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72화 (672/846)

672화

우리 봄이.

"정말이지."

"정말이지?"

"더워서 쪄죽겠는 거예요!"

ㅋㅋ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 선글라스와 함께 휴대용 선풍기까지 목에 건 채 말이다.

'요즘 여름이 길어서.'

지구 온난화가 참 실감이 간다.

9월 중순이 되었음에도 날씨가 후덥지근하다.

"꾸웨엑……."

봄이의 대가리도 뜨뜻미지근하다.

햇볕에 정통으로 달아올라서 잘 구워졌다.

"머리가 너무 아파요."

"아프니까."

"청춘 아니에요!"

ㅋㅋ

성장한 봄이는 나름대로 세상의 진리를 깨치게 되었다.

그리고 밖에 나가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창 점심 나가서 먹고 싶을 나이지.'

오후 강의가 없는 날이면 특히 그러하다.

두 가지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 있다.

"도시랑 챙겨 가야지."

"히잉."

"떼써도 안돼. 친구들 것까지 쌌으니까 같이 맛있게 먹어."

"저만 고통받지 않으면 괜찮아요."

ㅋㅋ

다이어트.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다.

'얼마나 유혹이 많겠어.'

대학교 신입생 여자애들 얼굴이 똥글똥글할 만도 하다.

대학가 주변에 먹을 것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우리 봄이는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한 명의 인플루언서로서 책임감이 몸에 밴 것이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저도 마음껏 먹으면서 다니고 싶은 거예요!"

아님 말고.

아무리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애원하듯 바라봐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원래 다 칼로리 계산하면서 먹어.'

배우나 모델의 세계에서는 당연하다.

피자 1조각 250kcal, 짜장면 한 그릇 670kcal, 귤 하나 47kcal 등.

하루 1200kcal 기준으로 머릿속 계산기를 두들기는 것이다.

식욕이 떨어지는 효과도 있다.

"그래도 놀이공원 가서 재밌게 놀고 올 거잖아?"

"청춘을 불태우고 올 거예요!"

ㅋㅋ

롯데월드에서 청춘을 불태운다고 한다.

우리 봄이에게 잘 어울리는 소박한 청춘이다.

'그래, 건전한 게 좋지.'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놀러 갈 예정이다.

도시락을 싸들고 하하호호 즐거운 소풍이다.

쪽!

그리고 뽀뽀.

밖에 나가기 전이면 반드시 가지는 통과 의례다.

부드러운 입술이 뺨에 닿는다.

고등학생이 되고 부끄럽다며 안 하겠다 떼를 썼는데 그 사건 이후로는 말을 잘 듣는다.

머리도 힘껏 쓰담쓰담 해준다.

"꾸웽!"

엉덩이 한 대 파앙! 쳐서 보낸다.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것이다.

봄이가 떠나고 허전해진 집.

나도 내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나갈 채비를 한다.

치이익……!

도시락을 만든다.

내용물은 봄이의 것과 같지만, 아무래도 갓 만드는 게 맛이 있다.

'칼로리 신경 써서 만들면 재료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조리 기술로 장난질을 쳐야 한다.

메인은 봄이가 눈물을 흘리며 먹었던 닭가슴살 스테이크다.

그것을 조금 더 고급화한다.

가정용 미니 화로에 불을 붙인다.

불맛을 입힐 생각이다.

'칼로리가 안 들어가는 조미료 중에서는 최고지.'

살짝 겉표면이 타기는 하겠지만 유도리 있게 넘긴다.

맛있는 다이어트 도시락을 위해서 말이다.

치이익……!

교체한 석쇠 위에 야채를 올린다.

샐러드로 먹는 것보다 구운 야채가 훨씬 풍미가 있다.

야채는 겉이 새까맣게 타도 상관없다.

고기와 달리 발암 물질 같은 게 나오지 않는다.

'맛있겠네.'

좋은 숯불향이 노골적으로 배어든다.

가지와 애호박, 방울양배추와 방울토마토.

방울토마토는 특히 더 신경 써서 많이 굽는다.

다이어트 도시락이 완성된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촬영장에 가지고 간다.

로컬푸드의 낮 녹화가 끝나고, 이제는 익숙해진 만남이 이루어진다.

"오빠!"

"어, 왔어?"

"저 그거 받을 수 있을까요? 그거……."

민솔이다.

내가 쉬고 있는 장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온다.

오자마자 대뜸 묻는다.

본인도 뻘쭘한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누가 보면 마법의 하얀 가루라도 주는 줄 알겠네.'

다이어트 도시락.

내 것 말고도 1인분을 더 싸왔다.

민솔에게 주기 위함이다.

미끼 상품 느낌으로 한두 번 먹였더니, 이후로는 만날 때마다 달라고 보채고 있다.

음식으로 길들이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다.

"자, 여기."

"감사합니다! 오늘은 뭐예요?"

"닭가슴살 스테이크랑 구운 야채."

"오~"

보이지 않는 귀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는 느낌이다.

말 잘 듣는 강아지가 다 되었다.

'애가 참 보기보다 순수하네.'

말로는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학창 생활, 사회 생활 없이 연예계 활동만 한 애들이 있다고.

딱 그런 케이스인 모양이다.

겉보기에는 여배우답게 관록이 있는데 알맹이는 여리여리하다.

딸칵!

도시락 뚜껑을 열고 펼쳐 놓는다.

오늘의 식단을 대략적으로 설명해준다.

"스테이크는 후추로 간했으니까 그냥 먹으면 되고."

"네, 네!"

"야채는 방울토마토부터 먹어."

"왜요?"

"식욕을 북돋아 줄 거야."

어린 애처럼 끄덕끄덕 듣고 있다.

평소에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모를 만큼 솔직하고 담백하다.

'나도 담백한 거 참 좋아하는데.'

다이어트 식단이 그러하다.

하지만 한국 사람은 자극적인 맛 없이는 못 산다.

푸슉!

몸매는 자극적이라 괜찮다.

사실 성격은 착하기만 하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방울토마토를 집어 입에 가져간다.

쪼그라들 만큼 구워진 안에서 농축된 과즙이 터져 나온다.

액기스라고 불러도 될 만큼 진하다.

신맛이 거슬리지 않게 부드러워져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와아~"

"그리고 야채는 거기 발사믹 식초 보이지?"

"네!"

"찍어 먹어."

"이거 저번에 그거죠? 엄청 맛있던데……."

애피타이저의 역할이다.

다이어트 식사는 맛없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거 어디 브랜드예요?"

"왜?"

"너무 맛있어서요. 저도 샐러드 자주 먹는데 이것만 있어도 먹기 편할 것 같아요."

"직구로 산 건데."

금전적으로 말이다.

식재료는 닭가슴살, 야채 별거 없지만 부재료들은 굉장히 비싸다.

'숯도 그렇고, 식초도 그렇고.'

발사믹 식초도 대기업 공산품이 아닌 원형이 있다.

포도를 발효하고, 숙성해서 만든다.

"25년 됐다고요? 식초가?"

"원래 그렇게 만들어. 공산품이 야매로 만드는 거지."

PX라는 굉장히 단 포도 품종이 쓰인다.

고급스러운 단맛이 시큼한 식초의 밸런스를 잡아준다.

우리 봄이도 이걸로 샐러드 해주면 우걱우걱 잘 먹는다.

다만, 가격이 웬만한 양주 뺨치게 비싸서.

'여배우 꼬시기용이지.'

큰마음 먹고 쓰고 있다.

내가 먼저 말하기 좀 그랬는데 가치를 알아봐 줘서 다행이다.

"와 비싼 거구나 어쩐지……."

"이걸로 먹으면 다이어트식도 먹을 만하더라고요."

"진짜 그래요! 저 솔직히 로컬푸드 촬영날만 기다려져서……."

꼬리를 살랑살랑.

처음에는 말도 걸기 힘들 만큼 벽을 유지하더니 흔적도 없을 만큼 허물어졌다.

'여배우만 아니었어도 참.'

캡사이신 한 사바리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장소도 촬영장이라 스킨십에 눈치가 보인다.

"혹시 다음 주는 뭔지 물어봐도 돼요?

"음, 조금 칼로리를 늘려볼까요?"

"조금 정도는!"

"카레 전문점에서 파는 찐한 카레 아시죠? 거기다가 찍어 먹으면."

"와……, 침 넘어가요."

적당히 호감작이나 한다.

나의 음식 없이는 못 살도록 매료시키는 과정이다.

'사실 그 정도로 엄청난 것은 아닌데.'

아무리 잘 준비해봤자 레스토랑만 못하다.

비교를 해볼 것도 없이 당연하다.

구운 닭가슴살, 구운 야채.

발사믹 식초를 곁들여봤자 국밥 한 그릇에 못 비빈다.

"저 맨날 얻어먹기만 하네요."

"저랑 봄이 도시락 싸는 김에 싸는 거라 괜찮아요."

"그래도……."

"그럼 시간 나실 때 밥 한 끼 사주시든가요."

"그걸로 퉁칠까요?"

다이어트이기에 의미가 있다.

제대로 된 요리를 못 먹는 상태.

굶주려 있다 보니 미각이 훨씬 예민하다.

평소라면 잘 못 느낄 미세한 차이가 와 닿는 것이다.

고급 부재료를 아낌없이 처박은 이유다.

'다른 것도 박고 싶다고 하면 쓰레기 같은 생각이겠지.'

그 향이 식사의 즐거움을 만들어준다.

다른 음식으로 대체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아무튼 친해지고 있다.

조금 더 의존하게 될 때까지 착실히 공을 들인다.

* * *

쏘닉 사태의 후폭풍.

e스포츠판에는 당연히 크게 미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쏘닉 X새끼야 어디 가 [12] +2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습니다 ㅠㅠ

―PSL 시즌3 열릴 수 있는 건 맞냐?

―아니 X발 차차리 쏘닉이 사기 치는 게 나았네 ㅋㅋㅋ.

굉장히 복잡하게 말이다.

쏘닉의 몰락.

그가 업보를 청산한 것을 순수하게 비웃을 수만은 없다.

―쏘닉 X새끼야 어디 가

갈 거면 돈 내놓고 가 X발

└돈은 줘야짘ㅋㅋㅋㅋㅋㅋ

└사기 쳤으면 돈 많을 거면서 ㄹㅇ

└"해줘"

└PSL 진짜 ㅈ망한 거냐?

그도 그럴 게 스타리그.

이제 막 부흥이라는 걸 한 참이다.

그런데 메인 스폰서가 골로 가고 말았다.

굉장히 심각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대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상금 줄어들면 S급 선수들이 참가를 할까?

여론 때문에 참가한다고 치더라도

연습을 빡세게 안 할 거 같은데

└까놓고 우승 아니면 스폰빵보다 안 벌리지

└ㅇㅇ 시즌1 꼴 남

└결국 돈이 문제네

└이번 시즌2 존나 역대급이었다고 살려내 ㅅㅂ

상금도 상금이지만 인건비, 대여비, 계약금 기타 등등.

돈 나갈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대형 스폰서가 없다?

가장 현실적으로 줄일 수 있는 지출인 상금에 칼질이 들어가게 된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대회의 흥행에 반영되는 악순환의 시발점인데.

KBS?

「리쌍록이 만들었다! PSL 시즌3 스폰서 유치 성공!」

MBC? 「스타판 끝이 아니었다? 윤남훈으로 시작된 신인 열풍」

연합뉴스? 「남수길, 파프리카TV 미래 위해 e스포츠에 경영역량 집중한다」

PSL 시즌2의 흥행은 의미가 있었다.

높은 시청률과 더불어 스토리텔링.

스타판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기업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BJ수길UP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스폰 못 잡아도 사비로 할 테니 걱정 말고 연습에 전념하세요^^

"어? 500개 감사합니다. 아니, 대표님이시구나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찐?

?지금 택뱅리쌍방에 다 쏘는 중이에요!

?사장님 FLEX ㅓㅜㅑ

?그 사기꾼과 달리 진짜임ㅋㅋㅋㅋㅋ

파프리카TV도 굉장히 적극적이다.

달아오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행동으로 나서고 있다.

소통이 빠른 개인 방송의 장점.

120% 활용하며 프로BJ들과 스타팬들을 안심시킨다.

〔로드 오브 레전드〕

―? 씨지맥 은퇴할 거라고 함 [152] +222

―? Official) 파프리카TV LoL 게임단 창단한다 [278] +404―? 씨지맥<< 절대 우승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개추 ㅋㅋ [121] +678―? 리블즈 아나키는 그냥 탑이 문제임 [305] +299

졸지에 타이틀 스폰서가 사라진 롤판.

스탄판과 달리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타격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 빈 자리를 메꿔준다.

파프리카TV가 '파프리카 프릭스'라는 새로운 게임단 창단을 선언한 것이다.

―Official) 파프리카TV LoL 게임단 창단한다

[네이버 e스포츠 기사 캡처. jpg]

리블즈 아나키 인수하는 건데

재계약 명단에 씨지맥 없다고 함

└무관귀신 성불도 못하고 간다고?

└가지 마 ^^ㅣX련ㄴ아

└놀리는 맛이 쏠쏠했는데

└어라라……, 이번 장난감은 벌써 끝인가

갓베누라는 대형 사고가 터졌음에도 무마되는 분위기다.

아니, 그 이상으로 단단하게 굳는다.

e스포츠판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쏘닉의 똥이 깔끔하게 치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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