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5화
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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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gle 트렌드』
검색어: 먹방
시간 흐름에 따른 관심도 변화
[대충 떡상하는 그래프.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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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먹방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제 점심이죠.>
<우마이~!>
<이면박은 배고픕니다.>
<여기 이 카스테라,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수많은 먹방 유튜버가 탄생한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꾸웨엑―!>
그 중심에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포효가 유튜브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너, 너무 매워요. 디질 것 같아요.>
―그러니까 디진다 돈까스짘ㅋㅋㅋㅋㅋㅋ
―봄이야 죽지 마
―사람 먹는 음식이 아닌 것 같은데……
―표정 ㅋㅋ
굉장히 매운 돈까스.
미각 세포의 고통이 그녀의 표정을 타고 느껴진다.
우적우적!
우적우적!
그럼에도 먹는다.
떡볶이로 다져진 저항력이 매운맛을 가까스로 받아들인다.
『봄TV』 구독자 173만명
「(ENG SUB) 봄식당6. 봄이 vs 디진다 돈까스 (둘 중 하나는 디진다……)」 ― 조회수 279만회 · 5일 전
소위 말하는 '유튜브각'이 나온다.
BJ하와와의 유튜브 채널 봄TV는 먹방판에서 최고로 핫하다.
아류 채널들이 양산되고 있음에도 전혀 빛이 바래지 않는다.
유튜버 본인의 매력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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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조질 음식은?
#까라이 카레 5단계
도전과제: 싹싹
도전시간: 30분
성공 시: 공짜
실패 시: 식사비+10, 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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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도 한층 더 맛을 살리고 있다.
영상이 끝남과 함께 예고편이 노출된다.
<카레, 조지고 올게!>
봄이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후, 좌절을 한 봄이의 모습이 비춰진다.
「하지만 언제나 조져지는 건 나였다.」
인상적인 자막.
봄이의 단말마와 함께 영상이 마쳐진다.
속도감을 지향한다.
다음 영상의 기대치도 끌어올린다.
〔유튜브 갤러리〕
─봄튜브 솔직히 잘 먹는 편 아닌데
잘 먹는 컨셉 잡고 있는 거지
끽해야 일반인 2배 정도 먹음
내가 더 잘 먹는다고 생각하는데 안 뜨는 거 억울함
└못생겨서
글쓴이― 시X아
└팩트) 맞말이다
└ㄹㅇ 봄튜브 푸드 챌린지 겁나 실패하는 거품임
유튜브에는 경쟁자가 많다.
세상을 넓고, 많이 먹는 사람은 많은 법이다.
개중에는 정말 상식을 벗어난 기인도 존재한다.
음식을 위장 가득 꾸겨 넣는다.
─먹방 유튜버가 무슨 푸드 파이터냐ㅋㅋ
그럴 거면 푸드 파이터 하지 왜 먹방을 하고 있음?
푸드 챌린지 승률 따지는 놈들은 머가리 텅텅 빈 거 맞지?
└어허 패배자들이 자위 좀 한다는데
└여기가 고딩 상대로 먹는 양 자랑하는 갤러리 맞나요?
└먹방이랑 기행을 구분 못 하는 거지
└그거라도 이기려고……
남들이 따라 하던 말던 독자적인 노선을 지키고 있다.
콘텐츠는 어디까지나 콘텐츠에 불과하다.
봄튜브의 푸드 챌린지 성공률은 높지 않다.
오히려 실패하는 날이 더 잦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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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멍멍 1시간 전
05:25 봄이 침 흘리는 거 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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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너구리 1시간 전
이러면 안 되는데 봄이 고통받는 거 너무 귀엽다 ㅠㅠ────────────
박소희 1시간 전
위장약 먹고 했다니 다행
유튜브각도 좋지만 몸은 소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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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
먹방의 본질.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 이상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아끈다.
─먹나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요즘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ㅋㅋ
<아니에요. 뭘 먹어도 토끼밥보다는 나은 거예요.>
―토끼밥ㅋㅋㅋㅋㅋ
―그건 맞지!
―봄이야……
―봄이가 행복하면 됐음 ㅎ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그녀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그것이 하루 이틀된 이야기가 아니다.
─윱갤러들이 착각하는데 봄튜브는 먹방으로 뜬 게 아님 파프리카TV에서 방송만 4년 함
고정 팬층 탄탄하지
스토리텔링도 많이 쌓였지
봄식당이 지금 시즌 6인데 시즌 1 때부터 몇 년 동안 진행한 거 앎?
얘 팬들은 응원하는 맛이 있는 거임
뜨는 데 이유가 어딨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렇게 봄 └그 나이에 4년 차야??
└한두 달 해놓고 나 왜 안 뜸? ㅇㅈㄹ하는 윱갤러랑 비교할 급이 아니짘ㅋㅋㅋㅋㅋㅋ└나이 어리다고 무시하는 놈들 웃김└어리고, 예쁘고, 잘 먹고, 경력 있는데 안 뜨는 게 이상함
봄이의 성장 드라마.
수많은 팬들이 시청해왔다.
심지어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신바람이 난 봄이」
아직 한창 클 나이.
이제부터 팬이 돼도 늦지 않다.
봄튜브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일면이다.
─달맞이봄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신났어 ㅋㅋㅋ
<드디어 진짜 맛있는 걸 먹으러 가는 거예요!>
―행복 100%
―이제 조져지지 않아도 돼?
―용돈이 들어온 봄이…… 이거 못 막습니다
―얼굴만 봐도 행복하다
물론 최고의 자리를 쉽게 지켜지는 게 아니다.
업계를 선도해 나가지 않으면 누릴 수 없는 영광이다.
『봄TV』 구독자 191만명
「(ENG SUB) 봄식당7. 봄슐랭 가이드 시작합니다 (중국집편)」 ― 조회수 352만회 · 3일 전
새로운 콘텐츠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먹방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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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슐랭 가이드 운영원칙
1. 삼일 굶은 봄이가 직접 찾아갑니다!
2. 맛이 아닌 봄이의 행복지수로 측정됩니다.
3. 시청자 추천 맛집에서 선정되며, 협찬도 진행될 수 있습니다
※본 가이드는 어디까지나 가이드일 뿐, 재미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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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가장 잘 먹히는 콘텐츠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섣불리 진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따라와서 문제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봐도 불편한 시청자들이 많아질 수 있다.
그런 위험 부담을 짊어진다.
오직 봄튜브이기에 가능하다.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영역까지 훌륭하게 다뤄낸다.
┌───────┐
│분노 0.00000│
│경멸 0.00000│
│역겨움 0.00000│
│두려움 0.00000│
│행복 0.10000│
│중립 0.00000│
│슬픔 0.00000│
│놀람 0.00000│
└───────┘
표정 하나로 말이다.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미소 한 번이 마음을 뚫고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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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나루 1시간 전
봄이가 행복한 것 보니 맛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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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나연 1시간 전
오늘도 행복+1 얻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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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봄이열매 1시간 전
먹을 때는 다 행복한 것 같은뎈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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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청자들도 알고 싶다.
이 집이 정말 맛있는 게 맞을까?
직접 가서 먹어보면 유튜버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댓글창이 전쟁터가 돼버릴 수 있다.
그럴 걱정 없이 콘텐츠가 운영된다.
분별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지만.
<꾸웨엑…….>
애처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화면에 표시된다.
현재 그녀의 심정.
┌───────┐
│분노 0.35000│
│경멸 0.00000│
│역겨움 0.00000│
│두려움 0.00000│
│행복 0.00000│
│중립 0.05000│
│슬픔 0.52000│
│놀람 0.08000│
└───────┘
해당 가게의 웨이팅 평점을 말해준다.
시청자들이 궁금할 만한 순간마다 체크하는 것이다.
─코코넛봄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조금 슬퍼 보여
<이건 굉장히 맛있는 음식이지만 먹고 나면 제가 쳇바퀴를 더 돌아야 되기 때문에 덜 행복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럼 사연이?
―역시 똑똑한 봄이 ㄷㄷ
―칼로리는 킹쩔 수 없지~
―쳇바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지간하면 행복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아주 조금씩 달라지는 숫자들.
시청자들 각자가 해석하기 나름이다.
나름대로 객관적인 지표(?)로 신뢰를 받고 있다.
"이게 뭐지?"
"유튜브 대세 방송이 뭐냐고 물으셔서……."
"그러니까 이게 뭐냐고."
"이게 대세입니다."
"……."
봄슐랭 가이드는 봄튜브의 입지를 더 확고히 자리 잡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이 이해가 안 될 뿐.
'인생.'
CBS의 음식 예능 PD 정관우는 최근 고민에 휩싸여 있다.
음식 관련 예능이 너무나도 흥행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사람으로서 환영해 마지않을 일.
하지만 관점을 달리해보면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 애들은 정말 이런 거 봐?"
"조회수만 보셔도 뭐……."
"음식 설명도 없고, 스태프도 유명한 사람이 아닌데?"
"일단 유튜브에서는 유명합니다."
"아니!"
살아남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박힌 돌 입장인 그는 변화의 바람이 마음에 안 든다.
'요즘 애들은 정말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과거와는 음식을 보는 시각이 사뭇 달라졌다.
음식의 특성을 깊게 파악하는 게 아니라 가볍게 즐긴다.
프로그램들도 경박해지는 추세다.
음식 관련 다큐멘터리까지 찍었던 그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아무튼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 정도입니다."
"네가 보기엔 어때?"
"솔직히요?"
"솔직히."
"재밌죠.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예능인데 재밌는 게 장땡이거든요."
"……."
"아, 아니 그런 시각도 있다는 말입니다~ 하하."
시청자들이 원하고 있다
정관우도 이성적인 관점에서 부하 스태프가 하는 말을 모르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이.'
방송국 PD로서 항상 신경 쓰는 부분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시청자들이 안 보면 의미가 없다.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도권.
방송 스태프들의 입김이 줄어든다.
최근 방송사의 분위기가 그러하다.
"그래도 고려는 해보시는 편이……."
"하고 있어."
"아무래도 요즘 1인 미디어가 많이 각광 받고 있잖아요? 물론 그래 봤자 아마추어이긴 합니다만 시청률 측면에서 봤을 때 화제를 낳을 수 있으니까."
"하아."
지상파 방송의 입지가 좁아지는 추세다.
이러다가 정말 유튜브와 파프리카TV에 다 먹히는 게 아니냐?
그런 우스갯소리에 점점 웃음기가 사라진다.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변화가 필요한 건 맞는데.'
PD 생활만 10년 넘게 해왔다.
방송 스태프로 근무한 이력은 그 이상.
방송 업계에 이러한 큰 물살이 한두 번 왔던 게 아니다.
다 기억하고 있다.
올라타지 못하는 사람은 업계에서 밀려난다.
PD 정도의 위치에 있으면 선택을 해야 한다.
비전 스튜디오― "요즘 유튜버들이……."
JT빙신― "연예인급이라는 말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라니까?"
PQ 엔터테인먼트― "출연료와 파급력을 고려해봤을 때 매력 있는 선택지가 됐다."
그러한 고민.
당연하게도 모든 방송사에서 하고 있다.
한국 방송 업계만큼 빠르게 굴러가는 업계는 전 세계에서도 흔치 않다.
"근데 유튜버라고 해봤자 진짜 방송에는 생초보일 텐데 말이야."
"그 외 문제될 만한 요소도 있죠."
"어떤?"
"아무래도 소속사가 관리하는 연예인들이 아니잖아요?"
"아……."
변화가 올 건 확실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받아들이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방송이라는 건 조그마한 잘못도 큰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검증이 된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굉장히 어려운 문제.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부족하다.
수많은 1인 미디어 중에서 뽑힐 수 있는 대상은 지극히 한정돼 있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