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68화 (668/846)

668화

<갓베누의 몰락>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주식 갤러리〕

―확신이 들었다. 갓베누 안 사면 그냥 병신 새끼임ㅋㅋ [17] +25―갓베누 안 산 새끼들아 읽어라 ―예배 시간이다 갓렐루야 기도 한번 하자 [22] +51

―갓베누 PER 아직 10도 안 된다. 최소 2배는 더 오름 [3]

잘될 것 같은 회사.

투자를 하면 소정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한 방에 목돈을 벌고 싶다.

―확신이 들었다. 갓베누 안 사면 그냥 병신 새끼임ㅋㅋ상황이 이해가 안 돼?

갓베누에서 돈을 나눠주고 있잖아

갓베누 안 사는 새끼들은 도대체

뭐야?

왜 살아?

무슨 생각하면서 살아?

특히 이 상황에서 돈 벌어보겠다고

회사 가는 회사원 새끼들

가게 나가는 자영업자 새끼들

존나 다 가소롭다 ㅋㅋ

돈 벌기 어려운 게 아닌데 ㅋㅋ

현금 관망하는 새끼들 있다면 그냥 자살 바란다

└부두술 씨게 거네

└ㄹㅇ 대놓고 돈복사기 돌려주는데 주식하다 돈 잃는 새끼들 정체가 뭐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사면 돈이 복사가 되는데 이 쉬운 걸 못 해? 원숭이야?

└갓베누 사면 침팬지도 돈 번다

그런 이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한 기업.

얼마 전 코스닥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코스피와 달리 상장 절차가 간소하다.

대신 기업의 신뢰성 등에서 의심을 받는데.

―예배 시간이다 갓렐루야 기도 한번 하자

오늘도 갓멘이 주신 수익에 감사하며

저희에게 수익을 주시고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나이다

갓멘~

└갓멘

└믿나이다 갓멘

└갓멘 X발련아 제발 한번 폭락해주라 풀매수하게

└갓렐루야!

갓베누는 이슈가 되고 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기업의 인지도를 쌓았다.

CEO 본인이 SNS와 매스컴을 통해 브랜드를 적극 알린다.

신뢰가 생기는 것이다.

「쏘닉」

1시간 전。

#갓베누#슈퍼카

[새 람보르기와 함께. jpg]

너무 예뻐서 한 대 뽑았습니다

?와 FLEX 미쳤다

?형은 한 대만 산 게 아니잖앜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본 슈퍼카만 5대 ㄷㄷ

?사장님 저도 한 대만……

돈이 많아 보인다.

사업이 잘되는 것 같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러한 인식을 심어준다.

그것이 기업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갓베누는 의류 브랜드로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병신 새끼들 같으니라고.'

쏘닉은 당연히 알고 있다.

갓베누의 현 상황.

적자투성이 부실기업이라는 사실 말이다.

실적이 발표되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네이버 종목토론실〕

―여윽시 개잡주! 실적 나오니 개관들 런하쥬? ㅋㅋㅋ

―실적 보니 조만간 부도 나겠네 ㅋ

―갓베누 분기 실적 ㅈ망한 거 같은데 어떡하나요?

―이번에 오신 갓베누 주주님들 들으세요

주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다.

댓글 알바를 동원해 갓베누에 유리한 정보들을 써올린다.

―이번에 오신 갓베누 주주님들 들으세요

게시판을 보다 보다 답답해서 글 씁니다……

영익 적자? 자본 잠식?

주린이들이나 겁먹을 뉴스죠

이번 적자의 원인은 마케팅 비용입니다

원래 신규 기업은 R&D, 마케팅, 유통 확장 등 차후 사업의 기반을 닦느라 초기 비용이 발생하고, 이렇게 세운 기반을 통해 매출을 올려 나갑니다 주식 짬 20년 먹은 본좌가 보기에 이 정도 적자는 호재다 이 말씀!

악재가 전부 해소됐으니 앞으로는 날아오를 일만 남았습니다~주린이들 공포 때 추가 매수 기회 잡으시길 └믿고 존버하면 되는 거죠?

└형님 분석력 대단하시네요. 덕분에 두 다리 쭈욱~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ㅎㅎ

└퍼가요~♡

└공포에 사라는 게 이 말이군요. 깨달음 얻고 갑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주식 시장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물론 이 정도로는 부족할 수 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검은 머리 외국인을 동원한다.

사실은 개인이 산 거지만, 지표상으로는 외국 자본이 탐을 내는 기업으로 보이게 된다.

―갓베누 안 산 새끼들아 읽어라

니네 갓베누란 회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아직도 모르겠냐?

재료 소멸? 절대 아니다. 아직 더 남아있다

2분기부터는 좋아질 수밖에 없기에 재료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 그 이유가 뭐냐고?

의류 브랜드는 미래 보고 들어가는 성장주이기도 하고 갓베누는 신발만 파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슈퍼컴퓨터, 스마트폰, 치매 치료제, 탈모약 그리고 세계적인 아이돌 BTS를 뛰어넘는 인재들을 배출하는 회사가 될 거다 그때 와서 주가 1만 따리가 싼 가격이었다고 후회하며 징징거리지 마라 └탈모약에서 풀매수 했다

└개소리 정도껏 해 미친년들아ㅋㅋㅋㅋㅋㅋㅋㅋ

└드립 거르고 외국인들 슬슬 들어오긴 함

└화성도 간다 ㅋㅋ

찌라시까지 뿌린다.

귀가 얇은 개미들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렇게 매수 심리가 만들어지자 기관들도 혹시나 하고 찔러본다.

'그래, 한탕 장사가 바로 이런 거지.'

쏘닉은 처음부터 계획을 세워두었다.

코스닥에 싼마이하게 상장시키고, 매스컴을 통해 홍보하고, 다음 분기 실적이 나오기 전에 런한다.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다.

앞으로 3개월간 SNS와 매스컴 활동으로 기대치를 끌어올린 후 한 번에 싹 팔아넘기고 잠수할 예정이다.

[주식 갤러리]

―[속보] 갓베누, 화성탐사선 착륙 성공

―(단독) 갓베누, 목성 액체수소바다 항해 성공

―<<갓베누 감비아 앞바다에서 올블루 발견>>

―갓베누가 삼성전자보다 더 탄탄한 회사임?

전략은 확실하게 먹혀들고 있다.

수많은 개미들이 꿀냄새를 맡고 모여들었다.

―갓베누가 삼성전자보다 더 탄탄한 회사임?

미래성 있는 회사?

└3분기까진

└내년까진 미쳐 날뛸 회사

└어떻게 그딴 폰팔이랑 비교하냐?

└이딴 병신 꼬이는 거 보니 팔아야겠다 ㄷㄷ

주가는 회사의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것이 맞지만, 사람은 현재를 사는 생물이다.

단기적인 주가는 도박판이다.

사람들이 사면, 좋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간다.

오르고 있다면 더더욱.

―현재 갓베누 가맹점 61개입니다

이게 얼마나 많은 건지 감 안 잡히는 분들을 위해 말하자면 나이키가 19개고 아디다스가 23개입니다

둘 합친 것부터 많죠 ㅎㅎ

그런데 마케팅 비용 포함해서 영업 손실이 겨우 억 단위쫄아서 뺀 분들 앞으로 주식하지 마시길~

└아 그러네

└뭐야? 언제 그렇게 확충함?

└요즘 롤이다 뭐다 해서 갓베누 많이 알긴 하더라

└아 지금이라도 들어갈까……

어째서 좋은 주식이냐?

오르고 있을 때는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그럴듯하다.

정말로 화제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현혹된 사람들이 사고 있음에도.

----------------------------+

『갓베누』

12, 500 ▼500 (? 4%)

[대충 떡락하는 그래프. jpg]

+----------------------------

일정 지점에서 막혀버렸다.

장 초에는 기세를 타다가도, 장 막바지가 되면 기형적으로 꺾인다.

그것이 며칠씩 반복되고 있다.

매수 기회라고 신나했던 투자자들도 슬슬 불안해진다.

* * *

갓베누.

BJ출신 사업가 쏘닉이 창업한 대한민국 토종 신발 브랜드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전국에 매장을 엄청나게 확충했다.

'청년 사업가라는 이미지까지.'

유명해서 유명하다.

잘 나간다는 이미지가 형성된다.

그것이 사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공매도를 치고 싶다고?"

"네."

"근거는 확실한 거야?"

"제가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처음이죠?"

"그렇지……."

음식점.

밀담을 가지고 있다.

이런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나쁜 쪽이긴 한데.'

남수길 대표 이사.

로젠메이드 대표 시절 한탕 거하게 해먹은 이력이 있다.

좋은 쪽으로 말하면 실전 전문가다.

기업의 펀더메탈을 어지간한 애널리스트보다 잘 볼 것이다.

"이 자료만 보면 확신을 가질 만도 해."

"네."

"근데 목돈이 걸린 일에 너무 섣부르게 나서다간……."

"걱정하지 않으셔도 책임질 수 있는 선에서 하는 레버리지입니다."

그런 남수길에게 갓베누의 관련 자료를 보여줬다.

목적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개인이 공매도를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관들이 지들끼리 해먹고 싶어서 막아뒀거든.'

인맥을 통하지 않으면 허가 자체를 받을 수 없다.

한 기업의 CEO쯤 되는 양반에게 부탁드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공매도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네."

"혹시 2차 세계 대전의 유명한 일화 아나? 독일의 패전과 관련된 것."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확신을 가지고 있어도, 실전에 들어가면 어찌 될지 모르는 게 시장이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지.'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의 패배가 거의 확정시되었다.

한 천재 투자자가 독일 화폐 마르크화에 공매도를 쳤다.

실제로 패전 후 독일은 재정 상태가 파탄 나며 어마어마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게 된다.

역사의 흐름대로라면 성공이 보장된 투자였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하죠."

"그렇지. 망할 걸 알아도, 망할 타이밍은 하늘만이 아는 거니까."

독일이 패망하기 직전에 회광반조가 있었다.

떨어지던 마르크화가 기술적 반등을 잠시 한 것이다.

레버리지를 최대로 땡겼던 투자자는 파산.

이론 투자와 실전 투자의 차이를 알려주는 예시로 거론된다.

'그걸 아니까 본인도 사리고 있는 거지.'

남수길도 한탕 해먹고 인생 역전한 후로는 건전한 사업가로 탈바꿈했다.

주식의 주자도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한다.

달달한 리턴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기에 난색을 표하며 말리고 있는 것일 테지만.

"사실 보여드린 것 말고도 몇 개 더 있거든요."

"뭐?"

"아마 보시면 제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납득을 하실 겁니다."

"흠! 흠! 그런 건 봐야 아는 거지 봐야. 내가 걱정돼서 그래, 걱정이."

다른 하나.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아무래도 나 혼자만의 자금에는 한계가 있거니와.

'e스포츠에 진심이시니까.'

갓베누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조금 정도만 보여드린다.

「주변 BJ들 갓베누 신발 강매」

「前프로게이머 갓베누 가맹점 창업」

「갓베누 가맹점 옆 땡처리 점포 오픈」

「갓베누 제조공장 대금 미지급 건」

「세탁전문업체 갓베누 품질 인터뷰」

「 아디다스, 나이키, 수페르가 디자인 표절」

「쏘닉 나이키 대리 판매 95% 손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많지만 말이다.

언제 어떻게, 어떤 경로로 사건이 터졌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조사는 어렵지도 않았다.

"대충 이것만 보셔도."

"음……, 허어~~! 심각하긴 하네. 사실상 터질 날만 기다리고 있구만."

"네."

"쏘닉 그 친구 그렇게 안 봤는데 말이야. 나 참, 이런 놈들은 확실히 벌을 받아야 하긴 하지."

그 경위까지 말이다.

디테일하게 자료를 갖춰 놨다.

슬쩍 훑어본 남수길의 표정이 눈에 띌 정도로 변한다.

'보통 곪아 터진 게 아니었거든.'

본인 사업이 망하는 건 본인 일이지만, 사실상 사기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자신은 하나도 피해를 안 보고 협력자들에게 전부 덮어씌웠다.

심지어 신뢰를 얻기 위해 사칭과 부정 행각까지 저질렀다.

전문 사기꾼을 동원해 투자자인 척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것이다.

그래 봤자 언 발에 오줌 누기.

돌려막기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한탕 사기를 치기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스포츠판 최악의 사건 사고 중 하나로 기록된다.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며, 소소하지 않은 이득도 챙겨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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