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3화
1일 차.
"후후후."
2일 차.
"후후."
3일 차.
"후우……."
봄이의 평화로운 일상.
하지만 평화만큼 지루한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떡볶이를 너무 자주 먹은 거야."
"질렸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못 먹겠어."
"아직도 먹어?"
"또 먹어?"
""깔깔깔깔!""
매일매일 떡볶이를 먹는다.
봄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휴식이다.
'동네 떡볶이도, 아딸도, 엽기떡볶이도, 신전떡볶이도, 국대떡볶이도 다 먹어버린 거야.'
너무 많이 먹었다.
아무리 맛있는 떡볶이도 자주 먹으면 물리기 마련이다.
그 정도 난관을 예상하지 못할 리 없다.
우렁차게 자신의 포부를 밝힌다.
"오늘은 국밥 먹자!"
"그럴까?"
"근데 나 시간이……."
"??"
"봄이야 미안해."
세상은 넓고, 맛있는 건 많다.
떡볶이가 질렸으면 다른 걸 먹으면 된다.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봄이야."
"응."
"나 알바 갈 시간이야."
"나도! 나도!"
"허엉."
"봄이는 유튜브로 일 하지?"
"좋겠다~"
"요즘 파업하고 있는 거야."
""깔깔깔깔!""
봄이의 친구들.
당연하게도 일반인이다.
성인이 되면 자유와 함께 책임도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히잉.'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를 한다.
자격증도 따고, 공부를 하는 등 바빠 보인다.
봄이로서는 더 놀고 싶다.
하지만 같이 놀 친구들이 그러하니 영향을 받는다.
〔숙희〕
―놀자!
「떡볶이 조질까?」
―질렸엉
「(웃는 이모티콘. jpg)」
「그럼 국밥 조져?」
―콜!
애써 외면을 해본다.
상대적으로 덜 바쁜 친구들과 노는 것이다.
우적우적!
우적우적!
국밥 한 그릇을 야무지게 해치운다.
미리 건져 놓은 순대와 고기를.
"봄이 진짜 맛있게 먹는다."
"후후후."
"먹방 유튜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
"누구보다 맛있게 먹을 자신이 있어~"
깍두기와 함께 입안에서 조진다.
뜨거운 고기와 차가운 깍두기의 만남은 천생연분이다.
그렇게 맛있는 국밥을 깨작깨작.
의아하게도 친구는 식욕이 영 없어 보인다.
"나 이번에 대학 떨어졌잖아."
"아니야. 아직 희망이 있을 거야!"
"그럴까?"
"그런 거야."
"근데 대기 순번 안 올 수도 있으니까, 안 왔을 때의 대비도 해둬야 돼서."
"헐."
현실 문제.
학교에서는 하하호호 웃기만 했다.
정시를 좀 조져도 수능으로 만회할 수 있겠지.
세상이 희망차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성적표를 받으면 깨닫는다.
현실적인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히잉.'
봄이는 평소에 잘해두었다.
정시도 그럭저럭 성적이 나왔고, 수능은 목표보다 0.5등급이 높았다.
엄마와 오빠가 닦달을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물 덕분에 두 다리 쭉 뻗고 국밥을 먹을 수 있지만.
"봄이 고기 먹을래?"
"먹을래."
"내 몫까지 행복해줘……."
"허엉."
먹방이라는 직업(?)도 있다.
사실은 잘 모르겠지만 시청자들도 좋아하고 용돈도 두둑히 꽂힌다.
친구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개개인별로 차이는 있어도 다들 고민을 안고 있다.
'더 이상 급식을 같이 먹을 수 없는 거야.'
봄난지원금이 꽂히지 않는다.
사회 생활이라고는 경험해본 적 없는 봄이도 눈치를 채게 된다.
그러한 일상.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왠지 자신만 신나게 노는 것 같다.
〔친구 단톡방〕
「미용실 실습 나왔어」
「재수학원 알아보고 있어」
―힘내!
「너무 힘들어 ㅠㅠ」
「봄이 유튜브는 해서 좋겠다~」
「정환 오빠가 맛있는 것도 만들어주잖아!」
친구들과의 화제.
겉도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봄이도 할 말이 있음! 외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나도 힘들어
「그런 거야?」
「그런 거야??」
「아 늦음 ㅋㅋ」
―그런 거야
―맨날 풀떼기만 준단 말이야
―나 토끼 아닌데
「일이라는 게 원래 다 힘들어」
「어차피 다이어트는 해야 되잖아?」
「정환 오빠 다이어트식 맛있게 해주던데……」
그마저도 투정으로 보인다.
그 어떤 친구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히잉.'
묵묵히 들어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이제 와서 다시 참고서를 들여다보거나, 다른 어려운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수능이 끝나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져 있을 줄 알았다.
놀고먹을 생각만 하고 있던 봄이는 대충격.
우적우적!
국밥을 먹어도 입안이 촉촉하지 않다.
행복지수가 크게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입맛이 떨어진다.
차곡차곡 모은 용돈도 바닥을 드러낸다.
결정적으로.
'오빠가 해준 밥을 먹고 싶은 거야.'
사먹는 음식들은 물린다.
어쩌다 가끔 먹는 것과 맨날 사먹기만 하는 것은 다르다.
벌컥! 벌컥!
MSG라는 평소에는 신경 쓰지도 않은 것들이 거슬린다.
혓바닥에 남아서 물을 마셔도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
'히잉.'
안 그래도 입맛이 떨어지는 상황.
음식까지 입에 물리자 사먹는 재미가 반감된다.
주위 친구들도 치열하게 살고 있다.
자신만 논다는 생각에 기분이 축 처진다.
"꾸웨엑……."
외로워진 봄이가 울부짖는다
* * *
봄이의 반항기.
글자 그대로 일장춘몽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봄이야."
"제가 잘못한 거예요."
"이제라도 돌아와서 다행이야!"
―감동 ㅠㅠ
―나흘만이네
―무슨 이산가족 상봉도 아니곸ㅋㅋㅋㅋㅋ
―밥 먹으러 온 거야?
다시 먹방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봄이조약에 서명을 하게 된다.
'논 자유의 보미 아니야.'
먹방은 보기보다 힘든 직업이다.
먹기만 할 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우리 봄이가 한 번쯤 싫증을 내는 것은 예삿일.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왔다.
"우리 봄이 맛있는 거 먹을까?"
"아니에요. 괜찮은 거예요."
"그래?"
"오빠가 해주는 밥이면 뭐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어우, 귀여워."
"꾸웩!"
입맛이라는 건 한 번 길들여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의 손맛 없이는 만족할 수 없는 몸으로 만들었다.
'집밥이 가장 그리운 법이지.'
인간.
나이를 먹을수록 그렇게 된다.
봄머님께서 손재주가 없으신 편이라 내가 대신 침식했다.
〔봄이 친구들〕
「작전 완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야 미안해 ㅠㅠ」
「오빠가 시킨 거야!」
「맛있는 거 사듐?」
―사줌
「와!」
친구들의 협조도 있었다.
봄이가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길라잡이를 해준 것이다.
압박을 느끼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먹방이 얼마나 쉬운 길인지 간접적으로 알게 해준다.
「나 뷔페 뷔페」
「요즘 초밥 맛있던데」
「난 오빠가 만들어주는 거 먹고 싶어!」
「맞다 맞다」
「유튜브에 나온 것도 해듐?」
―해줌
「이건 못 참지!」
「봄이한테 미안하당 ㅎㅎ」
물론 친구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재능은 살릴 수 있을 때 살리는 편이 낫다.
'날로 먹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정말로 먹기만 하잖아.
물론 구워 먹기도 하지만 조리 방법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오빠가 토끼밥 줘도 먹을 거야?"
"괜찮아요. 저 숨어있는 닭가슴살의 소중함을 알았어요."
"그런 거야?"
"그런 거예요."
―토끼밥 ㅋㅋ
―그냥 밥 줘!
―봄머니 밥이 맛없나 보네
―봄이집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
우리 봄이의 입맛에만 맞으면 말이다.
올바른 마음을 먹은 봄이의 식사를 차려준다.
치이익……!
닭가슴살을 굽는다.
기름을 아주 살짝만 두르고 센 불에서 스테이크처럼 기분을 낸다.
"지난번에 먹은 샤토브리앙 같지?
"후우……, 저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ㅋㅋ
소위 퍽퍽살이라고 한다.
양념맛으로 먹으면 먹을 만하지만, 고기 본연의 맛은 담백함 그 자체다.
'침맛이 나지.'
다이어트 때문에 먹다 보면 위액이 올라온다.
그런 닭가슴살을 그나마 먹을 만하게 만드는 방법.
서걱!
치이익……!
샤토브리앙처럼 한 번 더 잘라서 단면을 지진다.
개미 눈곱만큼 있는 육즙을 최대한 가두는 것이다.
치이익……!
한 번 더 잘라서 굽는다.
우리 봄이가 흐리멍텅한 눈으로 지켜본다.
어쩔 수 없이 돌아왔어도 다이어트식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눈깔 상태로 표현하고 있다.
"잡숴봐."
"!!"
"맛있지?"
"헐, 우리 엄마가 해준 건 이런 맛이 안 났어요!"
―맛있어??
―봄머니……
―닭가슴살 퍽퍽할 텐데
―오정환 다이어트식 고수ㅋㅋㅋ
평범한 닭가슴살이 아니다.
소고기처럼 드라이에이징을 시켰다.
'이틀 정도만 숙성해 놔도.'
감칠맛이 생기고 육질이 쫀득해진다.
수분기가 날아가서 마이야르 반응도 잘 일어난다.
서걱! 서걱!
스테이크로 만들기에 최적화.
레스팅까지 마친 닭가슴살이 샐러드 위에 장식된다.
"먹을 만하지?"
"토끼밥에서 개밥으로 레벨업 했어요."
ㅋㅋ
그래도 샐러드는 샐러드.
닭가슴살의 양도 넉넉하지 않다.
기껏해야 손가락 한 마디만한 게 씹히는 정도지만.
오물오물!
육즙이 터져 나온다.
맛없는 풀떼기를 그럭저럭 삼킬 수 있게 도와준다.
─봄튜브팬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주면 다이어트 할 만하죠 ㅋㅋ
"봄튜브팬님 천사개 감사합니다. 천사처럼 귀여우려면 다이어트 열심히 해야죠."
"후, 잘 먹는 모습이 예쁘다는 건 거짓말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깨달았어……?
―봄이 전속 요리사
―수능 기간에 너무 먹어서 ㅎ
냉장고에 많이 있다.
우리 봄이가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숙성 닭가슴살이 항시 대기 중이다.
'살 좀 빼면 그때부터 저탄고지 해도 되고.'
지금은 너무 부해졌다.
고통스럽겠지만 그동안 먹은 영양을 뱉어내야 할 시간이다.
"먹고서 운동 열심히 해. 알겠어?"
"먹은 것도 없는데 운동도 해야 돼요!"
"살 빼면 맛있는 거 먹자."
"넹~"
우리 봄이가 아슬아슬하게 버틸 수 있는 선에서 행복을 조절한다.
사람은 너무 행복하면 나태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우리 봄이만의 콘텐츠가 필요하지.'
좀 더 필사적이게 만들어본다.
* * *
타협한 봄이의 일상.
오물오물!
샐러드를 먹는다.
쳇바퀴를 돈다.
잠을 푹 잔다.
─봄이팬클럽5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진짜 힘든가 보다
"정말 힘든 거예요. 최근에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는 게 치약이었어요."
―먹지 마 지지야
―봄이 민초파였어?
―민트는 좀;
―아 딸기맛일 수도 있짘ㅋㅋㅋㅋㅋ
맛있는 음식만이 삶의 보람인 봄이로서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런 나날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후우, 용돈을 아껴 써야 되는 거였어.'
몰래몰래 떡볶이를 사먹을 돈도 동이 났다.
떡볶이 아줌마에게 아무리 눈을 초롱초롱 빛내 봐도 돈이 없으면 사먹을 수가 없다.
〔친구 단톡방〕
―맛있는 거 먹고 싶어
「봄이 화이팅!」
「다이어트 하고 먹어야징~」
「(힘내는 인형콘. jpg)」
「우리도 같이 해줄까?」
―같이 먹는 게 좋은 거야
「ㅋㅋㅋㅋㅋㅋ」
「(ㅋㅋ 웃는 인형콘. jpg)」
「봄이 졸귘ㅋㅋㅋㅋㅋㅋ」
친구들도 굉장히 바쁘다.
말이라도 맞춘 것처럼 한 명도 떡볶이 사줄 생각을 안 한다.
'세상 삭막한 거야.'
아르바이트비가 들어오면 사준다고는 하지만, 그때까지 혈중 떡볶이 농도가 버틸지 모르겠다.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하던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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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4: 다메요 떡볶이
메뉴명: 괴물 떡볶이
도전과제: 국물 제외
도전시간: 20분
성공 시: 공짜
실패 시: 24, 000원
[괴물 떡볶이 사진. jpg]
4인분 정도의 양이라는데 훨씬 더 많아 보이네요! 철판에 나와 즉석 떡볶이 같지만 즉석 떡볶이는 아니랍니다.
'다 먹으면 공짜' 도전맛집: 다메요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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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를 공짜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