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53화 (653/846)

653화

클끼리도 좋아할 만한 식당.

"우리 봄이 북한에서 살았어도 잘 먹었겠네."

"정말 음식 맛만큼은 불평할 수 없었어요.“

―청자는 재밌었음 ㅋㅋㅋ

―뭐라 뭐라 하면서 잘 먹음ㅋㅋㅋㅋㅋ

―뭐든 잘 먹지

―봄이 괴롭히려고 짠 거 맞지?

북한 음식 풀코스를 흡족하게 먹어 치웠다.

배 부르고 등 따숩자 고민이 훨훨 날아간다.

─아오오니동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우리 눈나 어떡해 ㅠㅠ

"뭐, 여기서 일 열심히 하겠죠."

하지만 다른 고민도 생긴다.

북한 종업원과 놀다 보니 정이 들은 것이다.

'보통 반응이 좋으면.'

번호를 따낸 후에 합방을 진행하기도 한다.

BJ의 능력에 달려있지만 그 정도 자신감은 당연히 있다.

이곳은 러시아.

심지어 북한 사람이다.

아무리 나라도 탈북을 종용할 수는 없다.

―탈북 성공시키면 10만 개!

―미친놈들아 탈북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션 잘 걸리네

―ㄱㄱ

―역대급 콘텐츠 아님?

―남한에서 여캠 데뷔하자 눈나

―진짜 어이가 없네 ㅋㅋㅋ

―헤으응……

그 이전에 걱정이 된다.

북한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섣부른 동정심은 민폐가 될 수 있다.

어차피 탈북은 안 되고, 괜히 헛바람만 들어간다.

정신적으로 힘들어진다.

내가 어쩌고저쩌고한 게 빌미가 잡혀 북한으로 송환될지도 모른다.

"백두산 영지술 하나 포장해주세요."

"딸라로 괜찮겠습네까?"

"네."

적당한 기념품을 사주는 게 가장 도움이 된다고 한다.

판매한 금액 중 일부가 전달이 되는 식.

찰칵!

기념 사진도 한 장 찍고 헤어진다.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하면 풀어진 표정이 그녀에게 훨씬 어울린다.

"어?!"

"무슨 일 있으십네까?"

"연예인인 줄 알았어요~ 너무 예쁘셔가지고.“

―??

―작업 ON

―형 쓰레기야?

―진짜 이쁘긴 하다 ㅋㅋ

그건 그거고.

들어올 때는 후문 쪽으로 들어왔다.

정문으로 나가자 아리따운 종업원 한 분이 손님을 맞이하고 계신다.

'가게의 얼굴이라서.'

가장 예쁜 종업원을 세워둔다고 한다.

그 말이 헛소문이 아닌지 정말 연예인급 비주얼이다.

"사진 한 장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네, 됩니다~"

기쁨조가 있다는 돼지 새끼가 살짝 부럽기도 하다.

츤데레 타입도 아니라 굉장히 친근하다.

살갑게 웃으면서 받아준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그녀의 향기가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찰칵!

사진 찍는 타이밍에 맞춰 허리에 손을 두른다.

깜짝 놀란 듯 움찔하지만 카메라가 빨랐다.

한 장의 천 너머로 살갗이 느껴진다.

뼈밖에 없는 얇은 허리와 조금 아쉬운 골반.

'관리 좀만 하면 정말 색스러워질 거 같은데.'

먹고살기 팍팍한 나라.

운동을 할 여유도 없을 것이다.

사진 효과가 풀리기 전에 빠르게 손을 뗀다.

"우리 봄이가 북한에 태어났다면 여기서 일하고 있었을 수도 있어."

"헐~"

"예쁜 애들만 뽑는데. 예쁜 애들만.“

―봄이 깜놀

―북한 김태희 왜 평양관에 있냐곸ㅋㅋㅋㅋㅋ

―음식 훔쳐 먹다 걸릴 듯

―봄이가 예쁘긴 하지 ㅎ

정말 안타깝긴 하다.

모든 여자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데 독재 국가에서 탄압을 당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돼지 새끼 모가지를 따고 기쁨조를 구출해주고 싶다.

그러지 못한다는 게 한이다.

'내가 대북 문제의 중심에 설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문프도 아니고.

아무리 사람이 먼저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 목숨이 먼저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온다.

왠지 환영은 받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봄이 배 가득 불렀잖아."

"만족스러운 식사였어요."

"러시아에서 뭐 하고 싶어?"

"저 눈을! 보고 싶었는데……."

겨울 왕국을 꿈꾸고 왔지만 러시아도 여름은 여름이다.

날씨가 덥지는 않아도 선선하다.

눈을 뜨고 찾아봐도 눈은 보이지 않는다.

똥그란 봄이 눈동자뿐이다.

시무룩해졌던 것도 잠시.

동! 동! 동!

작은 발을 동동 구른다.

그만큼 들떴다는 것이다.

드넓은 유라시아의 대지를 아장아장 걸어 다니고 싶은 모양이다.

'여행의 첫날은 일단 현지에 익숙해져야지.'

호텔을 거점으로 쇼핑이라도 하며 돌아다닌다.

관광 명소를 돌아다니는 등의 힘든 일은 피로를 한 번 쓱 씻어낸 후다.

"봄이 맛있어?"

"저 여기서도 운동을 해야 되는 건 아니겠죠?"

"한국 가서 몰아서 하게 해줄게."

"야호!“

―어차피 해야 되는데 ㅋㅋ

―오정환 이 지독한 새끼

―아이스크림 맛있겠다……

―쳇바퀴 OFF

러시아식 아이스크림 (Мороженое).

이탈리아의 젤라또처럼 특별한 기법을 사용하진 않는다.

대신 순수함에 올인을 했다.

착향료로 장난질을 많이 치는 한국과 달리 유지방이 풍부하다.

그것만으로도 맛이 있다.

정성껏 만들기만 해도 얼마나 맛있어지는지 혓바닥이 이해를 한다.

"너무 맛있어?"

"진짜 너무 맛있어요. 하나만 더 먹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아요."

"먹어."

"야호!"

ㅋㅋ

우리 봄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세상!

며칠간의 여행 동안은 이루어줄 수 있다.

나라고 무작정 자유를 억압하지는 않는다.

쉴 때는 확실하게 쉬어야 한다.

그래야 기운을 회복해서 일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다.

'가격이 싸기도 하고.'

1년 전,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와 맞다이를 뜬 대가로 서양권에서 제재를 받았다.

그 여파로 루블화 가치가 반토막.

러시아인들에게는 안타깝지만, 여행자에게는 반값 여행이 가능한 희보다.

아장아장

콘 아이스크림을 들고 신이 나서 돌아다닌다.

모스크바에는 역사적 가치가 담긴 건물들이 많아 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다리가 아파요."

ㅋㅋ

나도 즐겁다.

당분을 보급하며 걸어도 한계가 있다.

건전지가 다 떨어지고 말았다.

'돌아가면 운동 좀 열심히 시켜야겠어.'

봄이와 손을 잡고 호텔로 향한다.

짐을 다 풀어놨기 때문에 씻고 자기만 하면 된다.

Zzz

고난한 하루를 끝마치고 꿀잠에 빠져든다.

뽀송뽀송한 봄이를 꼭 끌어안고 자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슬슬 시간이 됐나.'

어른의 시간이다.

* * *

2015 LCK 섬머 시즌.

<으아아아악~!! 초―비상!>

성황리에 굴러가고 있다.

하지만 경기의 내용이 항상 마음에 들 수만은 없다.

<코돈빈의 강타를 보세요!>

화가 난 김서준 해설이 소리친다.

드래곤 한타의 리플레이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아끈다.

휘리리리링~!

짐에어 그린윙스의 체이 선수.

한나가 만든 회오리가 드래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간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 것이지만.

<설마, 설마 했는데! 설마, 설마 했어요!>

<저는 그런 생각을 아~예 못했어요!>

<방금 회오리에 약간 기세가 담겨있었거든요?>

코돈빈의 감이었다.

카메라에 나타난 그의 얼굴이 대단히 시무룩할 만도 하다.

클끼리 해설이 어떻게든 분위기를 수습하려 하지만 속수무책.

김서준 해설은 화가 단단히 나 있다.

―오늘 뉴스공장에서 겁나 까겠네

―코돈빈 또 너야? 코돈빈 또 너야? 코돈빈 또 너야? 코돈빈 또 너야? 코돈빈 또 너야?

―김서준이 빡칠 만하지

―이러다 갱플 궁에도 스틸 당하겠어 ㅉㅉ

그러한 실수.

살다 보면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위대한 정글러라도 컨디션이 나쁠 때가 있다.

'레드도 스틸 당하고! 드래곤도 스틸 당하고! 지금 정글러로서 본연의 자세가…….'

하지만 김서준.

경기력이 나쁜 경기를 보는 걸 세상 그 누구보다 싫어한다.

그는 독자적인 시사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세상천지 그 어떤 정글러가 서포터에게 스틸을 당합니까!>

―진짜 심하긴 했네

―하다 하다 서포터한텤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정글러의 수치

―코 까지 마

김서준의 뉴스공장.

LoL의 시청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롤 관련 이슈를 가장 적극적으로 다룬다.

경기에 대한 분석도 가장 정확하기로 이름이 높다.

그는 해설 도중에 마음이 안 들었던 부분을 프로그램에서 지적한다.

<제 앞에서 한 번만 더 강타를 못 쓰면 녹음기 틀고 튀겠습니다.>

하고 싶었던 말을 속 시원히 털어놓는 것이다.

솔직담백한 그의 프로그램은 LoL팬들의 지지를을 받고 있다.

「STYLE! START! 갓베누! 갓베누! 갓베누!」

워낙 파급력이 크다 보니 해설보다 이쪽이 주업일 지경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김서준도 못 까는 것이 있었다.

하늘보다 더 높은 것.

방송인에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광고주다.

중간 광고가 송출된다.

<저도 요즘 갓베누 신고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도 갓베누 신는 거 아시죠?>

―맨유도 후원한다더라

―토종 브랜드가 개잘나감 ㄷㄷ

―김서준도 신어?

―LCK 공식 후원 브랜드인데 롤팬이면 갓베누 신어야짘ㅋㅋㅋ

갓베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상승시키고 있다.

아이유, AOA, 여자친구 등의 걸그룹이 모델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도 파트너를 맺었다.

LCK도 2015 스프링 시즌부터 함께 한다.

스프링 시즌과 서머 시즌 전부 '타이틀 스폰서' 를 하고 있는 대형 광고주인 것이다.

〔개인 방송 갤러리〕

─성공한 CEO 쏘닉 근황. Fact

─쏘닉이 진짜 잘 나가긴 하나 보네

─요즘 초중딩들 갓베누 신음ㅋㅋㅋㅋㅋㅋㅋㅋ

─패션이라는 게 ㄹㅇ 일반인의 감각으로 보면 안됨

그 여파.

파프리카TV에도 튀고 있다.

그도 그럴 게 갓베누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이 아니다.

─성공한 CEO 쏘닉 근황. Fact

갠붕이들도 롤충이면 알지?

지금 LCK 갓베누 후원으로 굴러가는 거 ㅋㅋㅋ

맨유도 공식 후원사 중 하나가 갓베누다

그냥 개잘나감

└이왜진?

└진짜 얼마나 잘 나가면 맨유까지……

└이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

└얼마 전에 친가 갔더니 사촌 동생도 갓베누 신고 있더라

쏘닉.

파프리카TV의 초―유명BJ였다.

워낙 과거의 일이고, 입대를 한 후로는 언급도 잘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복귀한 것이다.

BJ가 아닌 신발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인으로 말이다.

심지어 화제의 중심에 있다.

─패션이라는 게 ㄹㅇ 일반인의 감각으로 보면 안 됨

쏘닉이 왜 떴냐?

그걸 묻는 것 자체가 우매한 거임

니들 구찌가 왜 뜬지 앎?

루이비통은 그럼 왜 떴고?

샤넬은 대체 언제부터 해먹었냐? ㅋㅋ

아무도 모름

아무도 대답 못 함

패션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는 거임 ㅇㅇ

전문가들에게 인정받고, 연예인들에게도 먹힐 만큼 잘 팔림결과가 모든 걸 말해주는 거 └사겠습니다. 그것이 패션이니까!

└패션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것 자체가 섹시하지 않은 거지 ㅋㅋ└딴 건 둘째 치고 맹구면 무적권 갓베누 신어야 함

└아 그 찐따 같던 쏘닉이 맞냐고 ㅋㅋㅋ

한국의 패션 브랜드라니?

심지어 창업자가 BJ라니?

선입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너무 유명하다.

연예인, 축구 구단, 게임 대회, 최근에는 LCK팀까지 창단했다.

유명해서 유명하다.

잘 나간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하나의 여론이 형성된다.

─갓베누가 이번에 스타리그 연다고 함

프로리그 부활하는 거임 ㅇㅇ

LCK도 후원하는 갓베누가 마음먹은 순간 이미 확정ㅋㅋㅋㅋㅋㅋㅋ└역시 갓

└e스포츠 투자는 갓베누만한 곳이 없더라

└와 다시 틀타리그 볼 수 있는 거냐?

└이이잉~ 기모링~!

갓베누는 선택과 집중도 탁월했다.

10~30대의 젊은 층을 타겟팅.

광고 파트너도 그렇게 선별하고 있다.

그런 갓베누가 스타크래프트 대회 개최를 선언한 것이다.

본래 쏘닉의 본진이었던 만큼 세간의 관심은 빠르게 집중된다.

파프리카TV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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