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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627화 (627/846)

627화

일반인과 프로의 대결.

승산이 0%인 것은 결코 아니다.

<극단적인 예로 벙커링이나 전진 배럭 같은 걸 하면 승산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아직까지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만…….>

―SCV가 안 나가는데

―서치도 안 함ㅋㅋ

―애타네

―이기고 너 개못하잖아 시전해야 하는데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스타크래프트는 빌드 상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부자 빌드 vs 가난 빌드.

그 정도가 컨트롤로 만회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프로게이머도 별 수 없다.

무난하게 간다면 승산이 희박하다.

아니, 최소한의 승산마저 사라진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프로의 경기를 수만 번 이상을 본 해설자들은 데이터 수준으로 알고 있다.

오정환이 이길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

그래도 본인이 자신감이 있었고,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니 기대를 걸어봤다.

엄청난 전략을 준비해왔을 수도 있다.

위이잉~!

평범하다.

본진에 배럭을 올리며 가스를 채취하고 있다.

초반 러쉬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은 명백해졌다.

<날빌이 아니라면 타이밍 러쉬의 가능성이 높겠죠?>

<스파이어 직전에 승부수를 노리는 것도 분명 가능은 합니다…….>

―왜 이렇게 쇼부만 예상해

―해설자들 존나 초조하게 보넼ㅋㅋㅋㅋ

―스팀팩 빨고 들어가자!

―사라 히아알~!

그다음 예상할 수 있는 건 타이밍 러쉬.

빌드 최적화를 연습해왔다면 또 못해볼 것은 없다.

'십중팔구 안 먹힐 텐데.'

보통 한 끗 차이로 갈리게 된다.

프로에게는 있고, 일반인에게는 없는 판단력과 컨트롤로 말이다.

'이 자식이 프로게이머를 뭘로 보고.'

철꾸라지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썩어도 준치라고, 썩어도 준프로라는 걸 보여줄 작정이다.

끼야아악~!

자신이 울부짖는 소리가 아니다.

태어난 저글링이 위풍당당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행님들 제가 왜 9드론 하는지 아세연? 날빌 절대 안 당해줄 거니까!"

―ㅋㅋㅋㅋㅋㅋ

―역시 프로는 프로네

―쇼부만 안 당하면 절대 안 지지 ㄹㅇ

―후반 가면 무적권 이김

안정적인 운영.

절대 도박수를 두지 않는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이기는 전략을 사용한다.

'장기전 가면 질 수가 없어!'

철꾸라지는 스타크래프트를 콘텐츠로서 시청자들과 많은 게임을 해봤다!

철꾸라지를 이겨라! 이런 식.

당연하게도 승률이 100%일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별의별 꼼수를 다 써오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것도 있다.

아무리 불리해도 장기전으로만 가면 무조건 이기게 되어있다.

두두두―!

저글링 6마리로 찔러본다.

마린과 일꾼들이 나와있다.

정찰을 왔으니 당연히 알 테지만.

'이렇게 압박만 줘도 자기 할 거 못한다니까?'

프로들은 다 안다.

상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노출된 정보와 시간을 토대로 추측할 수 있다.

일반인은 눈을 감고 걷는 것처럼 언제 어느 때 상대가 어떻게 올지 모른다.

겁까지 주면 제 발에 걸려 넘어진다.

"마! 한다이 뜨까? 이 새끼 쫀 거봐~ 난 지금 끝낼 생각 없는뎅."

―일꾼 튀어 나오네 ㅋㅋ

―일반인이 프로랑 붙는데 쫄 수밖에 없지

―오하다 추정환

―냄비 안의 개구리다 이 말이야~

저글링을 신경 쓰다가 유닛 못 뽑고, 인구 막히고 그러는 것이다.

도발을 할 겸 일부러 깔짝깔짝 맞아주고 있었는데.

퉁~ 파앙!

난데없이 벌쳐가 튀어나온다.

골려줄 생각만 하고 있던 철꾸라지는 빼는 반응이 늦었다.

'아이 씨!'

스타크래프트에서 유일하게 저글링보다 빠른 유닛.

심지어 무빙샷이 가능하다.

―좀 치는데?

―롤프로라 유닛 컨트롤은 살아있네

―저글링 너무 아깝다

―철꾸 당황했눜ㅋㅋㅋㅋㅋㅋ

본진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부분 잡힌다.

심지어 앞마당에서 드론까지 한 기 잃었다.

'짜증 나게 하네……. 원스타 운영이야?'

하지만 머리는 냉정하다.

프로와 일반인의 가장 큰 차이.

쌓이고 쌓인 경험에 의한 대응력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해도 데이터가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최적의 대처인지 꺼내 쓴다.

"성큰 하나 박고 이제부터는 째면 돼. 벌쳐 뽑았으면 뭐야? 마린메딕 한 부대 못 나오지."

―오올

―빡구 모드 ON

―오정환 손해임 철꾸가 진지하게 하게 만드네 ㅋㅋ

―이미 진지한 거 아님?

이미 히드라리스크 덴를 올리고 있다.

레이스가 와봤자 히드라를 찍으면 깔끔하게 막는다.

'나 프로게이머 이철만이야.'

어디서 근본도 없는 LoL?

이상한 게임에서 우승컵 한 번 들어봤다고 다가 아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우습게 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만들어준다.

속으로 껌을 씹고 있었는데.

'뭐, 뭐야?'

벌쳐 세 기가 달려오고 있다.

레이스 생각에 오버로드를 돌려 놓고 있던 철꾸라지는 체크가 늦었다.

낼름! 낼름!

성큰을 무시하고 본진으로 달린다.

히드라가 부화되기 전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아니, X발 저그전인데 3벌쳐가 왜 나와!"

―개뜬금없네

―드론 도망챠ㅑㅑㅑㅑㅑ

―아니 뭔 빌드야 저건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초보니까 가능한 발상……

손쉬운 승리를 장담했던 경기가 묘하게 흘러간다.

* * *

일반인이 프로를 못 이기는 이유.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전략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상황마다 다른 전략을 써야 되는데, 그걸 어떻게 암기하고 어떻게 숙련도를 높일 거야.'

그냥 불가능하다.

날빌을 써도 웬만하면 막히고, 후반에 가면 무조건 진다.

하지만 한 가지 전제 하라면 승산을 논할 수 있다.

두두두―!

한 가지 전략만 연습하는 것.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이미 조성되어있다.

―링 벌써 와?

―타이밍 보니 9드론인가 보네

―날빌 안 하길 잘한 듯 ㄷㄷ

―입구 뚫리면 안돼요!

앞선 게임으로 날빌의 무서움을 몸소 겪었다.

상대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그러니까 일꾼을 째지 않겠지.'

초반 빌드가 강제되는 것이다.

즉, 상대가 초반에 뭘 할지 알고 시작할 수 있다.

퉁~ 파앙!

그리고 상대는 내 빌드를 모른다.

벌쳐가 적 저글링을 반갑게 맞이한다.

꾸웩!

꾸웩!

따라가서 홀컨으로 하나하나 죽인다.

흘리는 유닛들을 맛있게 받아먹는다.

'이미 9드론이라는 가난한 스타트를 한 상황에서.'

아차싶을 것이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운영.

드론을 째면서 안정적으로 테크를 올리고 싶겠지.

「Alright! Bring it on! (좋아! 다 덤벼!)」

역으로 견제를 준비한다.

벌쳐를 3기까지 모으고 출격시킨다.

가는 길에 오버로드 한 마리 마주치지 않는다.

'프로니까 실수하게 되는 부분도 있어.'

프로들끼리 심리전이 괜히 먹히는 게 아니다.

이 타이밍에 벌쳐가 나온다고?

그럼 원팩 원스타 운영이겠네.

자연스럽게 결론을 내리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전략 중에서 상대의 전략을 유추하는 것이다.

낼름! 낼름!

아예 다른 전략을 쓰면 뇌정지가 와버린다.

입장료를 낼 것도 없이 성큰을 쌩까고 지나친다.

퉁~ 파앙!

원샷 원킬.

본진으로 들어가 드론을 잡는다.

앞마당으로 빼지만 재미는 충분히 보고도 남았다.

"프로까지 하셨다는 양반이 이건 모르셨나 보네."

―벌쳐 실화냐

―어케 아누 ^^ㅣX련ㄴ아

―3벌쳐는 선 넘었짘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통하네

물론 나 혼자만의 힘으로 짠 전략은 아니다.

한 달 동안 택뱅리쌍과 머리를 맞대고 최적화시켰다.

《나 같아도 9풀부터 올리고 생각하겠지.》

《날빌 막으려고 저글링 뽑았는데 벌쳐 나오면 당황스럽긴 하겠다.》

《초반은 확실히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을 만해!》

도박수와 전략은 한 끗 차이.

전문가들의 동의를 받는다면, 실전에서도 높은 확률로 통한다.

《근데 그래봤자 타이밍 못 잡으면 게임 못 끝내는데?》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지만 말이다.

초반에 아무리 재미를 봐도 결국.

'후반에 가면 운영으로 져.'

그 핵심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긴 시간을 연습했던 것이다.

《원팩 원스타를 가는 척하고 메카닉으로 쇼부를 보고 싶다고요?》

《네.》

《뭐, 안 될 건 없는데……. 저그 상대로 메카닉은 잘 안 쓰는데.》

스타크래프트의 전략.

프로 리그의 마지막과 함께 막을 내린 것이 결코 아니다.

'파프리카TV 이후로 개발된 것도 있어.'

마른 걸레도 짜보니까 물이 나온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저그전의 메카닉과 1/1/1이다.

《어? 해보니까 나름 괜찮네.》

《이거 막기 좀 까다롭다.》

《빌드 최적화 좀 시키면 가능성 있어 보여!》

원팩 원스타는 벌쳐와 레이스로 저그에게 방어를 강제한 뒤, 앞마당을 활성화시키는 운영 빌드다.

그것이 1/1/1이라는 견제형 빌드로 재발굴된다.

'이빵호가.'

본인이 개발했던 것이니 본인이 연구를 하면 아다리를 끼워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1/1/1인 척하는 메카닉으로 연결된다.

「Goliath online. (골리앗 가동)」

상대는 있지도 않은 레이스와 쉐도우 복싱을 한다.

그사이에 3팩토리에서 골리앗을 모아나간다.

타당, 탕!

적 뮤탈이 뜨는 타이밍이다.

짤짤이 견제를 하러 꽤나 먼 거리를 행차하셨다.

슈우웅~!

슈우웅~!

사거리가 3배나 되는 골리앗으로 맞이해준다.

기껏해야 마린을 기대했을 상대.

―개처맞넼ㅋㅋㅋㅋㅋ

―폭발형이라 아프지는 않을 텐데 와

―뮤짤 어케 하누

―많으니까 막을 수가 있구나

군데군데 터렛 공사도 해두었다.

수월하게 막고 진출 타이밍을 잡는다.

「Research complete. (연구 완료)」

방어 1업 타이밍에 말이다.

골리앗 한 부대가 위풍당당하게 진격한다.

뮤탈이 회군을 하고, 저글링과 히드라가 모습을 드러낸다.

한타를 할 생각이다.

'교전인가 아무튼.'

유닛간의 상성이란 면에서 질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그렇지가 않다는 이야기다.

슈우웅~!

슈우웅~!

카이팅을 하며 뮤탈부터 점사.

반쯤 걸레짝이 돼있던 탓에 우수수 떨어진다.

저글링과 히드라의 공격은 몸으로 받아낸다.

방업을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안 그래도 메카닉이라 기본 방어력이 1인데.'

방업까지 하면 상성이 없어진다.

정면 한타를 깔끔하게 승리로 장식한다.

그리고 진격.

성큰밭이 지어지고 있다.

구태여 무리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미 찢어지게 가난한 상태에서 소모전까지 펼쳤으니.'

내가 프로 선수들처럼 자세하게 알 수는 없어도 대략적인 짐작은 가능하다.

이 구도만 몇백 판을 했으니 말이다.

여기서 무리하게 끝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방업 골리앗은 유닛을 상대로는 강하지만 성큰한테는 얄짤이 없다.

무리하게 끝을 보려다가 지금까지 본 이득을 페이백 할 수도 있다.

「Ready to roll out! (준비 끝났습니다!)」

그다음 수도 이미 준비 중이다.

한 가지 전략만 연습하면 일반인도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5팩, 2스캔, 공업 타이밍.

2부대를 모아서 진격하면 끝이다.

그 이세동도 막지 못했으니 철꾸라지라면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실전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

승부사 기질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묘수를 찾아낸다.

그렇기에 '실전에 강하다'라는 말이 통용된다.

철꾸라지가 그런 기질이 있을 가능성.

없기 때문에 128강따리로 프로 인생을 끝마친 것이다.

따랑땅~ 땅땅♪

스캔을 돌려보니 별 거 없다.

미네랄 덩이에 전부 일꾼을 못 붙여둘 정도로 가난하다.

'성큰을 5개씩 박았으니 당연한가.'

이미 경기는 9할 이상 기울어졌다.

철꾸라지 본인의 방송 인생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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