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97화 (697/846)

697화

천종원의 골목식당.

〔예능 갤러리〕

─천종원의 뒷목식당ㅋㅋㅋㅋㅋㅋㅋ

─봄이 섭외가 ㄹㅇ 신의 한 수인 듯 +2

─진짜 고든램지 말 하나 틀린 게 없다……

─골목식당이 재밌을 수밖에 없는 게 [8] +3

로컬푸드가 무작정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다면, 골목식당은 본격적인 솔루션에 가깝다.

그것도 지상파에서는 드문 수준으로 말이다.

─골목식당이 재밌을 수밖에 없는 게

[기분은 좋다. 솔직히 얘기할 수 있으니까. jpg]

이대 백반집 시식 때 지나가듯이 한 말인데

천종원도 여태까지의 프로그램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할 수가 없었나 봄 이번 골목식당에서는 허락을 받았고

리얼 버라이어티처럼 하니까 재밌는 거

└ㅇㄱㄹㅇ

└오정환도 갠방에서 언급함. 선 지켜야 돼서 개인 방송하듯이 할 수가 없다고 └이거 못 막습니다

└??? : 할 말이 있음

아무래도 시청자의 시선.

소시민이라고 할 수 있는 자영업자가 당하는 포지션이 되면 반감이 생긴다.

그리고 요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마이야르 반응이 어쩌고저쩌고~

그보다는 '고기를 센 불에 구워서 육즙을 살린다'라는 표현이 훨씬 직관적으로 와 닿는다.

<제육볶음에서 행주 냄새가 나는데……, 맛도 냉동 삼겹살 같은 식감에 기름때 같은 게 끼어 있어요. 이게 너무 오래 끓여서 그런 거거든유?>

그렇게 쳐내고, 쳐내면 출연자는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없다.

기존의 틀을 처음으로 무너뜨린 프로그램이었다.

천종원이 선두 지휘한다.

지난 수년간 쌓은 신뢰와 인지도가 있기에 가능하다.

냉정할 정도로 현실적인 비판을 늘어놓는다.

<봄이 씨 내려와서 이것 좀 먹어봐유~>

그것만이면 너무 매운맛이다.

한국 사람이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기는 해도, 달콤한 후식 없이는 위장이 땅긴다.

<푹 떠야지 그렇게 먹어서 맛을 알까?>

<히잉.>

<나도 먹었어 두 가지다! 큰 거 골라서 집어먹어~>

소소한 웃음 포인트가 되고 있다.

솔루션 당사자들에겐 인생이 걸린 프로그램이기에 분위기가 진중하다.

그래서 꼭 필요한 감초 역할.

귀엽고 앙증맞게 생긴 봄이는 시청자들의 긴장을 녹여주고도 남았다.

─진짜 맛없나 보넼ㅋㅋㅋㅋㅋㅋ

─백반집 아줌마는 반성 좀 해야 함

─봄이도 안 먹는 음식……

─딱 봐도 맛없게 생겼네

─냄새+기름때= 위생 문제

─제육볶음을 맛없게 할 수가 있나?

─뿌가 봄이한테 왜 그래 ㅋㅋㅋ

─진짜 표정만 봐도 알겠다

진정성 또한.

사실 이런 류의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없었던 건 아니다.

실태를 고발한다!

이 자식들이 잘못했다!

자극적인 컨셉은 초기 흥행에 큰 도움이 된다.

─봄이 캐스팅 잘한 거 같은데?

말은 못하는데

진짜 싫다는 느낌으로 눈 땡그랗게 뜨는 게 귀여음 ㅋㅋㅋ└진짜 눈으로 다 말해줌ㅋㅋㅋ└사장 꼰대일 때 갑분싸 되는데 봄이라서 잘 넘어감

└은근히 일침도 잘 놓음

└첨엔 뭔 보릿자루인가 했는데 표정 연기 ㅅㅌㅊ

하지만 의심을 받는다.

짜고 치는 연출 아니냐?

출연자들이 대본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설사 확증이 없더라도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시들시들해지는 계기는 된다.

골목식당은 그 점이 염려가 없다.

<내가 다 3대천왕 보고 그대로 따라한 건데! 맛없으면 지 탓이지 내 탓이야?>

<어머님, 진정하세요.>

<내가 3대천왕에서 지가 한 걸 그대로 따라 했구만. 저러니까 다들 촬영 안 한다고 그러지!>

지나치게 솔직한 평가.

보조 진행의 김정주가 진정시키고 있지만 광분한 사장은 말을 들을 생각을 안 한다.

<솔직히 말해봐요! 그렇게 맛없었어? 못 먹을 거였냐고…….>

애꿎은 봄이를 노려본다.

안 그래도 무서운 인상의 사장 아주머니가 눈에 힘까지 주자 시청자들도 긴장한다.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다

눈을 똑바로 마주 본다.

상대를 도발하지 않으면서도 솔직한 생각을 전달한다.

<정말 맛없어?>

<…….>

<그 정도야?>

<…….>

<아, 알았으니까 울지 말어;>

말 한 마디는커녕 고개도 끄덕이지 않았지만 마음이 통한 것이다.

천종원과 대판 싸운 백반집 사장 아주머니도 체념을 한다.

─봄이 섭외가 ㄹㅇ 신의 한 수인 듯

골목식당 특성상

오디오가 항상 꽉꽉 차있는데

봄이는 눈빛으로만 말하니까 싸움이 안 번짐

└빌런이랑 맨날 기싸움 해서……

└봄이가 중재자 역할

└너무 귀여워서 봄이 보는 맛에 보게 됨

└아 현직 여대생이라구 ㅋㅋㅋ

골목시장 이대거리편.

실제 대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봄이의 입맛은 큰 도움이 되었다.

나이대를 따졌을 때 주요 고객층이다.

봄튜브라는 유명하고, 신뢰성 높은 먹방 채널을 운영 중이다.

<제 나이를 밝히긴 싫지만 50대가 넘어가서 아저씨 입맛일 수도 있고, 이곳 상권은 여대생들이 주요 고객이잖아유?>

<그렇죠.>

<사장님이 저는 신뢰를 못 해도, 봄이 씨 입맛까지 의심하면 장사 접어야 돼유.>

<아우, 신뢰하지!>

<신뢰한다는 분이 자꾸 레시피를 고집하고 있으니까…….>

고집불통의 사장님들도 납득할 수밖에 없다.

순수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표정이 설득력을 더했다.

─천종원이 원테이블에서 맛있다고 한 유일한 음식

[간식으로 준비한 만두. jpg]

사온 만두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역대급 빌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오갱뉘임~ 고호오갱뉘이임~ 주문하쉰 불고기 빠스따가 나왔습니다아아아아아~└??? : 한두 달 하면 차 사나?

└인스타그램, 외모지상주의, 과시욕이 만들어낸 요식업계의 괴물……

물론 통하지 않은 곳도 있다.

그 또한 프로그램의 재미 요소로 자리 잡는다.

봄이의 첫 출연작은 큰 화제를 낳으며 흥행한다.

* * *

우리 봄이.

"시청자 반응이."

"어떤……, 가요?'

"허허, 말해 뭣하나. 좋으니까 캐스팅을 한 거지."

절찬리에 활약 중이다.

한 마리의 나비로 우화하게 된 것이다.

'잘할 거라 생각은 했는데.'

인생은 실전.

촬영 중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잔뜩 풀이 죽어서 시무룩해져도 이상하지 않다.

"우리끼리니 하는 얘기지만 스태프 몇몇은 반대했던 모양이야."

"그런가요?"

"눈이 없는 거지. 그런 안목으로 방송을 하고 있으니 에잉!"

어렵지 않게 상상이 간다.

때문에 샤바샤바를 하고 있다.

일전에 친해진 윤청호 전무와 사적인 만남을 가진다.

'봄이가 조금만 똑똑했어도 내가 영업을 하진 않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우리 봄이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때까지 두고 봐줬으면 좋겠다.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말이다.

유튜버로서의 영향력만 쪽 빨아 먹으려 할 수도 있다.

"전무님 이거."

"뭔가?"

"전에 생신연에서 텅 비어버린 병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같은 것은 아니고 놉 크릭인데."

"놉 크릭!"

"같은 회사의 다른 제품입니다. 이건 14년 된 스토어픽."

뒷배가 있으면 다 해결된다.

CBS처럼 큰 기업은 일반 직장처럼 임원의 입김이 어마무시하다.

'X발.'

내 소중한 컬렉션을 헌납할 가치는 있다.

지난번의 블랑톤보다는 훨씬 싸서 그렇게 출혈까지는 아니다.

"봄이가 아직은 방송에 익숙지 않아서 대사는 잘 못하더라고요."

"그런 건 문제될 게 없지. 자고로 여자 예능인은."

"비주얼?"

"표현력이지."

물론 썩디썩은 인간이 아니다.

그런 인간이었다면 영향력도 없었고, 술 두 병으로 해결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 봄이가 표현력 하나는.'

표정 하나로 3인분 같은 2인분을 받아내는 데 도가 텄다.

동네 떡볶이집에서 어렸을 때부터 단련해왔다.

방송 경력도 길다.

중학생 때부터 영재 교육을 시켰고,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것 하나는 자신이 있다.

내가 아무리 여러 가지 밀어줬다고 해도 재능 없이 뜰 수 있는 업계는 아니다.

하물며 유튜브는 더 얄짤이 없다.

"아직 더 지켜봐야 하긴 하겠지만 크게 될 싹이 보이는 아이야."

"그렇게 봐주신다면 영광입니다."

방송에서도 말이다.

기회는 어디까지나 기회.

그걸 살려낸 건 고스란히 봄이의 실력이다.

"들게."

"감사히 먹겠습니다."

"젊은 사람한테 귀한 술을 두 병이나 받으면 체면이 안 서. 오늘은 일찍 갈 생각 말게."

주목만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크고도 남는다.

나의 예상과 전무님의 안목이 일치하고 있다.

'가능하면.'

방송 생활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성숙했으면 좋겠다.

마냥 귀엽기만 하면 되는 개인 방송과 달리, TV 방송은 대화의 센스도 요구된다.

꼴꼴꼴

모듬회.

곁들이는 술은 보모어 18년이다.

위스키는 기본적으로 반주를 하는 술은 아니지만, 잘 맞는 조합도 찾아보면 몇 개는 있다.

"마시는 법은 알지?"

"말해서야 뭣하겠습니까."

"그렇겠지."

"전무님 잔은 제가 채우겠습니다."

"허허, 이것도 잔은 잔이지."

회와 함께 벚굴도 나와있다.

속살을 싹 접시에 덜어내고, 남은 굴 껍데기에 위스키를 따른다.

'국룰이지.'

보모어의 산지는 아일라.

작은 섬인 아일라의 특성상 해산물과 잘 맞고, 굴과는 특히 더 조화를 이룬다.

꿀꺽!

입안에 굴을 넣는다.

그리고 위스키를 한 모금 머금는다.

변하는 맛을 즐기며 적절한 때 삼킨다.

'해외에서는 굴이 굉장히 비싸서.'

사치 중의 사치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굴은 가격이 합리적이고, 벚굴도 제철이라 맛있으면서 싸다.

"극락이구만."

"그렇네요."

"이건 그대로 잔으로 써도 되겠네."

"마침 움푹하기도 하고요."

얼핏 기괴해 보일 수 있는 음주 방법이다.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술친구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전무님의 취향을 만족시키며 친분을 쌓는다.

"스태프들에게 듣기로 말문이 좀 트였다고 하네."

"그런가요?"

"그렇게 잘 적응하면 이번에 내가 기획하는 프로그램에도……."

실질적인 일 이야기로도 연결된다.

나이 드신 분들이 적폐짓을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내가 하면 적폐가 아니지.'

문화 교류의 장.

아무튼 여러 가지 표현이 있을 것이다.

봄이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부적절한 인사도 아니다.

"아, 캐스팅이 이미 있었나?"

"아쉽네요."

"어디였지? MJ였나……? 딱히 상관은 없겠지. 더 적절한 인재를 배치하겠다는데."

다소 손해 보는 사람도 생기겠지만, 그건 당 소속사의 영업력이 부족한 탓이다.

적어도 내가 신경 쓸 건 아니다.

꼴꼴꼴

술이 잘 넘어간다.

보모어는 단품으로 즐겨도 충분히 맛있는 술이다.

해산물과 마리아주를 이루면 정말 꿀떡꿀떡 넘어간다.

'사람이 술에 취하면 판단력이 다소 흐려질 수 있지.'

하지만 남자가 한 번 뱉었던 말을 번복할 리 없다.

친분까지 고려하면 주워 담기가 더 난감해진다.

우리 봄이도 열심히 하고 있다.

천종원 선생님도 신경을 써주고 계시니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네?"

"사실 연예계 진애주가 모임이 있거든."

"진자를 붙인 거 보니 진짜겠군요?"

"크킄, 그런 셈이지."

앞으로는 더더욱.

그렇게 귀엽고, 앙증맞고, 깨물어주고 싶을 지경이니 국민 여동생이 될 수도 있다.

방송사가 얼마나 밀어주냐에 따라 말이다.

이쪽 업계는 실력은 기본이고, 인맥이 받쳐줘야만 한다.

"자네한테 관심이 크더라고. 사실 그때 회장에도 있었지."

"아~"

"이번에 친구 한 명이 생일인데 초대장."

"감사합니다. 꼭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이것도."

"네?"

초대장이 수북이 쌓인다.

그 의도.

받은 시점에서 눈치채고 싶지 않았다.

"기대하고 있다고 전해 달라더군. 너무 부담 갖진 말고. 허허허!"

"……."

눈물의 똥꼬쇼가 풀타임으로 예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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