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75화 (675/846)

675화

민솔의 추천으로 온 레스토랑.

"맛있을 것 같죠?"

"뭐, 맛은 있겠지."

식사를 하고 있다.

얻어먹는 입장이니 딱히 불만은 없지만.

'고기밖에 없네.'

겉보기에는 여배우.

그럴듯한 간판을 달았지만 요 한두 달 도시락을 싸준 결과.

"영양 밸런스는 엿 바꿔 먹은 거 같은데?"

"헤헤."

"웃어?"

"가끔씩 스트레스 쌓였을 때 와요."

"아 쌓였을 때."

"?"

보통 편식을 하는 게 아니다.

입맛이 확실하게 초딩 입맛이다.

'다음 주 메뉴 물어본 것도 그래서였고.'

추천 레스토랑.

그냥 고기 먹는 곳이었다.

독일식 소시지랑 족발 등을 판다.

"다이어트만 하다가 여기로 피신 와서 배부르게 먹으면 정말 행복해요."

"우리 봄이도 그러는데."

"봄이요? 아 봄튜브?"

"제 딸이에요 딸."

"아 완전 딸처럼 생각하는구나."

"겁나 치죠 그래서."

"?

본래는 평범한 음식점이다.

먹자 골목에 하나쯤 있을 법한 그런 느낌.

민솔이 자주 다니다 보니 단골이 됐다.

사장님과 친해졌을 정도라고 한다.

여배우인 그녀를 배려해 없는 칸막이를 만들어줬다.

화제가 되면 못 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사장님이 눈물을 흘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조연 배우.

하지만 출연작의 인기와 SNS의 언급도를 바탕으로 인지도를 착실하게 늘리고 있다.

그런 그녀와의 데이트다.

조금 부러움을 사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타악!

기분 탓인지 접시 내려놓는 소라가 조금 세다.

첫 번째 메뉴는 독일식 소시지였다.

"아!"

"조심히 잘라."

"이건 맛있긴 한데 먹을 때마다 정말……."

나이프를 살짝 대자 육즙이 튄다.

민솔이 배부른 투정을 부릴 만도 하다.

'생 소시지가 매력이 있지.'

보통 소시지는 익힌 고기를 곱게 갈지만, 생 소시지는 생고기를 굵게 간다.

육즙이 안에 보존된다.

그래서 나도 생을 좋아한다.

생과 아닌 것의 차이는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맛있죠?"

"느끼하긴 한데 맛있네."

"다이어트 하고 한 달 만에 먹으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아하."

"그냥 고기를 이렇게."

한입 가득 넣어 씹고 싶다.

볼따구가 터질 정도로 말이다.

우리 봄이가 많이 하는 짓이라 익숙하다.

'이래서 스캔들 나면 재밌다고 하는 건가.'

연예인의 사생활은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친분은 평소에도 쌓을 수 있는 것.

"100칼로리."

"?"

"그렇게 한 입 먹을 때 몸이 섭취하는 열량을 계산하면 그쯤 되겠지."

"……."

그 이상의 관계를 가져야 진짜로 재미가 있다.

조금 화를 돋워본다.

'재미를 본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지.'

다이어트.

여자라면 대부분 하고 있다.

하지 않는 위풍당당한 분들도 있지만 쿵쾅쿵쾅 할 정도로 살이 찌면 건강에 안 좋다.

아니, 요즘은 남자들도 많이 한다.

다이어터들에게 칼로리 이야기를 하면 싸대기만 안 맞아도 다행이다.

씹어 먹을 듯한 눈으로 째려본다.

한 마디라도 더하면 자리를 뜰 기세다.

이 정도의 긴박감은 있어야.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다음 메뉴인 슈바인학센까지 생각하면 한 끼에 2천 칼로리도 꿈이 아니겠네."

"꼭 그런 말을 해야 돼요? 지금?"

"응."

"죄송하지만 저 오늘은."

"내가 그만큼 빼줄 테니 걱정 말고 마음껏 먹어."

"……."

"무슨 일 있어?"

인상에 남길 수 있다.

의자에서 조금 뜬 엉덩이.

다시 다소곳이 앉은 모습을 감상한다.

'연기는 영 좋은 평가를 못 듣는 것 같은데.'

비주얼은 훌륭하다.

조연임에도 이슈가 되고, 예능에도 출연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연기가 조숙하지 못하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설익은 과실.

"와인도 시킬까요?"

"와인도 좋지만 독일 음식과 마시라고 하면."

"맥주?

"밀맥주지."

맥주의 본고장.

맥주 순수령 때문에 홉을 이용한 복잡한 향을 내는 류는 적다.

하지만 짠맛이 강한 육류와 즐기기에는 깔끔한 맛이 최고다.

한국 맥주처럼 FRESH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프란치스카너 생맥이 있으면 이걸 시켜줘야지.'

파울라너와 함께 맛있는 밀맥주 중 하나다.

밀맥주는 크리미하고 부드러워서 여성들이 좋아한다.

타악!

맥주잔.

원래 좀 무겁고 두꺼운 유리를 쓰기는 한다.

그런 걸 감안해도 사장님의 팔에 힘이 많이 실렸다.

"이거 맛있네요."

"그치?"

"맥주도 여러 종류가 있구나. 카스랑 하이트만 마셨는데."

"오줌 페티쉬야?"

"?"

고든 램지 수제자거나 말이다.

같은 값 주고 맛없는 맥주를 굳이 마실 필요는 없을 것이다.

벌컥! 벌컥!

어떤 맥주든 식도가 활짝 열릴 때까지 들이키는 것이 가장 맛있다.

1000cc 맥주잔이 1/3만큼 낮아질 때까지 마신다.

"화아……."

"잘 마시네."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에요. 이렇게 호쾌하게 마신 적은 처음인데."

"방금이 120칼로리 정도."

"우~ 책임 져주실 거잖아요."

"책임은 자주 져봤으니까 믿고 맡겨."

"?"

그녀에게 있어서는 사치에 가까운 시간이다.

배우라는 직업.

출연 작품에 맞춰서 체중 관리를 프로페셔널하게 해야 한다.

칼로리를 계산하면서 먹는 게 직업병이다.

우리 봄이처럼 미련할 정도로 꾸역꾸역 먹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벌컥! 벌컥!

그 사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즐겨도 된다.

기분을 내면서 기분을 망치는 건 도저히 효율적이지 못하다.

타악!

요리가 나온다.

슈바인학센.

독일식 족발이다.

베이징 덕처럼 껍질이 바삭바삭한 게 특징이다.

아그작! 아그작!

껍질만 따로 잘라서 먹는다.

짠맛이 배어있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맥주를 들이킨다.

벌컥! 벌컥!

음주와 함께 하는 즐거운 식사자리다.

어른의 식사에 술이 빠진다면 그것은 다이어트나 다름이 없다.

"봄이야."

<졸려요……>

"꿈나라에 갈 거야?"

<맛있는 걸 마음껏 먹을 거예요.>

ㅋㅋ

술 취하고 부리는 주정도 말이다.

9시 반부터 잘 준비를 하고 있는 봄이와 전화 통화를 연결한다.

"혹시 박민솔이라고 알아?"

<초등하교 때 같은 반이었던 것 같아요…….>

"봄이가 제정신이 아니네."

"봄튜브 하는 그 봄이요?"

"응."

"와, 와! 재밌겠다~ 저도 바꿔줘요!"

민솔도 반쯤 취해있다.

전화를 바꿔주자 어쩌고저쩌고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취했을 때 봄이랑 놀면 정말 재밌지.'

어째서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이 술 취하고 돌아와서 까끌까끌한 수염을 비비는지 알 것만 같다.

<그런 거예요?>

"그런 거야."

<그치만, 그치만 저 졸린 거예요…….>

"봄이도 봤겠지만 내가 그때 연기력이 만족스럽지 않았단 말이야. 봄이 생각에는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이 언니 드라마에서랑 다르게 끈질겨요.>

ㅋㅋ

공유하고 있다.

우리 봄이가 조금 고생한 대가로 분위기는 확실히 달아올랐다.

"우리 봄이 귀엽지?"

"네, 진짜 귀여워요! 언제 한번 만날 수 있을까요?"

"이거 먹고 갈래?"

"그래도 돼요?"

봄튜브를 꽤나 즐겨보는 모양이다.

메인 콘텐츠인 봄식당은 다이어터들에게 특히 더 호평을 얻고 있다.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지.'

4년간 찍은 봄이 스페셜이기도 하다.

12년의 봄이도, 13년의 봄이도 그 이후의 봄이도 전부 다 귀엽다.

서걱! 서걱!

봄이의 숭고한 희생.

음식맛도 한층 살아난다.

껍질이 아닌 살쪽도 맛본다.

홀 그레인 머스타드를 바르자 느끼한 맛을 가린다.

독일식 김치 샤우어크라우트로 입가심을 한다.

꿀꺽! 꿀꺽!

마지막은 역시 맥주.

벌써 두 잔째가 거의 비워지려고 한다.

"너 좀 깐깐하잖아."

"뭐어?"

"선 보고 퇴짜 놓은 남자만 한 트럭인 거 아니야?"

"웅웅!"

슬슬 몸에 취기가 돌고 있다.

살짝 인상을 쓴 채 고개를 붕붕 젓는다.

"선 본 적 없어 그럼?"

"나 나이 몇 살인지 알아요?"

"프로필 사기 친 거, 아니면 사기 안 친 거 기준?"

"요즘 그런 걸 누가 해!"

입가의 근육이 거의 풀려있다.

취하면 들뜨는 타입인 모양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타입이야.'

굉장히 귀여워졌다.

볼도 선홍조로 달아올라서 딱 23살에 걸맞은 모습이다.

"나도 연애 결혼하고 싶단 말야."

"정말?"

"웅!"

"만약 기회가 생기면?"

"할래! 힘들어. 여배우……."

많이 취했는지 얼굴로 테이블을 닦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맥주만 조금씩 홀짝인다.

음식은 조금 남았지만 상관없을 것이다.

손을 내밀자 기꺼이 잡아온다.

부우웅~!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정신이 헤롱헤롱한지 뒷좌석에 기대자마자 전신이 축 쳐진다.

'아, 냄새 좋다.'

그런 민솔의 어깨에 팔을 둘러 안는다.

평소에는 자세 때문인지 꽤 크게 보이는 몸이다.

힘이 빠지자 품에 쏙 들어온다.

술냄새와 함께 살갗의 단 향이 기분 좋게 코를 찌른다.

이 나이대 여자애들이 멋을 내기 위해 평소에 안 뿌리는 향수를 억지로 뿌린 느낌이 아니라 솔솔 올라온다.

평소보다 오히려 가볍다.

'살이 진짜 거의 없네.'

일반인은 운동을 해도 팔이나 옆구리 쪽이 몰캉몰캉할 수밖에 없다.

빼기 힘든 부위이기 때문이다.

여배우답게 관리가 완벽하다.

새근새근한 숨소리를 내고 있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다.

"좋아해."

"우웅……."

"민솔이도?"

"네에……."

대답을 들었다.

기사님도 딱히 우리가 누군지 알고 있는 듯한 눈치가 아니니 실례한다.

쪼옥

가볍게 입술을 부딪힌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에 부드럽게 침을 적시며 천천히 체온을 맞춘다.

그녀의 세계로 침투한다.

쌉쌀한 맥주맛이 섞인 침맛이 느껴진다.

음미할 가치가 있다.

'맛있는 침이네.'

확 달달하진 않아도 계속 먹고 싶은 그런 느낌이다.

스킨십도 조금 시도해본다.

허벅지와 골반 어딘가.

단단한 뼈 부분을 만져본다.

청바지 위로 피부가 나와있다.

반질반질하다.

체형이 고스란히 잡혀서 야하기까지 하다.

이성을 놓으면 손을 넣을 것 같다.

"아, 오빠."

"응?"

"도착하고 나선 이러면 안 돼요."

"알았어. 그전까지만 할게."

"네……, 저도."

"응?"

"좋아해요."

아직은 이르니 몸만 데운다.

부끄러운지 품에 얼굴을 파묻는다.

'딱 깨있는 거 알았다니까.'

술 취한 척.

적어도 그 하나만큼은 연기를 간파할 자신이 있었다.

볼에 쪽 애정을 바르고 택시 밖으로 나간다.

찬 공기와 함께 표정 관리가 이루어진다.

"진짜 여우네 여우."

"아니에요 이건 들키면 큰일 나니까……."

"알았어 비밀."

"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집으로 들어간다.

엘레베이터 안에서까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한다.

삐리링~!

도어락이 열린다.

안에 들어가자마자 다시 키스를 나눈다.

그것도 상당히 진한 녀석이다.

"엄청 능숙하네."

"네?"

"남자들한테 인기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아서."

"아, 아니에요."

"응?"

"연기……, 연습 때문에 좀 공부하다 보니."

요염했던 혀놀림과 달리 본인은 수줍게 부끄러워한다.

더 놀리면 여러 의미로 폭발할 것 같다.

끼익!

만능 치트키를 꺼내 든다.

봄이의 방에 몰래 침투한다.

아기처럼 새근새근 자고 있다.

"왁!"

"꾸웩! 꾸웨엑?!"

"하하하!

"깔깔깔!"

자고 있는 봄이 깨우기.

워낙 싫어해서 나도 한 달에 한 번밖에 하지 않는다.

'다음 날 맛있는 걸 차려줘야 되고.'

하지만 분위기를 띄우는 용도는 되었다.

이불을 덮어주고 방에서 나온다.

"우리도 잘래?"

"……."

"나는 싫어?"

"그, 그게 싫은 건 아닌데."

그럼에도 망설이는 분위기.

키스와 달리 베드신은 실전을 가지지 못해본 모양이다.

우물쭈물한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술이 깨고 나면 어려울 수 있다.

"여배우랑 베드신 한 번만 가져보고 싶은데 응?"

"꺄! 간지러워요."

"응? 응?"

"알았어요 한 번만이면……."

안방 극장에 데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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