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7화
관점 자체가 다른 것이다.
"님들 RPG게임 시작하면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써요?"
―갑자기?
―밸런스
―사기캐지 ㅋㅋ
―국산이면 과금……
이를테면 게임.
게이머, 특히 한국 게이머가 새 게임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말이 나온다.
'뭐가 OP냐고. 그리고 어떻게 키워야 빠르냐고.'
효율적인 방법부터 계산하고 있다.
이상하다고 느끼지도 못할 만큼 몸에 배었다.
"제 방송은 워낙 겜돌이가 많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보통 일반인은 그 게임이 재미있는지 없는지부터 따져요."
―아
―킹반인은 ㅇㅈ이지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겜타쿠들 화들짝!
게임은 재밌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게 당연하지만 어느 순간 잊어버린다.
한국 게이머 특.
친구들이 하는 것만 함!
그러다 보니 게임성보다 경쟁에서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잘하는 것이기도 한데.'
하드 게이머들은 대개 그러하다.
대한민국 남성의 과반수는 해당될 것이고, 내 방송의 시청자들 중에서는 특히 더 많을 것이다.
그러한 편향.
요리 업계에도 있다.
마치 직업병처럼 음식물을 먹을 때 관점이 달라진다.
「죽이게 FRESH하네!」
고든 램지 씨의 광고.
자본주의에 굴복했다.
맥주가 아닌 자본을 마신 거다.
그런 이야기도 있지만, 그의 직업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맥주를 마시면서 맥주맛을 우선시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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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문은 처음이지만 한식을 사랑한 지는 15년 정도 됐고, 내 팀엔 한국인 셰프들도 있다.
한국 맥주는 한국 음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완벽한 맥주라는 게 나의 솔직한 평가다.
외국 언론의 평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외국 사람들은(한국 음식을 먹을 때) 음료로 깨끗하게 씻어줄 수 있는 맥주를 모르는 것 같다.
한국 맥주가 맛없다는 영국 기자를 만나면 엉덩이를 걷어차 주겠다.
『고든 램지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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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시각은 그의 인터뷰만 봐도 드러난다.
맥주 이야기를 하는데 한국 음식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야 늘 먹던 거니까 그냥 먹지만, 고든 램지는 한국 음식을 먹으면 셰프로서 평가부터 하겠죠. 맵고 짜고 자극적인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혀를 씻어주는 한국 맥주가 마리아주다, 라고 생각해도 부자연스럽진 않아요."
―그렇긴 하네
―설득력이…… 있어!!
―그냥 물 대신 먹는 거였넼ㅋㅋㅋㅋㅋㅋ
―사이다로 씻어 ㅅㅂ
물론 돈 때문도 분명 있을 것이다.
꾸짖기에는 섭섭할 만한 금액을 챙겨줬겠지.
하지만 세간에서 말하는 것처럼 주관이 결여된 판단은 아니다.
오히려 확신을 가졌다.
'순수한 맥주맛만 평가해달라. 사전 설명을 했으면 다른 평가가 나올 수도 있었겠지.'
요리사들만이 가지는 독특한 시각.
그것을 전제로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평가다.
─반육십노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럼 천종원도 술알못이라는 거임?
"다시보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에요."
―방송 들은 거 맞음?
―억까 쳐내!
―악마의 편집 올라오겠누 ㅋㅋ
―어머나
천종원 선생님도 술을 요리의 부로 취급한다.
이는 요리 업계에서 굉장히 일반적인 시각이다.
심한 경우 술을 아예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만든 요리에 감히 마리아주를 따져야 하냐?
'당연히 그 정도는 아니신데.'
직업병.
술에 대한 시각이 가볍다.
골목식당 하실 때처럼 계산기를 막 두들겨보지 않는다.
주류 업계에서는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일부 악덕 업자들은 피를 빨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골목식당에서 빌런 비율이 높듯이, 주류 제조업체도 빌런 비율이 엄청 높다.
가끔 당하시는 걸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천종원이 술알못이라니 ㅠㅠ
―실망입니다
―오또케 그런 말을 할 쑤가 잇쬬!
―기레기 있으면 손
―이 방 어그로 끌기 좋네
―평소 워딩 그대로 말하다 보니깤ㅋㅋㅋㅋㅋ
―손
―이이잉~ 기모링~!
그래서 한 말.
첫 마디가 조금 셌던 것도 사실이다.
다소의 논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뭐, 의도한 거지만.'
까와 빠는 원래 양립되는 것이다.
까가 있기 때문에 빠도 생기게 된다.
방송의 기본적인 법칙.
지상파라고 다른 법칙이 적용될 리 없다.
지금까지 발언을 지양한 것은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힘이 있다.
힘이 생기면 발언권도 생기게 된다.
* * *
주류 업계를 두고 일어난 사건.
CBS― 「오정환의 천종원 무시 발언에 네티즌 '갑론을박'」
MBG― 「오정환 천종원 저격……, 외식 사업 하는 분이 술알못이다」
연합뉴스― 「한국 주류 업계 비판한 오정환. 하지만 본인의 현실은?」
그 파동은 계속해서 번지고 있다.
진짜 시청자들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말이다.
"말꼬리 최대한 잡아주세요."
<네.>
"오정환의 신뢰도를 깎아 먹을 수 있는 기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한국 주류 업계.
최근의 사태가 달갑지 않다.
대중들이 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지만.'
억 단위가 아니라 조 단위 돈이 오가는 시장이다.
기형적인 주세법과 대중들의 무관심 덕분에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꿀 같은 사업.
당연하게도 천년만년 하고 싶다.
국민들이 죽을 때까지 소주와 맥주만 마셨으면 좋겠다.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 15개
qikw****
오정환이 천종원을 저격했다고?
sina****
뭐가 또 일본에서 온 거여?
ppii****
제주 귤 브랜디 사건 때문에 그러나 보네
kimc****
감히 천종원을 저격하다니!
.
.
.
와인 등의 주류가 해외 3배 가격.
구입할 엄두가 안 나도록 정부에 로비를 퍼붓고 있다.
만에 하나의 변수는 제거하는 것이 옳다.
주류 업계에게 있어 오정환은 눈엣가시인데.
<안동 하면 역시 찜닭 아니겠습니까 선생님?>
<찜닭만 있는 게 아니쥬.>
<어, 또 뭐가 있나요?>
<흐흐, 이거 나 말고 정환이 불러야 돼유.>
천종원의 로컬푸드.
경상북도 안동편이 진행되고 있다.
천종원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화면이 줌인된다.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건물.
대문은 조선시대의 그것을 보는 듯하다.
안동의 명물 안동소주를 만드는 양조장이었다.
<안동소주! 제가 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 안동소주는 들어봤거든요!>
<유명하죠.>
<정환이는 알지?>
<저도 가끔 시켜 먹습니다.>
<뭐? 시켜 먹어?>
<네, 전통주는 인터넷에서 주문할 수 있거든요.>
<??!>
전통주는 택배 구매가 가능하다.
자막이 떠오르고 반짝 설명이 지나간다.
출연진이 얼타는 사이 대문이 활짝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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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 박재서 선생
(전통식품 명인 6호)
국내 최고의 소주명가 중 하나인 반남 박씨 가문의 25대 손.
500년 넘게 가문에 이어져 내려온 안동소주의 비법 전수자.
1995년 7월 국가지정 전통식품 명인
제6호 안동소주제조기능 보유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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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장본인이 나타난다.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주 안동소주를 만드는 장인이다.
<반갑습니다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와~!>
<한복 차려입으신 거 봐. 진짜 장인이신가 보다.>
내부를 한번 쭉 둘러본다.
안동소주를 어떻게 만드는지.
안동소주의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
<연산군 때 안동으로 귀양 왔던 농암 이현보 선생님이 만드신 술입니다.>
<역사가 수백 년이 넘었구나.>
<정말 상류층만 마시는 술이었겠네요~>
출연진이 연신 감탄을 토해낸다.
어쩌고저쩌고 잘은 모르겠지만 귀한 술.
<맛보고 싶다 진짜…….>
<귀한 술 마셔보고 가야 하는데!>
김해철과 윤세용이 설레발을 친다.
하지만 이곳의 진행자는 따로 있다.
<정환이가 마셔봤다며?>
<네.>
<이 귀한 걸?>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이거 말해도 되나?>
<<?>>
<사실 안동소주를 굉장히 싸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허허.>
천종원의 물음에 따라 오정환의 입에 포커스가 쏠린다.
박재서 명인이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린다.
<안동소주가 한 병에 3만 원 선에 올라와 있는데.>
<음…….>
<어? 생각보다 살 만한데?>
<이것도 상당히 괜찮은 가격이죠. 근데 담금주라고 있거든요?>
<담금주?>
<이만한 플라스틱 통에 담긴 거 말하는 거지?>
<네, 그거요.>
안동소주는 대용량으로도 판매한다.
3.6L 들이의 통에 담긴 것이 5만 원 선.
담금주라고 써있지만 안에 내용물은 똑같다.
소주로 따지면 한 병에 5천 원 꼴이다.
<그 정도 가격이면 마실 만하지!>
<음식점에서 소주 3천 원, 4천 원이야.>
<작은 병에 소분해서 마시면 가성비가 끝내줍니다.>
<허허.>
<근데…….>
<네?>
<왜 한 병에 3만 원인데 대용량은 그렇게 싼 거예유?>
천종원이 날카로운 질문을 건넨다.
사업가인 그는 식재료의 원가에 민감하다.
주객이 평소와는 정반대.
그 진귀한 광경에 출연진이 벙 찌고 있던 사이.
<젊은 친구가 우리 술을 잘 아나 봐요?>
<술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하죠. 항상 감사하며 마시고 있습니다.>
<아 그 정도야?>
<역시 안동소주!>
<제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꼴이긴 한데 설명을 이어봐도 될까요?>
<그렇게 해봐요.>
어두운 쪽의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제주편처럼 전통주에는 화려한 포장 뒤에 어른들의 사정이 숨어있다.
<한국 전통주 매출이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 시즌에 80%가 쏠려있을 정도로 좀 기형적이에요.>
<오…….>
<평소에는 잘 안 팔린다는 거네! 아, 송구스럽습니다.>
<허허, 괜찮아요.>
<그러다 보니 포장에 치중하게 되고, 포장값이 가격에 포함되는 불편한 진실이 있어요.>
그리고 선물은 가격이 곧 진심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문화가 한국에는 있다.
전통주 가격이 비싼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선물 문화도 그중 하나.
<그것이 업계의 관행처럼 굳어져서 전통주 가격이 정말 비쌉니다.>
<아 그런 일이…….>
<박재서 선생님 같은 일부 장인분들만이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계시죠.>
<박재서 명인님을 향해 박수!>
천종원을 따라 출연진이 박수를 친다.
이러한 방송.
한두 번 출연했을 리 없는 박재서 명인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주류업계에도 여러 가지 일이 있구나~ 정환이 덕분에 재밌는 걸 알고 가네.>
<미약하죠.>
<내가 요식업계는 빠삭한데 술 쪽은 완전히 술알못이라서.>
<…….>
<<하하하하!>>
방송의 분위기.
누가 봐도 좋다.
세간에서 떠드는 불화설의 꼬투리도 보이지 않는다.
<나도 술알못인데 안동소주로 개안 좀 하고 가야겠다!>
<진짜 기대된다~>
<근데 저는.>
<?>
<안동소주 맛있겠다! 가 아니라 오늘은 안동소주 먹을까? 하고 전국민이 즐기는 술이 되는 것이 박재서 선생님의 진의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맞습니다.>
<<오오~~!>>
오히려 능력을 과시한다.
주류 관련한 이야기에서는 오정환이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니까 평소 술자리처럼 가볍게 마시자는 거지?>
<예.>
<그럼 제가 암동찜닭 맛있게 만들어볼 테니 명인님께서도 한 잔 하시쥬?>
<허허, 좋습니다.>
<와!>
<안동찜닭에 안동소주! 이건 못 참죠~!>
음식 관련한 이야기는 천종원.
두 가지가 조화되며 방송 진행이 물 흐르듯 이어진다.
경상북도 안동편은 제주편 이상의 호평을 받는다.
그 광경을 시청자들이 지켜봤다.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 35개
jisu****
저격했는데 왜 친하게 지내고 있나요
vxvx****
자기들끼리 드립 치고 놀던데 일류임ㅋㅋㅋ
park****
기레기님 얼마 받고 쓰셨어요?
komu****
이이잉~ 기모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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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이 기울어지는 건 시간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