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3화
<비정상회담>
최근의 방송.
"자, 오늘의 한국 대표 모시겠습니다~"
여러 가지 출연을 하고 있다.
사회자가 나를 호명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G12 모두가 좋아할 만한 여배우!"
""와아아아~!""
"와 열애설이 났었던."
""우우우우~!""
"예능 대세 오정환 씨입니다!"
아쉬운 환호도.
사실 나도 프로그램을 볼 때면 매번 기대했다.
'출연진이 전부 다 남자라서.'
예쁜 여자 연예인 안 나오나?
굉장히 안타깝게도 출연 빈도가 3번밖에 되지 않았다.
짝짝! 짝짝짝!
박수 갈채를 받으며 나타난다.
비정상인회담의 게스트로 말이다.
"샘이 영혼 없이 박수 치는 거 봤죠?"
"그러네요."
"아무래도 여자분들 나올 때보다 리액션을 아쉽게 하네요."
"저도 다른 프로보다 별로."
""하하하하!""
이곳저곳 불러 다니는 게 일상이 됐다.
예능 초보로서 거쳐야 하는 과정.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방송이기도 하다.
사실 1화부터 쭉 챙겨보고 있다.
"자 여기 오정환 모르는 사람? 하나 둘 셋~!"
첫 순서는 인지도 체크.
일일 게스트가 누구인지 출연자들이 알아본다.
인지도에는 자신이 있지만 비정상인회담은 사회자 이외의 멤버가 전부 외국인이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는데.
"어? 다 알아요?"
"네!"
"알아요."
"유명하잖아요~"
의외로 찬성 몰표.
웬만큼 유명해도 몇 명은 모른다.
외국인과 한국인의 지식풀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튜브 하지 않아요?"
"네, 하고 있습니다."
"그 먹방!"
"저는 밥 해주는 쪽이죠."
""하하하하!""
그렇기에 알려지는 것도 있었다.
우리 봄이가 꾸역꾸역 먹는 덕을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유튜브는.'
해외 쪽이 활성화가 빠르다.
먹방은 한국에서 파생된 콘텐츠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도 하다.
"샘은 어떻게 알아요? 가나 구라 아닙니까?"
"아닌데에~"
"저도 샘 때문에 알았어요."
"샘 때문에?"
"박민솔 씨 있잖아요 박민솔 씨~"
샘 572.
비정상인회담 유일의 흑인 멤버다.
유쾌한 성격과 넉살 좋은 농담으로 유명하다.
'여자한테 관심이 많은 게 흠이지.'
그로 인해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키게 될 정도로 말이다.
그것과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열애설이 난 상대 분이 요즘 핫한 여배우 박민솔 씨 맞으시죠?"
"같이 촬영하다 보니까 별별 일이 다 일어나더라고요."
"실제로 친하시진 않으시죠?"
"아닌데에~"
"""하하하하!""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고 성희롱을 하는 것은 나쁜 일이다.
물론 합의가 된 경우에는 상관없다.
다음은 Self 자기소개.
적당히 늘어놓는다.
조금 난감하긴 하다.
"본업이 어떻게 되시죠? 유튜버?"
"본업을 따지면 사실 BJ."
""BJ?!""
"외국인분들에게 BJ라고 하면 다른 단어로 오해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는데, 한국에서 BJ는 스트리머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BJ는 한국에서만 쓰이는 단어다.
해외에서는 스트리머, 유튜버, 크리에이터로 통한다.
'Blo* job의 약자거든.'
방송 용어를 고르는 일이 힘들다.
오해, 실제로.
두 단어를 차용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다.
"예능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으시죠?"
"예, 개인 방송이 예능처럼 자유 진행도가 높아서 적응이 생각보다 잘되고 있습니다. 저도 아직은 예능 새내기인데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토크를 풀어나간다.
비정상인회담의 시청자층은 여성 30~50대 여성 비율이 높다.
'BJ 관련 이야기를 해봤자 관심이 없겠지.'
평범한 대화 주제로 이끌어간다.
일부 그렇지 않은 주제도 있지만 말이다.
"혹시 좋아하는 비정상인회담 멤버 있어요?"
"저는 기욤 씨."
"아~ 기욤! 어째서죠?"
"저도 프로게이머를 했던 적이 있어서."
프로게이머.
여자들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화제일 것이다.
하지만 기욤에 한해서는 예외다.
'가장 인기가 많은 장수 멤버니까.'
얼핏 보기에는 동네 바보형 같다.
대체 왜 1억이나 사기를 당했는지.
유감스럽게도 이해가 간다.
"굉장히 전설적인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이거든요."
"어? 기욤이요?
"아닌데에~"
"선수 시절에는 포스가 엄청 났어요."
"내가?"
전성기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이 e스포츠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다.
'그 시절에는 해외는 재능, 한국은 노력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지.'
소위 말하는 닭장 문화.
한국 선수들은 조그만 연습실에서 미친 듯이 빌드를 연구했다.
외국 선수들은 연습량이 적었다.
그럼에도 기욤, 베르트랑 등이 대회에서 선전한 것이다.
"생각보다 기욤이 선수 시절에 대단했나 보네요."
"저 잘했다니까요?"
"그걸 기욤 본인이 말하니까 신빙성이 없었는데……."
""하하하하!""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선에서 그렇게 생각된 것도 자연스럽다.
그 시기가 길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것이 착각은 아니었지.'
LoL에서도 LEC(유럽 리그)에 재능충 선수들이 많다.
빈약한 e스포츠 인프라와 환경을 생각하면 기적적일 정도다.
"저도 오정환 씨를 아는데."
"성식영 씨가요?"
"연예계 애주가의 다크호스라고."
풀린 분위기 속에서 토크를 이어나간다.
유명 발라드 가수 성식영은 애주가로 알려져 있다.
"천종원 선생님이 진행하는 로컬푸드에서 제가 술 관련 설명을 맡을 때가 있습니다."
"술을 되게 잘 알아."
"혹시 G12의 나라 중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술을 아실까요?"
"예, 우리나라에 소주와 막걸리가 있듯이 외국에도 그런 술들이 있는데."
독일의 맥주, 이탈리아의 리몬첼로, 프랑스의 꼬냑과 깔바도스, 미국의 버번과 하드 셀처, 그리스의 우조 등.
한 번쯤 먹어볼 만한 것들이다.
"프랑스, 이탈리아는 와인일 줄 알았는데 다른 것들이 나왔네요?"
"와인이라고 하면 싸움 날 것 같아서."
"비정상인회담 많이 보셨나 봐요?"
"단골 레퍼토리죠."
""하하하하!""
우열을 가린다기보다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을 따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정상 대표님들 오정환 씨 말이 맞나요?"
"맞아요."
"맞습니다."
"우조 맛있어요~!"
"저도 버번까지는 예상했는데 하드 셀처가 나온 것은 상당히 의외네요."
"하드 셀처가 뭔가요?"
"전통주라고 할 순 없고, 트렌디한 쪽이죠.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맥주의 대용품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요?"
"선풍적인 인기? 외국인이?"
"이 사람 전생에 한국인이었어 왜 그래~"
역사와 전통도 말이다.
타일러가 한국인이나 다름없는 유창한 한국어로 대화를 맞받아친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혀 인지도가 없었는데 SNS 마케팅이 대박을 쳤고, 칼로리가 낮다는 점이 조명돼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술입니다."
"오~ 그런 술이."
"중요한 맛은 어떻죠?"
"한마디로 과일 소주에 탄산수 탄 맛?"
"상상이 가네요."
전무현의 깔끔한 마무리.
비정상인회담은 이런 느낌이다.
세계의 정보를 짤막하게 짚고 넘어간다.
'원래 이래야 되는데.'
작가진의 입김과 시청자들의 간섭으로 인해 변질돼버린다.
적어도 내가 나온 화 수에 한해서는 과거의 느낌을 살렸으면 싶다.
"근데 최근에 이름이 알려졌으면 정말 몇 년 되지 않았다는 거네요?"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 대표 할 말 없습니까? 역사와 전통이 없다는데."
"혹시 중국 거 아니에요, 중국 거?"
"아니에얼."
"오~"
"어, 이해하나요?"
"미국은 역사가 짧은 나라이기 때문에."
""하하하하!""
타일러의 똥 씹은 표정은 언제 봐도 가관이다.
그 나라 대표가 오랜만에 기어를 올린다.
'거의 씨지맥급으로 할 말이 있는 사람인데.'
비정상인회담이 진행될수록 기가 죽는다.
다행히 오늘은 텐션이 살아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너무 유명해서 말을 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보드카."
"보드카 빼놓을 수 없지!"
"오늘 일일 비정상 대표로 출연한 아나스타샤. 맞습니까?"
"러시아어로 생명의 물을 뜻하는 지즈네냐 보다에서 보드카라는 명칭이 탄생되었다고 러시아에서는 보고 있어요."
""오오~!""
그보다 중요한 것.
금일 방송에 나온 이유가 있다.
SNS 관련 화제를 꺼내며 자연스럽게 흐름을 이었다.
'잘하고 있지.'
관련 실례가 몇몇 있다.
외국에서 한류팬으로 유명해지고, 한국에 초청돼서 방송 생활을 하는 것.
그것을 노리고 콘텐츠를 터트렸다.
시청자 반응도 좋았고, 유튜브로도 2차 흥행을 거뒀다.
「(ENG SUB) 여행가봄. 러시아에서 찾은 봄이의 친구? ㄷㄷ」 ― 조회수 325만회 · 4개월 전
「오정환. 러시아 김태희와 썸타고 있는데 옆에 딸이……」
― 조회수 151만회 · 4개월 전
그 이후로도 말이다.
눈부신 외모의 러시아 처자.
본인의 노력까지 더해지며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
"사실 저희가 오정환 씨를 굉장히 어렵게……."
"제가 그 정돈가요?"
"섭외하지는 않았는데 일정을 맞추는 것이 빠듯했다고 제작진에게 들었거든요? 두 분이 아는 사이셔서."
"설마?"
"열애설! 열애설!"
얼마 전 한국에 왔다.
모델 활동을 하고 있고,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을 했다.
'한국어가 훨씬 자연스러워졌지.'
그 첫 단추.
나로부터 시작된 걸 알고 있는 제작진이 스토리텔링을 위해 같은 날에 섭외했다.
"두 분이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 모르시는 G들을 위해서."
"제가 유튜브 콘텐츠 겸해서 러시아 여행을 갔는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미 유튜브는 물론, 커뮤니티에도 파다하지만 방송을 탔다는 건 의미가 있다.
앞으로는 더 유명해질 것이다.
한국 스타일로 예쁜 서양인.
수요가 반드시 있는 캐릭터다.
"오늘은 각국 비정상 대표, 그리고 오정환 씨와 함께 에 대해 토론해보겠습니다."
"인플루언서도 예능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 비정상인가요? 를 본 안건으로 상정, 본격 토론을 시작합니다."
오늘의 방송으로 더 유명해질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유세종 사무총장이 의사봉을 내리쳐 방송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땅! 땅! 땅!
* * *
방송 스케줄.
사실 상당히 고되다.
'솔직히 남는 것도 없고.'
출연료가 짜다.
차라리 그사이에 개인 방송을 켜는 게 날 정도로 말이다.
딩동♪
하지만 그만큼 리턴도 있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도착한다.
"왔어?
"오빠!"
"그래."
"보고 싶었어요 오빠! 정말 보고 싶었어요."
꼭 안겨온다.
외모에 걸맞지 않게 아이 같은 외모다.
'실제로 어리니까.'
하이힐을 신은 키가 부담스러울 정도라 안으로 데려온다.
아나스타샤와 오랜만에 만난다.
"저 오빠 떠나고 정말……."
어쩌고저쩌고 넋두리를 들어준다.
워낙 짧고, 강렬한 만남이었던 만큼 힘들었을 만하다.
"그래도 잘했네?"
'네, 오빠가 응원해줘서."
"오빠 덕분이야?"
"오빠한테 칭찬받을 생각하면서 힘냈어요."
우정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사랑은 그 이상으로 끈끈한 인연을 구축할 수 있다.
'몸매도 굉장히 참해져서.'
아무래도 골격.
서양인은 건장하다.
관리를 조금만 못하거나, 나이를 먹으면 인상이 확 달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말대로 커리큘럼을 잘 소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수질로 인한 아쉬움도 없으니 훨씬 예뻐질 것이다.
"자가발전도 그래서?"
"하루 종일 오빠 생각하다 보니……, 몸이 뜨거워져요."
"영상 잘 봤어. 예쁘더라."
"흉하지 않아요?"
"예뻐."
지성적인 부분도 갖추고 있다.
한국어도 네이티브 수준으로 늘었고, 내년부터 교환 학생이 될 예정이다.
쪼옥!
입술을 먹는다.
자연스럽게 더듬는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다.
아직 여렸던 육체다 보니 몇 달 사이에 변화가 있었다.
"가슴 커졌어?"
"D컵으로."
"졸라 맛있어졌네."
"저 맛있어요. 빨리."
"응?"
"해주세요. 엄청 기대하고 왔단 말이에요."
양식을 먹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