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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632화 (632/846)

632화

꾸웨엑!!

투명 봄이가 울부짖는다.

"뒹굴뒹굴 놀아야 하는데!"

"그래."

"만렙도 찍어야 하는데!"

"그렇구나."

―만렙은 못 참지

―봄이 흥분함 ㅋㅋㅋ

―살이 좀 찌긴 했어

―수능 끝났는데 왜 ㅠㅠ

자신의 처사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오죽 먹었어야지.'

수능 기간 동안 쫄쫄이 굶은 게 아니다.

오히려 평소 이상으로 잘 먹어서 얼굴이 반쪽이 늘어났다.

"봄이 찹쌀떡."

"찹쌀떡!"

"볼따구가 어?"

"후후,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검지와 엄지로 잡아서 쭉 늘리자 정말 떡 같다.

볼따구가 아주 탱탱하기 그지없다.

'찹쌀떡 대자.'

하도 잘 먹은 나머지 1인분이 늘고 말았다.

그 정도는 봄이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치만 그치만 저 수능이 끝난 거예요."

"그전에 많이 먹었잖아."

"오늘의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내일의 먹고 싶은 것도 있는 거예요!"

ㅋㅋ

강력하게 주장을 해온다.

볼따구가 터지려고 할 지경이다.

"봄이도 이제 곧 성인인데."

"저 사실상 어른이에요."

"슬슬 자립을 해야지."

"후우, 후우……."

―사실상 어른도르 ㄷㄷ

―봄 빡침

―아 수능 끝난 거 아니었냐고 ㅋㅋㅋ

―봄이 밥값 아까워서?

한 번은 거쳐야 할 과정.

그렇다면 한창 행복한 시기가 날 것이다.

'사람이 너무 행복하면 안 돼.'

수능이 끝났으니 마음은 편하다.

몸은 다소 고생해도 버틸 수 있다.

"다이어트는 각오하고 있어요."

"그래."

"그래도 밥은 먹이고 굴리셔야 돼요!"

"그렇구나."

ㅋㅋ

엇박자로 들어가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다.

한동안 봄이의 식사와 용돈을 통제할 생각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울 때가 됐지.'

스파르타식 교육에 들어간다.

* * *

수능이 끝난 봄이.

"헥, 헥, 헥……."

열심히 쳇바퀴를 돌고 있다.

물론 정식 명칭은 런닝머신이지만.

─봄이의삽살개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봄이 쳇바퀴 열심히 돌았으니까 분명 맛있는 저녁 줄 거야!

"그럴까요? 그런 걸까요?"

―쳇바퀴 ㅋㅋ

―봄이 열심히 했어!

―운동 꾸준히 하는 거 힘든데 은근 노력파야

―우리가 화력 지원해줌!

팬들이 그렇게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염없이 앞을 향해 뛰고 있다 보면 정말 쳇바퀴 같기도 하다.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어른 말은 잘 듣는 편이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보상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했는데.

"안 돼."

"???"

"오빠가 맛있는 다이어트 식사 준비해줄게."

"……."

그 보상이 풀떼기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서문봄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도 같다.

"도저히 믿기지 않아요. 충격적인 현실이에요."

"너무 맛있어 보여서?"

"이건 토끼가 먹는 음식이에요. 사람이 먹는 음식이 아니에요!"

―봄토끼 ㅋㅋ

―토끼 : 저거 노맛인데

―지못미

―아닙네다 아닙네다 우리 정환이가 이럴 리가 없습네다!

수능이 끝나면 더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눈을 부릅뜨고 참고서를 달달 외웠던 것이다.

꾸웨엑!!

입이 댓발 나올 만도 하다.

불만과 짜증을 성난 함성으로 표현한다.

"저 집 가서 엄마밥 먹을 거예요."

"더 맛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이 토끼밥보다 나을 거예요!"

―봄머니 재평가각

―현실 도피 중

―봄이야 가지 마 ㅠㅠ

―오정환 이 새끼 갑자기 왜 꼬장임?

진심으로 화가 난다.

수능을 못 본 것도 아니고 목표치 이상으로 잘 봤다.

선생님들도 칭찬을 해주었다.

"다녀왔습니다!"

"어머, 봄이 왔니?"

"저 밥 먹고 싶어요. 너무 배고파요."

"호호, 잠깐만 기다려~"

먹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포식자 봄이로서 저녁 식사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머니."

"왜 그러니 봄이야?"

"저는 토끼가 아닌 거시와요."

"너무 귀여워서 토끼인 줄 알았지 모야~"

"꾸웨엑!"

또다시 풀떼기가 나온다.

마치 서로 말이라도 맞춘 것처럼 비슷한 메뉴.

"엄마, 아침이 아닌 거예요."

"그래, 저녁이야. 맛있게 먹어."

"이걸 어떻게 맛있게 먹으라는 거예요!"

실실 웃는 어머니를 보며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봄생 처음 반항을 시전한다.

꽝!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가 농성한다.

침대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울상을 짓는다.

'오빠가 해준 건 작은 닭가슴살이라도 섞여있었는데.'

순수한 풀떼기를 보니 있던 식욕도 가라앉는다.

기대치가 있었기에 더더욱.

꼬르륵

홧김에 들어오긴 했지만 배가 고프다.

방울토마토라도 집어먹었어야 하나 고민이 사무친다.

주린 배로 밤을 지새운다.

"어제는 엄마가 너무 장난을 심하게 쳤지?"

"그런 거예요."

"맛있는 된장찌개 해줄게~"

"……."

다음 날.

학교에 가기 전에 아침을 먹는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가 식탁에 놓였지만.

'맛이 없어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은 솔직하게 맛이 없다.

정말 어떻게 이렇게 맛없게 하는지 모르겠다.

비교 대상이 있다 보니 더더욱.

오빠가 해준 건 라면 한 그릇도 걸작 요리로 태어난다.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와야지."

"배가 다 안 차서 잘 다녀오진 못할 것 같아요."

깨작깨작 몇 숟갈 뜨고 학교를 간다.

봄이의 체중 관리 비법이었다.

'예쁘게 잘 커서 정환이한테 시집 갔으면 좋겠는데.'

어머니로서는 아이의 장래가 걱정된다.

도저히 사회 생활을 버텨낼 성격이 아니다.

그런데 유튜브가 잘된다.

벌이도 생각 이상으로 시원시원하다.

성격도 좋으니 신랑감 후보로 꼽아두고 있다.

'호호호.'

자신의 피부 관리를 위해서도 말이다.

"꾸웨엑……."

"봄이 아침부터 울상이야?"

"너무 힘든 거야."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거야?"

"그런 거야."

""깔깔깔깔!""

봄이로서는 울상이다.

주말 동안 배 터지게 먹으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봄이 딸기우유 먹을래?"

"먹을래!"

"초코틴틴은?"

"먹을래!"

물론 비장의 수가 있다.

착한 친구들에게 매점 과자를 얻어먹는다.

오독! 오독! 오독!

부족한 당분이 빠른 속도로 차오른다.

행복이 별 게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촉촉한 초코칩이랑 안 촉촉한 초코칩 중에 뭐 먹을래?"

"촉촉한 거!"

"안 촉촉한 것밖에 없어."

"히잉……. 그래도 먹을래."

""깔깔깔깔!""

친구들이 많이 챙겨준다.

몰래 받아먹는 과자만큼 맛있는 게 없다.

'후, 맛있는데 맛이 없는 거야.'

하지만 군것질로는 채우지 못하는 허전함이 있다.

포만감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딸라라라라라라라~ 랄라라라라라라♪」

오직 급식만이 삶의 낙이 되고 있다.

4교시가 끝마쳐지는 순간을 어찌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한국인은 밥심인 거야.'

드디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구나!

똘망똘망한 눈으로 급식 아줌마를 바라볼 생각이었는데.

"봄이야."

"우리반 급식 첫 빠따야?"

"집에 가야지."

"응??"

"우리 4교시임."

"학교에서 배울 거 없잖아~"

"헐."

""깔깔깔깔!""

수능이 끝난 고3.

학교에 있어봤자 면학 분위기에 방해되니 조기 귀가를 시킨다.

봄이로서는 청천벽력과도 같다.

'헐.'

급식만큼은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었다.

그마저도 의지할 수 없는 사실상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갈까?"

"떡볶이!"

"봄이는 착한 아이라 안 가겠네?"

"아니야. 나 이제 삐뚤어질 거야. 밥도 안 먹고 떡볶이 먹을 거야."

"밥 볶아 먹을까?"

"응!"

""깔깔깔깔!""

어른에게는 어른의 세계가 있다.

봄이는 수능이 끝난 해방감을 온몸으로 맛본다.

「한상현」

3시간 전。

#한국고#봄이

봄이 몰래 과자 먹고 있음 엌ㅋㅋㅋㅋㅋ

―ㄹㅇ루?

―오정환한테 일러야지!

―같은 반 일름보 있넼ㅋㅋㅋㅋㅋㅋㅋ

―상현이 너 혼난다 ㅡㅡ

그러한 봄이의 일상.

같은 반의 짓궂은 학생들에 의해 공유되고 있다.

워낙 유명인이기 때문이다.

동급생들은 물론 후배들도 봄이의 존재를 안다.

〔한국고 봄팬 단톡방〕

「봄이 선배가?」

「봄이 졸귀」

「어이 신입생 선배한테 졸귀가 뭐야!」

「죄송합니다;;」

「졸라 귀엽다고 해야지」

「ㄹㅇㅋㅋ」

오직 한국고 학생만 알 수 있는 소식!

입에서 입을 타고 밖으로도 퍼져 나간다.

〔오정환의 방송국〕

─봄친구가 밝힌 봄이 근황. jpg

─하와와 굶겼더니 군것질 하는 중ㅋㅋㅋㅋㅋ

─애 밥은 먹이고 굴립시다……

─솔직히 이건 학대임

발 없는 봄이가 천 리를 달린다.

* * *

굉장히 중요한 과도기다.

─액션봄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방송국에 글 봄? ㅋㅋ

"봤죠. 봄이 지금 비행 중이에요."

―비행ㅋㅋㅋㅋㅋ

―이제 스무 살인데 군것질도 못 해?

―뭐야? 뭔 일임?

―봄이 타투라도 했나요??

아니, 반쯤은 이뤘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봄이의 일상이 아주 버라이어티하다.

'봄이잖아.'

BJ하와와보다 봄튜브 쪽으로 굳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

하와와는 고등학교 시절이나 쓸 수 있는 명칭이다.

우리 봄이가 나이만으로라도 성인이 된 후로는 다른 이미지가 필요하다.

나도 노력을 할 테지만 봄이도 열심히 할 필요성이 있다.

〔봄이 친구들〕

「봄이랑 떡볶이 먹는 중!」

「밥도 볶아 먹음」

「(봄이 사진. jpg)」

―ㅋㅋ

그렇지 않다는 사실.

굳이 시청자들이 아니어도 알고 있다.

봄이의 친구들과 내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가 잠깐 진지한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먹방BJ는 정말 어려운 거예요."

―봄이는 그냥 하는데?

―먹기만 하면 되잖아……

―재능이지

―귀엽게 생겨야 돼서?

먹방 방송인의 수명이 길지 않은 이유.

방송 콘텐츠가 떨어졌다든지, 그 캐릭터에 질렸다든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자기 관리다.

'연예인들은 당연하게 하는 것을 일반인들은 못하잖아.'

카메라 앞에서 무지막지하게 먹는 만큼 평소에는 조절을 해야 한다.

그것을 짧은 기간이 아니라 일상으로 만든다.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연예인들이 방송에 잠깐 출연하고 수백만 원 벌어간다고 부러워할 거 하나 없다.

"봄이야."

<저 오빠랑 말도 하기 싫어요!>

"몰래 떡볶이 먹으면 안 되지."

<헐! 어떻게 아는 거예요??>

"다 방법이 있어."

―떡볶이도 먹었어?

―인공위성으로 감시 중ㅋㅋ

―떡볶이녀는 못 참지 ㅋ

―봄이야……

우리 봄이도 해나가야 한다.

윾소나나 구독냥이 아줌마처럼 조명을 수십 개씩 켜지 않으면 방송조차 할 수 없고, 카메라 밖으로는 나갈 수도 없는 몸이 돼버릴 수 있다.

'비참하지.'

자기 자신의 인생이 더 이상 자기 자신의 인생이 아니게 된다.

여자 몸은 한 번 무너지면 원상 복구가 아예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기 전에 꾸준한 관리가 필수다.

욕망과의 사투를 이겨내는 것이 현재 봄이에게 요구되는 과제다.

"봄이 당장 돌아와서 쳇바퀴 돌아야지."

<아니에요. 절 찾지 마세요. 전 이제 떡볶이를 마구마구 먹고 다닐 거예요.>

"그런 거야?"

<그런 거예요~>

ㅋㅋ

반쯤 패배해버린 모양이다.

떡볶이가 가진 강렬한 매콤함에 굴복하고 말았다.

'그럴 수 있지.'

하고 싶은 것만큼 먹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다.

수능이라는 숙적을 물리쳤다는 해방감.

마음대로 하고 다녀도 되지 않을까?

한창 긴장의 끈이 풀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질풍노도의 시기가 와버린 듯

"그러게. 딸아이가 반항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착잡합니다."

―진짜 딸이었어……?

―봄이 좀 풀어줘

―ㄹㅇ 좀 먹이면서 콘텐츠 짜자

―봄이에게도 자유를!

봄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줄 생각이다.

강제로 속박할 수 없다 보니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이런 밀당이 처음은 아니라서.'

떡볶이를 삼시세끼 먹어본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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