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51화 (651/846)

651화

<가족 여행>

여름방학.

"봄이가 와썹?"

"봄이가 와썹!"

""예에~!""

한층 힙해진 봄이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기말고사를 끝내고 위풍당당한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어우, 귀여워.'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그대로 손을 잡고 덩실덩실 열두 바퀴 포크 댄스를 춘다.

너무 귀여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너, 너무 아파요."

"아프니까 청춘이야."

"아프면 환자지 왜 청춘이에요!"

ㅋㅋ

드디어 비밀을 알아버린 모양이다.

스무 살 봄이의 대가리는 여전히 쫀득쫀득하다.

'그래도 외관만큼은.'

대학생이 되더니 사복도 열심히 코디한다.

오늘의 복장 컨셉은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봄이열성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너무 신바람이 났는데……?

"후후후, 아무도 절 말릴 수 없어요."

?진짜 신났네

?퀸카가 될 뻔한 봄이 스킨

?이거 못 막습니다

?선글라스 뭔데 ㅋㅋㅋ

대학생의 여름방학은 특별하다.

우리 봄이가 패션 감각을 주체하지 못할 만도 하다.

'무려 두 달이니까.'

고등학생은 길어야 한 달이다.

대학생은 두 달 이상을 넉넉히 쉴 수 있다.

"선글라스는 어디서 난 거야?"

"후후, 선배가 잘 어울린다고 씌워줘서 그대로 쓰고 왔어요."

ㅋㅋ

급식 먹던 입장에서는 꿈만 같은 시간이다.

복장부터 잔뜩 들떠있는 것도 이해가 간다.

"맛있는 거 먹으러 돌아다니게?"

"땡!"

"방에서 에어컨 쐬면서 뒹굴뒹굴 놀게?"

"쯔쯧, 저는 그런 꼬맹이가 아니에요.“

?세상에

?봄이 다 컸어

?오정환 표정ㅋㅋㅋㅋㅋㅋ

?시켜 먹게?

고등학교 3학년 내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던 보상 심리.

대학교 1학년은 한창 청춘을 불태우고 싶은 시기다.

"소녀는 여행을 떠납니다."

"딱 여행 떠나는 복장이었어."

"여름방학이 두 달이에요. 이건 참을 수가 없어요!"

건전하기만 한다면 허용한다.

내가 속박하기만 하는 꽉 막힌 사람이 아니다.

'우리 봄이도 이제 성인인데.'

그런 의미에서 경제적 자유도 주고 있다.

언제까지 신전 떡볶이에 치즈 추가하는 걸 고민하고 있을 수는 없다.

"계획은 세웠어?"

"그런 건 없어요. 저는 자아를 찾으러 갈 거예요."

"자아 찾으면 돌아올 거야?"

"자아도 찾고, 맛있는 것도 찾을 거예요~“

?헛바람 들었어 ㅋㅋ

?봄이야……

?한 대 맞겠네

?후자가 목적 아니야?

우리 봄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세상!

안타깝게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세간의 정설이다.

'바람직한 소비 습관을 길러야지.'

딱히 아끼라는 것이 아니다.

소비를 하는 이유.

그리고 기회 비용까지 생각하는 착한 소비를 하라는 것이다.

"가서 방송 키고 시청자들이랑 계획표 세워와."

"히잉……, 저 어른인데."

"어른일수록 더 어른스럽게 소비해야 하는 거야."

"그런 거예요?"

"그런 거야."

ㅋㅋ

교육을 잘 시켜 놔야 한다.

이쪽 업계에서 바람 나는 가장 큰 두 가지가 춤바람과 돈바람이다.

실제 대부분의 BJ들이 사고치는 원인.

내가 봄이를 통제하는 건 그럴 만한 명분이 있다.

─파울라너꿀맛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완전 극성 아빠네

"자식 교육 똑바로 시키는 편입니다."

?니 자식이 아닌데?

?봄머니 태업……

?봄이도 클럽 가고 싶어요

?진짜 봄버지를 하고 있누 ㅋㅋㅋ

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한다.

생애 한 번 있는 대학교 1학년의 여름방학.

'너무 알차게만 보내지 않으면 참 좋지.'

서은이처럼 실수만 안 하면 말이다.

안 그래도 여러 가지 시켜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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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don’t know me 1시간 전

그녀는 모든 음식을 행복하게 먹는다.

나는 그녀가 우리나라 음식도 먹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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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ly Gonzales 1시간 전

한국, 서양, 중식, 일식, 패스트 푸드…… Bom 씨는 여러 가지를 먹어주기 때문에 즐겁다.

내가 사는 러시아 음식을 먹는 모습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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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lla Villada 1시간 전

그녀의 표정은 Gordon Ramsay보다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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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봄이!

해외팬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아니, 구독자 수만 따지면 과반수일 것이다.

'해외 콘텐츠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주력은 아니더라도 하나쯤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 봄이도 배때지에 넣고 싶은 게 많을 것이다.

「Maple) 하와와. 나쁜 오빠 숙제하면서 게임 중」_ ?8, 891명 시청

동시에 콘텐츠도 된다.

유튜브가 완성품을 올리는 곳이라면, 개인 방송은 과정까지 전부 즐길 거리다.

─충신지빡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드디어 봄이 비키니 볼 수 있는 거임? ㅋㅋ

"나가 이 새끼야!“

?비키닠ㅋㅋㅋㅋㅋㅋㅋ

?수영복이 왜

?정색하는 거 보솤ㅋㅋㅋㅋㅋ

?오정환은 '찐'이다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하지만 해외 여행이라는 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여행을 가면 사람이 풀어지기 마련이다.

'치안 문제도 있고.'

우리나라에만 있으면 이것도 범죄예요! 저것도 범죄예요! 씨지맥도 범죄예요!

역치가 높을 수 있다.

의자만 흔들어도 굉장히 과격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해외 기준으로는 목을 조르고 밀치기까지는 해야 한다.

거의 웬만한 것은 범죄로도 치지 않는다.

그런 무법 사회에서 우리 봄이가 살아남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해수욕장 갈 일 없고, 샛길 샐 일도 없는 건전한 나라로 추천 부탁드립니다."

?네??

?진심이라서 더 무서워……

?무슬림밖에 없을 걸?

?바티칸 성지 순례 가냐 ㅄ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산티아고 순례길도 나쁘지 않을지 모른다.

최종 목적지까지 40일 정도 걸리는 여행이니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

'갔다 오면 얼마나 경건해지고 좋아.'

프랑스 코스를 택하면 낭만의 나라 프랑스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스페인으로 가는 것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스페인을 780km나 즐길 수 있다.

끈기와 체력도 늘려주고, 생각하는 시간도 많아지는 일석삼조의 여행이다.

─코카콜라중독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는 여행 안 감?

"저는 방송 스케줄도 있고 여러 가지 바빠 가지고."

그런 여행.

마음 같아서는 나도 동석하고 싶지만, 스케줄상 갈 수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가봤자 콘텐츠도 안 나오고.'

여행 콘텐츠도 수요가 있다.

잘만 하면 흥행이 가능하다.

나의 방송 성격과 잘 안 맞는다는 점이 문제.

"오빠!"

"그래, 봄이야."

"저는 현실 겨울 왕국인 러시아로 떠나기로 했어요!"

봄이가 방문을 벌컥 열고 나온다.

이미 마음은 그쪽에 가있는지 발을 방방 구르고 있다.

"계획은?"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눈도 밟고, 한여름에 겨울을 만끽할 거예요!"

"그게 계획이야?"

"첫 날은 쉬고, 둘째 날은 먹고, 셋째 날은 돌아다닐 거예요~“

?알찬 계획이네요

?봄이야……

?안 보내는 이유가 있었눜ㅋㅋㅋㅋㅋㅋㅋㅋ

?3일 다 먹기만 하는 거 아니야?

겨울 왕국을 꽤 감명 깊게 본 모양이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러시아는 전혀 다른 곳이다.

여행.

이상과 현실은 당연히 차이가 난다.

계획 없이 가면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다.

'그래서 다들 유명한 곳으로 가려고 하는 거고.'

그런 곳은 굳이 계획 안 세워도 현지인들이 알아서 판촉을 해온다.

그렇지 않은 곳은 불편함 투성이다.

"그치만, 그치만 저 굉장히 가고 싶은 거예요."

"가서 안 그래도 정신없는데 카메라는 어떻게 찍을 거야."

"그렇게 하나하나 따지면 갈 곳이 없는 거예요."

"그래, 가지 마."

"꾸웨엑?!"

방송 콘텐츠까지 짜야 하는 BJ는 어려운 점이 많다.

우리 봄이도 책임감을 길러야 할 필요성이 있다.

"봄이도 이제 성인인데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법을 배워야죠."

?애한테 왜 그래 ㅋㅋㅋㅋㅋㅋ

?통제 보소 ㅋㅋ

?그냥 여행으로 보내주면 안됨?

?봄이 가출해도 ㅇㅈ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큰 봄에도 큰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 Kmail

─안녕하세요. 방송 관련 미팅 요청입니다ㅠㅠ

─스브스 김호연 작가입니다

─유튜브 특집 인터뷰 봄TV님께 의견 여쭙고 싶습니다!

─저번에 연락드린 화승연PD입니다. 혹시 우려되는 부분 있으시면……

최근 봄이의 주가.

1인 미디어에 대한 선입견이 벗겨지며 더욱 오르고 있다.

방송사에서 대놓고 러브콜을 보내온다.

"저 학교에서 공부하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와서 말 걸어요."

"곤란했겠네."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건 대부분 오빠 때문이에요."

"그런 거야?"

"그런 거예요!"

ㅋㅋ

나에게도 간접적으로 의사를 타진해올 정도다.

단순히 출연을 제안하는 것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세렝게티 초원에 사는 톰슨가젤처럼 굉장히 맛있어 보이는 거지.'

비주얼이 받쳐준다.

학교도 열심히 다니는 모범생이다.

유튜버로서의 인지도는 이미 하늘을 뚫고 있다.

방송적 흥행이 예상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기에 더더욱.

"시간 줄 테니까 PPT로 만들어와."

"어째서 여행을 가는데 PPT까지 만들어야 하는 거예요!“

?봄이 눈 똥그래졌어

?꼰대환ㅋㅋㅋㅋㅋ

?꼬장도 이 정도면 중증이다

?진짜 개빡쳤는데?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한 명의 인플루언서로서 스케줄 관리는 기본이다.

꽈앙!

아직 감정이 앞설 나이.

문을 꽝! 닫고 들어간다.

한창 때의 딸과 싸우는 아버지가 이런 기분일 것이다.

'가끔 하면 재밌어.'

봄이랑 노는 것만큼 힐링되는 게 없다.

장난이 많이 얹어지긴 했어도 내용 자체는 진심이다.

러시아는 굉장히 위험한 나라다.

우리 봄이가 아장아장 걸어 다니기엔 아직 많이 이르다.

─오히려좋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요즘 러시아 김태희는 논밭에 없고 가라오케에 있다던데

"크흠……."

가끔은 가족 여행도 괜찮을지 모른다.

* * *

오정환의 집.

"여기야?"

"확실합니다. 정관우 PD한테 들은 것도 있고……."

정장을 차려 입은 두 명의 남자가 서성이고 있다.

그들은 JT빙신 방송국 소속이다.

"인터넷에서 본 것과도 대조해봤습니다."

"뭐?"

"BJ들은 신상이 공개된 경우가 많더라고요."

"어이가 없군. 어이가 없어."

방송 섭외 차 오게 되었다.

메일도 보내고, 인맥도 써보고 별짓을 다 해봤지만 유의미한 회신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근본도 없는 놈들이 집은 좋은데 사네.'

조현태는 짜증이 난다.

이름 있는 방송사의 PD인 자신이 고작 유튜버의 집까지 찾아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경우가 특별하다.

일타쌍피.

오정환뿐만 아니라 소문의 봄TV까지 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유튜버다.

모든 방송국에서 섭외를 노력하고 있음에도 실패했다는 소식만 들려온다.

"아, 떼쓰셔도 안 됩니다~"

"최소한 연락이라도 좀……."

"아까 인터폰 하신 거 보셨겠지만 안 받으면 저희도 방법이 없어요."

선수를 치기 위해 집까지 왔다.

그런데 환대는커녕 집 안으로 올려 보내주지도 않는다.

무슨 아파트가 이러한지.

입주민의 허락이 없으면 엘리베이터도 탈 수 없다고 한다.

'그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하지만 집까지 찾아온 마당이다.

그리고 자존심.

조현태와 담당작가는 하염없이 기다린다.

돌아오든, 나가든 기다리면 마주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다.

「보라) 오정환. 장모님의 나라로 떠납니다」_ ?36, 973명 시청

동시각 켜진 방송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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