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74화 (674/846)

674화

사람.

<이이잉~ 기모링~!>

보다 보면 정이 드는 타입도 있다.

첫인상이 별로였어도 말이다.

'깜짝이야! 콧구멍이 왜 이렇게 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다.

파프리카TV를 보던 민솔은 충격에 휩싸인다.

무심코 클릭한 한 방송.

BJ의 얼굴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찾아본다.

자신이 이 익숙지 않은 플랫폼에 방문한 이유는.

<아니, 진짜 일꾼 2마리 빼면 빡세다니까?>

<깔깔깔!>

?추환아 정하다

?여캠한테 지넼ㅋㅋㅋㅋㅋㅋㅋㅋ

?이빵호 성불

?쥬아좌는 좀 침ㅋ

예능 동료.

오정환을 보기 위함이다.

다행히 타이밍 맞게 방송 중이었다.

'아, 스타! 나 그거 아는데.'

처음에는 그냥 그랬다.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느낌이 싸하다.

실례가 되는 생각이지만 촉이 안 좋았다.

너무 좋은 사람인 척한다는 느낌.

다행히 기우에 불과했다.

알고 지내면 지낼수록 겉모습 그대로의 사람이었다.

<다시 떠!>

<응 안 해~ 너 개못하잖아.>

고민을 상담하고, 도시락을 얻어먹는 등.

신세를 지다 보니 호감이 생기게 되었다.

그 호감이 관심으로 연결된다.

오정환이 하고 있는 개인 방송을 이따금 본다.

'나이는 있어 보이는데 좀 치긴 하네.'

한 여자와 수다를 떨고 있다.

단순히 슬렌더 타입의 일반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자신의 눈에는 보인다.

관리에 대해서는 글자 그대로 프로다.

그렇게 잘 알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인다.

<아, 진짜 한 번 더!>

<뭐 걸고?>

<내가 2천 개 쏠게.>

<풍은 됐고 합방 함 하자. 거기 딱 대!>

?승부욕 발동했네

?눈나 나 쥬지가 이상해

?역시 쥬아!

?간만에 19금 가나?

묘한 기분이다.

딱히 그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라고 의식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뭐야?'

그런데 여자와 허물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난다.

방송 동료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려고 해도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오빠 쥬아 언니한테 개발렸다며? 왜 가르치려고 들어?>

<그건 일꾼 2마리 빼서 그렇고.>

<그래, 일꾼 2마리. 일꾼 2마리 에베베.>

한둘이 아니다.

한 여자와 대화가 끝나면 곧 다른 여자와 방송을 한다.

심지어 한 명, 한 명의 수준이 높다.

어느새 민솔의 눈빛은 싸늘하게 굳어있다.

'저런 싸보이는 여자를 왜.'

여캠.

알음알음 들은 바는 있다.

원래는 몰랐지만 방송을 보다 보니 알게 되었다.

헐벗은 채 남자를 유혹하는 방송을 한다.

간지러지는 목소리로 남성 시청자들의 환심을 산다.

<아~♡ 수범 오빠 별풍선 5천 개 땡큐! 떙큐!>

<이년은 그냥 돈 벌 생각밖에 없어.>

<남 장사 방해하지 말고 꺼져!>

?리카콜랔ㅋㅋㅋㅋㅋㅋㅋ

?물장사였누

?풍 받으려고 스타 하는 건데 빡겜 설교

?리아 열혈이 정환이 싫어하잖아 ㅋㅋ

같은 여자 입장에서 한심하게 보이는 직업이다.

여배우라는 자존심이 있는 민솔은 특히.

'돈 몇 푼에 저러고 싶나?'

괜시리 짜증이 치솟는다.

그런 여자들과 어울리는 오정환에게도 말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다음 날 촬영.

낮 녹화가 끝난다.

평소였다면 도시락을 받기 위해 찾아갔을 것이다.

"민솔아."

"……."

"저기요?"

"네. 저 부르셨나요?"

그런 기분이 아니다.

가만히 있자 먼저 찾아온다.

한 손에 그 도시락을 들고 말이다.

'도시락은 먹고 싶은데.'

내용물을 알고 있다.

본고장 카레에 구운 야채.

생각만 해도 침이 넘어간다.

자존심.

프라이드.

도저히 입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무슨 일 있어?"

"아무 일도 없는데요."

"아무 일도 없다고 하는 사람 치고 정말 아무 일도 없는 사람 없던데."

"……."

이미 엎질러진 물.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새어 나왔다.

어조에 싸늘함이 배어있다.

'아, 진짜 내가 왜.'

별것도 아닌 일이다.

구태여 화를 낼 것도 없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격앙돼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방송 봤는데."

"봤는데?"

"이상한 여자들이랑 있으시더라고요."

"아 여캠?"

잘못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애초에 자신이 왜 그런 것을 신경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

인간 관계.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아역 배우를 하며 여배우의 인생을 살아왔다.

필연적으로 학창 시절이 삭제되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다 일적으로 얽힌 업계인 뿐이다.

평범한 관계를 구축해본 적이 없다.

이성으로 한정하면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저 여자와 가볍게 어울리는 사람은 싫어서."

"드라마에서도 생판 모르는 남자랑 키스도 하고 그러잖아."

"그건 연기거든요."

"개인 방송도 연기야."

"?"

그런데 친해졌다고 생각한 사람.

자신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는 짓을 했다.

실망감이 배가 된다.

자신도 모르게 선을 긋는다.

오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평소에 설마 그러고 다니겠어? 다 방송이니까 그런 거지."

"그래도……."

"요번에 신작 드라마 보니까 베드신도 있고 그러던데."

"그, 그건! ……저도 연기예요."

"그래?"

듣고 보니 그러하다.

개인 방송의 세계.

어떤 건지 알지도 못하면서 짐짓 넘겨짚었다.

'내가 너무 급발진했지?'

안도감.

자신이 생각한 대로의 사람이었다.

떨어졌던 감정이 한 번에 치솟으며 가슴이 두근댄다.

인위적으로 진정시킨다.

자신이 감정 컨트롤이 가능한 배우라서 어찌나 다행인지 모른다.

"도시락 먹을래?"

"네……."

"뻘쭘하지?"

"네, 맞아요!"

눈을 마주치기 힘들다.

대신 받아든 도시락의 뚜껑을 연다.

보온인지 따듯한 김이 모락모락 난다.

"이건 조금 매콤할 거야."

"오."

"그리고 이다음은 새콤."

"아, 다음 층도 있어요?"

굉장히 맛있어 보인다.

가게에서 팔 만한 퀄리티의 현지 느낌 물씬 나는 찐득한 카레다.

아래층에는 구운 채소가 있다.

그리고 닭가슴살 스테이크와 없으면 섭할 현미밥.

'맛있다…….'

푸석푸석한 다이어트 식단만 먹던 위장에 스며든다.

일주일에 한 번 낙이 되고 있다.

"여자 관계가 난잡한 남자는 싫어?"

"호감이 안 가요."

"그래서 해철이 형도?"

"아니, 그냥 좀……."

연예계에서는 흔하다.

잘생긴 남자들과 예쁜 여자들이 많다 보니 별의별 일이 다 생기는 것이다.

'그냥 가까이 하기 싫어서.'

여자친구가 자주 바뀐다고 한다.

깔끔하게 헤어진다고는 하지만, 그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가운 캐릭터를 자주 맡는 자신의 연기력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모두에게 헤픈 남자는 싫다.

"그래도 같이 프로그램 진행하고 있잖아?"

"네, 근데요."

"파프리카TV도 혼자 방송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좋든 싫든 어울려야 되거든."

"으음……."

하지만 일적인 것이라면.

자신도 여배우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김해철처럼 이 여자, 저 여자 찌르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성격이 친절할 뿐이다.

같은 타입이라고 예단하면 실례일 것이다.

"지난번에도 그렇고 남자 엄청 깐깐하게 보네."

"……."

"시집 아주 잘 가시겠어요?"

"죄송해요. 제가 성격이 좀 까다롭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죄송할 것까진 없고."

뭔가 이상하다.

이렇게까지 남한테, 그것도 남자한테 집착해본 적이 없다.

"나는 합격이야?"

"네."

"다행이다. 민솔이 신랑감으로 입후보할 수 있겠네."

"장난하지 마세요."

"하하."

좋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생각에 상대를 지나치게 몰아붙였다.

다행히 이해를 해주고 있다.

'사랑에 빠진 소녀가 될 나이는 아닌데.'

남자와 사귀어본 적은 없지만, 상상은 얼마든지 해봤다.

그것이 연기자의 생업.

귀찮을 거라 생각했다.

막상 사귄다고 해도 같이 살면 불편할 일이 많을 것이다.

이런 남자라면 좋을지도 모른다.

요리도 맛있고, 배우 일도 이해해주는 등.

"오늘도 잘 먹었어요."

"맛있게 먹어주니 나도 기쁘네."

"다음에는 제가 아시죠?"

"맛있는 거 먹여줄 거지?"

"네!"

민솔은 연기가 아닌 진짜 미소를 짓는다.

* * *

BJ라는 직업.

"아! 아! 아앙……."

보이는 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방송이라는 특성상 제한되는 것이 많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니까.'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까다로운 시청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다.

"오빠 아파요……."

"이걸 꽉 쥐고 가지고 놀면 좋을 텐데."

탱글탱글한 손잡이를 조금 세게 움켜쥔다.

어느 정도까지 쾌감으로 느끼는지 알고 있다.

'조금씩 늘려가는 거지.'

리아의 신음이 가빠질 때.

손에서 살짝 힘을 푼다.

그리고 다시 움켜쥔다.

"이렇게 조지고 싶었단 말이야."

"오빠 완전 새디스트."

"싫어?"

"좋아요. 오빠한테 당하는 건 뭐든."

심장을 피부로 느끼는 부근.

박동수가 올라가는 시점에 입술을 먹는다.

'이렇게 하고 싶잖아.'

방송에서 하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그래서 방송이 끝나고 가는 편이다.

쭈압! 쭈압~

리아도 고양된 상태다.

혀를 섞으며 달아오른 몸을 비벼대기 시작한다.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내가 할 생각이 없다는 걸 눈치채고 입술을 뗀다.

"오빠!"

"왜."

"요즘 저 너무 안 먹어주는 거 아니에요?"

"널 제일 자주 봐."

"일주일에 두 번밖에 안 되잖아요~."

칭얼댄다.

성욕이 워낙 넘쳐 나서 데리고 놀아주는 것도 일이다.

'너무 개발했나.'

한두 발로는 만족을 못 한다.

남자 진을 쪽 빨아 먹는 요망한 몸이다.

꼴꼴꼴

조금 취하게 만든다.

술잔에 위스키를 조금 과하게 따른다.

"먹여주기나 해."

"……."

"박는 건 나중에."

"♡"

무릎에 올라타 입술을 연결한다.

조금씩 흘러 들어오는 알코올.

'입 다물고 있으니까 얼마나 좋아.'

예쁜 여자는 조금 시끄러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술잔으로 쓰면 모든 게 해결된다.

꿀꺽!

스프링뱅크 12년 CS.

56도의 액체가 침으로 희석돼 마시기 딱 좋아진다.

꼭 안고 있는 몸도 마시멜로처럼 부드럽다.

빠질 곳은 빠져서 그립감도 좋다.

"더, 더."

"오빠!"

"왜 또."

"자꾸 새로운 여자 만들지 말고 저랑 놀아요."

"놀고 있잖아."

"아앙~ 러시아 가서도 한 건 했잖아요. 제가 모를 줄 알아요?"

"……."

눈치가 빠른 것은 싫다.

일부러 말도 안 했는데 여자의 감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아샤도 빨리 와서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

양식이 땡기는 날에 말이다.

조잘대는 입술이 시끄러우니 술을 따라서 막는다.

꼴꼴꼴

본인도 조금씩 마시다 보니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럴 때의 리아가 제일 귀엽다.

'이런 말 하기 조금 그런데 정말 훌륭한 맛이야.'

일도 시키는 대로 잘하고, 몸도 항상 먹음직스럽게 유지한다.

말을 정말 잘 듣는다.

"히끅!"

성욕이 과하다는 게 단점.

평소였다면 맛있게 취식했겠지만 오늘은 특별 스케줄이 있다.

취하게 만든다.

키스를 하면서 조금씩 삼키게 만든 효력이 드디어 나타난다.

번쩍 들어 침대에 눕힌다.

눕혀 놓고 보니 확실히 참을 수가 없는 몸이다.

한 번 적당히 한다.

일어나면 마실 물이랑 달아오른 몸을 식힐 장난감을 손이 닿는 곳에 둔다.

리아의 집을 나온다.

철컹!

택시를 부른다.

리아에겐 미안하지만 밤을 보낼 사람은 정해두었다.

〔민솔이〕

「(네이버 길찾기 링크)」

「여기로 오시면 돼요」

?ㅇㅋ

?조금 걸릴 거야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선약이 있다.

밥상을 차려두고 있다고 한다.

'나야 좋지.'

맛있는 걸 먹으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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