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58화 (658/846)

658화

셋째 날.

<♪♬♪∼♪∼♬♪♬∼♬♪∼♩♪∼♩♬♪∼>

또 하고 있다.

봄따리 샤바라에 완전히 맛이 들려버린 모양이다.

'봄이만의 작은 클럽이야.'

내 침대 앞에서 마음껏 끼를 발산한다.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춤을 춘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 피곤하대잖아……

"후후, 저는 완전 쌩쌩한 거예요."

―봄이 1승!

―늙어서 그래

―스물 중반 꺾이면 예전 같지 않지 ㅠㅠ

―^틀^

뒤에서는 씰룩거리는 엉덩이밖에 안 보인다.

방귀만 안 뀌었으면 좋겠다.

'대단했지.'

우리 봄이와 달리 완전히 어른이었다.

체력도 좋아서 새벽 내내 달렸다.

"오빠 빨리 일어나는 거예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거예요!"

"겨우 벌레 잡으려고 일어나야 돼?"

"새는 벌레가 주식이에요!"

ㅋㅋ

인간도 새도 먹고 사는 게 팍팍하다.

밤낮으로 일하는 나의 고충을 봄이는 모르고 있다.

'일이야.'

그렇다.

나의 고된 밤일도 의미가 없었던 게 아니다.

봄이와 함께 밖으로 나간다.

"봄이 오늘은 무슨 계획이 있어?"

"맛있는 걸 먹고 싶어요!"

"막 나가기로 했구나?“

―배고파

―계획이 없는 게 계획입니다만?

―맛집 "해줘"

―이게 봄이지 ㅋㅋ

해가 이미 중천에 떠올랐다.

날씨가 선선해서 여행하기 굉장히 좋다.

봄이는 오늘도 하이 텐션으로 선글라스를 꼈다.

'정말 날씨가 좋아.'

추운 나라라는 막연한 선입견.

여름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모스크바도 사람 사는 동네였다.

봄이와 손을 잡고 즐겁게 산책한다.

주위 사람들이 나만 보는 기분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벗을게찢지마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는 진짜 연예인급 외모 맞는 듯 ㅋㅋ

"후후."

"조금 띨빵하긴 해도 귀엽긴 하죠."

"꾸웩!“

―진짜 다 쳐보다 보네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생물이?!

―방실방실 웃고 다니는데 어떻게 안 봐 ㅋㅋ

―다시는 한국을 무시하지 마라

그런 건전한 방송도 분명 수요가 있다.

아니, 지상파와 유튜브를 생각하면 이쪽이 주류다.

'근데 보라는.'

자극적인 맛이 있어야 한다.

어제와 엊그제는 거의 먹기만 했다.

우리 봄이와 함께 다니는 이상 필연이었지만.

―와 개예쁨

―카메라 좀 올려줘

―진짜 수준이 높긴 하다 ㅋ

―러시아 눈나 헤응

―ㅓㅜㅑ

―봄이도 크면 가능?

―오늘은 또 뭐 먹을까

―이이잉~ 기모링~!

채팅창에는 다른 기대도 보인다.

그도 그럴 게 러시아.

장모님 나라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

'정확히는 슬라브계 국가들의 은어지.'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기타 등등.

김태희가 밭 갈고 한가인이 논 매기로 유명하다.

안타깝게도 우즈벡 논밭에는 별로 없다고 한다.

슬라브계 비율이 10%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슬라브계가 대부분.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미인이 상당히 높은 빈도로 눈에 띈다.

"헐~"

"응?"

"저 언니도 굉장히 예쁜 거예요!"

우리 봄이도 나름대로 외모부심이 있다.

본인도 본인이 귀엽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음식점에 가면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거고.'

조금이라도 양을 더 받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봄이의 Eyes에도 깜짝 놀랄 만한 여자.

가로등에 기댄 채 핸드폰을 두들기고 있다.

오프숄더로 노출된 새하얀 피부에 한 번, 긴 기럭지와 조막만 한 얼굴에 한 번 더 시선을 뺏긴다.

─보라는오정환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꼬시면……, 아니 친해지면 2천 개!

"아 미션 감사합니다."

"헐.“

―봄청구역입니다

―러시아 킹반인 수준 ㄷㄷ

―오정환 웃참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였으면 크흠……

수준 높은 일반인.

야외 방송 중에 마주치면 길거리 헌팅을 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인기가 있는 콘텐츠다.

'싫어할 수가 없지.'

하지만 가족 여행이다 보니 지금까지는 제한됐다.

흐름을 탄 기념으로 말을 걸어본다.

"쁘리벳! Excuse me."

"Да, что?"

"Do you know this?"

유일하게 아는 러시아어.

상대가 영어를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토독, 톡!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보여준다.

지도 위를 콕 찍으며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다.

"Um! Um!"

"You know?"

"Вернитесь к зданию, которое видите вон там. Еще раз пересеките красное здание."

"Can we go together?"

―길 물어보는 척하곸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 선순데?

―뭐라는지 모르겠지만 이뻐……

―봄이 어리둥절

성당처럼 보이는 건물을 가리키며 쏼라쏼라 한다.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한숨을 푹 쉰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동행한다.

'뭐, 그런 느낌.'

관광객인 척 위장을 하고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를 튼다.

마치 그런 것처럼 보인다.

"이 언니 정말 예뻐요."

"까레이?"

"?"

"까레이가 러시아어로 한국이냐는 뜻이야. Yes, 까레이."

"카레인 줄 알았어요."

ㅋㅋ

사실은 아나스타샤.

방송에 출연해 달라고 했다.

잘 모르면서도 선뜻 받아들였다.

"음……, 나 한국말 한다."

"헐!"

"오~! 어떻게 한국말을 하시네요?"

"대학생이에요. 학교에서 한국말 배워요.“

―헐?

―말 통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

―대본각

―섭외한 거 아니냐? ㅋㅋ

구구절절하게 설명을 할 필요는 없었다.

스트립 댄스를 시켜도 할 기세였으니 말이다.

'설명이 복잡하기도 하고.'

즉흥적으로 콘텐츠를 짜기는 하지만, 그 안의 내용물이 간단한 것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게 무리수.

"한국어학과가 있어요?"

"네. 그래요."

"그래서 한국말을 잘하시는구나. 와, 러시아 사람이 한국말 하니까 뭔가 어색하면서도 좋다."

"천천히 말해줘요. 너무 빨라요."

이게 말이 됨?

너무 공교로울 수 있다.

들키는 흐름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상관없다.

'적당히 둘러댈 수 있는 거니까.'

지상파가 아닌 개인 방송.

흐름을 조정하는 건 일도 아니다.

딱히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말이다.

─보라는오정환님, 별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시간 문제 맞지?

"2천 개 감사합니다. 이 정도 인연이면 거의 천생연분이라고 볼 수 있죠?"

"네?"

"혼잣말하는 게 아니라 제가 유튜브 같은 걸 하고 있어서."

"아 유튜브?"

―혼자 김칫국ㅋㅋㅋㅋㅋㅋㅋㅋ

―유튜브 같은 거요? ㅋㅋ

―<<나쁜 오빠

―봄이는 아무고토 몰라요

개연성은 영화나 소설에서나 필요하다.

현실에서는 원래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는 법이다.

'적잖이 티를 내는 게 아닌 이상.'

억까 쳐내~ 로 넘어가게 돼있다.

그런 사소한 것보다 중요한 건 낯선 이국에서 만난 미녀.

"자르예드예 공원 가는 거예요?"

"네, 거기 맛있는 해산물을 판다고 해서."

"해산물!"

"맞아요. 알고 있어요. 안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의를 받고 얼굴을 비춘다.

채팅창에서는 반응이 폭발하고 있다.

우리 봄이의 침샘도 폭발하고 있지만 지금은 상관없다.

"이것도 인연인데, 혹시 식사 안 했으면 같이 먹고 가지 않을래요?"

"어째서?"

"아, 그게 시청자들이 굉장히 좋아하고 있어서요. 제가 살 테니 시간 좀 내주시면 기쁠 텐데."

"배고파요."

―제발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눈나 나 주거

―봄이 배고파 주거

너무 쉽게 받아들이면 그건 그거대로 개연성이 없다.

적당한 연기를 부탁했는데 잘 해주고 있다.

자르예드예 공원으로 간다.

근처에 해산물 맛집이 있다고 아나스타샤가 어제 추천을 해줬다.

"헐~ 헐! 헐!!"

"우리 봄이 포식할 수 있겠네?"

"저 진짜 게 엄청 좋아해요. 없어서 못 먹어요."

"게……, 맛있어요."

평일 대낮이라 그런지 내부는 한산하다.

수산시장과 레스토랑이 합체된 느낌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눈앞에서 재료를 고르고, 요리사가 그것을 요리해준다.

봄이의 강력 주장에 따라 게를 먹기로 정해진다.

'원래부터 그럴 작정이었지만.'

아무래도 눈에 띈다.

눈앞에 게가 꼬물거리고 있는데 식욕이 안 생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도 킹크랩.

요리사가 게를 가져간다.

요리하는 사이에 적당히 담소를 나눈다.

"대학교 1학년 다니고 있어요."

"헐!"

"1학년? 근데 한국어를 엄청 잘하시네요."

"전부터 관심 있었어요.“

―둘이 동갑이라고?

―봄이 계속 놀랔ㅋㅋㅋㅋㅋㅋㅋㅋ

―발육 ㅓㅜㅑ

―눈나가 아니었던 거임 ㅋㅋ

그조차 콘텐츠.

비주얼이 받쳐주기도 하거니와 러시아 현지인이라는 점이 세일즈 포인트가 된다.

「보라) 오정환. 러시아 김태희 만났습니다」_ ?69, 740명 시청

시청자 수가 빠르게 올라간다.

낯선 이국땅에서 만난 그녀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금발녀취향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눈나 나 주거……

"네? 왜 죽어요? 무슨 일 있어요?“

―zzzzzzzzzz

―죽어욧

―한국말 교과서 보고 배웠네

―걱정 안 해줘도 돼요 흔한 물소임ㅋㅋㅋㅋㅋ

킹크랩이 통째로 쪄서 쟁반에 담겨온다.

그 놀라운 위용에 봄이의 눈동자가 튀어 나오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킹크랩, 대게가 다 러시아에서 온 거래."

"헐."

"현지는 신선해서 훨씬 맛있다고 하니까 한 번 먹어보자."

"잘 먹겠습니다!"

선도가 중요한 해산물이다.

스트레스에도 취약해서 수율이라 불리는 살이 찬 정도가 떨어지기 쉽다.

쩌적!

하지만 본고장.

킹크랩의 다리를 포크로 살짝 후비자 열린다.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져 있어 크게 힘을 줄 필요도 없다.

"우물우물! 우물우물!"

"그래, 맛있게 먹어."

"잘 먹을게요."

"아나스타샤 씨도 맛있게 먹어요.“

―봄이 행복해

―이게 같은 나이라니……

―게살 미쳤네

―이름 너무 예쁘다 ㅎㅎ

안 그래도 큰 다리에 살이 꽉 차있다.

고급진 게맛살처럼 먹기 편해서 좋다.

'게는 별로 안 좋아해서.'

먹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먹은 칼로리에서 먹으려고 힘쓴 것을 빼면 ±0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와구와구!

이 킹크랩은 그래도 +가 많은 쪽이다.

행복하게 먹는 봄이와 아나스타샤를 보니 나도 만족스럽다.

"소개가 늦은 감은 있는데 봄이에요."

"봄이에요."

"아나스타샤예요."

"둘이 동갑인데 사이 좋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봄이부터 자기 소개해봐."

봄이가 얽힌 일이면 뭔가 학부모 마인드가 된다.

사전에 친하게 지내라고 해뒀으니 괜찮을 것이다.

"안녕. 나는 외국인 친구를 가지는 게 소원이었어. 나와 친구를 해주면 정말 기쁠 거야."

"어……, 응. 반가워. 나도 그래."

―어색햌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친구임!

―이것이 한국의 대학생입니까?

―큰 인형 작은 인형 ㅋㅋ

조금 서먹하긴 하다.

하지만 킹크랩을 주제로 서서히 친분을 만들어나간다.

타악!

찐 곰새우가 노란 소스와 함께 나온다.

뭔진 모르겠지만 맛없을 수가 없는 해산물이다.

'먹기 귀찮은 것 빼고.'

두 여자는 재잘재잘 떠들며 맛있게 먹고 있다.

언니와 동생 느낌이라는 건 굳이 말 안 해도 될 것이다.

"잘 먹었어요."

"네, 나도 아니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혹시 페이스북 같은 거 해요?"

"계정은 있어요."

방송에 출연시킨 목적.

딱히 BJ 데뷔를 하게 하려는 건 아니다.

아무리 나라도 되는 게 있고, 안되는 게 있다.

'그 사람한테 맞는 방법이 있는 거지.'

아나스타샤에게는 아나스타샤의 방법이 존재한다.

개인 방송이 아닌 SNS를 통한 간접적인 소통.

―올 페북

―페북 친추 하면 받아주나요?

―주소 좀

―눈나 사진 보고 싶어요!

―이 시간에 방송 보는 놈들이 누나 ㅇㅈㄹㅇㅋㅋㅋㅋㅋㅋ―진짜 서양애들은 발육이 빠르다 ―내 이상형을 여기서 찾네……

―한국 와서 합방 ㄱㄱ

내가 줄 수 있는 건 사소한 계기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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