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2화
<예능 진출>
발표 당시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BJ가 지상파 예능에 출연하는 날이 오다니?
세간에서도 관심이 쏟아졌지만 인방 시청자들은 특히 더했다.
익숙한 사람이 출연한다.
─오정환 예능 잘할 거 같지 않냐?
[오정환 사진. jpg]
이 새끼 선 넘을 듯 안 넘는 거 잘해서 예능 최적화임└오정환 철크루 시절 본 애들은 알지 ㅋㅋ└철꾸라지가 무리수 치는 거 애드립으로 다 커버하던 놈인데 └파프리카의 유느님임
└보라BJ들 중에서 유일하게 클린함
현존하는 최고의 BJ.
사람마다, 팬덤마다 생각이 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오정환은 유명하다.
〔개인 방송 갤러리〕
─중연) 방금 오정환 무빙 봄?
─로컬푸드 갤러리입니다 +1
─천종원<< 마리텔 시청자 많아도 별풍 못 받음 [8]
─아 X발 어디서 보냐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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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첫 방송.
관련 커뮤니티가 난리가 날 만도 하다.
방송 시간에 맞춰서 본방 사수가 이어지고 있다.
─천종원<< 마리텔 시청자 많아도 별풍 못 받음
거품 ㅇㅈ?
└시청자 많으면 뭐하냐고 풍력이 있어야짘ㅋㅋㅋㅋㅋㅋ└ㄹㅇ 설탕 원툴임
└천갈들 방 빼 ㅋㅋㅋ
└없는 갈드컵도 만드는…… 대단하다 ㅈ방갤!
보라는 어떤 의미에서 예능과 맥을 같이 한다.
출연자들이 나와서 입담을 펼치는 것.
보라판에서는 익숙한 방송 패턴이다.
평소와 같은 시선으로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치이익……!
고막을 간지럽히는 불 소리와 함께 등장한다.
천종원이 자막과 함께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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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종원― 「요리하는 CEO」
※특이사항: 설탕을 싫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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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의 주연.
그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한 번에 알 수 있는 연출이다.
─대놓고 주작ㅋㅋㅋㅋㅋㅋㅋㅋ
─설탕 홍보 대사 ON
─아 천갈들 방송국 언제 취직했냐곸ㅋㅋㅋㅋㅋ
─마주작: 아 이건 좀;
─천종원 슈가보이 아니냐?
─김군도 저렇게 포장해주면 잘하지 ㅋㅋ
─19) 중계 무시하고 달린다. jpg
─┗━━━━━━━━중계충수집기━━━━━━━━┛
그를 알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소소한 재미도 제공한다.
후라이팬에 담긴 요리가 완성된다.
「천종원표 감자전♪」
먹음직스러운 감자전.
시청자들이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그와 동시에 현관에서 의문의 남성이 들어온다.
<어, 여기가 천종원 선생님 댁인가?>
조연이다.
천종원의 로컬푸드 동행자가 될 멤버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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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 「요리사가 꿈이었던 개그맨」
※특이사항: 분위기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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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방송을 혼자 진행할 수는 없다.
맞장구 쳐주는 담당도 필요하다.
<선생님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요!>
<와서 맛 보세유~>
식탁에 앉아 감자전을 먹는다.
젓가락으로 쫘악~ 소리가 나게 찢어서 입에 가져간다.
─감자전 마렵네
─맛은 모르겠고 빠삭하게 익힌 건 ㅇㅈ임
─파전에 막걸리가 국룰 아니냐??
─10초 야짤. gif
─공복 새끼얔ㅋㅋㅋㅋㅋㅋㅋ
─갠붕이 컵라면 먹으면서 본다 질문받는다……
─와 개맛있겠다
─그래서 저거 설탕 넣었냐고 ㅋㅋ
바삭한 소리와 함께 씹힌다.
천종원은 요리사 출신 CEO로서 수준급의 요리는 물론.
<너무 맛있어요! 나만 이렇게 맛있는 거 먹어도 되나?>
<이게 왜 맛있는지 알아유?>
<어? 무슨 비밀이 있나?>
'팔리는 음식'을 만든다.
지금까지 방송에 출연했던 여러 요리사들과는 시각부터가 다르다.
「살짝 탈 정도로 구워져 시각+1」
「바삭하게 씹히는 소리가 청각+1」
자막으로 한 번에 이해시킨다.
천종원의 요리가 사업적으로 큰 가치를 가지는 이유.
<아~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만드니까 요식업 CEO로 성공하는구나!>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유~>
어리둥절하는 윤세영에게 백종원이 힐끗 눈치를 준다.
그 방향에 박스가 한 상자 놓여져 있다.
「순수 100% 국내산 감자!」
이 프로그램의 주제.
처음 흥미를 가지게 된 요리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국내산 강원도 감자라서 맛있는 거예유.>
<선생님 근데 감자는 원래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거 아니에요?>
<…….>
전국 팔도의 음식을 먹는다.
지역 특산물의 활성화를 노린다.
첫 번째로 선택된 건 다름 아닌 강원도였다.
천종원과 윤세영이 차를 탄다.
강원도를 향해 시동을 걸려고 하던 찰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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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철― 「대세 예능돌」
※특이사항: 돌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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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더 멤버가 합류한다.
아이돌로도, 예능인으로서도 익히 알려진 얼굴이었다.
─비주얼 담당이네 ㅋ
─요리 프로그램에 김해철 왜 낌?
─혜철이 눈나 나 이상해……
─정보) 김해철은 윤세영보다 2살 형이다
─남탕이눜ㅋㅋㅋㅋㅋㅋㅋ
─해철좌만 믿고 간다
─분위기가 확 사네
─오정환은 뭔 담당이냐?
구구절절한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성격과 컨셉부터 요리와는 인연이 없어 보이지만.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강원도.>
<제가 강원도의 아들이잖아요!>
어중이떠중이 방송이 아니다.
그것까지 감안해서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플롯을 짠다.
부룽~!
차가 출발한다.
4인승 SUV.
비어있는 한 자리에 유난히 눈이 가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마지막 자리에 타게 될 멤버는?」
자막이 뜨며 기대감을 북돋운다.
이미 기사와 네티즌의 입을 타고 이슈가 돼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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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환― 「먹방 유튜버」
※특이사항: 예능 새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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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환이 착석하며 차 안이 꽉 들어찬다.
프로그램의 프롤로그가 완전하게 막을 올렸다.
─천종원 오정환 요리 수준 ㄹㅇ실화냐?
진짜 세계관 최강자들의 요리다……
그 찐따 같은 BJ가 맞나?
진짜 오정환은 전설이다……
진짜 맨날 오정환 봤는데 연예인 같은 존재가 돼서 프로 방송인이 된 오정환 보면 진짜 내가 다 감격스럽고 오정환 노래부터 명장면까지 가슴 울리는 장면들이 뇌리에 스치면서 가슴이 웅장해진다……
└'찐'팬이네
└환견 수준 ㅉㅉ
└우리는 오정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오정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오정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철빡이 쳐내~ 쿤견 쳐내~ ㅋㅋㅋㅋㅋㅋ
이미 예고가 된 대로 방송이 진행된다.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는 반쯤 축제 분위기다.
절반만.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악의의 싹은 서서히 자라나고 있다.
* * *
촬영장.
"강원도 특산물인 감자로 요리를 만들어볼 거에유~"
"그래서 처음에 감자전을 주셨구나!"
"난 못 먹었는데?"
카메라가 출연진을 찍고 있다.
천종원이 요리왕 비룡이 빙의한 듯 칼을 휘두른다.
감자를 지속적으로 소비할 방법.
휴게소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개발 중이다.
챠르르르~
냄비에서 기름이 끊는다.
그 안에 감자로 만든 핫도그를 넣어서 튀긴다.
먹음직스럽게 익어간다.
세 명의 출연진이 침을 질질 흘리는 것만으로도 화면이 꽉 찬다.
"선생님 전 그럼 케찹 좀 만들어봐도 될까요?"
"만들어유! 그럼 난 요리에 집중할 수 있으니 좋쥬~"
남는 한 명.
오정환은 기지를 발휘해 할 일을 만들어낸다.
보글보글!
후라이팬에 케찹을 쭈욱~ 짜고, 설탕과 식초를 넣는다.
그리고 물을 부어 농도를 잡는다.
"케찹도 만들어 먹어?"
"시중 케찹은 단조롭잖아요."
"어디……, 와! 개맛있다!"
"어, 뭐가?"
"먹어봐. 케찹이 맛있어!"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
심심한 김해철이 젓가락으로 콕 찍어 먹는다.
연신 감탄을 내뱉자 다른 출연진들도 맛을 본다.
그래 봤자 겨우 케찹 아니야?
"이거 고춧가루 넣었쥬?"
"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과 천종원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설탕을 합쳐봤습니다."
"에헤이! 설탕 안 좋아해유~"
"맵단이네!"
"이거 느끼한 치즈감자에 잘 어울리겠다."
손사래를 치는 천종원.
그러한 밈이 정착돼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재미있는 장면일 것이다.
출연진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지만.
"저 친구 예능 처음이라고?"
"네, 그렇게 전달받았습니다……."
촬영 감독 박상혁.
그는 '천종원의 로컬푸드'의 촬영을 담당하고 있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당황한다.
'오정환은 최대한 장면 줄이라고 들었는데.'
촬영 전 회의에서 말이다.
업계에서는 딱히 드물지도 않다.
방송을 내보내는 시간은 결국 한정돼 있다.
누구에게 포커스를 맞출지.
비중이 높은 출연자가 있다면, 비중이 낮은 출연자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힘'이 없는 출연자가 된다.
소속된 기획사가 무명이면 알게 모르게 손해를 본다.
'기획사가 없는 일반인이라고 했지.'
방송인으로서 경력도 없고, 인지도도 다른 세 명에게 밀린다.
즉, 후환이 없는 것이다.
연예인들이 비싼 수수료를 감수하고 기획사를 두는 이유가 있다.
그러한 업계 구조를 당연히 안다.
"재밌네. 진행 시켜."
"찍을……, 까요?
"우리의 일이 뭐지?"
"좋은 장면을 찍는 겁니다."
"그래."
좋은 장면을 찍어야 한다는 직업 정신과 촬영 감독으로서의 프라이드가 용납하지 않는다.
'알아서들 하겠지.'
자신은 찍는 역할.
영상을 쓰고 말고는 디렉터들의 일이다.
회피라는 차선책을 선택한다.
"메뉴 아이디어 하나 내도 될까요?"
"내봐유! 신박한 거 있으면 채용할 테니깐."
"휴게소 고객분들 중에 차 안에서 음식 드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어차피 간섭할 수도 없다.
일반적인 방송과는 다르다.
창작 요리가 다뤄지다 보니 출연진의 자유도가 높다.
"정말! 먹기 불편해서 못 먹는 경우 있거든."
"먹으려고 하면 식어있고."
"음~ 정환 씨가 포인트를 제대로 짚었네! 그 부분도 고려를 해봐야겠어유~"
전문성 있는 발언.
그때그때 나오는 아이디어를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방송 촬영은 분명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뭐 이렇게 많아?"
"감독님께서 방송 소스가 많이 나왔다고 잘해보라고 하십니다."
CBS 기획 3팀 휘하 편집부.
촬영 감독이 찍은 것을 하나의 예능으로 구현화하는 작업을 거친다.
'일거리만 늘어났네.'
사무직은 현장보다 훨씬 세속에 찌들어있다.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타닥, 탁!
인방과 지상파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생방송과 녹화 방송.
그 차이는 단순히 방송의 지연이 아니다.
"소스 만드는 부분 쳐내고."
"통째로요?
"메인이 요리지 소스냐? 무슨 뜻인지 몰라서 물어?"
"아, 알죠. 네……."
편집이 가능하다.
같은 내용이라도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바를 180도 바꿀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악마의 편집.
사람인 이상 양심에 찔린다.
개인이 아닌 다수이기에 이루어진다.
타닥, 탁!
혼자서 하면 나쁜 일이지만, 여럿이 하면 업무가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은연중에 책임 전가를 한다.
'천종원의 로컬푸드인데 니가 잘하면 어떡하냐고.'
기획 단계부터 정해진 내용이다.
이번 방송에서 누구를 밀어줄지.
그리고 누가 소외될지.
오정환을 섭외한 건 어디까지나 화제성을 뽑아 먹기 위함이다.
메인으로 밀어줄 생각은 가지지 않았다.
"그래도 오정환이 뽑아낸 방송 소스가 꽤 쓸만하거든요. 다 쳐내면 방송 분량에 이상이 생길 것 같은데."
"……."
설사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방송 업계는 입 좀 잘 턴다고 성공할 수 있을 만큼 만만치 않다.
'어디 근본도 없는 개인 방송인 주제에.'
작은 발버둥으로는 바꿀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