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7화
웅장한 브금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무엇인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어~!」
어디선가 한 번씩은 들어봤을 노래.
우리 봄이의 극적인 순간을 표현하고 싶다.
우적우적!
우적우적!
새해를 맞이했다.
떡국을 힘차게 먹고 있다.
입가에 묻은 김가루를 닦을 생각도 잊은 채.
"가라 봄이몬!"
―브금 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있나 보다
―봄이 개무시 중 ㅋㅋ
김가루 잔뜩 뿌린 떡국에 오이겉절이 한 조각 올려 먹는 걸 어찌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매년 최소 두 그릇은 완식하지만.
'드디어!'
올해의 의미는 보다 각별할 수밖에 없다.
쇠대접에 들은 떡국을 국물까지 깔끔하게 마신다.
「빠람♪ 빰빠밤!!」
동시에 브금이 바뀐다.
이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극장판 ON
―헐
―아 파닥몬은 못 참지 ㅋ
―떼창 마렵네
―봄이몬! 봄이몬! 봄이몬! 봄이몬! 봄이몬! 봄이몬!
―틀딱 브금
―왜 디지몬 프론티어 아님??
90년대 초반생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통한다.
무례한 후반생들도 있지만 대충 이해는 갈 것이다.
"꾸웨엑!"
ㅋㅋ
3분 안에 떡국 완식하기 미션.
보다 강력해진 봄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저 이제 성인인 거예요!"
"성인 봄이몬이 된 거야."
"이제 진짜로 어른이 돼버린 거예요~"
우리 봄이를 유년기 시절부터 지켜봐 왔기 때문에 감개가 무량해진다.
드디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것이다.
'어째서 어린 시절 파닥몬이 엔젤몬이 됐을 때 감동의 도가니였는지 떠오르는 것 같아.'
물론 엔젤몬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건너야 할 강이 많다.
외관도 외관이지만 인격.
나이 먹고 실수하는 것만큼 추한 게 없다.
주위 사람한테 "오른이 되세요" 소리 들을 수도 있다.
"우리 봄이 매년 두 그릇씩 먹은 보람이 있어."
"후후, 사실 그냥 배가 고팠던 거예요."
―크으~!
―똑똑한 봄이
―(눈물샘 찔끔)
―아니 봄이 성인이 말이 되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되지 않도록 교육시키고 있다.
그런 것 치고 다소 아쉬운 측면은 있지만.
'그래도 나름 잘 컸지.'
특히 방송적 성장은 기대 이상이다.
우리 봄이의 유튜브는 나보다 잘 나갈 지경이다.
─봄봄봄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이걸 3분 안에 먹넼ㅋㅋㅋㅋㅋㅋㅋ
─뉴욕치크케이크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떡볶이녀부터 봐왔어요. 앞으로도 좋은 방송 부탁드려요♡
─봄튜브보고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봄튜브 애청자입니다!
.
.
.
고정 팬층도 탄탄하다.
다른 쪽 성장이 기대 이하인 부분을 만회하고도 남는다.
"지금도 배가 고픈 거예요."
"두 그릇 먹고 싶은 거야?"
"오이겉절이도 추가해주시는 거예요~"
ㅋㅋ
서문봄은 배고픕니다.
대선 CF에 등장할 만큼 맛깔난 먹성을 자랑하고 있다.
『디지몬 진화 단계』
? 유년기 (봄초딩)
? 성장기 (봄급식)
? 성숙기 (봄학식)
? 완전체
? 궁극체(절대 완전체)
? 초궁극체(초절대 완전체)
하지만 언젠가 초특급 진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 걸음 한 걸음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적우적!
우적우적!
두 번째 떡국도 꾸역꾸역 볼따구에 처넣는다.
오이겉절이도 어쩜 그리 야무지게 먹는지 모른다.
'존재 자체가 유튜브각이긴 하지.'
봄튜브가 잘될 만도 하다.
그렇기에 밀어줬던 것이다.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 Kmail
─식품 협찬 문의드립니다
─안녕하세요. CBS 곽만수 작가입니다
─JT빙신 신규 프로그램 출연 제의
─MBG 순금어장 오디오스타팀 작가입니다.
.
.
.
우리 봄이의 귀여움을 알아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에게서 메일이 꽤 진지하게 온다.
"봄이야."
"후후, 배가 빵빵해요."
"맛있게 먹었어?"
"국물은 뻑뻑하고, 고기는 푸짐한 게 일품인 거예요~"
―두 그릇을 ㅓㅜㅑ
―봄이 맛잘알이야ㅋㅋ
―거의 마셨지
―너무 잘 먹어서 귀여워^^
이전부터 은근히 있었다.
아무래도 방송가는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뭐가 뜬다고?
호기심에라도 촬영하는 것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밑져야 본전이다.
'절대 함부로 출연하면 안 돼.'
그런 제안을 받았다고 탭댄스를 추면 안 된다.
우리 봄이가 흥이 잔뜩 나서 장기자랑을 펼치고 있다.
"우리 봄이 클럽 가도 되겠는데?"
"안 그래도 친구들이랑 가기로 한 거예요~"
"안 돼."
"?"
낙동강 봄이알이 될 수 있다.
단물만 쪽 빨아 먹히고 버려지는 신세.
'화제성.'
방송가는 굉장히 잔인하다.
이용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철저하게 버려진다.
혹은 악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임요환의 아침마당이 남 일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오늘의보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왜 너는 가면서 봄이는 못 가게 함??
"저는 어쩌다 한 번 가는 거죠."
"저도 어쩌다 한 번 가는 거예요!"
―오정환 이 새끼ㅋㅋ
―과보호
―거기 나쁜 곳임 나쁜 곳!
―빵댕이 흔들어 재껴~
그래서 지금까지는 지양해왔지만, 최근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상당히 구체적이고 고려할 가치가 있는 제안도 오고 있다.
'리스크를 상쇄할 만한 리턴도 있고.'
1인 미디어 최초로 예능 출연.
모르긴 몰라도 기사가 쏟아질 것이다.
TV를 보는 시청자층에게도 이름을 알릴 기회다.
파프리카TV와 유튜브 등은 젊은 세대가 많이 본다.
기성 매체인 TV, 라디오는 장년 이상의 세대가 주를 이룬다.
"우리 봄이 체통을 지켜야지."
"저도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 거예요."
"오빠가 파티 한 번 열어줄 테니까 클럽은 가지 마. 나쁜 남자들 득실거리는 곳이야."
"오빠는 착한 남자예요?"
"……."
그들의 시청 성향은 무겁지만, 한번 자리를 잡으면 오래 간다.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까 더 자기들끼리 해먹으려고 하지.'
실제로 유명 유튜버들.
여러 방송과 예능에 출연한다.
정작 자리 잡은 사람은 없다시피 하다.
미개척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다.
우리 봄이가 아장아장 걷기에는 척박하고 험난한 땅이다.
길을 닦아둘 필요성이 있다.
* *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저희 기획 3팀에서 회의를 거친 결과 이 사람을 메인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여의도에 위치한 CBS 본사 5층에서는 팀장급 회의가 열리고 있다.
새 예능 프로그램의 기획안을 통과시키기 위함이다.
"아니, 이 사람은……."
"너무 리스크 있는 선택 아니야?"
"음식을 설탕 범벅으로 만든다는 소문이 있던데."
CBS는 대한민국 방송 3사에 해당하는 거대 방송사다.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내부 심사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소문이 아닙니다."
""뭐라고?""
"출연 중인 경쟁사 프로그램 마리텔에서 설탕을 자루째 쏟아붓는 장면을 다수 포착했습니다."
"아이고 맙소사……."
"세상 말세로구만 쯔쯧."
음식 예능 PD 정관우는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속으로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기획안을 제출하는 입장에서 까다롭다.
'쌍노무 새끼들.'
대기업에서는 흔히 있는 이야기.
위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닦달하면서도, 정작 기획안을 제출하면 리스크는 지기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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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예능 PPT』
[설탕 폭포 천종원. jpg]
[설탕 폭탄 천종원. jpg ]
[설탕으로 샤워하는 천종원.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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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말이다.
기존의 음식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방송이 주를 이뤘다.
그것을 제대로 깨버리는 이색적인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자네 생각이라는 게 없나?"
"이런 건강하지 못한 음식 방송을 시청자들이 보겠냐고!"
"……."
그에 반해 천종원.
굉장히 현실적인 요리를 하고 있다.
음식 PD들은 사실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아니, 세상에 설탕 안 들어가는 음식이 어딨어?'
취재를 하다 보면 접하게 된다.
소문난 맛집의 실상.
마법의 하얀 가루가 비결이었다는 농담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MSG와 설탕을 넣지 않는다?
감칠맛을 내는 것이 어렵다.
낸다고 해도, 원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환상을 심어줘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 속 시원하게 밝힐 수 없고, 요리인들도 자신들의 이미지 때문에 쉬쉬한다.
그에 반해 천종원은.
"기존 요리인들과는 180도 다른 캐릭터이긴 하죠."
"그러니까 그게 말이 되냐고!"
"여기 마리텔 시청률 추이와 반응을 보시면 확인할 수 있지만 말이 됩니다."
""…….""
설탕은 물론 MSG에도 우호적인 필터링 없는 요리인의 시각이다.
몇 년 전이었다면 자신도 반대했을 것이다.
'시청자들 수준이 오르긴 했어.'
음식 예능 PD로 수년간 활동하다 보니 느끼게 된다.
시청자들도 사실은 다 눈치채고 있다.
쐐기를 박은 게 천종원.
불편한 진실을 속 시원히 터트렸다.
그것도 전문 지식과 위트를 섞어서 말이다.
"최근 음식 예능의 추세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최우선으로 섭외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저희 기획 3팀은 보고 있습니다."
"음……."
"납득이 가는구만."
굉장히 당황스러우면서도 탐이 나는 인재.
높으신 분들은 보수적이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주목하는 추세다.
그가 지금까지 출연한 방송이 한두세네 개가 아니다.
최근에는 준주연으로서도 톡톡히 활약하고 있다.
타닥, 탁!
신선함은 현재가 아닌 미래가 기준.
방영 예정일인 3개월 후를 예상해서 기획을 세워야 한다.
"다음으로 최근 뜨고 있는 유튜버인데."
"유튜버?"
"요즘 핫하지. 먹방이다 뭐다 하잖아?"
다른 출연진도 물색하고 있다.
연예인이나 전문가도 있지만, 유튜버 쪽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적당한 병풍.'
방송 3사다.
고품격의 방송을 취급한다.
원하는 건 오직 '화제성'뿐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유튜버.
지상파에 나온다면 십중팔구 큰 관심을 끌 수 있다.
"그 똘망똘망한 애! 뉴스에서 본 적 있지."
"비주얼 괜찮더라고."
"봄TV 말씀이시죠?"
"아, 이름까진 우리가 알 바 아니고."
그런 의도.
방송 짬밥 하루 이틀 먹은 게 아니니 모를 리 없다.
그에 맞춰서 준비를 했는데.
"당사자가 생각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어디 다른 방송사에서 채갔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밀어줄 생각은 없지만, 방송에 출연하다 보면 얻어걸릴 수도 있는 일이다.
본인에게도 나쁘지 않은 기회.
'쳇.'
나이가 어리다.
경험이 없다.
기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거절을 해왔다.
"작년까지 미성년자였다면……."
"예능은 짬밥이 중요하긴 해~"
"책임질 기획사가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지긴 하는데."
방송사 입장에서도 남감한 문제다.
여자 민짜를 잘못 다루다가는 역풍이 만만찮다.
본인이 원한 것도 아니라면 더더욱.
대한민국은 그쪽에 민감한 정책이 수립되고 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오정환과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오정환?"
"유명한 유튜버고, 개인 방송 쪽에서는 더 인지도가 있습니다."
"그래 봤자 개인 방송은 개인 방송이지 쯧."
"주연급은 아니지 않아?"
먹방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봄TV를 멤버로 섭외하고 싶었지만 되지 않았다.
꿩 대신 닭.
'그래도 뭐 이슈메이커만 된다면.'
소기의 목적은 이루는 셈이다.
긴 회의 끝에 방송의 초기 컨셉이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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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종원의 로컬푸드』
주연 : 천종원
조연 : 김해철, 최예원, 오정환 등
기획 의도 : 국내의 로컬 음식들을 솔직담백하게 평하고 개선시켜 여행과 소비를 촉진하고 방송 협찬을 뜯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