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61화 (661/846)

661화

<방송 흥행>

천종원의 로컬푸드.

"와 속초다!"

"속초는 진짜 1년에 한 번은 꼭 오는데."

"누구랑요?"

"그건 사생활입니다."

""하하하하!""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오정환의 농담에 김해철이 정색을 하며 손사래를 젓는다.

멤버가 한 명 바뀌긴 했지만 분위기는 유쾌하다.

방송도 흥행 가도를 달린다.

"속초는 역시 닭강정이죠?"

"하~ 닭강정!"

"여기 오면 무조건 먹어야지."

"흐흐."

""?""

새로운 멤버.

최초의 여성 멤버이기도 하다.

박민솔이 가장 연하답게 싱싱한 질문을 던진다.

천종원이 특유의 웃음소리를 낸다.

고정 멤버들이 괜히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속초 하면 닭강정이 딱 떠오르잖아유?"

"네, 선생님."

"그렇게 유명해진 명물은 내가 더 손볼 게 없어유."

"아……."

이미 유명하다.

현지에 가서도 많이 사먹고, 요즘은 인터넷으로 치킨 시키는 느낌으로 사먹을 수도 있다.

자리를 잡은 특산물.

이미 잘 팔리고 있는데 손대 봤자 계륵밖에 되지 않는다.

머리가 띵~ 해진 민솔이 얼 타고 있는 사이에도.

"내가 SNS 가끔씩 보거든? 가~끔씩?"

"페북 안 하세요?"

"나는 귀찮아서 못 하지! 이 나이대 되면 그런 거 못 해."

예능은 피도 눈물도 없이 진행된다.

각자의 분량은 각자가 알아서 잘 챙겨야 한다.

천종원이 화제를 바꾼다.

"정환이가 이번에 북한 음식 먹었더라고."

"북한을 갔다 왔어?!"

"아니, 그냥 해외 여행 갔다 왔는데……."

최근 SNS를 중심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해외에 북한 식당이라는 게 있다니?

「장정우」

1시간 전。

#북한식당

봄튜브 보고 알았는데

해외 가면 북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북한 식당이 있다네요 ㅋㅋ돈만 내면 먹을 수도 있다고 함

「암흑단팥찐빵」

1시간 전。

#봄튜브#두부밥

[봄튜브 북한 식당 캡처. jpg]

북한 사람이 직접 만든 북한 음식 ㄷㄷ

유부초밥 같은데 설명 들어보니 전통 음식이었다는 반전

「귀여운똥개」

1시간 전。

#오정환#북한누나

[봄튜브 북한 눈나 캡처. jpg]

북한 종업원 꼬시는 거 실화냐?

오정환은 진짜 전설이다……

현대 사회.

소문이 퍼지고, 화제가 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SNS의 존재 때문이다.

〔음식의 트렌드〕

1. #북한_식당

2. #봄튜브

3. #먹방

4. #치즈_쪽갈비

5. #연어_초밥_풀코스

본 사람들이 게시글을 퍼가고, 그것을 또 퍼가는 식으로 순식간이다.

최근 봄튜브의 한 영상이 이슈가 되고 있다.

<꾸웨엑…….>

귀여운 소녀가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북한 식당.

북한 사람까지 보인다.

자신의 의지로 이곳에 온 것도 아니다.

우적우적!

우적우적!

이내 웃음을 되찾고 꾸역꾸역 먹는다.

무서움을 타파할 정도로 북한 음식이 맛있었다.

"와~ 팔자 좋다! 나는 스케쥴이 무슨 대학교 강의 시간표 수준으로 난잡하게 얽혀 가지고 어디 갈 생각도 못 하는데."

"그럼 저 하나 주시든가요."

"안 돼! 내가 얼마나 피땀 흘려 따낸 고정인지 알아?"

""하하하하!""

그것이 방송에서도 이야기된다.

지상파와 SNS의 경계는 날이 갈수록 흐릿해지고 있다.

"봄이 유튜브 봤더니 맨날 맛있는 거 먹으러 돌아다니더라. 유튜버는 좀 편한가?"

"둘이 알아?"

"해철이 형이 저번에 파티할 때 한 번 와 가지고."

"오~!"

자연스럽게 화제가 될 만큼 말이다.

오정환의 지인이다 보니 허들이 낮은 영향도 있다.

'…….'

그러한 대화의 흐름.

전혀 끼어들지 못하고 있다.

박민솔은 진짜 예능을 해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나간 예능은 본인 분량을 정해주는 곳이다.

이렇게 야생과 같은 방송은 흐름에는 따라갈 수가 없다

"아 먹방 유튜브 저도……."

"그래서 북한 얘기는 왜 하신 거예요?"

"속초 특산물 중 하나가 콩이거든. 그 콩으로 만들 수 있는 재미있는 음식이 있지 않을까? 살펴보다가 그 영상을 봤던 게 떠오른 거지."

"아~!"

"두부밥 맛있죠."

"근데 민솔이 뭐라고 했나?"

"아, 아니에요;;"

화제가 휙휙 바뀐다.

뒤늦게 파악하고 집중을 좀 하려고 하면 어느새 또 다른 걸 떠들고 있다.

'다들 정신이 두세 개쯤 되나.'

열등생.

자신만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합류 초기이긴 하지만 눈치가 보인다.

윤세용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왔기 때문이다.

자신도 그처럼 밀려나지 않으라는 보장이 없다.

"그럼 오늘 그거 만들어보는 거예요?"

"그거?"

"그거 맛있긴 했어요. 저도 북한 사람이 만든 건 처음 먹어봐서."

"맛있쥬? 나도 해외 갔다가 북한 식당 보이면 한 번씩 들려서 그거 꼭 먹어유."

"……."

또다시 대화에서 이탈한 사이 방송은 척척 진행된다.

민솔은 대체 무엇을 대화하는지 이해 자체를 못 하고 있다.

'그거가 뭔데?'

항상 시청자를 의식해야 하고, 대화의 흐름이 이어져야 하는 개인 방송과 달리 지상파 녹화는 끊겨도 상관없다.

편집팀이 알아서 잘 편집해준다.

재미있는 부분만 추려서 내보내는 것이다.

때문에 예능인은 재밌는 장면이 많이 나오게 의식의 흐름대로 대충 씨부리는 식으로 녹화를 진행한다.

퉁! 퉁!

천종원이 큼지막한 부침용 두부를 꺼내서 썬다.

그것이 어떻게 변하는지.

무슨 요리를 만드는지.

"아 맞다. 민솔이는 혹시 모르나?"

"네……."

"두부로 만드는 유부초밥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아~"

조리를 하면서 설명을 해준다.

북한 식당에서 팔았던 음식을 재현하려는 모양이다.

지글지글! 지글지글!

기름을 넉넉하게 두른 프라이팬에 반쯤 튀기듯이 굽는다.

직각삼각형 모양의 두부가 익어간다.

"이거랑 밥이랑 같이 먹는 거예요?"

"흐흐."

"?"

"유부초밥 생각하면 돼 유부초밥!"

"아……."

잘 모르다 보니 멍청한 질문이 나온다.

얼굴이 빨개진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다.

민솔이 정신 못 차린 사이에도 녹화는 계속 진행 중이다.

이윽고 결과물이 나온다.

"진짜 간단한데요?"

"그렇쥬?"

"이 정도면 저도 만들 것 같아요 선생님!"

"그 점이 중요한 거에유."

두부밥.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두부가 척 봐도 맛있다.

양념장까지 만들어서 바르자 보기만 해도 침 넘어간다.

다른 것도 만든다.

처음 보는 어묵 같은 것에 밥을 채워 넣는다.

또 비슷한 게 완성된다.

"이게 그 인조고기구나!"

"인조……, 고기요?"

"콩고기 같은 거라고 보면 돼요. 롤러로 밀어서 훨씬 얇게 만든 버전."

"아."

오정환이 설명을 해준다.

얼타고 있는 사이 오늘의 메뉴가 전부 완성돼있다.

"오늘은 이 두부밥과 인조고기밥을 속초 버전으로 어레인지해서 시장에서 팔아볼 거에유."

"속초 버전이요?"

"특산물을 넣어보자는 거죠?"

"그렇지! 정환이는 그냥 장사해도 돼~"

""하하하하!""

오늘의 일정도 말이다.

민솔로서는 굉장한 위기의식을 느낀다.

'…….'

김해철은 끼어들면서 대화를 이끌어나간다.

오정환은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아는 지식도 많아 보인다.

그에 반해 자신.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익숙지 않은 방송에 초조해진다.

* * *

최근의 일상.

〔아나스타샤〕

「오빠」

「보고 싶어요」

?벌써? ㅋㅋ

「지난 3일 꿈 같아요」

「오빠 실제로 있습니까?」

?ㅋㅋ

적당히 보내고 있다.

러시아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며 말이다.

'아직 한글은 좀 더 배워야겠네.'

내가 러시아어를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나스타샤와 메신저를 하고 있다.

?키스 많이 해줬잖아

?그거 보면서 참아

「그러고 있다」

「그래도 슬프다 ㅠ. ㅠ」

나이대에 걸맞게 애교가 많다.

한국에 도착하기 무섭게 자꾸 칭얼댄다.

'그럴 것 같아서.'

내가 떠난 뒤에도 회상할 수 있도록 마크를 잔뜩 새겨줬다.

전신에 키스 자국을 남겼다.

「(몸매 사진. jpg)」

「오빠 흔적 지워지고 있다……」

?한국 오면

?평생 지워지지 않는 걸로 새겨줄게

「(사랑한다는 이모티콘. jpg)」

소유욕이 든다.

예쁘고 어린 서양녀는 흔치 않다 보니 목줄을 채워두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평생 기르고 싶다.

"바쁘세요?"

"아, 네?"

"핸드폰 보면서 웃으시고 계시길래."

"……."

점심 시간.

촬영을 중단하고 쉬고 있었다.

새로 합류한 방송 멤버가 말을 걸어온다.

'무슨 뭐 배우라고 하던데.'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잘 모른다.

그냥 홍일점 느낌으로 섭외된 듯하다.

"저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네. 그러세요."

"아니, 그게 저……."

남자만 있으면 칙칙하니 말이다.

요리를 잘 아는 것 같지는 않지만 상관은 없을 것이다.

'원래 다 그렇지.'

방송마다 그런 캐릭터가 하나씩 있다.

옆에서 끄덕끄덕 하고 있는 비주얼 담당.

"전에 다른 방송 하신 거 없죠?"

"네."

"이 방송이 처음이신 거예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

"……."

비주얼 담당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쉬고 있는 나에게 무언가 물어본다.

'대화가 진행되는 것 같진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녹화 중에 계속 떠들다 보니 쉬는 시간이 되면 방전된다.

전체적으로 이런 분위기다.

다 입 다물고 뭔가 보거나 자거나 하고 있다.

"뭐, 대답이 되셨어요?"

"네. 근데요."

"말씀하세요."

"이런 거 물어보면 이상할 수도 있는데……."

대답 이상의 것을 해줄 만한 체력이 없다.

그 이전에 내가 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

'니가 해야 되는데.'

녹화 중에도 느꼈지만 그런 능력이 딱히 없어 보인다.

굉장히 수동적인 스타일.

반반한 10·20대 여자애들 중에는 흔하다.

주위에서 워낙 떠받들어주니까 스스로 할 줄은 모른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적응하셨어요?"

"저야 원래 BJ를 하고 있어 가지고. 개인 방송하고 있거든요."

"아앙, 그런 거 말고요."

"애교 부리시는 거예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예능에 여자 아이돌이 희박한 이유일 것이다.

그와 같은 맥락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날먹 할 수 있는 방법 없냐. 뭐 그런 거 아니야.'

뻔하다.

개듣도 보도 못한 새끼가 어떻게 잘하고 있냐?

뭔가 비법이 있는 거 아니냐?

"아까 그 유튜브 얘기하셨잖아요."

"했죠."

"저는 전혀 몰랐던 정보라 당황했거든요."

"저도 당황했어요."

"네?"

"천종원 선생님이 봄튜브를 볼 줄 몰랐죠."

그런 게 있으면 여자 아이돌 중에 성공한 예가 몇 명은 나올 것이다.

비주얼과 인지도.

전부 갖고 있음에도 죽을 쑤는 것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어느 나라 정부처럼 여성 할당제 안 해주거든.'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기 때문에 재미없으면 자른다.

자기 밥그릇을 남이 챙겨주지 않고, 챙겨줄 수도 없는 구조다.

"그냥 어쩌다 나온 거예요?"

"그럼 뭐 대본이라도 준비했을까 봐요? 제가 받은 대본도 똑같은 것밖에 없는데."

"……."

김해철이 나오지 말라고 했던 것도 이제는 이해가 간다.

정말 어지간하면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

'나야 뭐 어지간하지 않지만.'

민솔 씨는 고민이 많나 보다.

혼자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 뒷모습.

여배우 아니랄까 봐 매력적이다.

청바지의 핏이 참 살아있다.

'특히 엉덩이 부분이.'

탄력 있는 엉덩이 위아래로 얇은 허리와 쭉 뻗은 다리가 조화를 이룬다.

배우답게 이상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자신의 매니저와 무어라 대화를 나누더니 나를 바라본다.

손은 흔들고 고개를 다시 숙이며 인사를 해온다.

허리의 움직임만 봐도 근육이 꽉 차있다.

굉장히 맛있을 것 같은 몸이다.

혹심이 조금 생긴다.

'혹시 욕심내면 체하려나?'

아주 조금 그렇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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