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29화 (629/846)

629화

경기의 승리.

그 가치는 이루어 표현하기 힘든 수준이다.

―리오레아재님, 별풍선 20000개 감사합니다!

잔금 ㅎ

"회장님 2만 개 또 감사합니다! 총 5만 개 너무 감사드리고 저의 승리 믿어주신 무한한 신뢰에 보답하게 되어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안 믿었는데?

―믿었으면 걸었겠냐곸ㅋㅋㅋㅋㅋㅋ

―안전자산인 줄 알았는데 ㅋㅋ

―개돌았다

정말 쉽지 않은 경기였다.

아무리 여러 가지 준비를 잘 한다고 해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해봐야 아는 것이다.

그 결과가 좋았다.

노림수가 제대로 먹혔다.

나로서도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다.

'진짜 걸린 게 많아.'

별풍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당연히 받으면 좋지만, 그 이상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PGR에서옴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정환 선수!!

―스타하는회사원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응원한 보람이 있네요^^

―라떼는스타함님, 별풍선 300개 감사합니다!

경기 승리 축하드리고 하시는 일 다 잘되실 바랍니다~~.

스타판의 조성.

보라판이나 롤판처럼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그 이상이지.'

연령층이 높다.

팬심도 깊은 편이다.

따라서 '풍력'이 받쳐준다.

"스타 커뮤니티에서 오신 분들도 별풍선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선수들에 비해 경기력이 좋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응원해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재들 뭔데?

―경기력 훌륭했습니다~ 나빴던 건 오히려 저그 쪽이죠―메카닉 전략 잘 봤어요!

―채팅창 머머리 비율이 많아진다

스타판은 높은 성장 가능성을 지녔다.

이전 생에서는 한 가지 문제 때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뭐, 철꾸라지지.'

스타판 아재들.

철꾸라지의 저질스러운 방송에 면역이 있을 리가 없다.

저놈 저저 당최 무슨…….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차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다.

프로게이머들이 파프리카TV에 이주했음에도, 기존 팬층들은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이다.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했다.

―30대준프로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저그전 메카닉은 어떻게 사용하게 되신 건가요?

"아 안 그래도 설명을 하려고 했어요."

그 첫 단추를 제대로 꿰었다.

철꾸라지가 없는 스타판이 조성된다.

파프리카TV를 보지 않을 이유가 사라졌다.

"즉흥적으로 꺼낸 게 절대 아니고, 제가 한 달 동안 선수분들에게 조언을 얻어서 완성시킨 빌드에요. 상대가 잘 당해준 감도 있죠."

―오

―택뱅리쌍이 조언해줬으면 ㅇㅈ이지

―정말 전프로 실력이 아니더라고요 ㅎㅎ

―철꾸라지 그놈 족쳐줘서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럼에도 진입 장벽은 있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걸 안 하려고 한다.

개인 방송에 친숙해질 계기가 필요했다.

'누구 한 명 족치는 것만큼 좋은 게 없지.'

파프리카TV에 대한 반감.

다 철꾸라지 탓이었던 걸로 돌리는 것이다.

공공의 적으로 만든다.

기왕 족칠 거면 나쁜 놈을 족쳐야지.

본인이 과오를 저질렀던 만큼 억울할 것은 없다.

투두두―!

리플딸을 한 번 안 치면 섭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스타판에서 내 인지지도 자리 잡아본다.

"그냥 골리앗이 아니고 방업 골리앗이라서 저글링 데미지는 박히지도 않아요. 이 타이밍 찌르기가 진짜 셉니다."

―아 방업이었구나

―ㅁㅊ

―저글링 뮤탈로는 때려 죽여도 못 잡겠네

―그래서 공업이 아니고 방업을

저그전의 메카닉 빌드.

굉장히 강력하면서 파훼하기 힘들다.

이를 내 이름으로 낸다면 두고두고 효자 노릇을 할 것이다.

'원래 이빵호 것이긴 한데.'

최강의 테란 선수로 노력의 아이콘으로도 유명하다.

손이 찢어지고, 팔을 수술해야 할 만큼 열심이었다.

하지만 BJ 데뷔 이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쉽게 돈 벌 생각에 사기 코인에 손을 대고 말았다.

급격하게 변해버린 것.

BJ세계에서는 딱히 드물지도 않다.

윗물이 워낙 썩어있기 때문이다.

늦바람이 더 무섭다고, 게임밖에 모르던 청년한테는 너무 자극적이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불 보듯 뻔하다.

―겨자완두콩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이건 진짜 정환이가 창시자네 ㄷㄷ

"오정환식 테란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렇게 될 수 있는 시발점에서 구제해줬다.

철꾸라지와 엮일 일 자체가 사라졌다.

이 정도는 받아가도 될 것이다.

투두두―!

퍼엉! 퍼엉!

GG를 받아내기 직전.

1/1업 골리앗, 탱크 부대가 불을 뿜는다.

저그가 오는 족족 붉은 팥죽이 돼서 터져버린다.

"컨트롤이 딱히 필요 없다는 것도 좋더라고요. 바이오닉 컨트롤은 아직 제가 미숙한 면이 있어서."

―어택땅=승리였지

―컨트롤까지……

―진짜 프로 이기려고 작정한 빌드를 만든 거네

―바이오닉은 몸이 종잇장이라 힘들긴 해

저그전 메카닉 빌드.

테저전의 정석 빌드로 자리 잡게 될 만큼 훌륭한 빌드다.

스타판의 재부흥과 함께 큰 화제가 될 것이다.

'물론 파훼법은 있지.'

무거운 메카닉의 특성상 멀티 견제 능력이 빈약하다.

벌쳐를 써도 심시티만 잘하면 치명적인 피해를 못 준다.

차후 이것을 알게 된 저그들이 대놓고 짼다.

그 어떤 빌드도 무적일 수 없는 것이 스타크래프트다.

철꾸라지 님이 게임에서 나갔습니다.

적어도 철꾸라지를 상대로는 차고 넘쳤을 것이다.

메카닉 테란의 한 방은 프로토스처럼 묵직하다.

어설픈 저그는 못 막아내기로 악명이 높다.

정말 여러 가지를 고려한 끝에 고른 전략이다.

―무관귀신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는 스타 프로 했어도 잘했을 듯

"그렇진 않아요. 스타랑 롤은 필요한 능력치가 달라서. 스타가 장군이면 롤은 장수. 대충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해하시죠?"

―이해 완료

―ㄹㅇ 스타는 전략을 만든다는 느낌이 있었지

―롤=무력겜

―그래도 잘했을 거 같은데 ㅋㅋㅋ

프로들의 교전 컨트롤은 섬세하다.

일반인이 보기에 단순히 어택땅을 누른 것 같아도 사실 부대 단위는 물론이고 유닛 하나하나의 점사와 스탑 컨트롤까지 이용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게다가 실전이니까.'

갑자기 손이 미끄러져도 이상하지 않다.

바이오닉은 러커 한 마리만 잘못 봐도 유닛이 부대 단위로 갈려 나간다.

생산까지 동시에 하다 보면 반드시 실수를 저지른다.

그럴 바에야 단단한 메카닉으로 한 방에 게임을 굳힌다.

〔PGR22〕

―소문의 메카닉 한 번 써봤습니다

―저그전 메카닉은 입스타인 줄 알았는데……

―래더A 저그가 바라보는 저그전 메카닉 장점과 단점

―저는 스타크래프트의 빌드 싸움이 아직 끝이 아니라고 봅니다 .

손 느린 아재들도 좋아할 만한 빌드.

화제가 된다면 스타판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에너자이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근데 만약 막히면 뭐 했어야 함?

"글쎄요. 1/1업 타이밍이 막히면 진다는 생각으로 들어간 거라."

―없었다고??

―진짜 올인이었넼ㅋㅋㅋㅋㅋㅋ

―하긴 프로 상대로 운영은 ㅎ

―철꾸라지는 어차피 못 막아서 ㄱㅊ

이후의 운영과 발전도 말이다.

내가 준비한 건 딱 중반 타이밍까지였다.

'이후로도 당연히 있겠지.'

메카닉 자체가 저그전의 최종 빌드다.

탱크가 엄청나게 많아지면 다크 스웜도 무시한다.

그 운용이 쉽지가 않을 뿐.

선수들이 무서운 건 같은 병력도 비율이 조금씩 다르다.

상대 병력 구성을 보고 조절하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체제 전환이 조금씩 이루어진다.

체제 전환도 어렵지만, 그 사이에도 놀라울 정도의 디테일이 숨어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내가 스타를 잘하진 못해도, 얼마나 어려운지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따라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자만해서 운영 갔으면 졌을 수도 있어.'

아무리 철꾸라지라도 준프로는 준프로.

일반인과는 몸에 쌓인 기본기가 다르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을 할 것이다.

〔개인 방송 갤러리〕

―현재 포스로 오정환이 전플랫폼 1위임 +1

―철꾸라지 현재 심정 3줄 요약. txt [72] +112

―철꾸라지가 개빡통 대가리인 이유 [5]

―철빡이로서 철꾸라지에게 마지막으로 해주는 충고 [21] +37.

이미 엎질러진 물.

여파는 본인이 생각한 이상으로 번져나갈 것이다.

* * *

멸망전의 패배.

'…….'

철꾸라지는 두문불출하고 방에 틀어박혀 있다.

방송으로는 쿨찐짓을 했어도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철꾸라지 현재 심정 3줄 요약. txt

[개구락지짤. jpg]

예능으로 대충 한 거라구욧!

방송으로 살리려고 했다구욧!

믿어 달라구요!!!!! 빼애애애애애애액!!!!!!!

└그냥 아직까지도 시청자들을 ㅈ로 알고 있음 이 새끼 ㅋㅋ└님 근데 혹시 어디 팬덤이세요?

글쓴이― 어디 팬덤인 게 뭐가 중요해 철빡이 새끼야

└아니 스타에서도 지면 대체 뭘로 이길 수 있는데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로 패배.

더 이상 정신 승리를 할 건덕지마저 사라졌다.

파앙! 파앙!

애꿎은 이불만 걷어찬다.

개판이 돼버린 민심은 며칠이 지나도 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마주작〕

「야」

「있냐?」

「중요한 얘기 있는데 한잔하자」

이게 다 승부조작범들과 얽혔기 때문.

스타판 시청자들의 민심을 잃고 말았다.

'아니, X발 악당이면 최소한 강하기라도 하든가.'

일꾼 두 마리를 빼고 졌다.

자신은 세 마리 빼고 이겼는데 말이다.

철꾸라지로서는 마주작을 꼴도 보기 싫었지만.

"뭔데요."

"너를 만나보고 싶다는 분이 계시거든."

"날?"

"그래, 스타판 확장에 적극 협조해주시고 싶으시대."

"??"

술 한 잔이 절실하게 땡긴다.

취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정신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런 철꾸라지에게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끼익―!

룸쌀롱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 대상은 의외로 낯익은 사람이었다.

"오랜만이다 철만이!"

"너, 너는……."

"잘 지냈냐? 얼굴 꼬라지 보니까 잘 지낸 것 같진 않은데."

휘황찬란한 명품으로 치장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물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스피드왕 쏘닉!'

1세대 BJ 중 한 명이다.

스타크래프트 콘텐츠로 엄청난 팬덤을 모았다.

하지만 입대.

한동안 소식이 뜸했다.

그런 그가 난데없이 찾아온 것이다.

"군대 갔다 온 새끼가 뭔 명품을 덕지덕지 바르고 있냐? 복귀해도 성공할지 말지 모르는데."

"너 아직도 구질구질하게 별풍 받으면서 사냐?"

"뭐?"

"지금은 BJ보다 사업 쪽이 바쁘지."

"사, 사업?"

어처구니없는 소식과 함께 말이다.

제대 이후 굉장히 판을 크게 벌린 모양이다.

"팬들이 내 복귀를 원하는 건 아는데 사업이 너무 잘돼 가지고."

"어, 얼마나 벌리는데?"

"너 맨유라고 아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면 알지."

"아, 거기 이번에 우리랑 스폰 계약해 가지고. 아무튼 오늘은 내가 쏠 테니까 발렌타인 30년? 그런 거 아무거나 시켜."

"……."

철꾸라지로서는 어안이 벙벙하다.

모습도 보이지 않던 놈이 사업으로 큰돈을 벌고 있었다니.

'나도, 나도 하고 싶다.'

언제까지 소리나 지르며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지 않다.

눈치를 보고 있던 철꾸라지한테.

"졌어?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뭘 어떻게?"

"e스포츠도 스폰서 계약할 생각이거든. LCK와는 이미 이야기 중인데 이참에 스타크래프트도 후원하지."

"……."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걸려온다.

자신도 사업으로 큰 사람이 되고 싶다.

BJ로서 오정환을 넘어설 수 없다.

그렇다면 사업가로 성공하면 그만이다.

"대체 어떤 사업을 하는데?"

"갓베누라고."

"갓베누?"

"기가 막힌 신발 브랜드 하나 런칭할 거야. 이미 투자를 거의 다 받긴 했는데 너희도 숟가락 좀 얹어볼래?"

"투자 좋지!"

"전재산 꼴아 박자! 신용도 한 번 당겨볼까?"

철꾸라지와 마주작의 몰락이 아주 조금 늦춰진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