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56화 (656/846)

656화

이튿날.

<♪♬♪∼♪∼♬♪♬∼♬♪∼♩♪∼♩♬♪∼>

주위가 조금 시끄럽다.

살며시 눈을 뜨니 파티가 펼쳐지고 있다.

─고구마맛탕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봄이 개신났넼ㅋㅋㅋㅋㅋㅋㅋ

"기분이 너무 좋아요~“

―봄따리 샤바라 빠빠빠!

―노래 흥겨운 거 봐

―말릴 오정환이 없다!

―봄이 여캠 데뷔각?

봄이가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식당에서 주체 사상을 배운 모양이다.

"하아암……."

잠을 많이 못 잤다 보니 졸리다.

봄이의 재롱잔치를 보며 서서히 잠에서 깬다.

박자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든다.

무슨 춤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이 난 건 알겠다.

"오빠는 늦잠꾸러기인 거예요! 해가 중천인데 아직도 안 일어났어요~"

ㅋㅋ

내 앞에서 말이다.

클럽에서 추면 어떤 의미로는 잘 먹힐지 모른다.

'우리 봄이 정말 귀엽지.'

오늘 패션 컨셉은 자유로운 영혼.

그 선글라스를 다시 한번 꺼내 썼다.

선곡과도 잘 어울린다.

유튜브각을 뽑는 데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오빠는 늙은 거예요!"

"이 자식이?"

"꾸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잌ㅋㅋㅋㅋㅋㅋ

―그로테스크……

―진짜 틀한테 나이로 놀리면 못 써!

깨물리는 재능도 있다.

정말 너무 귀여워서 눈에 처박아도 안 아플 지경이다.

안타깝게도 모스크바도 한여름.

눈은 없지만 여행을 하기에는 최적화된 날씨다.

"봄이 어디 가고 싶어?"

"후후, 아이스크림 하나 빨면서 쇼핑을 다닐 거예요!"

대충 모자를 눌러 쓰고 나간다.

여행이라는 게 굳이 거창하게 다닐 필요 없다.

'여자들이 쇼핑 참 좋아하지.'

본인이 만족하면 된다.

우리 봄이와 함께 모스크바에서 가장 큰 굼 백화점으로 향한다.

삐빅!

백화점 정문.

무서운 경비원이 지키고 있다.

들어가기 위해서는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어우, 귀여워.'

봄이의 입장에서는 세상 충격이다.

고작 백화점 하나 들어가는데 무서운 백인 아저씨를 통과해야 한다.

빤히 쳐다본다.

자신이 결백하다는 사실을 눈빛으로 전달하고 있다.

경비원이 어이가 없는지 슬쩍 웃고 고개를 돌린다.

─봄이의쓰레빠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이걸 웃기네 ㅋㅋ

"쓰레빠 님 500개 감사합니다. 글로벌 스타 봄이죠."

"헐."

―이게 통해?

―와 사람 죽일 것처럼 생긴 경비를

―귀여운 건 정의지 ㅎ

―근데 왜 검색함?

해외에서는 일반적이다.

우리나라가 지나칠 정도로 치안이 좋은 거지, 대형 건물은 출입객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폭탄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군가 흉기를 들고 날뛰기라도 했다가는 건물주 입장에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봄이의 미소 한 방으로 해결한다.

할짝! 할짝!

아이스크림부터 하나 빤다.

굉장히 만족스러운지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똘망똘망 쳐다본다.

그런 봄이를 지나가던 행인들도 즐기고 있다.

어디 내놔도 부끄러울 일밖에 없는 아이다.

'방송 콘텐츠로서는 참 좋지.'

방송사에서 눈독을 들일 만도 하다.

드넓은 백화점 내부를 아장아장 걸어 다닌다.

건물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다.

한국 사람들 시선에서는 말이다.

동네 이마트보다 작은 수준이다.

"소련보다도 더 이전 시대에 세워진 건물이라고 해요. 내부가 굉장히 고풍스러워서 관광과 쇼핑이 동시에 됩니다."

"헐~“

―진짜 아름답다

―역시 봄이!

―봄이는 계획이 다 있구나

―몰랐던 눈치인데? ㅋㅋ

시대가 시대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백화점 본연의 역할은 충분히 하고, 관광객 입장에서는 특히 더 만족스럽다.

아그작! 아그작!

아이스크림 콘까지 전부 맛있게 해치운다.

그 짧은 시간에 내부를 거의 둘러봤다.

갈 만한 곳을 눈도장 찍어 두었다.

"우리 봄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이미 배가 등가죽에 달라붙은 거예요."

ㅋㅋ

아이스크림 하나로는 부족했다.

3층에 위치한 푸드코트로 들어간다.

뷔페식으로 러시아 현지 음식들을 골라 먹을 수 있다.

「메도빅」

「보르시」

「올리비에」

「마르코프차」

담은 음식들을 각각 클로즈업한다.

유튜브에도 올릴 예정이기 때문에 예쁘게 인서트를 찍는다.

"지, 진짜 너무 맛있어 보여요."

"그래."

"완전 서양식이에요 서양식!"

"그렇구나."

물론 가장 크게 올릴 것은 함박웃음을 지은 봄이의 얼굴이다.

식판이 쏟아질 지경으로 가득 담았다.

─지구온난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너무 많이 담은 거 아님?

"먹는 게 남는 거예요~“

―뷔페 사장님 오열ㅋㅋㅋㅋㅋㅋㅋ

―식당은 남는 게 없는데?

―맛있게 생겼다

―뽕을 제대로 뽑는구나

식당을 망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배터지게 먹고 갈 예정이다.

'뷔페식인 거지 뷔페는 아니라서.'

담은 만큼 따로 계산한다.

굳이 알 필요는 없기 때문에 음식에 포커스를 둔다.

보르시.

그냥 토마토 스프다.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익숙한 비주얼이지만.

"꾸웨엑……."

우리 봄이가 침을 질질 흘릴 만도 하다.

고수처럼 호불호가 강한 향신료가 뿌려져 있어서 건져내고 먹으면 좋다.

"그리고 이건 봄이의 주식입니다."

"저는 올리비에 절대 안 먹을 거예요!"

러시아식 닭가슴살 샐러드.

무염의 그것보다 훨씬 맛있다.

그럼에도 PTSD가 오는 듯 봄이는 선택하지 않았다.

'먹을 만하네.'

아무래도 백화점이다.

면세점도 끼고 있다 보니 외국 관광객이 매우 많이 찾아온다.

대중적인 입맛을 고려했을 것이다.

우적우적!

우적우적!

우리 봄이가 걸신 들릴 만도 하다.

여러가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뷔페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 사람들의 소울푸드 김치."

"?"

"김치야."

"아닌데요."

"김치녀야?"

"??“

―아니래

―러시아에 김치가 어딨어

―봄이 표정 ㅋㅋ

―의식의 흐름 뭔데

중국에 조선족이 있는 것처럼 러시아에도 고려인이라 불리는 한인들이 있다.

그들이 당근으로 만든 김치를 마르코프차라 부른다.

'양배추김치처럼.'

미국에 이주한 한인들이 배추가 없어 양배추로 김치를 만든 것과 마찬가지다.

러시아로 강제 이주한 고려인들은 당근으로 김치를 만들었다.

배추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1900년대 초.

배추김치의 역사는 의외로 짧다.

고려인에게는 무로 만드는 김치가 익숙했기에 당근이라는 식재료를 선택했다.

우적우적!

기름기가 많은 러시아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다.

그러다 보니 러시아를 포함해 구소련 지역에서는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

우리 봄이도 맛있게 먹고 있다.

그리고 분쵸자.

이 또한 고려인이 만든 음식으로 한국의 잡채와 비슷하다.

"입맛에 맞아?"

"후후, 하루 종일도 여기서 살 수 있어요."

진짜 살 것 같아서 두려운 아이다.

뷔페에 가면 제한 시간 2시간을 꽉꽉 채워 앉아있는 타입.

'여러 가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즐겁지.'

전문점이 아니다 보니 퀄리티가 엄청 높지는 않다.

하지만 먹방퀸답게 재미 요소를 알아서 찾고 있다.

우적우적!

담아온 요리를 입안에 꾸역꾸역 넣는다.

가만히 두면 한 판 더 받아올 기세다.

─점화텔봄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행복 그 자체네

"저녁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이 정도 선에서 봐주기로 했어요."

―맛있겠다

―케이크 또 먹어?

―중앙아시아쪽이 디저트 ㄹㅇ 맛있음

―역시 식도락 여행이네 ㅋㅋ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맛있을 수밖에 없는 디저트.

러시아의 꿀 케이크 메도빅을 먹는다.

층층마다 꿀과 크림이 발라져 있다.

"러시아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음식이 맛있어?"

"날씨가 추워서 금방 또 배고파질 수 있어요!"

ㅋㅋ

우리 봄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세상이 먼 데 있지 않았다.

아니, 비행기 타고 16시간이니 멀긴 멀다.

기왕 왔으니 이곳저곳 보고 간다.

모스크바의 여름 여행은 정해진 코스가 하나 존재한다.

"꾸웨엑~~!"

"타이타닉 흉내 내는 거야?"

"비운의 여주인공이에요."

"남주인공 아니었나?"

여주인공은 잘 먹고 잘 산 걸로 기억한다.

영화가 길어서 중간까지 보다가 잠든 모양이다.

'한 번쯤 하는 게 국룰이긴 하지.'

유람선에서 타이타닉 흉내를 내고 있다.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긴박감은 전혀 없지만 재미는 충분히 있다.

모스크바 강에서 운행한다.

1년의 절반은 얼어붙어 있어서 여름에 왔으면 타는 것이 개이득이다.

<♪♬♪∼♪∼♬♪♬∼♬♪∼♩♪∼♩♬♪∼>

유람선 내부에는 카페 겸 바가 있다.

그리고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봄이도 칵테일 한 잔 마실래?"

"헐! 마셔도 되는 거예요?"

"그래."

"저 그거 마시고 싶어요. 젓지 말고 흔들어서!“

―아 007에 나온 거

―이름이 저거임?

―아닌 거 같은데 ㅋㅋ

―엉덩이 흔들어 재껴~!

이런 감성에서 한 잔 마시지 않으면 섭할 것이다.

본인이 그토록 원하니 한 번 시켜본다.

딸칵!

간단한 안주와 칵테일 두 잔.

007 시리즈에 나온 보드카 마티니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받아 든다.

"꾸웨엑……."

"별로야? 오빠 거랑 바꿀래?"

이내 침을 질질 흘린다.

칵테일이라고는 해도 재료가 심플해서 보드카 원액이나 다름없다.

------------------------+

? 보드카 - 1 1/2oz (45ml)

? 드라이 베르무트 - 1/2oz (15ml)

+------------------------

와인의 일종인 베르무트가 조금 섞인 정도다.

우리 봄이가 마시기에는 너무 독하다.

'마신 사람 대부분이 실망하는 칵테일로 유명하지.'

상상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이럴 것 같아서 피치 크러쉬를 크러쉬드 아이스로 주문했다.

─제임스본드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근데 왜 젓지 말고 흔들라는 거임?

"셰이커에 넣어서 흔들면 공기가 섞여서 맛이 부드러워져요. 바텐더 입장에서 귀찮겠지만."

"이거 맛있어요."

―봄이 귀찮게 했어

―귀찮게 하고 안 먹음ㅋㅋㅋㅋㅋㅋ

―블랙 컨슈머였어?

―못 먹을 거 알고 있었네 ㅋ

그에 반해 피치 크러쉬.

절대 맛없을 수 없는 맛이다.

빨대로 쪽쪽 열심히 빨아 마시고 있다.

"오빠!"

"응?"

"이제 저녁 먹을 시간이에요!"

ㅋㅋ

유람선을 타고 모스크바를 쭉 둘러보았다.

그 보람찬 시간도 봄이에게는 준비 운동에 지나지 않았다.

그냥 먹으러 온 아이다.

그럴 것 같았기 때문에 다음 음식은 성대하게 준비했다.

샤슬릭 거리로 간다.

─배부른봄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와 비주얼 미쳤넼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가 배터지게 먹어도 2만 원도 안 나옵니다."

"절 너무 우습게 보시는 거예요."

―신났네

―고기 양 진짜 많네

―양꼬치를 세로로 쌓앜ㅋㅋㅋㅋㅋㅋ

―풀코스 거눙?

한국으로 따지면 전통 시장이다.

샤슬릭이라는 러시아식 꼬치 구이를 즐길 수 있다.

숯불로 구워져 나온다.

양도 대륙의 스케일이다.

고기 덩어리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저 하나씩 다 먹을 거예요!"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 연어, 소고기를 다?"

"후후, 채소까지 먹을 수 있어요."

가게에서 즐기는 바비큐 파티.

텐션이 잔뜩 오른 봄이가 매상을 단단히 올려준다.

가게 아저씨도 신이 나서 어울려주신다.

리액션 서비스까지 해주는 좋은 시장이다.

'마피아 형님들이 보호세 걷는 구역이라 조심히 다녀야 되는 점만 빼면.'

가격도 싸고, 맛도 있고, 볼거리도 풍부하다.

우리 봄이는 몰라도 되는 것들이다.

"맛있어?"

"우물우물! 우물우물!"

"그래, 맛있게 먹어.“

―응 말 안 해도 먹을 거야~

―봄이야……

―햄스터 같네

―진짜 하루 종일 먹음 ㅋㅋㅋㅋ

행복지수가 Max라는 사실이 한눈에 보인다.

입안 가득 고기를 욱여넣고 씹고 있다.

'정말 힐링이 되지.'

밤의 힐링도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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