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50화 (650/846)

650화

천종원의 로컬푸드.

각 지역의 특산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개중에는 음식도 있지만, 다른 특별한 요소도 있다.

〔시청자 게시판〕

─요즘 정환씨 분량이 늘어나서 좋네요!

─정환씨가 종원씨 수제자 포지션 아닌가요?

─세용씨는 비주얼이 별로……

─전에 보니 사과로 만드는 술 있다던데

각자의 캐릭터.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정착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기존의 이미지를 따라가지만, 프로그램을 볼수록 느껴지는 바가 있다.

─요즘 정환 씨 분량이 늘어나서 좋네요!

초반에는 카메라가 거~의 비춰주지 않더니

드디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느낌 ㅎㅎ

└정환 씨가 젊어서 그런지 아이디어가 참 신선해요~

└주방씬 보면 항상 묵묵하게 일 잘하죠

└아직 어린데 대단함 ㅋㅋㅋ

└애매하게 아는 누구랑은 달라요

프로그램 내에서의 활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오정환은 방송 초기에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분량도 적었고, 캐릭터도 애매모호했다.

아무래도 안방 시청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크다.

─정환 씨가 종원 씨 수제자 포지션 아닌가요?

종원 씨 신메뉴 만들 때마다

옆에서 잘 보좌하는 것 같아요

다른 멤버들처럼 방해하지도 않고……

└방해 ㅋㅋ 격공합니다

└남편넘 주방에서 알짱거리고 있으면 화나죠~

└종원 씨 없으면 정환 씨가 리더예요

└유튜브 보면 혼자서도 요리 잘 만들어요 ㅇㅎㅎ

조금씩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나갔다.

전문 분야인 술을 소개한 것은 계기에 지나지 않다.

뜰놈뜰.

요리가 생업인 주들의 입장에서는 진지한 캐릭터에게 몰입감이 생긴다.

반대로 장난스러운 캐릭터.

그리고 안 생긴 캐릭터.

주부들도 여자인 만큼 얼빠 기질이 있다.

"와~ 공기 좋다!"

"진짜 풍경이 그림 같다. 여기는 또 무슨 특산물이 있나요?"

"흐흐, 맞춰보는 것도 재미쥬~"

윤세용은 최근 위기를 느끼고 있다.

예능이라는 게 섭외가 됐다고 천년만년 할 수 있는 고정 직장이 아니다.

'세 명 중에 최소 중간은 가야 안심을 하고 방송을 할 수 있는데.'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맡아왔다.

그중에는 잘되는 것도 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미적지근한 것도 있었다.

십중팔구 졸업각.

자신과 안 맞는 색깔의 프로그램이었다고 쳐도 서운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역시 충주 하면 사과죠!"

"음~ 세용이가 충주 특산물을 아네."

"헤헤, 기본 아니겠습니까?"

이번 프로그램은 잘 맞는다고 확신한다.

윤세용은 어렸을 적 요리사가 꿈이었던 적이 있다.

"오늘 사과로 만들 요리도 하나 준비해 왔습니다."

"그래? 그럼 한번 봐야지!"

"기대해주세요 선생님."

꿈은 어디까지나 꿈.

다른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지만 요리 자체는 여전히 좋아한다.

다다다다닥!

평소 자취를 하며 요리를 해먹을 정도로 말이다.

익숙한 칼놀림으로 사과를 작게 깍둑 썬다.

"이렇게 작게 써는 거면……, 잼 만드는 거 맞지?"

"맞습니다 헤헤. 역시 선생님 안목은 속일 수가 없네요!"

요리명이 탄로나긴 했지만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용물.

잼의 맛에 달렸다.

'얼마나 연구를 열심히 해왔는데.'

마트에서 파는 기성 식품 수준이면 의미가 없다.

천종원 선생님에게도 잘 보여야 하지만, 안방 시청자들의 흥미도 끌어야 한다.

쏴아아아?!

작게 깍둑 썰은 사과에 천종원 선생님이 좋아하는 설탕을 듬뿍 넣는다.

그리고 냄비에서 천천히 졸인다.

'이것만으로는 심심하니까.'

반으로 자른 레몬을 쭈욱 짠다.

신맛으로 맛에 악센트를 주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천종원 선생님이라면 눈치챌 것이다.

"완성했습니다."

"흠, 어디? 오! 이건 알맹이가 굵어서 숟가락으로 떠먹어야겠네."

갓 만든 잼.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한 스푼 뜨시더니 호호 불어 입에 가져간다.

아삭! 아삭!

씹히는 소리가 들린다.

모르긴 몰라도 마이크가 분명 캐치했을 것이다.

'시중잼이랑은 다르지.'

일부러 알맹이를 크게 만들었다.

씹는 맛.

먹는 즐거움을 추가할 뿐만 아니라, 천종원 선생님이 중시하시는 외관까지 신경 썼다.

"음……, 이거 계피 가루도 넣었쥬?"

"맞습니다 선생님! 바로 알아보시네요?"

가장 중요한 맛 또한.

굉장히 만족하시는 눈치다.

이번 충주편의 부주인공은 자신이 되리라 확신했는데.

띠잉♪

망상을 한 번에 확 깨운다.

어디선가 들려온 종소리가 출연진과 스태프들의 관심을 잡아끈다.

"저도 하나 만들어 봤습니다."

"정환이는 뭐 하는 거 못 봤는데?"

"그냥 사과를 한번 구워봤어요."

""??""

오정환.

방송 초기에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나름대로 능력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래봤자 방송 초짜는 초짜지.'

'천종원'의 로컬푸드다.

나머지 세 명은 조연이다.

요리 좀 한다고 으스댈 입장이 아닌 것이다.

자신의 생각대로였다.

오정환의 분량이 적었던 필시 그 때문.

흔한 신인들처럼 예능의 쓴맛을 느끼고 퇴장할 줄 알았는데.

덜컹!

요리를 조금 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븐에서 어느새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천종원 선생님조차 눈치를 채지 못한 사이에 말이다.

"제가 시청자 게시판을 보다 보니까 요리가 서툰 분들은 따라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간단하고 쉬운 걸로 해봤습니다."

"이게 간단하다고?!"

"와~! 무슨 빵처럼 생겼는데? 정말 사과야?"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도 하다.

오븐에서 꺼낸 것.

훌륭한 일품 요리라고 해도 믿을 지경이다.

'아니, 자세히 보니.'

크리스피한 빵처럼 보이는 겉면.

갈색으로 잘 익은 사과 껍질이 쪼그라든 것이다.

오정환의 말대로 그냥 사과였다.

"이걸 어떻게 만드는데?"

"그냥 오븐에 넣고 구우면 끝이에요."

"그냥?"

"예, 정확히는 꼭지 부분을 이렇게 칼로 도려내서."

시범을 보인다.

출연진은 물론 카메라 스태프들의 관심까지 어느새 그에게 쏠려있다.

서걱!

자신도 말이다.

칼을 네 번 푹푹 찔러서 사과의 꼭지를 도려낸다.

그리고 텅 빈 안을 호두를 비롯한 견과류로 채운다.

"이대로 오븐에 구우면 완성됩니다."

"오……, 진짜?"

"네, 혹시 껍질이 쪼그라드는 게 싫으면 네 방향으로 칼집을 내주면 됩니다."

매우 간단하다.

그러면서도 맛있어 보인다.

출연진 모두 참지 못하고 스푼을 꺼내 든다.

"맛있다! 그냥 사과 먹을 때보다 훨씬 맛있어!"

"디저트 느낌이네……."

"견과류랑 같이 먹으면 식감도 좋아요."

""오오~!"

"이거 한국에서는 잘 안 하는 건데."

"네. 선생님은 아시죠?"

"사과를 구운다고 하면 음식으로 장난치는 것 같거든. 하지만 해외에서는 고급 디저트로 쳐주지~"

달짝지근한 맛.

한국인이라면 싫어할 수가 없는 사과의 풍미가 훨씬 진해졌다.

별다른 조미료도 없이 구운 것뿐인데 말이다.

천종원이 어쩌고저쩌고 설명을 한다.

자연스럽게 오정환의 구운 사과에 포커스가 쏠린다.

'아니, 언제 저런 걸 준비한 거야?'

자신이 열심히 준비해온 사과잼.

어느새 들러리가 되었다.

창의성에서도, 화제성에서도 완벽히 밀린다.

"그래도 이거 오븐이 없으면 못하는 거 아니야?"

"네, 근데 없으면 없는 대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고 싶다.

요리의 단점을 부각시켜서 끌어내리고 싶었지만.

서걱!

사과를 썬다.

꼭지를 도려낸 사과를 가로로 한 번 더 썰어내니 무슨 도넛 같다.

"이대로 후라이팬에 버터 두르고 구우면 완성입니다."

"식빵에 올리면 잼 대용도 되겠는데?"

"네, 기호에 따라 시럽이나 크림, 혹은 선생님 좋아하시는 설탕을 뿌리면 더 맛있습니다."

"아 설탕 안 좋아해유~!"

""하하하하!""

오히려 더 묻히고 만다.

방송은 화제성, 그리고 비주얼이 중요하다.

어떻게 봐도 구운 사과의 임팩트가 훨씬 세다.

'…….'

예능 고인물로서의 자존심.

윤세용으로서도 인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지경이다.

"요즘 오정환 분량이 많은데요."

"그래서?"

"방송 초기 컨셉과 많이 어긋난 것 같아서."

"괜찮아!"

정관우PD도 인지하고 있다.

최근 방송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

오정환의 비중이 상당히 늘어난 것이다.

'한번 늘어난 분량을 다시 줄일 수도 없고.'

시청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인위적으로 줄이면 어색하고, 경우에 따라서 항의가 들어온다.

애초에 안 써먹을 이유가 없다.

인기가 있는 캐릭터라면 적극 활용하는 것이 PD 본연의 업무다.

"그래도……."

"그래도 뭐?"

"광고주들 심기가 불편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원래 방송이라는 게 그러하다.

뼈대를 세우는 것이 PD의 역할.

하지만 본방에 들어가면 달라질 수 있다.

그조차 예측을 해서 세우고 싶다.

본래의 기획대로 방송을 쭉 진행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진다.

그러지 않은 실례가 더 많아서 그렇지.

상황에 따라 결단을 내리는 것도 PD의 역할이다.

'방송 센스는 있어.'

주류 관련 쪽 언급은 민감하다.

방송가에서 거의 금기시될 지경이다.

가장 많은 돈을 써주는 쩐주이기 때문.

<하이볼에 꼭 팔성 사이다 써야 돼?>

<물론 다른 사이다도 되는데 레몬을 따로 넣는 것이 번거롭잖아요. 팔성 사이다는 레몬향이 있어서.>

<<오옹~!>>

팔성 사이다는 꼴데 식품이다.

노린 것인지는 몰라도 PPL 식품 중 하나를 방송 중에 조명한다.

<혹시 자신은 단맛이 싫다!>

<아 나 싫어!>

<선생님은 좋아하실 것 같은데…….>

<설탕 싫어해유~!>

<그러면 트래비 레몬 같은 걸로 대신해도 괜찮습니다. 이거 편의점에 가면 세일 많이 하죠?>

광고주들이 원하는 방향.

자연스러운 PPL이야 말로 가장 완벽한 것이다.

출연진에게 요구를 하지만, 아무래도 쉽지가 않다.

'상업 방송의 감각이 있어.'

예능의 주요 수입은 거진 PPL이다.

따라서 그것을 살리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잘 못하는 출연자도 있고, 아예 꺼려하는 사람도 있다.

광고를 하는 것이 싫은 것이다.

그런 궂은 일.

맡아서 잘 소화해준다면 방송사 입장에서 평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시청자 게시판〕

─구운 사과 정말 대박이네요 ㅋㅋㅋ

─사과를 구워 먹을 수 있다니 싱기싱기 +_+

─정환 씨 요리 창의력이 정말……

─세용 씨는 몬가 캐릭터가 애매해요

시청자들도 원하고 있다.

방송 분량이 늘어나는 것은 반드시 희보만이 아니다.

막대한 부담감이 따른다.

쟤 왜 나와?

안방 시청자들의 입맛은 까다로운데.

─구운 사과 정말 대박이네요 ㅋㅋㅋ

애들 간식으로 딱입니다!

밖에서 파는 것들은 첨가물 들어있어서 걱정됐는데

오븐에 사과 구워주니 너무 잘 먹어요~

대량으로 사둔 사과도 처리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

└남편넘도 잘 먹더라구요

└오븐에 넣어두고 드라마 한 편 보고 오니 완성이란 느낌이죠 ㅇㅎㅎ└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

└정환 씨 요리는 건강해서 좋아요

잘 맞추고 있다.

방송에서 나오는 요리.

굉장히 먹음직스럽지만 그림의 떡인 것이 사실이다.

요리 재료가 만만찮다.

이것저것 과정도 복잡하다.

어디 사먹으려고 해도 주위에는 식당이 없다.

주부들은 귀찮은 것이 질색이다.

유튜브에서나 나올 법한 요리들을 지상파에서 선보이며 지지를 받고 있다.

─세용 씨는 몬가 캐릭터가 애매해요

못하는 건 아니지만 부족하달까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느낌?

아무래도 정환 씨 옆에 있으니 비교가 되네요

└방송인 치고는 너무 평범하죠

└웃기는 것도 해철 씨가 더 웃김 ㅋㅋ

└우리 네티즌들의 심판을 받아야겠네요~~

└이이잉~ 기모링~!

예능은 원래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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