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8화
안동편 본방.
<저는 젊은 친구가 전통주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고 있을 줄 몰랐어요.>
<과찬이십니다.>
<저야 살 날도 오래 남지 않아서 맛있게 마셔주기만 하면…….>
<어우 그러시면 안 되죠!>
<전통주의 미래를 위해서 오래 사셔야 합니다!>
제주편에서 생겨난 관심이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전통주.
「사실 2명이 있었던 안동소주 장인」
「조옥화 명인이 돌아가시며 박재서 명인 한 분만 남으셨다?」
그 속사정이 자막으로 떠오른다.
시청자들이 아쉬움에 탄성을 내뱉을 즈음.
<98세…….>
<호상 하셨네.>
<그만큼 몸에 좋은 술이라는 거쥬~>
별 이야기는 아니었다.
사람인 이상 천수가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다.
짜안!
그보다 중요한 건 취식.
음식 프로그램인 만큼 중요한 건 결국 맛이다.
<독하다.>
<독주를 마시는 팁을 드리자면.>
<아 마시는 방법이 있어?>
<입에 반 모금 머금고 한 번에 삼켜야 돼요. 중간에 입을 떼면 공기가 섞여서.>
<콜록! 콜록!>
<예, 이렇게 됩니다.>
<<하하하하!>>
45도에 달하는 고도수.
부담스러울 수 있는 술을 마시는 방법까지 가르쳐준다.
꼴꼴꼴!
음료수 잔에 안동소주를 조금 따른다.
그리고 팔성사이다로 나머지 분량을 채운다.
토옥!
쇠젓가락을 세워서 잔의 바닥을 톡! 친다.
한국 술자리에서 흔히 나오는 광경이다.
<안동소주 하이볼입니다.>
<어, 칵테일이야?>
<네.>
<칵테일이란 게 이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거였어?>
<원래는 레몬도 넣어야 되고 그런데, 팔성사이다는 레몬향이 들어있어서.>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도 마시는 방법.
특히 여성 시청자층에게도 어필이 된다.
〔시청자 게시판〕
─그냥 소주로도 만들 수 있는 건가요?
─한국인이라면 역시 전통주를 마셔야죠~
─정환 씨는 해철 씨와 다른 매력이 있네요 ㅎㅎ
─정환 씨가 종원 씨 저격했다고 들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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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시청자의 과반수는 여성 쪽이다.
오정환의 민심이 다시 좋아지고 있다.
─정환 씨가 종원 씨 저격했다고 들었는데
[인터넷 기사. jpg]
오늘 방송 보니 다 거짓부렁이었던 모양이네요~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평소 성품 보면 그럴 사람이 아니죠
└종원 씨도 얼마나 웃겼으면 방송에서 드립으로 쳤겠어요 ㅋㅋ└술 쪽은 정환 씨가 맡는 느낌~
기사의 여파.
아무래도 조금은 있었다.
연예계 찌라시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화제다.
특히 불화설.
혹은 스캔들.
동네 아줌마들과 뒷담 까는 것처럼 쏠쏠한 재미가 있다.
─정환 씨는 해철 씨와 다른 매력이 있네요 ㅎㅎ
해철 씨는 비주얼 몰빵인데
정환 씨는 종원 씨만큼은 아니지만 지식이 상당한 듯!
└저는 해철 씨처럼 까불거리는 타입은 별루~
└취향이 갈리죠
└BJ라고 해서 천박한 타입인 줄 알았는데……
└님 아까는 천종원 욕한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방송으로 팬덤도 생겼다.
구설수가 나오던 여론이 반전된다.
나쁜 쪽이라도 관심은 관심.
좋은 쪽으로 전환이 되자 단박에 입지가 넓어진다.
「놀면뭐하니」
1시간 전。
#로컬푸드#오정환
오정환 요즘 스타눜ㅋㅋㅋㅋㅋ
「구름구름」
1시간 전。
#로컬푸드#오정환
[로컬푸드 오정환 캡처. jpg]
BJ가 예능 찍는 거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동물의전장」
1시간 전。
#로컬푸드#오정환
정환형 분량 안 나와서 안타까웠는데
이제야 조명 받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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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등지에서는 이미 이름이 알려져 있다.
쌓이고 쌓였던 인지도가 폭발할 계기가 주어졌다.
「조성우」
1시간 전。
#소주칵테일
[요즘 클럽에서 파는 칵테일 근황. jpg]
소주 칵테일 까는 사람 있는데
이거 재작년에 홍대에서 유행했던 거임 ㅋ
―자랑스럽다! K―칵테일
―이거 클럽 이름도 K ㅋㅋ
―사이다 칵테일이라길래 뭔 장난질인가 했는데 진짜 되는 거였어?
―심지어 유행시킨 장본인이 오정환
과거의 미담.
그가 방송에서 활약하는 이유에 대한 사후 해석이 붙는다.
팬덤이 생기면 스토리텔링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 과정이 단축된다.
「김전일」
1시간 전。
#오정환#몰라#X발
[로컬푸드 캡처. jpg]
아니 그래서 오정환이 뭐 하는 놈인데?
―김해철이랑 친한 롤프로 BJ 유튜브도 함
김전일― ㅇㅎ
―요즘 오정환 모르는 사람이 있음?
―틀
그를 잘 모르는 사람.
인방 시청자가 아닌 TV 시청자 중에는 다수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이들에게도 간단하게 받아들여진다.
유명인의 지인으로 말이다.
그 외에 여러 가지 이력도 있다고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유명한 사람이구나!
대중이 그렇게 인식한다.
유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첫 단추가 채워지게 된 것이다.
이종격투기 ― 「오정환이 말하는 전통주 싸게 사 마시는 법」
樂 SOCCER ― 「내돈내산) 화제의 안동소주 마셔봤습니다」
도탁스(DOTAX) ― 「안동소주 2차 대란 일어남 ㅋㅋ」
그것도 좋은 쪽.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전통주 업계에는 희소식이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주문을 넣은 것이다.
─안동소주 2차 대란 일어남 ㅋㅋ
2차 대란인 이유는 예전에 일어난 적이 있어서
[안동소주 1차 대란 정리. jpg]
이때는 맛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일어났음
하지만 가격 장벽 때문에 시들해졌는데
오정환이 싸게 사는 법 풀고서 2차 대란이 일어난 거임ㄷㄷ원래부터 맛은 보증된 술이라 이번에는 쉽게 안 가라앉을 듯 └캬 이걸 오정환이 └싸게 팔면 사마셔야지!
└어디냐? 당장 돈쭐 내주러 감
└여태 공장 소주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 믿었던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진짜 소주" 는 맛있네요 ㅠㅠ
선한 영향력.
단순히 어그로를 끈 것과는 다르다.
방송인에게는 하나의 커리어로 쌓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도 큰 주가 상승을 일으킨다.
오정환이라는 세 글자를 안방 시청자의 기억에 각인시킨다.
〔개인 방송 갤러리〕
─요즘 오정환 잘 나가누 ㅋㅋ
─쿤견, 철빡이 강제 버로우행ㅋㅋㅋㅋㅋㅋㅋ [25] +8─술을 인터넷으로 시켜 먹을 수 있었음? 처음 알았네 [5]
─철꾸라지도 CEO 인맥 있다 깝 ㄴㄴ [112]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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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게 된 평가.
인터넷 방송 관련 커뮤니티에도 영향을 미친다.
─술을 인터넷으로 시켜 먹을 수 있었음? 처음 알았네나 미짜인데 가능?
└급식 갠붕이 왔누
└ㅇㅇ 니 애비 팔아먹으면 가능
└애비 파라무그손 입갤 ㄷㄷ
└메시야 잘 좀 하자
유명 예능쯤 되면 보진 않아도, 최소 소식은 듣는다.
전파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
아니, 기다리고 있었다.
오정환의 본진은 여전히 인터넷 방송에 가깝다.
─쿤견, 철빡이 강제 버로우행ㅋㅋㅋㅋㅋㅋㅋ
[로컬푸드 안동평 캡처. jpg]
이 악물고 욕하던 오정환 개잘나가는 중ㅋㅋㅋ
└코 악물었누^^
└쿤견 쳐내~ 철빡이 쳐내~
└삐빅! 범충들이 가면 쓰고 날뛰는 게시글입니다
└느그 BJ는 이런 거 없제?
본업이 BJ인 만큼 당연하다.
그리고 파프리카TV에는 팬덤 간의 싸움이라는 문화가 존재한다.
예능에 진출한 것.
타BJ 팬덤들의 질투를 샀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기회라는 듯 물어뜯었는데.
──철꾸라지도 CEO 인맥 있다 깝 ㄴㄴ
[철꾸라지×쏘닉 합방. jpg]
요즘 잘 나가는 갓베누 CEO 있음 ㅇㅅㅇ
└와 쏘닉 아시는구나!
└우라야마시~
└갓베누 공짜로 신을 수 있음 개부럽;
└물만 안 새면 ㅇㅈ이지
상황이 이제는 달라졌다.
공격할 만한 근거가 사라졌다.
불을 피우려고 해도 장작 자체가 없다.
아니,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
예능에서 실패했다는 정신 승리마저 불가능하게 되었으니까.
'…….'
일련의 상황.
자신의 추종자들을 선동해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철꾸라지로서는 배가 아프다.
과거가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다.
"X발 내가 왕년에는……."
"왕년에 뭐?"
"형 군대 가고서는 그냥 제가 원탑이었다니까요? 철통령!"
파프리카TV는 자신의 성과 같았다.
글자 그대로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다.
'오정환 너만 아니었어도.'
화려했던 과거.
어이, 김 씨 아가리 닫고 밥이나 얼른 먹으라는 말처럼 한물 간 퇴물이 되고 말았다.
"야, 원조 대통령은 나지."
"그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형은 방송 공백도 크고."
"스타 원툴이다?"
다시 오정환을 따라잡는다.
전성기 시절의 폼을 회복하고, 파프리카TV 대통령 자리를 회복한다?
"요즘 택뱅리쌍 때문에 스타판이 너무."
"그래서 뭐?"
"방송 콘텐츠 짜기가 착잡하다 그거죠. 저도 그렇고."
"야, 너 내가 누군지 몰라?"
그런 상상을 안 해본 게 아니다.
오랜 방송 경력이 있는 만큼 그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아.'
무엇보다 의욕이 없다.
사람은 가졌던 걸 잃었을 때 가장 상실감이 큰 법이다.
그리고 쉬운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내가 바로 갓베누 CEO야."
"오정환은 둘마트 CEO랑 아는 사이라던데……."
"야, 니가 패션을 알아?"
그런 철꾸라지를 향해 쏘닉이 히죽 웃는다.
중의적.
철꾸라지는 반색하며 바짓가랑이라도 붙들 기세다.
"나이키, 아디다스 알지? 패션이라는 게 한 번 뜨기만 하면 글로벌하게 가는 거야."
"그, 그런가요?"
"내가 괜히 맨유랑 계약한 줄 알아?
"설마……."
"포그바가 갓베누를 신고 드리블을 하고, 후안 마타가 골 세레모니로 갓베누에 입을 맞춘다고 생각해봐. 그리고 내 패션에 감동 받은 호날두도 맨유로 복귀하는 거지."
"와 호날두!"
"그래, 둘마트 정도는 목표로도 안 봐. 내가 보는 곳은 더 높은 곳이라고."
"형님만 믿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투자한 거 100배, 1000배로 돌아올 테니까. 그래서 말인데 너 돈 좀 있냐?"
인방판도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 * *
예능 방송.
BJ로서 하는 착각일 수 있지만, 나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보라도 그런 거거든.'
하는 사람들이 천박해서 그렇지.
보라의 본질 자체는 예능과 맥락이 같다.
아니, 더 어려운 측면도 있다.
훨씬 자유분방하고 순간적인 센스가 필요하다.
실시간으로 시청자 민심까지 신경 써야 한다.
생방송의 무대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리오레아재님, 별풍선 10002개 감사합니다!
정환이가 예능에서 활약하니까 내가 다 자랑스럽네 ㅎㅎ
"회장님 기를 세워주니까 제가 그렇게 큰 무대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회장님."
―자연스러움 뭔데?
―도인디도 한 수 접을 급 ㄷㄷ
―이미 닳았겠지……
―이 새끼 폼 지리누ㅋㅋㅋㅋㅋㅋㅋ
예능에 나간다고 꿀릴 것이란 생각해본 적이 없다.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예능 입맛에 얼마나 맞추냐인데.'
보라가 되든 안 되든 날리는 식이라면, 지상파는 디테일이 중요시된다.
깊이가 얕은 사람은 탄로나게 돼있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
다소 욕을 먹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쌓아나가는 정도(正道).
―ㄹㅇ 요즘 정환이 잘함
―천종원이랑 파트 잘 나눈 듯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진짜 BJ가
―방송 전에 공부하고 찍는 거임?
―우리 엄마가 오정환 얘기하길래 웃참함ㅋㅋㅋㅋㅋ
―파이어 펀치가 되어줘
―로컬푸드 보고 왔어요!
지금까지 걸어온 만큼 딱히 유난스럽지도 않다.
보라의 진정한 발전형은 지상파까지 충분히 닿는다고 생각한다.
'뭐, 그럴 수도 있고.'
작은 성공에 취하는 한가한 성격도 아니다.
일이라고 생각하고 차근차근 해나갈 예정이지만.
딩동♪
가끔은 힐링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