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31화 (631/846)

631화

<풀 만난 봄이>

그날이 오고야 만다.

"봄 봄 봄 봄이 왔네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의 향기 그대로~♪"

노래의 첫 마디를 열자 약속이나 한 듯 응수한다.

봄이가 한 소절 뽑는다.

한 바퀴 돌며 뱅그르르 현관을 지나친다.

손을 탁 잡아 채자 원심력을 활용해 팽이처럼 돈다.

그리고 마저 부른다.

로이킴의 봄봄봄을 완곡하며 덩실덩실 춤까지 추고 있다.

'미쳐서 팔딱 뛸 만도 하지.'

수능이 끝났다.

봄생일대의 난관을 돌파하며 자유의 몸이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봄이는 댄스 머신이다.

그 심정 백분 이해하고 있지만.

"우리 봄이 신났어."

"신바람이 났거든용~"

"그래, 바람은 피지 마."

"후후, 바람을 왜 피는지 알 것 같아요."

―진자 개신났넼ㅋㅋㅋㅋ

―봄이 표정 ㅋ

―수능 잘 봤나 봐!

―무슨 뜻인지 알고 말하는 거지……?

방송 중이다.

우리 봄이의 세상 귀여운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 봄이 울지 않아서 다행이네."

"후후, 저에게 더 이상 무서운 건 없어요~"

그보다 더 다행인 건 수능의 결과.

아무래도 본다고 끝인 시험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몇 번 더 볼 수도 있었는데.'

아니, 보는 것만으로 끝나는 건 약과다.

이전 성적보다 안 나오는 경우도 심심찮다.

심적인 고생이 엄청나고, 남자들은 군대 문제에도 골머리를 앓는다.

인생 계획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너무 귀여워."

"꾸웨엑―!"

우리 봄이는 그런 고민 자체가 없다.

수능을 본 직후라서 그런지 머리 안쪽이 가벼운 느낌이다.

'이래 봬도 모범생이라.'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원래 이런 타입이 공부는 더 열심히 한다.

"머, 머리가……."

"너무 아파?"

"아프지 않아요. 그동안 단련을 해온 거예요."

―띠용

―애 머리 좀 그만 씹어;

―언제 봐도 그로테스크하넼ㅋㅋㅋㅋㅋㅋ

―오정환도 진짜 또라이야

ㅋㅋ

걱정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봄이가 귀여운 거 빼면 시체이긴 하다.

"저 완전 공부 열심히 한 거예요~"

"뭐 배웠는지 말해봐."

"다 까먹었어요!"

"우리 봄이가 먹는 건 잘하지."

엄청 귀여우니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수능이 끝나고 텐션이 제대로 물올랐다.

―봄버지망생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똑똑해서 잘 볼 줄 알았어^^

―봄이사단1호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봄이 수능 잘 봐서 천만다행이야~

―어느새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방송각?

수능이 끝난 고3만큼 한가한 생물은 없다.

한동안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미루고 미룬 방송도 할 것이다.

"그~대~여~!"

―봄이 신났어 ㅋㅋ

―봄이야……

―이건 진짜 찐텐이다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 버렸으니 책임져!

그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다시 한 소절 뽑으며 유튜브각을 만들어낸다.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지.'

내가 괜히 깨무는 게 아니다.

노래랑 춤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좋아한다.

봄이의 재롱잔치에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스스로 흑역사를 제조하고 있다.

"봄이 미쳤어?"

"저 지금이 온몸의 흥을 주체할 수가 없어요!"

"주체사상에 물든 거야?"

"?"

가만히 두면 여캠으로 전직할 지경이다.

앙증맞은 봄이의 머리를 쓰담쓰담하며 진정시킨다.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2828개 감사합니다!

봄이는 뭘 해도 이뻐^^

"부회장님 이뻐이뻐개 감사합니다."

"제가 어디서 춤 잘 춘다는 소리 듣는 거예요~"

―아 ㅋㅋ

―본인이 귀엽다는 걸 알까?

―봄이 아이돌 하자!

―신났네 신났어

그럼에도 주체사상에 물들어있다.

김정은 앞에서도 덩실덩실 춤을 출 기세다.

'이때의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경이긴 해.'

우리 봄이의 마음을 백분 이해한다.

대한민국에서 수능을 잘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들 그럴 것이다.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하지만 언제까지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어느 정도다.

"봄이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거 아니었어?"

"이게 사는 맛인 거예요!"

"그래도 슬슬 밥 먹어야지."

"밥!"

충전 배터리가 고갈될 때가 왔다.

밥이라는 소리에 눈을 큼지막하게 뜨며 귀를 쫑긋 기울인다.

"수능 끝나고 맛있는 거 먹었어?"

"엄마가 맛있는 밥 해줬어요."

"맛있었어?"

"한우 구워줬어요. 지금까지 엄마가 해준 밥 중에 제일 맛있었어요."

―한우 맛있지

―고기는 조리 스킬이 필요 없으니까……

―솔직하누

―봄머니 서운하시겠다 ㅋㅋ

맛있는 거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아이다.

행복에 행복을 곱하면 더욱 행복할 것이다.

'상은 줘야지.'

채이와 소희에게도 들었지만 성적이 꽤나 잘 나온 모양이다.

평소 보는 모의고사 이상.

실전에 강했다.

우리 봄이가 한층 더 강력해진 것이다.

오늘 하루만큼은 기특하게 취급해줄 요량이 있다.

치이익……!

봄머니와 경쟁에 들어간다.

부위별로 준비해둔 소고기를 하나하나 구워줄 생각이다.

"안심에서 가장 맛있는 샤토브리앙입니다."

"후후, 저는 먹을 자격이 있는 거예요."

―개맛있겠다

―봄이 표정 ㅋㅋㅋ

―우쭐해

―수능 잘 봤으면 ㅇㅈ이지

부루스타의 화력을 최대로 튼다.

불판 가운데에서 고기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간다.

우리 봄이의 침도 뚝뚝 떨어진다.

언제 어느 때 음식 앞에 두어도 사흘 굶은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이렇게 먹음직스럽게 익은 고기를."

"빨리 먹고 싶어요!"

"한 번 반으로 잘라서 불판에 익힙니다."

"히잉……."

통안심살.

글자 그대로 주먹만 한 고기이기 때문에 겉표면만 구우면 익지 않는다.

'게다가 숙성을 한 거라서.'

피가 뚝뚝 떨어지진 않지만, 꼬릿한 향으로 호불호가 갈린다.

적어도 미디엄으로는 구워야 한다.

"이렇게 맛있게 구워졌으니."

"먹어야 돼요!"

"한 번 더 반으로 잘라서 불판에 익힙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 괴로워

―놀리네

―고기가 진짜 크긴 하다 ㅋㅋ

그 과정이 조금 걸린다.

우리 봄이의 볼살이 푸들푸들 떨릴 만도 하다.

"오래 기다리는 만큼 맛있어지는 거야."

"그런 거예요?"

"그런 거야."

"근데 왜 뚜껑으로 덮는 거예요!"

"레스팅."

"화, 화가 치밀어 올라요."

ㅋㅋ

살이 쪄서 그런지 참을성이 없어졌다.

침샘 조절에 실패한 봄이의 앞접시에 고기를 올려다 준다.

「먹방) 오정환. 수능 끝난 봄이의 포식」_ ?75, 891명 시청

만찬이 진행된다.

꾹 참았던 만큼 허겁지겁 햄스터 같은 볼따구에 밀어 넣는다.

―와

―진짜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네 ㅋㅋ―이게 얼마만의 봄이야

―먹방 모드 ON

―너무 잘 먹음ㅋㅋㅋ

―유튜브 보고 왔어요!

―정환이가 봄이 진짜 잘 챙겨줌

―이이잉~ 기모링~!

시청자들도 말이다.

근 한 달만.

아니, 뜸했던 기간까지 합치면 그 이상으로 얼굴 보기 힘들었다.

"다음은 안심추리."

"저 더 이상 고문 받기 싫어요!"

"그럴 것 같았어."

ㅋㅋ

구이용으로 얇게 잘라서 불판에 얹는다.

육즙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먹는 사람의 의견을 존중한다.

"이 고기는 제가 키우고 있어요."

"나도 봄이를 키우고 있어."

―봄이야……

―추억 돋네 ㅋㅋ

―소금 너무 많이 뿌렸는데?

―짜겠다

구워 먹는 재미도 있다.

우리 봄이가 고기 두 점을 젓가락으로 가져가더니 굽는 놀이를 한다.

'재밌지.'

소금을 뿌려서 소금구이.

말돈 소금이라서 뿌린 양에 비해 짠맛이 입에 남지 않는다.

꾸역꾸역!

샤토브리앙에 이어 안심추리, 새우살, 알등심, 안창살 준비해둔 순서대로 먹어 치운다.

어찌나 잘 먹는지 모른다.

"빨리 먹어."

"아니에요. 아직이에요."

"아직이야?"

"침이 꼴깍 넘어갈 때가 제일 맛있는 거예요~"

옆에서 보고 있기만 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수능 걱정에 반쯤 죽어있다 기운을 차린 봄이를 보니 정말 기쁘다.

"봄이 맛있어? 살맛이 나?"

"후후, 맛있는 거 먹을 거예요."

"그래?"

"매일 8시간 자고, 삼시세끼 꼬박꼬박 먹을 거예요."

ㅋㅋ

수능이 끝난 봄이의 꿈.

소박하기 그지없는 일상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요리사는 나겠지만.'

봄머니께서도 삼시세끼는 잘 만들어주신다.

맛대가리가 살짝 없어서 그렇지.

"학원도 안 가고 뒹굴뒹굴 놀 거예요."

"그래."

"메이플 만렙도 찍을 거예용!"

"그렇구나."

―킹이플 만렙은 ㅇㅈ이지

―만렙 이제 250인데?

―드디어 방송하는구나

―봄이 꽃길만 걷자^^

ㅋㅋ

아니, 그 이상의 봄생을 구상하고 있다.

앞으로도 얻어먹으러 올 생각이 만땅이다.

'버르장머리 없을 때가 제일 귀여워.'

우리 봄이의 행복한 망상.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재밌다.

"우리 봄이 오빠가 비트코인 100개 사줄게."

"그런 장난감보다 국밥 100그릇이 든든한 거예요."

"그런 거야?"

"그런 거예요~"

고기를 굽는 족족 해치운다.

봄이의 작은 배가 볼록해질 때까지 식사를 마친다.

"만족한 거예요."

"맛있었어?"

"이게 사람 사는 맛인 거예요~"

―득도했네

―인생을 깨달았어??

―배부르고 등 따시면 그게 행복이지 ㅋ

―봄이 포식함

행복한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쓰다듬는다.

지금부터 펼쳐질 황금빛 미래.

'어림도 없지.'

인생이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슬슬 가르쳐줄 시점이다.

"우리 봄이."

"네!"

"볼따구 반으로 줄여야지."

"???"

드디어 올 것이 왔다.

* * *

봄이의 유튜브.

〔유튜브 갤러리〕

―봄튜브는 운영도 안 하는데 ㅁㅊ다

―그냥 잘생기고 예쁜 게 치트키네 [7] +2

―니 같으면 덥수룩한 아저씨 봄 아니면 예쁜 미소녀 봄? [17] +15

―봄튜브 알맹이는 사실 봄이가 아님 [11]

수능으로 인해 활동이 제한됐던 지난 1년 동안도 어마어마어마한 성장을 했다.

이후의 활동이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다.

―니 같으면 덥수룩한 아저씨 봄 아니면 예쁜 미소녀 봄?

지금 먹방 준비하는 애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애초에 태어날 때부터 승산이 없었음 ㅇㄱㄹㅇㅂㅂㅂㄱ└니애미

└봄머니 이제야 깨달아요

└먹방은 배우빨이 오지긴 하더라……

└그래서 구독자 몇 명임??

봄튜브는 먹방의 기준이 되고 있다.

유튜버를 목표로 하는 지망생들 사이에서 화제의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수능이 끝난 이후.

본격적으로 복귀한 봄튜브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봄튜브 알맹이는 사실 봄이가 아님

이게 웬 생뚱맞은 소리냐?

유튜브만 보는 애들은 모를 수 있는데

파프리카TV에서 본방 보면 오정환이 콘텐츠랑 컨셉 다 잡아줌

[오정환 유튜브 캡처. jpg]

얘 유튜브도 윱갤 떡밥이 없어서 그렇지 선방 중임

└오정환 라인이구나

└애초에 유튜브 욕심 없는데 오정환이 가지고 노는 거 ㅋㅋㅋㅋㅋ└파프리카를 안 봐서 몰랐네 └얘는 BJ 아니었음?

긍정적인 전망만 나올 수는 없다.

한국 사회.

인정이라는 두 글자를 잘 써주지 않는다.

동업자들 사이에서는 특히.

어린 나이에 성공을 한 봄튜브는 시기와 질투도 동시에 받고 있다.

―전업을 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음

하나둘 영상 올린 걸로 대박 친 애가

1일 1영상 올린다고 그만큼 볼까?

아니라는 반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음

봄튜브처럼 자체 콘텐츠를 못 만드는 유튜브는 특히 더 └방구석 유튜브 ㅈ문가 ㄷㄷ└근데 이건 맞는 소리임. 1일 1영상은 진짜 개빡세

└봄이는 '배우'지 '유튜버'는 아니지

└딱 봐도 애가 좀 생각 없어 보이지 않음? ㅋㅋ

1인 미디어로서 시험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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