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화
<인맥 쌓기>
최근의 방송.
―김해철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듀오 ㄱㄱ?
"100개 감사합니다. 이 게임 끝나고요."
―풍 쏘고 듀오가 돼?
―나도 100개 쏠래!
―헐
―진짜 김해철임?
무난하게 하고 있다.
버라이어티한 사건이 항상 일어나는 건 아니니 말이다.
'그럴 인간들도 기세가 죽었고.'
시상식 이후 파프리카TV 내부 분위기는 차분해졌다.
개인 방송의 기준이 바뀐 것이다.
철꾸라지처럼 해야 뜨는 거 아님?
자극적이고 어그로를 끄는 방송이 기존에는 많았다.
내실만 다져도 충분히 뜰 수 있다.
나를 비롯해 보황, 빅도서관 등 선례가 보이게 되었다.
"들려요?"
<너 기다리다가 승급전 혼자 했단 말이야! 원딜 개못해 가지고 나 떨어졌는데 어떡할 거야.>
"아, 형이 못한 건 아니고?"
<야 임마! 난 무조건 잘하지.>
그만큼 상징성 있는 이벤트였다.
그렇게 안팎으로 이름을 날리다 보니.
"월드대스타 김해철 맞아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롤 좋아하셔서 종종 같이합니다."
―슈쥬 김해철??
―오정환 인맥 클라스 ㄷㄷ
―김해철 정도면 듀오 해주는구나
―아 그 늙은 아이돌
충신지빡이님이 채팅금지 1회가 되었습니다!
연예인 인맥도 생겼다.
시청자들에게는 그런 것으로 소개해둔다.
'방송 비밀유지서약이라는 게 있어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
방송사가 갑이다 보니 확실한 건 아니지만, 관계자들과 간단한 인사 정도는 나누었다.
그 과정에서 접근해왔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이것도 인연인데 롤 듀오라도 하지 않겠냐?
―아군이 당했습니다!
버스 기사를 알아보고 있던 모양이다.
바텀 라인에서 푸드득~! 거리는 소리가 조금 거세게 들린다.
<야 바텀에 꿀 발라 놨냐. 정글 계속 오잖아.>
"적 정글이 에이스 견제하네."
<그치? 정글만 아니었어도 바텀 캐리 나오는 각인데.>
―?
―정환이 이런 모습 어색한데……
―개못한다고 말해!
―진짜 정글 차이 좀 남 ㅋㅋ
롤을 하면 화가 나는 것은 예수님, 부처님도 마찬가지다.
쓸데없이 건들지 않는 것이 좋다.
'별명이 김기복 씨라서.'
굉장히 예민한 편이다.
잘 받아주는 것 같으면서도 언제 어느 때 화가 폭발할지 모른다.
<바텀 진짜 한 번만 풀어주면 안 되냐?>
"저 지금 좀 바빠가지고."
<뭐?>
그렇다고 비위만 맞춰줄 수도 없는 노릇.
노잼인 인간은 사귀는 보람이 더 떨어지는 법이다.
「제발 좀 가만히 있어 줄래?」
공허의 지평선.
배이가의 E스킬이 정확하게 세워진다.
가장자리에 닿은 적 아링이 스턴에 걸린다.
휘익!
꽈앙―!
WQ를 먹이며 유체화를 켠다.
가까이 다가가자 역시나 유혹을 던져온다.
'아니, 뭐.'
너무나도 정직한 타이밍.
가볍게 고개를 돌려 피한다.
빠른 속도로 앞질러 툭툭 건든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억지 킬각을 잡는다.
실력 차를 확신하는 상황에서 저지를 수 있는 오만.
"캐리 중이라."
<와! 너 방금 좀 멋있었다?>
―갓정환 ㄷㄷ
―이게 킬각이 잡히네
―대화하면서 존나 스무스하게 잡음ㅋㅋㅋㅋㅋㅋ
―김해철 지린 듯?
몇 마디 립서비스를 해두면 그럴듯한 장면이 나온다.
이 정도 연출은 있어야 연예인 입장에서 감흥이 올 것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이 학살 중입니다!
바텀도 싸게싸게 달려가서 풀어준다.
바텀 라인 2 대 2 교전이 굉장히 위태해 보인다.
「거기 딱 가만히 있어!」
점멸 스턴.
공허의 지평선은 각도만 잘 조절하면 대박 내는 것이 가능하다.
'이 사기성이 시즌5가 되어서야 재발견됐지.'
조건부 스턴인 줄 알았는데, 숙련자들은 확정 스턴으로 써먹은 것이다.
다인 스턴이라 1 대 多를 하기 효율적이다.
휘익!
꽈앙―!
WQ로 원딜을 족치고 서폿에게 시선을 향한다.
쓰렉귀가 상당히 완강하게 버텨오지만.
―더블 킬!
항암치료사님이 금숟가락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추가 골드 : +432G)
시간 문제.
따라가서 잡는다.
김해철의 랄라가 서포트를 해준 것 같기도 하다.
<야 우리 방금 합 좀 맞았다?>
"진짜 원딜러가 못하는 거 맞았네요."
<알지? 내가 이래서 솔랭 혼자서 안 돌리라 그래.>
―스턴각 지렸다
―그냥 오정환이 다 했잖아 ㅋㅋ
―해철이형……
―접대롤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
알아주지 않으면 섭해할 수 있다.
원래 나이가 들면 사소한 것에도 잘 삐진다.
'보기보다 나이가 지긋하셔서.'
김해철 : 야, 뇌신!
최우룡 : 네, 형. (삼성, 브리온 감독)
대충 이런 나이 대다.
젊게 사는 것과, 진짜 젊은 취급을 받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편하다고 막 대하면 정색할 수 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만 당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을 마저 캐리한다.
플래티넘 구간.
아주 낮은 티어가 아니다 보니 한사코 방심할 수는 없어도.
「소용없다!」
딱히 긴장도 하지 않는다.
공허의 지평선을 최대 사거리에서 아링을 정확하게 맞힌다.
꽈앙-!
휘익!
WQ를 떨어뜨리며 앞무빙.
평타와 함께 마지막 한 방이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꽈아앙-★
초신성 폭발.
강력한 한 방을 자랑하는 배이가의 궁극기다.
대상 주문력의 80%에 달하는 역AP 계수까지 있어서.
―항암치료사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물몸 AP를 상대로 솔로킬을 따기에 최적화되어있다.
상대가 거리 조절이 미숙하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양학이라는 게.'
챔피언빨을 많이 받는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되는 챔피언과 안 되는 챔피언이 정해져 있다.
<악어 새끼 탑에서 계속 죽는데?>
"괜찮아요. 이길 수 있어요."
<미드 차이만 믿고 가야지~>
―악어 새낔ㅋㅋㅋㅋㅋㅋ
―예능 모습이랑 똑같네
―정환이 버스 운전 중
―혜지 모드 ON
배이가는 전자.
나름대로 심사숙고 끝에 고른 챔피언이다.
'롤이 묘한 게임이라서.'
아무리 즐겁게 즐기려고 해도 결과가 안 좋으면 화가 난다.
친한 친구들끼리도 사이가 틀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러한 접대 게임.
특히 더 이겨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다.
크롸라라라―!
보통 양학을 하면 나머지 9명의 의사는 존중하지 않는다.
세세하게 인권 따지는 순간 이길 게임도 못 이긴다.
'내 페이스대로 끌고 나가서 우격다짐으로 끝내는 건데.'
적들도 당황스럽지만, 아군들도 어안이 벙벙하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있다는 생각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접대 게임은 승차감도 중요하다.
자신이 게임에서 배제됐다고 느끼면 그건 그거대로 서운해한다.
「거기 딱 가만히 있어!」
드래곤 한타.
공허의 지평선을 깐다.
가장자리에 두 명의 적이 걸려든다.
쿠! 챠앙!
「버거킹!」
그것을 이니시각으로 본 차르반 4세가 뛰쳐나간다.
아군 네네톤이 아직 도착도 안 했는데 말이다.
'이런 상황 자체가 상수라서.'
정상적으로 게임을 하면 승률이 안 나온다.
대부분의 접대 게임이 파국으로 치닫는 이유이기도 하다.
혼자 할 때는 이기는데?
애초에 상황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을 베이스로 깔고 갈 필요성이 있다.
휘익!
톡!
유체화 켜고 평Q.
나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한다.
차르반이 깔은 묫자리 때문에 딜각 자체가 안 나온다.
<야 망했는데?>
"천천히 빼면서 싸우면 이겨요."
그러한 실수를 아군만 하는 게 아니다.
승기를 확신한 상대는 물밀듯이 몰려 들어온다.
'평Q, 평Q, W 먹여주면서.'
무지성으로 기세가 앞선다.
슬슬 택배가 도착할 시간이다.
꾸뤄러럭!
설렁설렁 걸어온 네네톤이 궁극기를 켠다.
앞만 보고 있던 상대는 당황하게 되고.
「제발 좀 가만히 있어 줄래?」
진영이 흐트러진다.
공허의 지평선에 네 명의 적이 걸려든다.
꽈아앙―★
아링에게는 궁극기, 이즈레알에게는 WQ를 낙하시킨다.
정확한 딜 배분이 필요하다.
―항암치료사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운석이 떨어지기 직전에 점멸을 쓰지만, 그곳은 네네톤이 날뛰고 있는 곳이다.
주요 딜러 두 명을 잘랐다.
'이후부터는 천천히.'
정말로 천천히 싸우면 이기는 각이 조성된다.
아군 바텀도 고사리 손을 보태고 있다.
패배를 직감한 상대는 도주한다.
마음속에서 3초를 세고 상대의 위치를 대충 특정해서.
―더블 킬!
트리플 킬!
점멸 스턴을 넣는다.
공허의 지평선은 일방적인 선공권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숙련도에 따라.'
나의 숙련도도 숙련도지만, 상대의 거리 조절 감각에 영향을 받는다.
양학에서는 효율성이 배로 올라간다.
3번이나 쿨을 돌릴 수 있다면 반드시 이긴다.
얼핏 긴장감 있는 한타를 연출하는 데도 성공한다.
<야 어시 좀 줘 어시!>
"……."
―그걸 못 먹어?
―실드를 케잉 말고 배이가한테 주지
―접대 힘드누
―김혜지ㅋㅋㅋ
그럼에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필요하다.
현재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연예계 인맥이다.
'회귀 전에도 가끔씩 듀오를 했어서.'
김해철은 LoL뿐만 아니라 게임을 좋아한다.
스트리머들과 친하게 지내기로 유명하다.
몇 번이나 어울렸다 보니 성격을 알고 있다.
일단은 친분을 쌓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찰칵!
무난한 승리.
후반전에 최적화된 챔피언이다.
무한 성장이 가능한 Q스택 주문력에.
'라바둔 나오는 순간.'
혼자 다른 차원에서 노는 것이 가능하다.
스노우볼 굴릴 걱정 없이 차근차근 파밍하다.
「거기 딱 가만히 있어!」
거리 조절을 실패한 누군가가 걸리면 먹는다.
지나가던 랙사이.
―항암치료사님은 전설적입니다……!
탱템을 올리던 시절이다.
나름 단단하지만 원콤에 터져 버린다.
<야 바론 안 되냐?>
"정글 잘랐으면 바론각이지! 역시 서포터가 게임 보는 눈이 좋아."
<아, 당연하지. 내가 리니지랑 와우에서 힐러도 했어서 서포팅 잘해.>
―아 ㅋㅋ
―정글러를 자르면 바론을 갈 수 있구나! 몰랐던 사실이에요~―^^ㅣX람아 도구 날먹이라몈ㅋㅋㅋㅋㅋㅋㅋㅋ
―혜철이 눈나 헤응
게임을 안정적으로 굳힌다.
나머지 4명의 적이 바론 근처에서 어슬렁대지만.
「덫에 딱 걸렸구나!」
E를 깐다.
알아서 사지에 들어와 주면 먹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꾸뤄러럭!
「커져라~♬」
네네톤이 들어가고, 김혜철이 궁을 쓴다.
일방적인 한타일수록 활약하기가 편하다.
<야 방금 한타 합 좋았다?>
"CC 다 걸어줘 가지고 딜러진 완전 프리딜이었어요."
<그러니까! 이게 내가 스킬을 그냥 쓰는 게 아니라니까? 프로는 역시 아네.>
기분도 좋아지신다.
접대 게임은 고되긴 하지만, 그만큼 효과가 직빵이다.
'롤 할 때마다 달라붙는다는 사소한 단점은 있긴 한데.'
단기간에 친해지기에는 게임만 한 게 없다.
바론을 먹고 진격한다.
―적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적의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승리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고양감이 있다.
그것을 이끌어내는 것이 접대 게임의 요령.
<고! 고! 고! 고! 고! 다 죽여~ 요호오~!>
마음에 들은 모양이다.
1/10 클끼리가 빙의했다.
게임을 가볍게 승리시킨다.
<야 진짜 프로랑 하니까 다르다!>
"저도 연예인이랑 하니까 다른 것 같아요."
<나 촬영 있어 가지고 가볼게! 다음에 다이아까지 같이 달리자?>
―정환이 힘들어
―연예인 비위 맞춰주기 힘들어 ㅋㅋ
―유튜브각은 뽑았네
―무슨 학교 가는 것처럼 가는데?
개인 방송은 나의 영역이다.
하지만 방송국으로 들어가면 정말 아무도 모르고, 믿을 수도 없다.
'든든한 아군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지.'
투자를 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의지할 수 있는 인맥부터 쌓아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