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69화 (669/846)

669화

갓베누의 주가.

연일 하락을 반복하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의 심리는 견고하다.

―갓베누 부흥집회 시작합니다 모여주세요

갓느님 아버지

오늘도 간악한 무리들이 갓렐루야를 모욕하고 더럽히고 저희의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하지만 저희는 갓렐루야만이 이 세상의 진리요 빛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갓느님 아버지 저희에게

간악한 무리에게 현혹되지 않을 지혜를 주시고

맞서 싸울 용기를 주시옵나이다

갓멘

└남자의 주식 갓베누

└갓멘ㅋㅋㅋ 10만 가즈아!

└의심하지 마라 갓멘

└세일할 때 추매함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맞선다.

수많은 개미들이 머리를 맞대고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주식은 오를 수밖에 없다!

당장은 이득을 본 사람들이 차익 실현을 하고 있을 뿐이다.

―치지직‥ 나는‥ 미래에서 왔다.

사람들 나이키 안 신는다

아디다스 쓰레기통에 버린다

치직‥

갓베누 시총 500조

갓베누 한정판 모아라

미래의 나 제발

치직…

└500조는 X발앜ㅋㅋㅋㅋㅋㅋㅋㅋ

└제2의 삼전각이야?

└K? POP이랑 한류의 부상 생각하면 있을 만한 스토리임└지금 들어가기 늦었다고 생각하면 한정판도 나쁘지 않겠네. ㅇㅋ 풀매수 간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자.

혹은 빠르게 이득을 보고 싶은 투자자.

갓베누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매출도 괜찮고, 점포 수도 많다.

장기적으로 보면 오르지 않을까?

단기적으로도 조정을 꽤 받았다.

「꼼꼼하게 필기도 잊지 않는 주인공의 정체는?」

창업자가 유명하기도 하다.

최근에는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강연까지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갓베누 창업자 쏘닉입니다. 하하, 최근에는 그렇게 불리고 있네요."

강단 위에 선 쏘닉이 방청객들을 향해 가벼운 농담을 던진다.

멀쑥한 양복을 차려입자 겉모습은 그럴듯하다.

그런 쏘닉을 향해 한 소녀가 손을 든다.

"취직을 못 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너는 취직을 안 하니, 어디 갈 거니 자꾸 물어볼 때마다 저는 뭐라고 대답할지 몰라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게 돼서 그게 고민이에요."

청년 사업가.

토종 브랜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에게 상담을 하기 위함이다.

소녀의 말을 다 들은 쏘닉이 화가 나서 소리친다.

"제~발 좀! 젊은 친구들한테 왜 취직 안 하냐고 묻지 마세요! 자기들이 스무 살 넘으면 재깍재깍 취직이 잘 되는 사회를 만들어 놓든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공감을 해준다.

성공한 CEO가 이렇게 나서주다니?

「속이 뻥~!」

「울컥 울컥」

감동을 받은 청중이 박수로 화답한다.

울먹이는 방청객들까지 눈에 보인다.

'이 멍청한 새끼들.'

쏘닉의 심정은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그냥 듣기 좋은 소리를 그럴듯하게 해줬을 뿐이다.

지능이 덜 떨어지는 애들은 당장의 사이다에도 만족한다.

실질적으로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도전하기도 전에 미리 포기하지 마라!」

「허황된 꿈을 버려라!」

자신의 성공 비결이라며 여러 가지 푼다.

이해하지도 못한 방청객들이 여기저기서 오오거린다.

'나도 내가 뭘 떠드는지 모르는데 니들은 어떻게 아니?'

신기할 지경이다.

하지만 돈이 되고, 인지도가 쌓인다.

이렇게 TV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갓베누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아침에 보고 나왔을 때만 해도 +3%.

자신의 지갑에 수억 원이 꽂히게 된 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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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베누』

10, 950 ▼1550 (? 14.1%)

[대충 개떡락하는 그래프. jpg]

+----------------------------

'뭐, 뭐지?'

하한가를 찍고 VI가 걸렸다.

시장이 심하게 충격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등락폭에 둔 제한이다.

전화도 수십 통이 걸려와 있다.

회사에서, 지인에게, 그리고 투자자들까지.

부우웅~!

쏘닉은 핸드폰의 전원을 끄고 주머니에 넣은 채 차를 운전한다.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회사로 향한다.

"빨리 오셨네요, 대표님?"

"어, 어 그래. 뭐, 뭐 별일 없지?"

"네? 딱히 특이사항은 없습니다만."

사무직 직원들.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다.

당황해하고 있는 건 자신뿐이었다.

일반 직원들은 회사 주가를 일일이 살펴보지는 않는다.

사원들을 쓱 훑어본 쏘닉은 바로 사장실로 올라간다.

'작전 세력이 들어온 건가 뭐지?'

보고 서류들 쫙 훑어본다.

아무리 봐도 짐작되는 사안이 없다.

KBS?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청년 사업가 갓베누」

MBC?

「[CEO&] 토종 스니커즈 돌풍 주역, 飛上의 날개를 펴다」

연합뉴스? 「패션업 경험 없는 20대 고졸 청년, 운동화로 1년 만에 연매출 400억 올려」

뉴스에서도 자신을 떠받들어준다.

소위 말하는 국뽕.

토종 의류 브랜드를 창업한 청년 사업가로 이미지 메이킹을 해놨다.

방송에도 출연하고, 청년 상담도 해주고, SNS도 활발히 하는 이유가 있다.

이렇게 1년 정도 잘 포장해서 기업 가치를 올려놓을 것이다.

'거대 기관에서 차익 실현했겠지. 내일쯤 되면 갭 메꿔줄 거야.'

아직 시가 총액이 작다.

그러다 보니 큰손 한두 곳에 휘둘릴 수 있다.

애써 마음을 진정시켜 보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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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베누』

9, 400 ▼1400 (? 15%)

[대충 개떡락하는 그래프. jpg]

+----------------------------

다음 날 아침 9시.

시초가부터 갭하락으로 시작한다.

장 중이면 모를까, 정말 어지간하면 없는 일이다.

'어, 어?!'

하한가, 팔 수 있는 가장 낮은 가격에 매물이 쌓여있다.

워낙 많은 양이 쌓여있다 보니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다.

그것이 5일째 반복된다.

주가가 벌써 절반이 넘게 빠졌다.

그것을 지켜보는 소닉의 영혼은 더더욱.

〔철꾸라지〕

「형님!」

「형님?」

「야 이 개새끼야! 내 돈 내놔#^#@^#%#[email protected]%」

당연하게도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

일일이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그럴 만한 심적 여력도 없지만 뉴스도 난리가 났다고 한다.

'아니, X발 대체 언제부터 들킨 거지?'

쏘닉은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한다.

갓베누의 진짜 현실.

부실 기업 정도가 아닌 사기 기업이다.

공장에 엄청난 양을 주문해 매출을 뻥튀기했다.

당장의 영업 이익도 땡처리 점포에 싼값으로 넘기고 받은 대금이다.

손실은 다음 분기부터 반영되며, 가맹점들의 이탈도 속출할 것이다.

브랜드의 미래 가치를 땡겨 쓴 대가다.

「쏘닉」

6일 전。

#갓베누

[나의 슈퍼카 수집품들. jpg]

세상은 왜 예쁜 게 많을까……

?와 개쩐다 진짱

?예쁜 걸 사고, 예쁜 걸 팔아서 돈 벌고 무한동력 ㅓㅜㅑ? 저도 예쁜 갓베누 하나 장만했어요^^? 형 지금 뉴스에 나오는 거 다 거짓말이죠?

SNS상의 인기도 말이다.

댓글 알바를 고용해 바이럴 마케팅을 펼쳤고, 연예인들과 스포츠 스폰은 전부 빚으로 충당했다.

명품 자랑도 전부 빚.

투자자들의 돈으로 쌓아 올렸다.

바람 불면 날아갈 모래성에 불과하다.

〔주식 갤러리〕

―? 쏘닉 사기꾼이라고 난리도 나니네 [52] +71

―? 갓베누 사건 나는 다르게 본다 ㅋㅋㅋ [28] +31

―? 지금 보면 존나 웃긴 뉴슼ㅋㅋㅋㅋㅋㅋ [19] +65

―? 갓베누 인지도 존나 높아졌더라 예전에 비해서. real [62] +105.

기업 기밀.

숨겨둔 진실이 탄로나고 말았다.

주가가 급속도로 내려간 이유가 퍼지고 있다.

―갓베누 인지도 존나 높아졌더라 예전에 비해서. real

[갓베누 세탁소 기피 현상. jpg]

전국 세탁소에서 다 알음 ㅇㅇ

└갓베누 물 빠진다고 거절하네 캬 ㅋㅋㅋ

└지랄 났다 물새누!

└아 이거 물 빠져 책임 못 져 그래도 할래? 이 지랄 ㅋㅋㅋ└대형 세탁 업체가 알 정도면…… 대한민국 세탁소 전 지점이 알고 있다고 봐야……

갓베누의 공장장들과 가맹점주.

사기꾼을 대동하고, 각서를 쓰고, 눈물 연기를 하며 속여 넘겼다.

'호날두처럼 노쇼 하려고 했는데.'

그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자신의 계획보다 훨씬 빠르다.

여론이 180도 등을 돌리고 말았다.

―지금 보면 존나 웃긴 뉴슼ㅋㅋㅋㅋㅋㅋㅋ

「패션업 경험 없는 20대 고졸 청년, 운동화로 1년 만에 연매출 400억 올려」

20대 고졸인데

패션업 경험도 없이

운동화로 1년 만에 연매출 400억 올렸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믿었음? 째트킥!

└아니, X발 기레기 새끼 뇌 없나?

└그냥 그대로 읽어도 사기꾼이잖아 ㅋㅋ

기자들에게 돈을 주고 쓰게 만든 기사로도 통제가 되지 않는다.

주가가 증명을 하고 있다.

피해자들도 속출한다.

상황은 점입가경.

갓베누의 평가는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갓베누 사건 나는 다르게 본다 ㅋㅋㅋ

[갓베누 ?60% 수익 인증. jpg]

울면서 본다 X발련들아

└13층에 사람이 있다고??

└3D로 안 보네 이걸ㅋㅋㅋㅋㅋ

└축 졸업!

└K? 브랜드를 믿은 니 지능을 탓해라

앞으로는 더 심해질 것이다.

까면 깔수록 양파처럼 더 나올 게 있다는 사실을 CEO 자신은 알고 있다.

'제발!'

그러니까 팔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들고 있는 주식을 다 처분한 후에 먹튀.

그러면 평생 먹고살 돈을 마련할 수 있다.

예상보다 적기는 하지만 충분히 많은 액수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쌓여있다.

주가가 5일 연속 최대치로 급락했음에도 팔려고 하는 사람들투성이다.

데드캣 현상도 없이 내려가기만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금융감독원이 먼저 움직인다.

'X발…….'

이 기업이 문제가 있다.

거래 정지를 내리고, 자산을 회수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전에 처분을 해야 한다.

매수세가 다시 살아나게 만들 꼼수.

―형아들 주린이 50만 원 넣고 잊어버릴 예정인데

삼전이 최고예요? 아니면 다른 거도 추천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의류 브랜드1 1위 근본 토종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갓베누가 갑이다 글쓴이? 저도 지능은 있습니다 선생님

└주린이 고수눜ㅋㅋㅋㅋㅋㅋ

└아 이걸 피해가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이럴 마케팅도 이제는 먹히지 않는다.

* * *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다.

적지 않은 유명 기업가가 반쯤 사기로 성공했다.

'화성 갈 끄니까~ 하면 진짜 가는 줄 알고 투자를 하는 거지.'

정말로 가는 데 성공하는 순간 사기꾼이 아닌 사업가가 된다.

그러한 실례가 경제계에는 상당히 많다.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

일단 투자부터 받고 물건을 개발한 케이스다.

역사에 남을 기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 정도 배짱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능력이 없는 사람이 저지른다면.

"네, 대표님."

<무슨 대표님이야~ 편하게 수길이형이라고 부르지.>

"네, 형. 무슨 일이세요?"

<우리 사이에 꼭 일이 있어야 전화를 하나? 허허.>

단순한 사기에 불과하다.

그것을 미리 알아보고 역투자에 성공한 남수기릿이 기분이 좋아 보인다.

<아주 양파야 양파!>

"하하."

<계~속 나오더라고. 한두 개가 아니야. 아주 뒤집어졌지.>

"뒤집어진 만큼 저희는 돈을 벌고요."

<그렇지!>

갓베누의 거짓된 성공.

투자자들의 고혈을 빨았던 사건이 조금 더 일찍 마무리된다.

처음에는 조금 못 미더워하던 남수길도 후반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수익 중 상당 부분은 e스포츠에 재투자하기로 약속받았다.

'어차피 본인 사업이기도 하고.'

쉽게 번 돈은 쉽게 쓴다.

기왕 쓸 거면 가치 있게 쓰는 편이 낫다.

적어도 쏘닉 같은 쓰레기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보단 말이다.

"안녕하세요."

"네! 신발 보러 오셨나요?"

"예, 여기부터 여기까지 종류별로 한 켤레씩 주세요."

"알겠습니다! 혹시 가지고 가시기 불편하시면 택배로 보내 드릴까요? 헤헤."

갓베누 가맹점이 하나 보인다.

들어가서 신발을 몇 켤레 산다.

가맹점주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 50년쯤 후에는 가치 있는 오브제가 될 수도 있고.'

빨래 불가능.

RPG 게임으로 따지면 수리 불가 옵션이 달려있는 게 흠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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