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25화 (625/846)

625화

<프로 vs 일반인>

여덟 번째 경기.

<박승철 캐스터님은 3일꾼 빼고 게임 해보신 적 있으세요?>

<저는 상대가 빼줬으면 하는 입장입니다.>

?ㅋㅋㅋㅋㅋ

?스타 어렵지

?해설자도 어려워하는 갓겜 클라스~

?3마리면 프로도 이길 듯

예정된 결과를 맞을 수밖에 없다.

시작 전부터 큰 우려를 낳고 있었다.

위이잉~!

미네랄을 캐는 일꾼.

누가 봐도 명백히 숫자가 적다.

스스로 죽이는 기행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제가 휴식 시간에 계산을 해봤는데.>

<네!>

<일꾼 두 마리를 빼면 스타팅이 37초 느려집니다.>

<37초면……, 엄청나죠! 프로 레벨에서는 빌드 최적화가 되어있어서 1초, 2초 차이로도 승패가 갈리거든요?>

일꾼 2마리를 빼면 초반 자원 수급이 반토막이 난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치명적인 타격이다.

3마리를 빼면 거기서 또 반토막.

1분 20초가 지나야 상대와 똑같은 스타트 라인에 서게 된다.

끼야아악~!

그리고 거기서 10초가 지나면 저그는 6링이 찍힌다.

한 가지 필살 전략을 쓴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철꾸라지 선수 6링 뛰고 있어요! 이건 막는 게 힘들어 보이죠?>

<아직 배럭 시공도 안 됐습니다.>

?4드론을 대회에서 하네

?졸 렬 하 다

?이빵호를 이기기 위햌ㅋㅋㅋㅋㅋㅋ

?ㅈ됐는데

저그를 대표하는 날빌이다.

스타크래프트 유저라면 반드시 한 번은 해본다.

저그 유저는 그냥.

테란, 토스는 억울해서.

게임을 날로 먹기에 최적화돼있다.

대회에서는 당연히 사용이 제한된다.

일꾼 컨트롤에 도사가 되어있는 게 프로게이머다.

어떻게든 시간 벌어서 기본 유닛 한두 개만 나오면 막는다.

4드론은 뒤가 없는 전략이다.

<그래도 원서치가 안되면 또 모르는 건데.>

<비전이 켜있잖아요.>

<철꾸라지 선수 오버로드 움직이지도 않았어요. 무슨 빨무 하는 것처럼 미네랄 뒤에 차곡차곡 박아 놨습니다.>

하지만 비전.

상대가 뭘 하고 있는지 훤하게 알고 있다.

일꾼을 뺐다 보니 스타트도 한참은 느리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고민도 없이 단숨에 뛰어간다.

여섯 마리의 저글링이 테란의 일꾼을 물어 뜯는다.

어떻게 뭉쳐가며 컨트롤을 해보지만 시간 문제.

마린이 나올 배럭조차 없다.

<아~ 4드론만은 안 오길 바랬는데 아쉽네.>

?진짜 미친놈이야

?빵호가 패널티 해줬더니 운영은 안 하고 꼼수를

?X, , 불, , 어디 사냐 저 자슥!

?컨트롤로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테란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상대가 날빌을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는 있다.

그렇다고 없는 자원 쪼개서 배럭 타이밍을 당긴다?

게임을 이어나갈 최소한의 힘마저 사라진다.

'뭐, 괜찮겠지.'

9발업이나 12앞을 했다면 운영전으로 비벼볼 생각이었다.

흘리는 유닛 잘라먹다 보면 미래가 보인다.

이렇게 된 이상 패배는 확정.

이빵호는 홀가분하게 헤드셋을 내려놓는다.

자신이 할 일은 끝났다.

〔PGR22〕

―철꾸라지는 더 이상 전프로가 아닙니다 [17] +10

―한 명의 e스포츠팬으로서…… [22] +5

―전프로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 걸까요? [38] +19―4드론도 전략으로서 존중하는 편입니다만 [27] +12

팬들 입장에서는 아쉽기만 하다.

특히 오랜 기간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해오던 골수팬들은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전프로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 걸까요?

2일꾼 빼는 건 무시를 하는 처사인데

그걸 좋다고~

더 빼달라 하질 않나

4드론까지 쓰는 치졸함까지 보이질 않나

└승부욕이 없는 거죠. 전프로가 아니라 BJ로 봐야 합니다 └X, , 불, ,

└받아들여 준 이빵호 선수도 아쉽네요

└3일꾼에 비전은 일반인도 버겁죠

핸디캡을 가지고 임했다.

앞선 네 경기가 워낙 임팩트가 있었다 보니 혹시?

너무 버거웠다는 결말을 가졌다.

그도 그럴 게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4드론도 전략으로서 존중하는 편입니다만

승부의 세계에서 치사한 게 어딨나요?

맞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고요

임요환의 3연벙도 대처가 미흡한 콩진호의 잘못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이철만의 4드론은 맥을 달리합니다

스스로 핸디캡을 요구하고 그것을 비겁하게 이용할 생각만 했어요프로의 자세부터 되어있지 않다고 봅니다

└맞습니다. 이번 것은 케이스가 다릅니다

└3연벙도 존중받아야 한다고요? 당시 벙커링은 그 어떤 저그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입석을 감수하며 온 팬들의 박탈감과 보통 저그가 되어버린 콩진호 선수의 애환은 아시는지 └쌍놈의 새끼입니다

└이 글도 불탈 조짐이 보이네요 ㅎㅎ

하지만 최소한 경기 자체는 성립이 될 줄 알았다.

실력 차를 인정하는 모습.

그 비굴함을 안타깝게 본 팬들도 일부 있었다.

그조차 배신을 때린 것이다.

<이빵호 선수가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차원이 다른 실력자인 건 맞지만……, 핸디캡이 역시 좀 과했습니다.>

<제아무리 갓이라고 해도 정상적인 경기는 아니었죠.>

?이건 나도 이기겠다

?BS→SZZZ→A = 승리

?예능을 할 거면 좀 재밌게라도 하든가

?승부조작팀 팀장일 만하네

이빵호의 역스윕으로 쌓이고 쌓인 관심.

철꾸라지 한 마리로 인해 흙탕물이 되어버린다.

경기의 향방도 말이다.

양팀의 선수 카드가 전부 소진되었다.

남은 건 팀장뿐이다.

<이렇게 되면 오정환팀도 팀장이 나와야 되죠?>

<맞습니다. 명목상으로는 에이스 결정전이긴 한데…….>

팀원들과 달리 선수가 아니다.

그나마 철꾸라지는 프로 비스무리한 활동이라도 했지만.

<사전 조사가 미흡한 부분 미리 사과 말씀드리는데, 오정환 선수가 방송 콘텐츠로 스타크래프트를 자주 진행하는 편인가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안 하는데

?3년 봤는데 한 번도 못 봄ㅋㅋ

?기본은 하지 않을까?

?그래도 프로 출신인데……(롤)

오정환은 스타크래프트와 연관된 부분이 없다.

LoL의 전프로.

e스포츠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그것이 스타 실력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기껏해야 게임 재능 정도다.

고인물이 되어버린 스타크래프트는 SSS급의 재능이 있더라도 피나는 노력 없이 고수가 될 수 없다.

―일반인도 전략 하나만 죽어라 연습하면요

준프로를 이길 수 있을까요?

물론 '4드론' 같은 날빌 제외하고요

철꾸라지를 준프로라고 친다는 가정 하에……

└글쎄요. 가망 없어 보이는데

└10판 하면 1~2판은 이기지 않을까요?

└아무리 준프로라고 해도 일반인 상대로 지면 연습생 관둬야죠└에바가 참다랑어급 참치입니다 ㅎㅎ

초단위로 맞추는 빌드와 상황별 판단.

실력 이전에 암기의 영역이다.

실전에서 녹여내려면 연습량도 필요하다.

그 외의 부분까지 생각하면 산더미다.

오정환이 경기를 치른다는 소식에 스타판 팬들은 뒤집어진다.

―수치로 보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2004년 정도까지만 해도 우승권에 가까운 선수들의 평균 APM이 200초반이었습니다.

2006년경에 오면 우승권 선수들의 APM이 300초반으로 올라갑니다.

2009년 이후로는 300중후반에서 400초반까지 올라갑니다.

이영호 선수나 김택용 선수 같은 경우는 순간 최대 APM이 500초반에서 후반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에 헛손질이 없습니다.

공방에서 60% 승률의 아마추어는 보통 APM이 100 후반 이거나 200중 초반까지입니다. 이것도 헛손질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단순 수치로 보아도 같은 시간에 컨트롤할 수 있는 양이 최소 3배 최대 5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이 능력의 차이는 실제로 전투 시의 상성이라는 걸 무시할 정도의 힘이 납니다.

└와 어마어마하네요

└순수 피지컬만 따져도 어른과 아이……

└래더 해보신 분들은 알죠. 헛손질 없이 APM 200 나오기도 힘듭니다 └준프로도 요즘은 300 가볍게 넘습니다

그 차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의 경우가 있는 여타 게임들과 달리 스타는 바둑이나 장기 같은 영역이다.

초보가 고수를 이기는 경우의 수?

핸디캡이 무지막지하지 않는 이상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오정환 선수 최후의 최후의 세트까지 오게 되었거든요? 팀의 승패가 어깨에 걸리게 되었는데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셔야죠. 네.>

경기 시작에 앞서 인터뷰.

정말 많은 것이 걸린다 무대다 보니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게 된다.

'…….'

'…….'

해설진도 말이다.

설마 이런 상황까지 올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밸런스를 위해 택뱅리쌍 중 두 명만 출전.

그렇다 하더라도 실력 차이가 어마무시하게 난다.

스타 팀전을 진행해본 당사자들이기에 더욱 잘 알고 있다.

단 한 명의 에이스가 한 팀을 이긴다.

이세동과 이빵호는 그것을 하고도 남는다.

때문에 마지막 차례가 올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스스로 핸디캡을 지더니 결국은 지고야 말았다.

아무리 반쯤 예능이었다고 해도, 승부조작범들한테 지는 건 대망신이다.

<김승원 해설입니다. 혹시 스타크래프트를 하신 지 어느 정도 되셨나요?>

<초등학교 때 많이 했죠. 학교 원탑이었는데 제가 메이플로 넘어가는 바람에 스타판이 쇠퇴한 걸 생각하니 아쉽습니다.>

<아, 네…….>

?전직 선택지 뭐냐궄ㅋㅋㅋㅋㅋㅋㅋ

?아 메이플은 못 참지 ㅋ

?해설 얼굴 맛탱이 갔는데?

?그저 ^면^

그 판을 벌린 장본인이 해맑게 드립이나 치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간다.

경기 시작 전에는 무조건 이긴다!

입 번지르르한 소리까지 한 주제에 말이다.

'역시 BJ는 BJ인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승부조작범들과의 사투를 가볍게 취급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e스포츠 관계자들의 직업 정신, 그리고 애착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이상이다.

허허벌판의 토지에 불과 20년 만에 세워졌다.

심지어 한 번 무너졌다.

언제 어느 때 또 비슷한 사태가 생길지 모르다 보니 과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불안 속에서 경기가 시작된다.

* * *

철꾸라지의 방송.

―철빡이인생님, 별풍선 1009개 감사합니다!

이빵호 처바르는 철꾸라지 클라슼ㅋㅋㅋㅋㅋㅋ

"철빡이인생 님 철꾸개 앙 기모띠!"

?풍력 보소

?이게 철꾸라지짘ㅋㅋㅋㅋㅋㅋㅋ

?일꾼 3기에 비전은 추한데

?이긴 게 중요한 거지 ㄹㅇ

축제 분위기다.

현존하는 최고의 프로게이머라 불리는 이빵호를 이겼다.

'솔직히 좀 추하긴 했는데.'

제대로 된 과정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핸디캡은 요구하고, 날빌을 써서 승리했다.

―철프리카님, 별풍선 109개 감사합니다!

승리 시 3만 개 콜?

"철프리카 형님 3만 개 미션 나이따아아아아아아아~~!! 제가 반드시 승리해서 철와대 재건하겠습니다 형님!"

팬들도 그걸 몰라서 열광하는 게 아니다.

승리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오정환.

방송적 숙적이다.

이런 큰 이벤트 무대에서 승리를 거둔다?

파프리카TV의 대세가 바뀌게 된다.

그것이 99% 확정이 된 상황이다.

'니가 아무리 지랄똥을 싸봤자 스타에서는 나 못 이겨.'

괜히 프로까지 해먹은 게 아니다.

일반인과는 격이 다른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맵.

이전 판에서도 재미를 봤다.

직선 거리가 짧아서 4드론을 하기 좋았다.

이번 맵도 유리한 곳이 걸릴 것이다.

실력도 하늘과 땅.

방심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질 리가 없다.

―철빡이74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철꾸도 핸디캡 할 거임?

"마아아아아아아!!"

?하겠냐?

?3만 개가 걸려있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

?죽어도 안 하지

?상대 오정환임

2년 동안 쌓인 원한.

그 모든 것을 풀어낼 기회다.

철꾸라지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참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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