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6화
처음에는 소문으로 그쳤다.
PC방 예선은 방송 송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믿어지지 않는다.
마주작이 고작 아마추어 예선에서 탈락을 하다니?
[안내]─ PSL 이벤트전 지역 예선 경기 결과 및 본선 진행 안내안녕하세요.
PSL 담당자입니다.
PSL 지역 예선 결과 및 본선 진행 간략 안내드립니다.
[지역 예선전 결과. jpg]
[본선 진행 안내. jpg]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4강&결승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로 드러난다.
정식 공지가 뜬 것이다.
스타판 팬들이 뒤집어질 만도 하다.
〔스타크래프트 갤러리〕
─마주작 광탈ㅋㅋㅋㅋㅋㅋㅋㅋ
─개꿀잼 시나리오 하나 생각해낸 거 아닐까? [31] +56─암픽킹유~ 유노아원트~ 아이원츄 주작작 주주작! 주작작 주주작! [2]
─우리 마느님이 그럴 리가 없습네다 ㅠㅠ
.
.
.
과거의 위상.
큰 사고를 쳤다고는 하지만 남아있다.
그의 BJ 데뷔가 큰 이슈가 되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개꿀잼 시나리오 하나 생각해낸 거 아닐까?
마주작이 대회 참가하고 역으로 몰카 하는 거임 ㄷㄷ
마주작이 대회 광탈하고 마빡이들 술렁임
뭐지? 우리 마느님이 광탈을 했다고?
본선 시작하자마자 채팅창에서 조리돌림 당하는 거지
이때 마주작이 디오니소스 + 언더테일 샌즈 분장하고 깜짝 등장 !!!!
마빡이들 : 아이고 깜짝이야!
PPAP 음악 소리 들리면서 PPAP춤 추기 시작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방금 상상한 건데 스토리 ㅍㅌㅊ?? ㅆㅅㅌㅊ???
이거 상상하면서 얼마나 웃은지 모르겠다ㅋㅋ
└니 애미
└당신의 어머니는 뛰어난 여성. 나 또한 체험해보았다 └혼자는 못 죽는다 올려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 버렸잖아 책임져!
프로가 고작 아마추어 대회에서 광탈.
그의 팬들도 실드를 치지 못할 대형 사고가 터졌다.
본선에조차 올라오지 못했다.
이름도 모르는 무명의 선수에게 고배를 마신 것이다.
<준프로 선수들도 많았다고 하고, 특히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을 만났다는 소문이 이미 자자합니다. 사실입니까?>
<그게……, 사실 맞습니다.>
그 무명의 선수가 누구인지.
어떻게 마주작을 떨어뜨렸는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벤트전 본선이 시작된다.
마주작의 독주가 예상됐던 대회에 또 다른 관심의 소용돌이가 들이닥친다.
<저그의 CS를……, 아니 멀티를 보세욧!>
김서준 해설이 MSG를 끼얹는다.
그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다.
<와! 저그 멀티 개수가~>
<테란이 진출 타이밍도 못 잡고 있는 상황이라 활성화되기 시작하면 자원으로 찍어 누르겠는데요?>
―멀티 개수가 앞서 있구나
―멀티도르 ㄷㄷ
―간만에 저그 다운 경기 보네
―저그가 마주작 꺾은 선수인가요?
화제성을 더욱 키운다.
선수로서의 아이덴티티.
프로게이머가 되는 첫걸음이기도 했다.
실제로 말이다.
스타판 시절에는 해설진이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별명과 밈을 붙여주었다.
─마주작을 꺾은 사나이 윤남훈에 대해. Araboza
이름: 윤남훈
종족: 저그
별명: 진짜 저그, 재벌 저그, 고려장 저그
이력: BJ 엔투스 소속 연습생, PSL 이벤트전 우승
특이사항: 데뷔 직전에 스타 리그가 끝나서 사회인으로 돌아감└와 진짜 불쌍하네 └데뷔했으면 최소 택뱅리쌍 아래 라인은 갔을 텐데
└그 새끼만 아니었어도……
└마주작 때문에 인생 꼬인 사람이 한둘이 아님ㅋㅋㅋㅋㅋㅋ
스토리텔링도 충만하다.
망해버린 스타판.
그 불모지에 채 꽃피지 못한 씨앗이 남아있던 것이다.
승부조작이라는 희대의 사고 때문에 말이다.
그 원흉인 마주작을 PC방 예선에서 꺾는 기염을 토했다.
─고려장 저그가 입에 착착 붙는데
걍 이거로 하면 안 됨? ㅋㅋ
└올려
└이거 말고 없다
└얘는 고려장 해도 ㅇㅈ이지
└딴 건 둘째 치고 실력이 받쳐줌ㅋㅋ
잊을 수 없는 흑역사를 선물한 것이다.
과거에 지나지 않다.
마주작이 완벽히 몰락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 된다.
마주작의 팬덤, 마빡이들도 분명 있지만 그 반대인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스타팬들에게 호감을 따낸다.
─PSL 이벤트전 우승자 윤남훈 선수 인터뷰 요약. jpg
[인터뷰 요약짤. jpg]
판단은 알아서 ㅋㅋ
└ㅋㅋㅋㅋㅋㅋㅋ
└고려장 저그
└극호
└BJ로 데뷔하면 무적권 뜰 듯
이후의 행보까지 말이다.
PSL의 이벤트전.
최종 우승을 해낸 것이다.
그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마주작을 위한 무대라고 여겨지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긴장하셨는데?>
<우승자시거든요! 지금 패기롭게 한마디 스타팬들에게 자기 어필할 기회입니다!>
이벤트전의 우승자는 여러 가지 특권이 주어진다.
우승 상금은 부상이고, 진짜는 PSL의 실력자들과 맞붙는다.
승부조작으로 영구퇴출을 당한 마주작이 공식 무대에 설 수 있는 유일한 자리였다.
그 기회를 강탈시킨 셈이다.
<제가 프로 경력도 없고, 고작해야 연습생이긴 하지만 마음가짐은 프로라고 항상 생각을 해왔거든요.>
<<오오~!>>
<마인드 중요하죠.>
<제가 어렸을 때부터 사랑해왔던 e스포츠를 망가뜨린 마주작을 용서할 수 없었고 경기를 이겨서 정말 다행인 것 같습니다.>
예선전에서 마주작을 떨어뜨리고, 본선에 올라와 우승을 했다.
도저히 잊혀질 수가 없는 임팩트다.
이미 사라져버린 스타판에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냈다.
윤남훈이라는 새로운 선수가 스타팬들의 기억에 각인된다.
<정말 이건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사정이네요.>
<동의합니다.>
<롤판으로 도망간 누구랑은 다르다는 거죠! 의리를 지키고 있지 않습니까?>
<저 의리 있습니다.>
―표정ㅋ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감정 있는 거 아니냐? ㅋㅋ
―대단하긴 하다
―아메으리카노~!
실력과 이미지.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 윤남훈
2. 마주작
3. 박아람 스캔들
4. PSL
5. 마주작 근황
.
.
.
그 여파가 조금 크게 번진다.
마주작이 가진 악명이 워낙 높다 보니 세간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마주작의 근황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반드시 따르게 된다.
그의 인지도를 고스란히 흡수한다.
대체할 수 있는 스타가 등장한 셈이다.
<근데 3년이거든요 3년.>
<그렇습니다.>
<공백이 결코 짧지 않았을 텐데 오늘 경기력이 정말 좋았어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PSL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거든요!>
하지만 현재 스타판.
PSL이 진행되고 있다고는 해도, 공식적으로는 막을 내린 상태다.
스타 프로게이머의 입지는 좁다.
前프로들도 BJ로 성공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저도 사실은 학업 때문에 스타에서 완전히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새로운 시대의 라인까지 확실하게 탄다.
* * *
프로게이머.
나태해지는 순간 끝나는 생물이라고 생각한다.
'진짜로.'
은퇴한 프로게이머들 보면 퇴물이 되는 경우가 95%다.
찬밥 신세가 되거나, 쓰레기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
독기가 빠지며 사람이 순둥순둥해진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안녕하세요. 스타 연습생 윤남훈입니다."
"박수! 박수! 별풍으로 박수!“
―별풍 뭔데?
―와
―스타 연습생이 남아있었넼ㅋㅋㅋㅋㅋㅋ
―고대 유물 아니냐?
끝없는 경쟁으로 자기 자신을 달구는 것이다.
치고 올라오는 이들에게 뺏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
─스타래더B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마주작 바른 게 방송에 나왔어야 했는데 ㅋㅋ
─PGR아재임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고려장 저그 윤남훈 응원합니다!
─스갤네임드님, 별풍선 892개 감사합니다!
BJ로 데뷔해주세요!
.
.
.
자극을 받아야 한다.
재능이 있는 사람일수록, 잘했던 사람일수록 더 나태해지기 쉽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잘해질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전성기 시절의 모습만 되찾으면 누구든지 꺾을 수가 있겠지.
"감사합니다. 응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근데 정환 형이 지원을 해주시고, 저의 실력을 믿어주셔서 제가 다시 한번 스타팬분들 앞에 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와웅
―정환이가 시키드냐?
―이걸 큰 그림을 그렸네 ㄷㄷ
―스타 프로는 롤 프로랑 느낌이 다르다
그런 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드는 신인이 나와야 한다.
윤남훈의 등장은 기존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스타 선수들은 특히 더 그런 감이 있지.'
스타크래프트는 고인물 게임이다.
롤과 달리 솔로랭크 (래더)를 돌린다고 잘해지는 시스템이 아니다.
여러 가지 빌드와 잡기술.
프로게이머 말고는 알지 못하고, 선배들에게 고개를 숙어가며 배워야 하는 것이 있다.
현시점에서 보자면 굉장히 구시대적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보니 새로운 스타 선수가 나오는 게 제한적이었다.
"그리고 이세동 선배님을 포함해 도움을 주신 선배 선수들께 감사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 경황이 없어서 모든 분들을 찾아뵙지 못했는데 연락 반드시 드리겠습니다."
"그건 안 해도…… 아니, 방송에서 하면 되지."
"네?"
그러한 시스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파프리카TV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장소다.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둘이 어케 알게 된 거임?
"스타판도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알고 지내는 스타 선수들에게 추천을 받았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알고 지내는 스타 선수=택뱅리쌍
―젊은 피 ㅇㅈ
―진짜 정환이가 발굴한 거네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한번 평가받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후대에 쌓아 올린 것에서 기인하다.
'스타판이 잘 돌아가야.'
택뱅리쌍이든 임진록이든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전성기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선순환은 유지돼야 한다.
"Yes or No 게임 해본 적 있어?"
"술자리에서는 좀……."
"뒤끝 없으니까 재미있게 대답해봐."
"그러고 보통 다 뒤끝 있지 않나요?
그 방법.
굳이 간장을 마시고, 눈썹을 밀 필요까지 없다.
스타팬들의 환상을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방송할 수 있다.
「보라) 오정환. 고려장 저그에게 뭐든지 물어보세요!」
_ ?69, 740명 시청
신병 받아라!
무려 3년 만의 신인 프로게이머다.
스타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GR에서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본인이 택뱅리쌍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목표로 삼고 있는 선배들이고."
"Yes or No."
"……Yes.“
―zzzzzzzz
―ㅈ됐네
―윤피셜: 택뱅리쌍 ㅈ밥. 마주작 다음으로 고려장시킬 예정―개청자들 싱글벙글
그렇게 스타판이 활성화되면, 기웃거리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진다.
새로운 신인들에게 자극이 될 것이다.
'나도 저렇게 될 자신이 있는데, 라고 생각하는 거지.'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된다.
기존의 고인물에서 탈피할 수 있다.
스타판이 진정한 의미에서 지속 가능해진다.
그 첫 단추를 채웠다.
나 자신에게도 큰 의미를 가진다.
스타판에서도 나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게 되었다.
"택뱅리쌍이랑 스폰빵 한번 떠봐야겠네."
"아니, 뒤끝 없다면서요;;"
"나는 뒤끝이 없다고. 그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팬들은 있을 수 있지."
"……."
파프리카TV는 개인이 아닌 단체.
그리고 단체가 개인을 빛내주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그냥 까놓고 인맥 장사지.'
기존의 적폐를 밀어내기 위해서는 나 또한 단체를 이루어야 한다.
새로운 스타판은 나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