
<팀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마주작 선수가 1세트에 나왔습니다.>
<이건 본인의 의사가 반영된 선택이라도 봐도 무방하죠. 아무리 감독이 없다고 해도, 그런 기본을 모를 선수들은 아니거든요?>
?에반데
?아 모르니까 주작도 했겠짘ㅋㅋㅋㅋㅋㅋㅋ
?마주작 지면 그냥 끝임
?이건 가오지 ㄹㅇ
상대팀이 가지고 온 전략을 알아내거나, 힘을 빼고 난 후에 출전하는 게 보통이다.
에이스는 세 번째나 네 번째 카드로 많이 사용된다.
'후우.'
첫 번째로 나온 이유.
상대팀 이상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마주작은 철저하게 이길 생각이다.
지난 5년간 백수였다.
아니, 그 이상의 비참하기 그지없는 삶을 보냈다.
백수는 취업준비생이라고 자위라도 하지.
글자 그대로 미래가 없는 인생이었다.
뚜둑, 뚝!
손가락 관절 마디마디를 푼다.
공허한 삶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해왔다.
「We require more minerals. (미네랄이 부족합니다)」
다시 한번 게임을 한다면 어떻게 할까.
정상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방법을 말이다.
머릿속에서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빌드를 구성하고, 시험을 해보는 것.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지.'
게이머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게임뿐이다.
그 게임을 할 수 없는 입장이 돼버린 것이다.
말짱 헛것이다.
승부조작으로 프로게이머 자격을 반납한 시점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이었다.
「The hive cluster is under attack. (군락지가 공격 받고 있습니다)」
기회가 왔다.
5년 동안 상상하기만 해온 것들.
인게임 플레이로 녹여낼 수 있는 자리다.
<마주작 선수 이거 큰일 났는데요?!>
<빌드 싸움이 완전히 갈렸습니다. 오버로드에 스친 저글링 타이밍 보고 아차 싶었을 거예요!>
?ㅈ됐네
?주작따리 주작따ㅋㅋㅋㅋㅋㅋ
?요즘 메타 빠른데
?현역이랑 차이가 크지 ㅋ
저그 대 저그.
약칭 저저전은 서로 똑같은 종족이기 때문에 빌드 싸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12앞으로 너무 욕심을 내고 시작했어요.>
<상대는 9드론이거든요.>
<상극이죠. 이렇게 앞마당 두들기면서 취소만 시켜도 최명훈은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12드론 앞마당은 부유하다.
9드론 스포닝풀을 가난한 대신 템포가 빠르다.
빌드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승리했다.
이후의 진행은 교과서처럼 정립되어있다.
'본진에 성큰 박으면서 기방할 테고, 나는 드론 찍으면서 뮤탈 띄우고 주도권 계속 잡아갈 수 있겠지.'
매우 오래된 게임이니 당연하다.
잡다한 수싸움은 과감하게 생략한다.
최명훈의 머릿속에 떠오른 공식.
그것은 분명 틀리다고 할 수 없었다.
'어?'
다른 선택지를 고르면 진다.
수백수천의 프로 게임에서 증명된 결과다.
그러한 데이터를 무시하는 선택.
최명훈은 모니터를 보며 혀를 찬다.
<드론 다 나왔습니다! 해처리 지킬 생각이에요?>
<이거 지킬 수 있나요? 지키기만 하면 투해처리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긴 한데…….>
상대가 바보 같은 선택을 해왔다.
앞마당을 취소하는 게 아쉽다.
일꾼을 동원하여 수비.
최명훈은 빠르게 판단을 바꿔 뒤로 뺀다.
'빼는 척하면서.'
일꾼이 나와버린 시점에서 이미 손해다.
조급할 이유가 1도 없거니와.
「Evolution complete. (진화 완료)」
저저전의 9드론.
당연히 9발업을 의미한다.
한 번에 쭉 눌러 뽑은 발업 저글링이 떼로 튀어나온다.
타닥! 타닥!
카이팅을 할 수 없는 근접 유닛.
얼핏 속도업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언제 어느 때 판단을 틀어 본진으로 난입할지 모른다.
프로씬에서는 한 가지 더 의미를 가진다.
'…….'
마이크로 컨트롤.
딸피 저글링 빼주면서 숫자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간다.
동시에 틈을 만든다.
왔다 갔다 하면서 저글링 진영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속도 차이 때문에 따라오지 못한다.
줄 세운 저글링들 사이에 구멍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싸먹는 구도가 형성된다.
그러한 사실을 마주작도 잘 알고 있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그래서 상성.
발업링에 휘둘리게 되어있다.
하지만 안 한쪽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한다.
뭉친 드론이 주르륵 튀어 나온다.
본진 미네랄에 렐리를 찍으며 경로에 있던 저글링 사이에서 스탑을 누른다.
푸슉! 푸슉!
진영을 뭉개며 참전한다.
발업링이 방향을 틀지만 드론떼에 길막 당하며 한두 마리가 죽는다.
꾸웩! 꾸웩!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딸피 저글링을 잘 살려왔다는 건, 대부분이 빈사 상태라는 뜻이다.
'어, X발?!'
마이크로 컨트롤 싸움은 작은 차이가 스노우볼로 굴러간다.
당황한 최명훈의 눈앞에 통로가 보인다.
상대 저글링이 죽으며 본진으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이만큼 올인으로 수비했으니 본진에는 성큰이 없을 것이다.
푸슉! 푸슉!
그 판단은 분명 맞다.
의도적인 설계였다는 사실을 중턱까지 가고 나서야 깨닫는다.
때마침 내려오는 드론들에게 가로막힌다.
어찌저찌 올라갈 수 있었던 건 불과 세 마리.
<막혔습니다! 막혔어요?!>
<앞마당 성큰 완성되면서 추가 난입은 힘들어졌고, 이러면 최명훈 선수도 레어 테크로 가야 합니다.>
?와
?이겼는데?
?미쳤다 이건
?마주작 실력 어디 안 갔넼ㅋㅋㅋㅋㅋㅋㅋㅋ
다소의 손해는 입었지만, 12앞 빌드의 부유함으로 커버가 된다.
마주작이 보고 있던 그림이었다.
반년에 걸쳐 감각을 되찾자 구현할 수 있다.
유닛 하나하나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인다.
'발업 취소하고.'
이후의 빌드까지 말이다.
머릿속으로 돌린 시뮬레이션에는 이런 상황도 있었다.
스파이어를 올릴 돈을 마련한다.
뮤탈 타이밍 한 단계 빠르게 끌어올린다.
<뮤탈이 너무, 너무 빠르게 날아오고 있습니다. 스커지 날리면서 반격 시도해보지만 아~!>
<컨트롤 깔끔하네요. 스커지 다 격추되면 답 없죠. GG~>
부랴부랴 뽑은 스커지들.
뮤탈 사거리에 들어옴과 동시에 홀드를 살짝 눌러 하나하나 요격한다.
최명훈: GG
스타팬으로서는 아쉬운 상황.
하지만 결과는 명백하다.
마주작이 최명훈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철꾸라지팀이 오정환팀을 상대로 1점 앞서갑니다. 에이스 카드를 선봉으로 꺼낸 이유를 보여줬다고 봐도 될까요?>
<빌드 싸움까지는 최명훈 선수가 분명 좋았는데 말이죠…….>
?이게 마주작임
?승부조작 ㅇㅈㄹ 하는 애들이 편파 해설하눜ㅋㅋㅋㅋㅋㅋㅋ? 구질구질하다
?그냥 마주작이 실력으로 씹어 먹은 거지 ㅋㅋ
그 여파는 단순한 1패가 아니다.
분위기가 반전된다.
마주작과 철꾸라지 팬들의 발언에 힘이 실린다.
―1세트 보면서 소름 돋은. EU
마주작이 생각보다 잘해서?
아니
떠올라 버렸기 때문이다
전성기 시절……
세상 모든 저그 유저가 그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었는지 승부조작을 한 건 사실이라 치더라도
그 '감동'만큼은 조작할 수 없다
└ㅇㄱㄹㅇ
└명문이로다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 캤지? ㅋㅋㅋㅋㅋ
└마주작 까던 놈들 버로우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프리카TV는 승자 독식의 세계다.
실력만 있다면 그 대상이 누구라도 상관이 없다.
그 실력을 증명했다.
선수 시절 가장 저평가를 받아왔던 저저전에서 말이다.
―드립 거르고 마주작 폼 심상치 않긴 함
마주작의 플레이 스타일이 뭐냐?
바로 '다양한 플레이'였음
다른 선수들처럼 특정 종족전이나 빌드에 강점을 가진 게 아니라 모든 플레이를 기가 막히게 소화함저그 최초로 '본좌라고 불린 이유지 자신의 약점이었던 저저전과 뮤탈 컨트롤까지 마스터했다?
전성기 폼이 돌아왔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음
└꼴랑 1세트 이겼다고 꼴깝은
└마빡이들 버로우 푸는 속도도 기가 막힌데?
글쓴이? 팩트) 져놓고 입터는 위선자들 보단 낫다
└마주작 인성은 몰라도 실력으로 폄하하는 놈들은 주작충들이랑 다를 게 없네~
한때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던 선수다.
중립을 표방하던 잠재적 팬층이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래, 실력이야.'
마주작은 커뮤니티와 채팅창의 반응을 보며 흡족하게 웃는다.
아직 인터넷 방송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곳은 실력의 전부.
자신을 영입한 철꾸라지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외적인 평가가 그토록 쓰레기임에도 인기가 많다.
자신도 그와 똗같은 행보를 목표로 하면 된다.
비록 비공식전이라고는 해도 실력을 만천하에 증명했다.
<와 형님 쥑이네요 진짜!>
<너희들은 구경하고만 있어.>
<선봉으로 나온다길래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했는데…….>
<주작형 실력이면 혼자 다 해먹고도 남지!>
<암픽킹유~ 유노아원트~ 아이원츄 주작작 주주작! 주작작 주주작!>
선봉으로 나오겠다.
고집을 부린 이유이기도 하다.
리쌍의 실력이 만만찮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만약 리쌍을 못 잡아도 이 정도면 흐흐흐.'
결과적으로 지더라도 임팩트만 보여주면 된다.
팀원들도 모르는 마주작의 계획은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