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0화
전라북도 무주편.
<10년 된 식초?>
<식초를 뭐 10년씩 만들어?>
<네, 사실 마트에서 파는 발사믹 식초는 생산 과정이 많이 생략된 양산품이거든요.>
평소와 달리 오정환이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술과 관련된 화제를 다룰 때 그렇게 되지만.
「본고장 유럽에서는 와인처럼 섬세하게 만들고 있는 발사믹 식초」
무주의 특산물은 포도.
흔히 포도 가공품이라고 하면 와인이 가장 첫 번째로 떠오른다.
오늘은 식초에 대해서였다.
연 단위의 숙성을 거친 식초는 맛이 훨씬 깊고 진해진다.
<식초도 와인만큼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있거든요.>
<그래? 가격이 비싸?>
<진짜 비싼 건 웬만한 양주 뺨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정도야??>
농가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지역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부분이다.
이곳 무주도 그중 하나.
로컬푸드는 그러한 농민들을 응원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오크통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식초들!」
아직은 홍보가 부족하다.
로컬푸드의 출연진이 유리컵에 담은 식초를 음미하며 감탄을 자아낸다.
<조금씩 홀짝이라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시지 않아요!>
<그냥 맛있다. 식초인데.>
고급스러운 단맛과 나무의 깊은 향.
발사믹 식초 특유의 코가 쨍할 정도의 신맛을 잡아준다.
「마트 제품에 비해 점성이 느껴지는 10년산 발사믹 식초」
겉보기부터 공산품과는 다르다.
꿀처럼 찐득하여 꽤 많이 기울여야 한 방울씩 떨어진다.
「발사믹 소스 샐러드」
「발사믹 소스 불고기」
「빵에 찍어 억는 발사믹 올리브 오일」
그 사용법.
발사믹 식초는 한국 가정에서도 흔하게 사용된다.
한국인의 입맛에 이미 익숙하다.
천종원이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든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샐러드부터, 좀 더 응용할 수 있는 음식도 말이다.
<맛있겠다!>
<이건 그냥 맛없을 수가 없지.>
<발사믹도 은근히 만능 조미료과인데?>
시청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함이다.
아무리 농민들이 힘들어도 "해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KBS― 「무주 식초 완판 소식에 이장님 싱글벙글」
MBC― 「박민솔의 몸매 비결? 때아닌 발사믹 열풍」
연합뉴스― 「다이어터 시선 모은 국산 발사믹 식초. 왜?」
시청률에 힘입어 완판 행진을 이어나간다.
무주편은 특별하게 반응이 좋았다.
한 가지 스토리텔링 때문이다.
<확실히 맛있네, 맛있어.>
<그렇죠?>
<이렇게 맛있는 도시락을 싸주는데 빠져들 만도 하지. 사랑으로 발전하는 거 아닌지 몰라!>
<…….>
본방이 진행되기 전에 화제가 있었다.
최근 인터넷에서 깜짝 이슈가 되었던 내용이다.
오정환과 박민솔의 열애설.
오해가 불거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대놓고 언급한 것이다.
<사실 제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너무 빨리 들켜서.>
<응?>
<요리 입맛으로 사로잡아보려고 했거든요.>
<정환이가 나를 따라하려고 하네?>
<아니, 선생님?>
<나도 와이프 그렇게 꼬셨거든. 그게 아니면 어떻게 우리 와이프랑 내가 결혼을 했겠어.>
<<하하하하!>>
다이어트 도시락을 싸줬다.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이었다.
그 맛에 푹 빠져들어 촬영 때마다 같이 식사를 했다.
〔유튜브〕
「맛슐랭가이드. 발사믹 식초 주문했습니다!」
― 조회수 35만회 · 3일 전 「치밥녀. 발사믹 샐러드 이거 완전 신세계네요」 ― 조회수 11만회 · 1일 전
「삼끼다이어트. 박민솔 몸매는 어떻게 유지될까?」
― 조회수 7만회 · 2일 전 「쉬니Shini. 샐러드 먹으면 살 빠지는 거 맞죠? 네 10인분이요~」 ― 조회수 21만회 · 1일 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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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의 궁금증이 더해진다.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스캔들까지 나나?
<여배우를 사로잡았다는 샐러드.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이렇게 차려주면 나도 다이어트 하겠다!>
<맛은 굉장히 안정적이야. 어우~ 연하다.>
유튜버들이 적극적으로 영상을 올린다.
세간의 화젯거리는 조회수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러면 봄튜브팬들도 와서 한 번씩 보겠지?'
'오정환의 도시락이면 봄이도 분명 먹었을 텐데.'
'이 기회에 오정환 라인 줄 서보는 거지~!'
계산적인 속셈도 깔려있다.
오정환은 본인 유튜브 뿐만 아니라, 봄튜브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근 지상파 방송에 나오며 인지도까지 급상승했다.
관련 화제를 좋게 언급하면 덕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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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고만두 1시간 전 乃2천
봄이 샐러드 왜 이렇게 맛있게 먹나 했더니 그 비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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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생오씨 1시간 전 乃 792
박민솔도 반하게 만든 드레싱 소스!
저도 이번에 주문했는데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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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랑이의일기 1시간 전 乃 515
봄이도 박민솔도 다이어트 날로 하고 있었넼ㅋㅋㅋㅋ
(생야채를 먹었다는 말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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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유튜버들에게 호평을 얻는다.
지상파에서 1차, 유튜브에서 2차, 커뮤니티에서 3차로 홍보되며 큰 파급 효과를 낳는다.
"그런 거였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말을 하긴 했었는데……."
"그랬지. 하긴 그때는 납득을 못했겠다. 겨우 샐러드 드레싱 때문에 이 소란이라니."
당사자들에게도 말이다.
ES 엔터테인먼트.
해당 사건을 계기로 식초 농가와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사실 큰돈은 안 된다.
농가가 낼 수 있는 돈이라고 해봤자 억 단위에도 못 미치니까.
'덕분에 민솔이 언급도가 많이 늘었지.'
하지만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이미지와 인지도.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기회다.
"샐러드 드레싱 하나 때문이 아니라……."
"알았어! 알았어! 음식이 맛있었다는 거잖아?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다른 건 얼마나 신경 써서 만들었겠어."
"네, 그래서 그런 거예요."
"그 친구도 정말 사람이 된 친구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거야."
"……."
소속사로서는 싱글벙글.
박영철 대표는 회사 내 식단의 샐러드 드레싱도 관련 상품으로 바꿨을 정도다.
"음~ 맛있다!"
"이게 새로 광고 들어온 거라고?"
"민솔 씨 잘 먹을게!"
""하하하하!""
회사 식당.
직원 및 소속 연예인들이 점심 메뉴로 나온 샐러드를 맛있게 먹는다.
우적우적!
샐러드는 건강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음식이다.
하지만 맛.
생야채를 씹어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변화를 주기 위해 재료를 추가하면 본말전도가 돼버린다.
"이거 말고 또 있어?"
"네, 방송에 안 나간 거……."
"뭔데? 좋은 건 공유해야지!"
"나도 정환 오빠 소개해주면 안 돼?"
고급진 발사믹 식초 덕분에 술술 넘어간다.
다이어트가 일상인 동료 여배우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음식뿐만 아니라 사람.
과정도 대처도 감동이었다며 말이다.
확실히 그렇게 느낄 만도 한 게 사실이다.
'…….'
민솔로서는 느끼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다.
좋은 사람.
그것에 관해서는 자신도 같은 생각이다.
"왜?"
"그냥 착하잖아. 요리도 잘하고."
"나도 소문의 도시락 먹어보고 싶어!"
겉보기에는 완벽하다.
대외적인 이미지도 좋고, 돈도 잘 번다는 소문이 있고, 무엇보다 날이 갈수록 유명해진다.
그만한 남자.
자신도 소문만 들었다면 혹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좋은 오빠는 좋은 오빠인데…….'
민솔은 고민이 깊어진다.
* * *
딩동♪
한동안 감수해야만 했다.
"왔어?"
"네……."
"진짜 오랜만이다. 보고 싶었어."
"저도요."
민솔과의 만남.
세간의 이슈와 매스컴의 눈 때문에 접점을 가지기 힘들었다.
'이런 일도 있을 것 같아서.'
하나 장만해두었다.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는 아파트를 재테크 겸해서 말이다.
"열쇠 줄 테니까 오빠가 부르면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네, 근데."
"응?"
"여기는 친구분 집이에요?"
"아니. 내 집."
세상은 유비무환이다.
만에 하나의 상황은 대비를 해두는 것이 옳다.
'우리 봄이집이긴 한데.'
우리 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
알리바이를 위해 명의만 빌렸다.
쪼옥!
얼타고 있는 민솔의 입술을 먹는다.
어깨를 타고 내려온 손으로 겨드랑이를 꾹꾹 누른다.
'여기가 맛집이더라고.'
촉촉하고 부들부들하다.
외관도, 감촉도, 맛도 S급의 훌륭한 겨드랑이다.
"오빠, 잠깐만요."
너무 대놓고 문지른 모양이다.
부끄러운 듯 입을 떼더니 옷 매무새를 다듬는다.
'빨리 맛집에 들리고 싶은데.'
주인장이 조금 깐깐하다.
만나면서 풀어지긴 했지만, 기본 성격은 그대로일 것이다.
"저 만나려고……, 산 거예요?"
"응."
"오빠, 조금 무서워요."
"왜?"
"아무리 스캔들을 조심해야 돼도 그렇지 너무 과하잖아요."
의심병이 있다.
계속 서있기도 뭣하니 안으로 들인다.
내부 인테리어는 그럴듯하게 해두었다.
타악!
차를 한 잔 내려준다.
잠시간 어색한 흐름이 이어진다.
손을 꼭 잡으며 신뢰를 다시 재건한다.
"오빠가 솔이 아끼거든."
"그래도……."
"조금 과하지?"
"네."
"그만큼 이번 사건에서 큰 교훈을 느껴서 그래. 솔이도 그렇지 않아?"
"그렇긴 해요."
갑작스러운 스캔들.
나로서는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지만, 민솔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혹시나 하고 검색도 해봤는데 그러했다.
사고를 겪어본 적 없으니 충격도 크다.
쪼옥!
어차피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마주 본 두 눈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좁힌다.
입술을 맞추며 등을 토닥토닥 해준다.
슬슬 분위기가 좋아졌을 틈을 노려서.
꿀꺽
입에 조금 머금고 있던 차.
혀로 밀어 넣어 삼키게 한다.
대답을 대신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오빠가 솔이 소중하게 생각해서 그래."
"네."
"여기 오빠 집 맞으니까 마음 푹 놓고 셔."
"믿을게요."
"그리고 이것도 오빠 꺼 맞지?"
"?"
등허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손가락으로 툭 후크를 풀자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제, 제 몸인데."
"안 돼? 응?"
"알았어요. 간지러워요. 정말……."
마지못해 하며 옷 안에서 풀린 것을 빼낸다.
고급진 원단의 예쁜 것이다.
'할 생각 만땅으로 왔으면서.'
승부 속옷.
아직 솔직하게 만들기에는 횟수가 부족했다.
"오빠, 여기 쇼파인데."
"그래서?"
"부끄러워요. 불도 환하고."
"괜찮아. 커튼도 쳤고, 방음도 했고, 아무도 안 봐."
먹은 횟수가.
포장지를 사르르 벗기자 아름다운 몸매가 드러난다.
여자는 의외로 입고 있을 때가 가장 예쁘다.
남자가 머리빨이라면 여자는 옷빨이다.
'이렇게 보여주기용으로 관리한 게 아니면.'
그렇지 않은 일부 예외.
부끄러운지 양팔로 가리지만 아래쪽은 훤하다.
"참고로 이 집에서는 착의 금지야."
"오빠 변태예요?"
"맞아, 변태야. 방송에서의 스트레스 발산. 도와줄 거지?"
"아, 아……. 잠깐만요 진짜. 할 테니까."
이곳저곳 눈을 힐끔거린다.
보안에 한해서는 완벽하다.
한숨을 푹 쉬더니 단념한다.
"오빠, 저 자세."
"불편해?"
"네……."
"그럼 TV 보고 있어. 오빠가 적당히 쓸게."
"그래도 돼요?"
"안 될 게 뭐 있어."
쇼파에 침대처럼 같이 눕는다.
뒤치기를 하기에는 나도 공간의 제약이 있다.
'아, 냄새 좋다.'
딱히 조급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샴푸 냄새를 맡고 있자 더 꼿꼿이 선다.
"그냥 침대 가는 편이 편하지 않으세요?"
"맛있는 건 원래 천천히 먹는 편이야."
"?"
"그리고 오래하면 몸에도 좋아. 알아?"
천천히 나의 세계로 꼬드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