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40화 (640/846)

640화

4년 전.

별풍선 1000개를 1000원이라고 착각한 소녀가 있었다.

《오빠 벌써 천 원 벌었어요 개이득!》

《그래, 이 기세로 10만 원만 벌면 돼.》

《저 열심히 노력할게요.》

―미친놈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천원이 아니라 읍읍

―어림도 없지 환율 100배!

―애한테 천만 원을 벌게 하려고……

오빠가 소중하게 여기는 그릇을 깼다.

10만 원을 벌기 위해 밤무대, 아니 파프리카TV에 데뷔했다.

《그치만, 그치만! 1개에 100원이면, 1000개에 10만 원이에요. 그러면 너무 많아요. 저는 속지 않아요~》

―코건 맞지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안 속네ㅋㅋㅋㅋㅋㅋ

―세속에 물들지 않았어 ㅠㅠ

―여중생쨩에게 10만 원은 너무 많다구!

소녀에게 있어 10만 원은 너무 큰 돈이었다.

따라서 10만 원보다 현실적인 1000원을 믿기로 한 것이다.

―지나가던큰손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여기 천 원^^

《헐 지나가던큰손 오빠 천 원 감사합니다. 저 이제 8만 8천 원만 모으면 해방될 수 있어요!》

―헐!

―해방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졸라 귀여워

―천 원인데 10만 원어치 같은 혜자 리액션!

소녀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시청자들은 대동단결했다.

그냥 까놓고 말해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여기저기서 소문을 듣고 몰려온다.

큰손들이 십시일반 하여 목표치를 향해 달리고 달렸다.

―강남건물주님, 별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2천 원 추가요!

《헉! 강남건물주 오빠 2천 원 너무 감사해요. 제가 루디브리엄 파티 퀘스트 빨리 깨는 법 알려드릴게요. 저 엄청 잘해요~!》

―파퀘ㅋㅋㅋㅋㅋㅋ

―말하는 거 너무 귀엽다

―겨우 2천 원에 파퀘 비법을!

―사실 그걸로 떡볶이 한 판은 사먹을 수 있는 읍읍

우리 봄이도 대출혈 서비스를 선보였다.

자신의 메이플 비법을 선뜻 공개한 것이다.

그렇게 모인 결과물.

―꼬마봄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 추억이넼ㅋㅋㅋㅋㅋㅋㅋ

"그때 여러분이 쏴주신 돈 제가 고이 모셔두고 있었습니다. 우리 봄이 것이기 때문에."

"전 잘 모르는 일이에요."

―아는 것 같은데?

―아ㅋㅋ

―아무튼 모름!

―봄이야……

가난한 아빠라면 그냥 쓰고, 부자 아빠라면 주식을 산다.

그런 책도 있지만.

'나는 BJ아빠이기 때문에.'

방송 콘텐츠로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니, 실질적인 투자로서의 가치도 있다.

「The Macallan 25 Years Old - Sherry Oak」

「The Macallan 18 Years Old - Gran Reserva」

「The Macallan No. 6」

「The Macallan 1946」

술들.

4년 전에 비하면 가격이 많이 올랐다.

웃돈을 줘도 이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다.

―나스닥단타왕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미친놈 다 맥캘란으로 사놨넼ㅋㅋㅋㅋㅋㅋㅋㅋ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맥캘란은 술이 아니고 주식이죠."

―와 25년산ㅋㅋㅋㅋㅋ

―저거 1946이 존나 비싼 건데

―애 돈으로 뭔 짓을 한겨

―떡상한 거임?

물론 재테크를 하기 위함은 아니다.

애주가들은 애주가들만의 축하 방법이 있다.

"우리 봄이 기억 나?"

"그때는 제가 철이 없던 시절이에요."

"지금은 철이 있어?"

"지금은 완전 어른인 거예요."

ㅋㅋ

어른이 되면 술 한 잔쯤은 마셔봐야 한다.

세례 같은 개념이 있다.

'무턱대고 비싼 술을 따는 건 아니고.'

4병의 맥캘란.

내가 고를 건 우리 봄이와 같은 년도에 출하된 술이다.

―비둘기먹이값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제일 싼 거 따네 ㅉㅉ

"아니에요. 18년이 두 번째로 비싼 거예요."

맥캘란에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영국의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생일 선물로 줬다.

'맥캘란 18년을 매년 한 병씩 쌓아둔 거지.'

28년 후.

아들은 여태껏 선물로 받은 맥캘란 18년을 모두 팔아서 집을 샀다.

이런 일화가 있을 만큼 재테크 용도로 탁월하다.

선물용으로 굉장히 가치가 높다.

"그럼 저희랑도 나이가 똑같아요?"

"엄청 귀한 건가 봐!"

"그래, 한 잔씩 마셔봐."

"독할 것 같은데. 그래도 기념으로 한 잔?"

"난 두 잔!"

""깔깔깔깔!""

특히 90년대에 병입된 맥캘란 18년.

애주가들 사이에서 거의 전설로 내려오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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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ILLED IN 1978

BOTTLED IN SCOTLAND 1996

+----------------------------

숙성이 된 건 1978년.

생산이 된 건 봄이탄생년.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시간대다.

'이때가 전통적으로 셰리 위스키를 만들던 마지막 시절이라서.'

옛날에는 셰리 와인을 운반하던 오크통으로 셰리 위스키를 만들었다.

1980년대 초 그것이 금지되었다.

셰리 와인의 판매량 저하.

유럽 오크나무의 벌목 제한.

기타 등등의 이유 때문에 말이다.

그럼에도 편법으로 셰리 위스키를 만들고 있지만, 품질 저하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또르르

애주가로서 감개가 무량한 순간이다.

잔에 따르자 꿉꿉하고 꼬릿한 포도 삭은 향이 후각 세포를 간지럽힌다.

'꿉꿉한 정도가 아니라 이건 하아……, 미쳤지.'

무슨 잡다한 코인들처럼 이유도 없이 오르고, 이유도 없이 내리는 게 아닌 역사와 세월이 스며있다.

한 모금 마시자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너무 독해요!"

"곰팡이 냄새 나."

"꾸웨엑……."

"탄산수랑 심플 시럽 조금 타면 맛있게 마실 수 있어."

―독하지 위스키인데ㅋㅋㅋ

―맛없다는데?

―콜라 붓자!

―세상에서 제일 비싼 하이볼……

물론 축하의 의미.

생년에 맞춰서 주는 술은 딱히 맛으로 마시는 게 아니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거지.'

자신이 얼마나 나이가 들었는지 체감할 수 있다.

특별한 기념으로 기억된다.

꼴꼴꼴~

술은 맛으로 마시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술도 마시는 사람이 맛없으면 의미가 없다.

피눈물을 머금고 하이볼로 만든다.

유리잔에 얼음을 채우고 위스키와 탄산수를 붓는다.

"어때?"

"맛있어요!"

"이러면 먹을 수 있지~"

그래, 이것들아.

귀한 술이긴 하지만 마시고 만족하면 그걸로 족하다.

딩동♪

조금 더 가치를 알고 마셔주면 좋을 뿐이다.

게임 아이템 함부로 쓰면 언짢듯이 말이다.

"야 파티한다며?"

"이미 하고 있어요."

"왜 나 빼고 시작해!"

"형이 늦게 와서."

딱히 그래서 부르는 건 아니지만 게임과 술을 잘 알 만한 형이 왔다.

―금색의갓슈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몰래 온 손님 뭔데?

"심심하다고 해서 올 거면 오라고 했어요."

"니가 불렀으니까 온 거지! 나 아무 데나 가는 사람 아니야."

―김해철 실물 ㄷㄷ

―찐 슈주야?

―오빠 부대 몰려오겠다 ㅋㅋㅋ

―접대롤 한 보람 있네

친해졌다.

보기보다 굉장히 한가한 사람인 듯 오라고 하니 선뜻 와버렸다.

'온라인상으로 친해지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

종종 만나고 있다.

친분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계기가 필요하다.

오늘은 기회.

친해지는데 술과 여자, 그리고 봄이만 한 게 없다.

"니가 봄이야!"

"봄이에요……."

"너 좀 애 같다?"

"아니에요. 저 완전 어른이에요!"

"나도 애 같다는 소리 듣거든."

둘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젊게 사시다 보니 대화 수준이 잘 맞아떨어지는 모양이다.

"야 이쁜 애들 많다며?"

"여기 보세요. 엄청 많잖아요."

"다 애들이잖아!"

""깔깔깔깔!""

―아 ㅋㅋ

―뭘 기대하셨나 해철좌~

―성인이긴 한데……

―혜철이 누나도 예뻐!

금방 잘 어울린다.

워낙 친화력이 좋은 타입.

"근데 너희 나 몰라?"

"저 알아요!"

"누군데?"

"오디오스타에 나오는 아저씨."

"화요미식회에서도 봄!"

"……."

하지만 세대 차이가 안 느껴질 수는 없다.

띠동갑도 넘어버리는 33살과 20살이다.

"이거 몰라? 우린 슈퍼주니~ 퍼예요!"

"그런 게 있어요?"

"늙은 아이돌."

"늙었대."

"봄이 일침!"

"참아요."

"야 놔, 놔! 내가 왜 늙었는데??"

―봄이 1승ㅋㅋ

―나이로 공격하는 건 반칙이지

―스플래쉬 뭔데 ㅠ

―엘프 난리 나겠네

요즘 애들이다 보니 모를 수 있다.

같은 나이 대 친구들끼리 싸우는 느낌이다.

"너 우리 팬덤 얼마나 많은지 알아?"

"저도 친구들 엄청 많아요."

"싸우자는 거야?"

"꾸웩!"

"야 얘 재밌다."

"재밌죠?"

ㅋㅋ

그런 느낌의 방송이다.

설마 띠동갑도 아닌 애랑 진심으로 싸울 리 없다.

'우리 봄이는 진심이긴 한데.'

어린 애 취급당하는 걸 싫어한다.

아메리카노도 참고서 마시고, 소주도 침 질질 흘리면서 삼켰다.

"얘가 여기 중에 젤 어리지?"

"아니에요. 제가 생일 제일 빨라요!"

"동갑이라고? 진짜?"

""깔깔깔깔!""

―봄이 빡쳤엌ㅋㅋㅋㅋㅋㅋ

―눈 부라리는 거 봐 ㅋㅋ

―김해철은 적이야……

―정말?

무럭무럭 큰 봄이의 친구들에 반해 다소 아쉬운 측면은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귀엽다.

"저 완전 어른이라서 술도 마실 수 있어요."

"나도 마실 수 있거든?"

우리 봄이의 귀여움을 이해하고 있다.

둘이 케미가 생각보다 잘 맞는다.

와구와구!

우적우적!

음식도 말이다.

마시고 나면 속이 허전하다.

술자리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이걸 다 니가 만든 거라고?"

"네."

"셰프급이네! 출연하는 이유가 있었네! 다음에 우리 집에 와서 반찬이나 해줘라."

"저 여자한테만 해주는데."

"야 나 여장 잘해."

―여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혜지였누 ㅋㅋ

―팩트) 진짜 잘한다

―혜철이 누나 헤응

시끌벅적한 타입도 있어야 흥이 난다.

애들을 데리고 술게임도 가르치고 놀고 있다.

"딸기가 좋아~ 딸기가 좋아~ 딸기가 너무 좋아 하나 둘 셋 넷!"

"딸기!"

"딸기! 딸기!"

"딸기! 딸기! 딸기!"

워낙 비주얼이 좋다 보니 그 자체만으로도 그림이 된다.

얼핏 동년생들끼리 노는 것 같아도.

―메기매운탕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김해철 늙었누 ㅋㅋ

"아니……, 쟤네 체력 왜 이렇게 좋아?"

"요즘 애들이 그래요."

―여고생 체력은 못 당하지

―봄이 판정승!

―연예인이 인방 와서 예능 찍어줌 ㅋㅋ

―나이는 킹쩔 수 없다

체력이 방전된다.

술게임을 배우니 자기들끼리 재잘재잘 재밌게 놀고 있다.

"이거 뭐냐? 비싸 보인다?"

"위스킨데 마실래요?"

"야 나 위스키 안 마셔!"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논다.

위스키병을 굉장히 관심이 있는 듯하면서도 멀리한다.

"나 옛날에 가짜 술 마셨다가 죽을 뻔했단 말이야."

"대식이가 만든 술은 아니에요."

"그럼 믿고……, 마셔볼까?"

봄이와 친구들을 위한 파티.

초대 손님이 분위기를 띄워 올려준 덕분에 훌륭한 콘텐츠가 되었다.

〔김혜철〕

「[인터넷 검색. jpg]」

「야 이거 겁나 비싼 거였네ㅋㅋ」

―가짜랑은 다르죠?

「잘 마셨다!」

「다음엔 형이 살게」

김해철과의 친분도 말이다.

표면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닌 그 이상을 목표하고 있다.

'최소한 연예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업계가 돌아가는 구조.

직접 듣는 것과 예상을 하는 건 천지 차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BJ세계만 해도 그러하다.

연예계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가끔씩 귀에 들어오는 것들만 모아봐도 긴장을 하게 되는데.

「우리 촬영 다음 달이지?」

―네 3월 말경

「음」

「잘됐으면 좋긴 하겠는데」

―형이야 뭐 진행하는 프로그램 많지 않아요?

「나야 뭐 딱히 상관없지」

카톡의 분위기.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

취기가 올라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촉이 온다.

지인 이상의 관계가 되면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최소한 업계에서 생기는 폐단에 대해서는 들을 수 있다.

「네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네

「나는 솔직히 네가 방송 안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순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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