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2화
지상파도 흐름이 중요하다.
찰칵! 찰칵!
드라마 부탁해요 며느리.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기자 회견이 이루어지고 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말이다.
그 어떤 작품이라도 당연히 완결은 존재한다.
중요한 건 유종의 미를 거두느냐.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여러 각도에서 있었다.
<네, 사실 본래 각본에는 초기에 제거가 될 수 있었는데요.>
<<하하하하!>>
작품뿐만 아니라 배우.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우 하나 하나에게도 스토리가 있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박민솔은 드라마 초기에는 조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시청자분들의 사랑 덕분에 드라마 속 박은혜가 존재할 수 있었고, 저도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 촬영하는 뷰티풀 라이프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
장편이기 때문에 플롯은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다.
자본주의의 힘에 의해서 말이다.
시청자 반응이 좋으면 안 될 것도 없다.
그런 경우 대개 망한다.
시나리오가 꼬여서 용두사미로 끝나는 작품이 많다.
KBS― 「'부탁해요 며느리' 김연경×박민솔×최장욱, 소름 끼치는 연기력으로 클라이맥스 완성」
MBC― 「조연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열연으로 박수 받은 '박민솔'」
연합뉴스― 「명품 조연 '박민솔, 신규 드라마 '뷰티풀 라이프' 주연 맡다」
하지만 연기력.
다소의 설정 오류는 생각도 안 나게 만들 수 있다.
박민솔은 주연 이상으로 호평받았다.
드라마의 진주인공으로 보는 시선까지 생겼다.
때마침 터진 스캔들은 그러한 시각을 확고히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주연보다 더 유명해진 것이다.
"이 기세면 올해 연말 시상식에서 여자 조연상은 확정이겠는걸?"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년에는 대상을 목표로 가야지!"
배우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다.
대중에게 조연으로 이미지가 박혀서 정말 평생 조연만 하는 배우도 있다.
'우리 민솔이가 뜰 줄은 알았는데.'
ES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박영철은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인재를 알아보는 것은 회사 대가리로서 당연하다.
하지만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비주얼과 기본기가 받쳐줘도 그것을 녹여줄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니까.
'…….'
그 경험을 최근 차고 넘치게 쌓았다.
민솔은 대표에게 칭찬을 들으면서도 가슴 한편이 쿡쿡 찔린다.
위잉~
새로 선물받은 장난감.
시상식 내내 장착하고 있었다.
지금도 이 순간에도 말이다.
"첫 주연이니까 그래도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다른 뜻이 아닌 거 알지? 아직 조연 이미지가 완전히 희석되지 않은 거."
"네."
"그래, 걷던 사람이 갑자기 뛰면 넘어지게 돼있어."
"네!"
크기가 크고, 본격적인 생김새다.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중요한 자리라고 신신당부했음에도 들어주지 않았다.
도리어 엄청 큰 녀석을 새 장난감이라고 준 것이다.
착용감이 묵직하다.
조신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자극이 온다.
한 번은 너무 힘들어서 털썩 주저앉았는데.
꿀꺽!
아찔한 순간이었다.
전신을 찌르듯 울리는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수많은 관계자들, 기자들까지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
조금만 표정 관리를 삐끗하면 배우는 물론, 인생까지 그대로 쫑.
"축하 파티 오늘 할까?"
"오늘은 좀 피곤해서……, 집에서 쉴게요. 괜찮을까요?"
"그래! 안 그래도 내일 오전에 미팅 있어서 달리기 애매했거든. 푹 쉬고 주말에 보자!"
그 긴장감 덕분에 첫 대규모 기자 회견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아이러니하다.
칭찬에 인색한 대표님도 기분이 새어 나올 정도다.
똑 부러지게 인사를 마치고 대표이사실 밖으로 나온다.
민솔은 한숨을 몰아쉬며 당근마켓을 켠다.
〔판매자〕
판매 중 사랑
1, 000원 (가격제안불가)
───2015년 11월 15일───
―오빠 저 끝났는데
「ㅇ」
―좀만 성의 있게 써줘요
―전 길게 쓰는데
「ㅇㅋ」
카톡을 대신해 쓰고 있다.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해 활용 중이다.
'정말 무신경하다니까.'
둘이 있을 땐 그렇게 감미롭게 녹여주면서 톡으로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 * *
띠리링~♬
도어락이 열린다.
버선발로 뛰어나가 반긴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것만 같다.
"인터뷰 잘했어?"
"네."
"왜 그래?"
"아무 말 말고 꼭 안아줘요. 꼭."
기자 회견을 마치고 온 민솔.
170cm의 큰 키에 체격까지 있지만 품에 쏙 안긴다.
군살이 안 붙어있다.
다리도 길어서 상체는 일반인 여성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 짠 냄새.'
피부는 뽀얗고 반질반질하다.
겉보기는 그럴듯해도 만져보면 땀으로 인해 찐득하다.
화려한 향수 속에 땀 냄새가 섞여있다.
빡센 스케줄을 소화하고 왔으니 말이다.
"겨드랑이 매끈매끈하네."
"너무 만지지 마요."
"성감대야?"
"오빠 때문에."
딱히 불쾌하진 않다.
오히려 이 체향이야말로 여성의 원초적인 매력이다.
'이 따끈따끈할 때가 가장 맛있지.'
그래서 바로 오라고 했다.
눅진한 냄새를 맡으며 걸치고 있는 옷가지를 벗긴다.
눈에 띄는 드레스를 입고 올 수는 없으니 일상복.
어차피 몸매가 가장 예쁜 나이다.
"그거는?"
"……하고 있어요."
"잘했어. 기특하다. 착하지."
"오빠, 사랑해요."
그 매력을 더욱 이끌어냈다.
흥분 상태에서 몇 시간 달아올라 푹 익힌 숙성 상태다.
'페로몬이 그냥.'
이대로 먹어도 분명 좋다.
본인도 아주 안달이 난 상태다.
"뭐예요?"
"안대."
"그건 저도 아는데;"
"사람이 눈을 가리면 민감해지거든."
조금 더 과숙을 시킨다.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태를 가르쳐주고 싶다.
"3시간 정도 가지고 놀게."
"세, 세 시간은 좀."
"오빠 명령은?"
"절대적이에요. 절대적이긴 한데……."
풀 죽은 강아지 같은 눈빛.
턱을 살살 쓰다듬으며 말을 듣게 만든다.
조련이 잘 되고 있다.
'한 반나절 정도 애태워서.
살살 만지기만 해도 몸에서 반응이 올 때.
차가운 물에 목욕 재계를 시키고 침대로 데려갈 것이다.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드라마나 한 편 때린다.
사실 민솔이 출연작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오빠."
"응?"
"안대 답답해요."
"안 봐도 내용 알잖아."
"알긴 아는데……."
쇼파에 누워서 말이다.
습도 조절을 한 집안에서 안고 있으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화면 속 배우를 안고 있다고 생각하면.'
형용할 수 없는 정복감.
귀에 속삭이듯 말하며 진동을 천천히 올린다.
움찔거린다.
계속 갖고 있었다 보니 안경 착용감을 잊은 것처럼 깜빡한 모양이다.
"몇 화부터 넣었어?"
"몰라요."
"아 빨리 보고 싶은데."
"안 돼요. 무조건 1화부터."
"오케이. 배우 말 들어야지."
"흠!"
양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어차피 하루 종일 놀 생각이니 상관은 없을 것이다.
"오빠 저 얼마나 운동이 되었을까요?"
"글쎄, 한 100칼로리?"
"네. 아, 아아……."
"오빠가 보증할게 예뻐지고 있어."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꼬드길 수는 없다.
적당한 핑곗거리를 머릿속에 입력해두었다.
'실제로도 맞는 말이고.'
땀도 흘리니 일석이조.
마르고 있어 흠뻑 젖은 상태는 아니지만 피부가 상당히 찐득하다.
"오, 오옷!"
웃기는 소리를 내고 있다.
눈을 가리고 있다 보니 체면을 차릴 생각을 못 한다.
"변태야? 천박하네."
"미칠 것 같아요 진짜……."
"느꼈어?"
"몸이 녹아버릴 것 같아요. 제 몸이 제 몸이 아니에요."
"그럼 저 때는?"
"?"
입을 맞추려고 입술을 뻗어온다.
노골적으로 넘실거리는 혀는 안타깝기까지 하다.
눈을 가려뒀기 때문이다.
솔직해진 원숭이 같은 상태가 귀엽기는 하지만.
'어떻게 다른 남자한테 안길 수가 있어.'
드라마의 한 장면.
키스씬이 이루어지고 있다.
남자 배우가 민솔의 입술을 맛있게 먹는다.
"봐, 봤어요?"
"지금 돌려보고 있어."
"아이 참……, 연기잖아요 연기."
"아무리 그래도 정신적 충격이 크네. 이거 오빠 건데."
"맞아요. 그러니까 봐주세요. 네?"
SNS에서도 뜨겁다.
얼음장 같은 얼굴을 키스로 녹였다면서 말이다.
나는 다른 방식으로 녹이고 있다.
"오옷! 옷!"
마음만 먹으면 1분 안에도 거뜬하다.
'얘는 이런 애라고.'
드라마 속 남자 배우를 향해 경쟁심을 불태운다.
의미는 없겠지만 이긴 기분이라 괜찮다.
"오빠 살려줘요……."
"연속은 좀 힘드나?"
"네."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
"키스씬에서 혀 넣어?"
"당연히 안 넣죠.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그래도 넣는 편이 몰입이 되지 않나?"
"바보. 오빠 바보죠? 오옷!"
민솔이 땀을 흠뻑 흘리게 만든다.
자꾸 흘려 수건을 깔게 만든다.
쭈웁~
그리고 키스를 나눈다.
드라마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흥분한 연인 간의 키스.
"앞으로……, 받지 말까요 키스씬?"
"아니야. 해도 돼."
"정말요?"
"대신 할 때마다 오빠한테 벌 받는 거야. 이렇게."
그렇게 5시간 동안 드라마를 보며 가지고 논다.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설명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쏴아아아아─!
샤워를 시킨다.
찬물로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긴다.
살짝 맛이 가있는 상태다.
"오빠 저."
"응?"
"이번에는 진짜 해주세요.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요."
"뭘?"
너무 많이 참게 만든 모양이다.
머리를 수건으로 꾹꾹 눌러 닦기만 하고 침대로 간다.
"오빨 아주 쥐어 짜겠다?"
"오늘은 마음껏 놀아주기로 했잖아요."
"알았어."
"오빠, 저……."
오직 내 앞에서만의 모습이다.
살짝 과한 감은 있지만 나에게만 부리는 애교라 생각하니 봐줄 만하다.
'앞으로 주연도 맡는다고 하고.'
예능 촬영할 스케줄도 안 나올 만큼 대배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먹으니 더 감칠맛이 있다.
"저 바빠져도 만나주실 거죠?"
"왜, 바빠질 거 같아?"
"네……. 이번에 새로 스케줄 많아져서."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연예계라는 게 원래 한 번 뜨기가 힘들지.
기회만 잡으면 갑자기 대세가 되어있다.
그 첫 단추를 꼈다.
비주얼도, 실력도 받쳐주니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색기만 조금 얹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