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4화
비정상인회담.
〔예능 갤러리〕
─비ㅈㅈ회담 아직도 봄? [2]
─비정상인회담 망한 이유. Fact [57] +85
─그 회담은 그 사건 이후 안 보는 게 국룰 아니었냨ㅋㅋㅋㅋㅋㅋ [7] +1─러시아 눈나 헤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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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빙신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12명의 외국인 패널이 출연하며, 매회 새로운 게스트가 합석해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한다.
─비정상인회담 망한 이유. Fact
뭐긴 뭐야 그거 때문이지
초반에는 토론만 열심히 하고 순수한 모습 보기 좋았는데 요즘은 카메라 의식 쩌는 패널도 생기고
대놓고 여청자 노리는 패널도 생김 ㅋㅋ
지들도 아는 거지
이 방송이 교양으로 예쁘게 포장한 여심 방송이라는 걸 └JT빙신이 JT빙신 했을 뿐인데 문제라도?
└매운맛 패널 다 빠진 게 큼
└오랜만에 봤더니 여자들을 의한 생생정보통인 줄
└나중에 이러다가 '세계 어느 나라를 가야 미남을 제일 많이 볼 수 있을까' 투어도 할 기세임
그런 컨셉의 프로그램이었다.
과거형.
초기와는 진행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외국인 패널들의 발언을 존중했다.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어떤 것인지 한국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어느 순간부터 토론보다 토크가 주를 이뤘다.
방송사의 입맛대로 꼭두각시 같은 방송을 진행하게 된다.
─그 회담은 그 사건 이후 안 보는 게 국룰 아니었냨ㅋㅋㅋㅋㅋㅋ그 사건 생각하면
아직도 통수 얼얼한데
└아 그 사건
└그 사건은 ㅇㅈ이지
└팩트) 터키 패널한테 통수 맞고도 갓양남이라면서 빨아준다 └그 사건이 뭔데 씹덕들아!
물론 계기가 되는 사건은 있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외국인 패널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친 것이다.
방송사 입장에서 고삐를 쥘 만도 하다.
그 정도가, 방향성이 좋은 쪽이라고 보기 힘들 뿐.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지는데."
"……."
"작가들 원하는 대로 반영도 했는데 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
"그, 글쎄요."
하지만 숲속.
나무를 찾는 것이 어렵다.
JT빙신 본사, 비정상인회담팀에서는 회의가 진행 중이다.
'모 오쪼라구.'
'퇴근 시간 언제지?'
'재범오빠 보고 싶다.'
작가들로서도 억울하다.
자신들이 노력해서 방송을 만들고 있는데 감히 시청자들이 시청률을 올려주지 않는다.
─일리야는 진짜 잘릴 만했나 보다 ㄷㄷ
블레어 사진에 꼬박꼬박 좋아요 누르고 블레어 아끼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 블레어 언팔하더니 로빈한테만 댓글 달고 로빈이 블레어 사진 올리면 그것만 피해서 좋아요 누름;;
나이 묵고 개소심에 내친집도 웬만하면 러시아편 할 법도 한데 안 하는 것 보면 원만하지를 못한 듯 ㅉ└주변에 사람이 안 남아있을 스타일이야 아무것도 아닌 애가 자존심 세고 성격 거지 같은데 누가 좋아해~└진심 내가 하고 싶은 말;;; ㅠㅠ
└나 이글 참 공감ㅋㅋ
└얘 빠는 애랑 독줌들이 제일 이해 안 감ㅋㅋㅋㅋㅋ
항상 커뮤니티 여론을 체크하고 있다.
내부 평가와 패널 개편에 반영하기 위해서 말이다.
1주년 개편 때 자른 패널도 그렇게 결정했다.
시청자들이 하란 대로 해줬으니 완벽하다.
─독다는 서양녀한테 까이고 다닌 티가 남
독일 여자들 의사표현 명확해서 말 걸면 차갑다고 했음거기서 인기 없어서 만만한 동양녀 노리는 티 다 남한국녀 김치라고 열폭하며 똥남아 가서 물가 싼 곳에서 왕대접 받는 찌질이들 연상하면 딱임└한국 와서 독일남이란 것만으로도 빨리니 급근자감 들어서 여자 꼬시려고 병신짓 하는 거지 ㅋㅋ└222
└한국서라도 인기 있어 보려고 쇼를 함
└독줌마들이 오냐오냐 해주니까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꺄르르르
이렇게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작가가 있을까?
설사 문제가 생겨도 자신들의 잘못은 아니다.
"더 멋있는 패널을 넣으면 어때요?"
"맞아!"
"독다 걔 핵노잼에 커뮤니티 반응도 별로임."
"그래도 토론도 잘하고 괜찮던데……."
"PD님 시청률을 생각해야죠. 우리 시청자들이 다~ 여자잖아요."
작가들의 편향.
기형적인 시청자 구조를 만들게 된다.
비정상인회담은 초기와 달리, 현재는 30~50대의 여성이 대부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긴 한데.'
방송사 입장에서 시청자 여론을 무시하기 힘들다.
그나마 중심을 잡아줘야 할 작가들까지 커뮤니티 여론에 휘둘리고 있다.
김수진PD는 고민이 된다.
분명 변화가 필요한 것은 맞다.
전성기 시절의 인기를 되찾고 싶다.
"이번에 한 자리 빌 것 같다고?"
"네, 본부장님."
"그럼 말이야. 이번에 우리 계열사에 계약한 애들이 있는데 걔네들 중에 어때?"
"아, 그런가요……."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
방송이라는 건 당연히 혼자 만드는 게 아니고, 방송사와 스폰서들의 압박에 시달린다.
'그것 때문에 인기 패널들을 자르지만 않았어도…….'
안에서도 밖에서도 쪼아댄다.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돼있다.
비정상인회담이 방향성을 잃는 것은 당연했다.
* * *
최근의 일상.
"오빠, 저 가볼게요."
"그래."
"혹시 급한 연락 있으면 진동 넣으세요. 당근마켓 볼 테니까."
"알았어."
"아, 너무 세게 올리진 말고요."
바쁘게 보내고 있다.
민솔이 현관에서 나를 붙들고 애교를 부린다.
'안 그래도 맛있었는데.'
주연을 맡은 드라마.
1화 평이 꽤 괜찮았던 모양이다.
연기는 여전히 그럭저럭이지만.
"이렇게?"
"정말……."
"섹시해. 이러니까 재벌 2세들이 반하지."
묘한 색기.
원래부터 좋았던 비주얼과 함께 남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호평이다.
대놓고 섹시한 타입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려운 부분이지.'
너무 예쁘면 열등감을 느낀다.
연예계는 정말 알다가도 모를 곳이다.
"오빠."
"응?"
"저 갈 것 같아요."
"가. 촬영 가야 한다며."
"아뇨. 그거 말고……. 아무 말도 말고 저 좀 꼭 안아주세요."
미력한 도움이라도 된다면 보람이 있다.
샤워를 갓 마친 민솔의 몸을 안아준다.
위이잉~
귀를 기울이자 작은 진동이 들린다.
블루투스로 연결된 장난감을 켠 것이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타인의 핸드폰을 내가 조종하는 게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킬 수 있다.
"오, 오오옷……."
여배우답지 않은 신음을 내며 부들부들 떤다.
표정도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로 가관이다.
"하아, 하아, 하아……."
"잘 갔어?"
"몰라요."
"귀여웠어. 대신 다른 남자 앞에서 그런 표정 짓지 말고."
화장 때문에 격한 스킨십은 할 수가 없다.
입술을 살짝 겹치며 침을 조금 먹인다.
꿀꺽! 꿀꺽!
잘 받아먹는다.
입술을 떼자 더 달라는 듯이 눈빛으로 애걸을 한다.
"촬영 잘하고 다음 주말에 또 봐."
"네."
"어우, 귀여워."
"오빠도 다른 여자 너무 자주 만나지 말고요."
"……."
그래도 알 만한 나이.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으니 이해를 시켰다.
'한 이틀 연락 두절해서 설레였는데.'
밀당을 할 줄 모른다.
쪼르르 달려와서 설교를 늘어놓았다.
사정을 설명하고, 해주니까 화를 풀었다.
공을 들인 보람이 있다.
끼익―!
적당히 시간차를 두고 나도 나간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안.
우리 봄이는 학교에 가있는 시간이다.
후흐흐~♪
그럼에도 콧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내 방으로 들어가자.
"오래 기다렸어?"
"오빠, 오빠예요?"
"그래."
아나스타샤가 침대 위에 누워있다.
바쁜 민솔과 달리 스케줄이 널널하다.
'거의 SNS 위주로 활동을 하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며칠씩도 시간을 낸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서 놀고 있다.
방치 플레이.
大자로 묶어둔 긴 팔 다리가 굉장히 요염하다.
"몇 시간……, 지난 거예요?"
"2시간."
"아닌데."
"아닌데에~"
"그 배는 넘었어요 분명."
안대도 쓰고 있어 시간 감각을 잊게 된다.
조금 오래 혼자 두었을지도 모른다.
'한 번쯤 해보고 싶잖아.'
묶어둔 다리를 풀어준다.
다음은 손.
마지막으로 안대까지 벗긴다.
딱히 위험이라고는 없는 공간이지만 오랫동안 시각이 차단된 채 있으면 별별 생각이 다 들 수 있다.
애틋한 눈으로 쳐다본다.
쪼옥!
입술을 맞추면서 논다.
아샤의 SNS를 감상하자 흥분감이 배가 된다.
『Анастасия』
게시물 390 팔로워 225천 팔로우 205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러시아 여자애들도 꾸미는 걸 되게 좋아한다.
감성 사진을 올리는 등.
주로 한국팬들에게 어필하지만, 러시아팬들도 심심찮게 많다.
팔로워 수가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나와의 인연도 있어서 여기까지는 예상을 했지만.
"배 쏙 들어간 거 봐."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요."
"빨대 줬잖아?"
"물은 먹었다고 치지 않아요."
그 이상.
SNS스타가 아닌 방송인이 되려면 계기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외국인 인플루언서로 성공하려면.
'비정상인회담이지.'
다른 방법도 물론 있지만, 파급력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외국인이라는 입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단일민족사회인 한국에서 외국인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한국이 폐쇄적이라기보다는 나라 자체가 특수하다.
단일민족+인구가 많은 섬(사실상)+급속도의 국가 성장.
각각으로 나뉘어도 표본이 적은 특수성이 세 가지나 맞물렸다.
나 외국인 편견 없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신경을 쓴다.
외국인이 낯설 수밖에 없는 환경의 나라다.
"아! 아……."
내가 많이 도와줘야 한다.
아껴주고 싶은 아이다.
뱃가죽을 문지른다.
백인이라 그런지 표피가 얇다.
피부 아래에 있는 따듯한 내장이 느껴진다.
페이스북에 사진에는 들고 있는 텀블러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배꼽.
내 마음대로 주무르며 희열을 맛본다.
"쓰고 싶어?"
"네."
"참아."
볼에 입을 맞춘다.
살짝 늦은 감은 있지만 나이를 고려해서 적당하게 수위 조절한다.
'방송용 얼굴은.'
SNS는 바보같이 섹시하기만 반은 먹고 들어간다.
리아만 해도 엄청나게 잘 나가고 있다.
하지만 방송.
비주얼보다 중요한 건 인간의 내면이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래야 한다.
"잘될 것 같아?"
"모르겠어요……"
"그래?"
"저도 일단 오빠가 하란 대로 은연중에 티는 내고 있는데."
찬반좌의 말에 의하면 전국 노처녀들이 약이 바짝 올라서 표독스러운 광대뼈에 독기 어린 눈빛으로 쳐다본다고 하니 말이다.
'농담으로 여길 일이 아니지.'
여초 커뮤니티.
화력이 센 이유가 있다.
공감에 의한 의견 획일화를 해버린다.
그냥 공감해!
하지 않는 자는 적으로 규정해서, 커뮤니티 이용자라면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샤는 그대로만 하면 돼."
"네."
"오빠 말대로."
"오빠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요."
비정상인회담은 여초 입김이 굉장히 센 프로그램이다.
불합리하지만 현실은 현실.
'그걸 어떻게든 해야지.'
프로그램 종영까지 한 번도 여성 고정 패널을 둔 적이 없다.
따로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여초에서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악폐습.
극복하는 것이 주어진 과제다.
"그러니까."
"응?"
"하고 싶어요. 오빠 말대로 쭉 참고 기다렸는데."
"다음에도 기다리라면 기다릴 거야?"
"네, 오빠 믿으니까."
여러 가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외국인인 아샤가 한국에 적응하는 것만 해도 문제인데, 그 성별에까지 시달려야 한다.
'어쩔 수 없어.'
한국 방송업계의 현실.
아무리 부조리해도 개인이 저항할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힘을 불려왔다.
내 사람에게라면 손을 빌려주는 것이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