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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655화 (655/846)

655화

몇 번을 해도 질리지 않는 것이 있다.

'택배가 왔을 때.'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도 내가 뭘 시켰는지 기억이 안 날 때가 많다.

바빠서 까먹은 것도 있겠지만, 일부러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

택배의 내용물물 확인했을 때의 즐거움.

미래의 행복을 돈 주고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훌렁~

귀찮디귀찮은 과정을 보낸 이유.

현지 클럽에서 술 대결을 한 건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다.

'피부가 참.'

엄청 예쁘진 않다.

주위에 있는 애들이 워낙 수준이 높다 보니 큰 감흥이 생기진 않는다.

하물며 러시아.

유럽 쪽은 수돗물이 석회수다.

이런 물로 씻으면 피부에 미세하게 남는다.

외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노화가 빨리 와?

그 원인이라고 한다.

아직은 풋풋하니 되었다.

그리고 술 냄새.

땀도 나서 핥기 썩 좋은 상태가 아니다.

포장지를 벗기고 몸매만 대충 관찰한다.

'이 정도면 꽤 당첨이지.'

백마에 대한 환상.

나도 있는 편이긴 하지만 세상 모든 여자가 다 예쁠 수는 없다.

얼굴이 작고, 몸이 말라서 그렇지.

벗겨 놓으면 손색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부가 푸석푸석하고 붉은 반점 같은 게 있는 등.

슬렌더라 가슴이 너무 작은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케이스들과 달리 제법 윤기가 돈다.

살집이 있어서 만지는 맛이 있다.

조금 무게가 나가긴 하지만 힘내서 들어본다.

침대에서 샤워실로 옮긴다.

벽에 기대 앉히고 따듯한 물을 틀어서 살살 씻긴다.

'체온보다 살짝 높은 온도면.'

놀라서 깨진 않을 것이다.

거품을 크게 내지 않는 선에서 피부를 문지른다.

스으윽

그곳만 빼고.

면도 크림을 발라서 거품을 일으킨다.

그리고 비품으로 있는 일회용 면도기로 깎는다.

'예쁘네 예뻐.'

물로 씻어내자 아주 깔끔해진다.

기대가 된다.

위이이잉~!

목욕가운을 입히고 데리고 나온다.

드라이기를 살살 틀어 말린다.

머리는 최대한 젖지 않게 했기 때문에 금방 할 수 있다.

다만, 깬다.

"Эммм……, какие?"

뭐라 중얼거리더니 천천히 눈이 뜬다.

러시아어는 잘 모르겠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같은 느낌이겠지?'

샤워하고 물 좀 마시니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다.

적당히 넘긴다.

"정신이 들어?"

"당신……."

"토하고 난리도 아니어서 씻겼어. 이해 좀 해."

홀딱 벗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보며 화들짝 놀란다.

방금 한 말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감사……, 합니다."

조금 어색한 발음의 한국어로 감사 인사를 표한다.

머리가 잘 굴러가는 친구라 다행이다.

'그런 애들이 참.'

목욕가운을 동여매 주고 의자에서 일으킨다.

아직 몸에 힘이 안 돌아온 듯 휘청한다.

뒤에서 안으며 어깨를 잡는다.

"갈 거야?"

"그러니까 저……."

"만난 것도 인연인데 좀 더 놀고 가자."

무언가 생각이 많은지 떨떠름한 눈치다.

애초에 상황 파악 자체가 잘 안 되고 있겠지.

'뇌가 알코올에 절어져 있을 텐데.'

생각을 안 해도 될 빌미를 주면 된다.

여기까지 오게 된 우여곡절.

"술내기 졌잖아."

"……."

"오빠 말대로 해."

"아, 안 졌어요!"

자존심이 여전히 남아있다.

생긴 것부터가 도도하고 사람을 거부하게 생겼다.

"그럼 2차 할래?"

"2차?"

"한국에서는 술을 보통 한 자리에서 안 마시고 장소를 옮기는데 옮길 때마다 1차, 2차 그렇게 불러."

"해요. 이번에는 안 져요."

어깨를 꼭 끌어안고 이동한다.

별장 내부에 실내 수영장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확인해두었다.

달칵!

가는 길에 술도 꺼내 간다.

맥주와 과일 안주가 냉장고에 들어있다.

덤으로 오는 길에 사둔 보드카와 잔까지.

'러시아 보드카가 참 맛있지.'

보드카가 맛있다.

위화감이 드는 표현이다.

그냥 알코올 덩어리 아니야?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같은 알코올이라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천지 차이다.

"벨루가 골드……."

"응?"

"비싸다."

"한국에선 더 비싸."

"?"

너무 비싸서 러시아인은 안 사먹는 러시아 보드카라 불린다.

한국에서 사려면 40만 원은 줘야 한다.

'현지에서 사면 그래도 10만 원 초반이고.'

기왕 러시아까지 왔으니 마시고 가야 하는 술이다.

보드카가 비싸 봤자 보드카.

꼴꼴꼴

벨루가는 그런 편견을 깨준다.

무늬만 프리미엄인 보드카들과는 다르다.

'앱솔로트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되지.'

정말 물을 마시는 것처럼 가볍다.

끝맛이 쓴 것도 없이 술술 넘어간다.

순수함을 지향하는 보드카의 극의와도 같다.

술에 뭔 짓을 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마셔."

"나부터?"

"풀부터 들어갈래?"

"Хм……."

하지만 가장 맛있는 술은 여자와 마시는 술.

권유하자 눈치를 본다.

아직도 영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생각이 많아지기 전에 밀어버린다.

"$^&!"

괴이한 소리를 내며 퐁당! 빠져든다.

수영장이 꽤 커서 어디 접지를 위험은 없다.

익사할 위험은 있겠지만.

생각보다 빨리 안 올라온다.

인공 호흡을 기대하고 있던 찰나에.

"술 좀 깼어?"

"……."

"그럼 나도."

아쉽게도 올라온다.

나도 수영장 안으로 시원하게 들어간다.

물이 첨벙 튀며 머리끝까지 젖는다.

머리만 튀어나와 마주 보자 괜시리 웃음이 나온다.

'숨기려는 이유도 있고.'

자고 일어났는데 털이 깎여있으면 놀랄 테니 말이다.

반쯤 잠수하여 그녀가 있는 위치에서 나타난다.

자연스럽게 키스가 이어진다.

그런 분위기였다.

그녀도 받아들인 듯 혀를 넣어도 저항감이 없다.

푹 젖은 목욕 가운을 벗기자 그림이 된다.

빛에 반사된 하얀 살갗이 예술이다.

물에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도 섹시하다.

정말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인다.

"변태."

"괜찮아. 물속이야. 안 보여."

"음, 뭐."

수심이 가장 얕은 가장자리로 간다.

가져온 술과 안주들을 적당히 먹으며 담소를 나눈다.

꿀꺽!

아니, 내기.

자존심이 굉장히 센 듯 단번에 삼킨다.

이러다 술만 마시다 끝날 것 같다.

"난 여기로 마실래."

"?"

"조금 차가울 거야."

보드카병을 들어서 따른다.

기왕 여자가 있는데 맛있게 마시지 않으면 섭한 노릇이다.

"잠깐! 잠깐! останавливаться!"

"좀 먹고."

달달하다.

살갗을 핥자 정말 단맛이 난다.

혀를 치덕치덕 문대며 키스 자국을 남긴다.

깜짝 놀라 떼내려고 하다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다.

소리가 나게 키스를 하고 병나발을 분다.

꿀꺽!

그리고 진짜로 입을 맞춘다.

내기라든지 귀찮은 감정 싸움이 잊혀진다.

즐기는 시간이다.

"맛있어."

"맛있어?"

"이렇게 예쁜 몸과 사랑을 나눌 때 맛있다고 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같다고."

"♡"

술도 계속 먹인다.

부드러운 보드카가 침과 함께 섞여서 꿀떡꿀떡 침과 함께 넘어간다.

'혹시 모르니까.'

꽐라가 되기 직전 상태로 만든다.

의외로 순진한 듯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 마신다.

물밖으로 나오자 휘청거린다.

부축하며 내가 벗은 목욕 가운을 씌워준다.

위이이잉~!

한 번 깼던 취기와 겹쳐 몸 안 깊숙이 도는 모양이다.

아주 헬렐레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드라이기로 뽀송뽀송하게 말린다.

이번에는 공주님 안기로 들어 침대 위까지 데려간다.

풀썩!

침대 위에 던지자 한눈에 들어온다.

아까도 봤지만 예쁜 몸매.

간신히 참으며 준비해둔 물건들을 꺼낸다.

"조금 차가울 거야."

"?"

대답할 정신도 없는 듯 꿈뻑거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감았다 한다.

알아들었다고 생각하고 시작한다.

스킨 케어.

피부가 반질반질하게 로션을 바른다.

혹시 모를 상황을 생각해 가지고 왔다.

'별로인 애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

처음에는 놀라서 움찔거리더니 기분이 좋은 듯 몸을 맡긴다.

전신에 다 발라준다.

얼굴에도 화장을 한다.

서양 애들은 선이 강해서 한국인 취향이 아닌 경우가 많다.

'기왕 먹을 거면.'

고기 하나를 먹더라도 버터를 먹이고, 후추를 뿌리는 편이 낫다.

마찬가지로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눈을 감고 얌전히 누워있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개통식인지 단순한 하이패스인지.

'아! 이건 개통이다.'

눈물이 나는 순간이다.

괜시리 찜찜한 것보다는 확실한 추억이 생기는 편이 보람차다.

"잘 먹었어. 응?"

"하아……, 하아……, 하아……."

나로서는 즐거웠다.

그녀는 대답할 여유도 없는 듯 숨을 헐떡이고 있다.

완전히 떡이 돼있다.

그대로 끊겨버릴 듯 희미하게 가닥만 남은 정신.

"아! 아앙! 앙♡"

깨워준다.

즐거움을 몸에 각인시킨다.

만지는 것에는 상당히 반응이 좋다.

'역시 깨어 있어야.'

정신없는 상대와 하는 건 실례이기도 하거니와 맛이 떨어진다.

인형이나 다름없는 상태.

"하아……, 으음~ 하앙!"

싱싱해야 먹는 맛도 있다.

매달리듯 안겨서 애교를 부린다.

쭈욱!

입을 맞춘다.

소녀처럼 부드럽게 맞이해온다.

입을 떼자 눈빛에 사랑이 어려있다.

"나 며칠 러시아에 있을 건데."

"네, 네 오빠!"

"그동안 애인 좀 해주라. 밤마다 여기 오면 돼."

"그동안……."

"싫음 말고."

"아니, 저…… 부탁합니다."

얼굴도 반반하니 예쁘다.

몸은 이곳저곳 탐험하는 보람이 있다.

'러시아 하면 역시 눈밭이지.'

새하얀 눈밭에는 꼭 가장 먼저 발자국을 남겨주고 싶다.

애교를 떠는 아나스타샤에게 한 번 더 마킹한다.

"하아……, 하아……, 하아……."

지쳤는지 눈을 감고 심호흡을 내뱉는다.

이내 숨소리가 차분하고 규칙적으로 변하더니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잦아든다.

잠이 들었다.

술을 그토록 마셨고, 생애 한 번 있는 특별한 경험을 했으니 피로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정말 러시아 김태희급은 아니긴 한데.'

그렇게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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