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2화
<싹 트는 어둠>
푸드코트인 만큼 여러 음식점이 있다.
후루룩~!
다 먹어 치우고 있다.
알탕에 이어 꽃게 로제 스파게티도 봄이의 뱃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장하다 서문봄. 청년구단을 네 손으로 멸망시켜 버리렴.'
봄이도 요즘은 체면을 신경 쓴다.
자신을 보는 주위의 눈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잘 먹는 봄이가 가장 귀여워요^^
"삼촌팬 님 천사 개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쌓인 게 많네
?봄이의 폭력성 테스트 ㄷㄷ
?오늘은 마음껏 먹자!
?이렇게 잘 먹는 애를……
하지만 한풀이.
방송에서 워낙 못 먹고 다니다 보니, 시청자들 이상으로 더 먹고 싶었다.
'오늘 하루 정도는 마음껏 즐겨도 되겠지.'
먹은 만큼 쳇바퀴만 구르면 된다.
스파게티 다음은 연빱이라는 애칭의 연어 덮밥이다.
'천종원 선생님의 꾸지람을 듣고 눈물을 흘렸던 집이지.'
청년구단에서 유일하게 문제가 없었던 덮밥집.
위생은 물론 맛까지 흠잡을 부분이 없었다.
하지만 상권 이해도가 부족했다.
주요 고객인 40~60대 어르신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다.
"스지, 가츠, 나베 같은 단어를 모르시니까. 근데 맛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죠? 그치 봄이야?"
"우걱우걱!"
?애 밥 먹는다
?아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고ㅋㅋㅋ
?멀쩡한 거라 못 먹었음……
?봄이 포식해^^
청년구단이라 불리는 이 푸드코트에서 가장 잘 나가고 있다고 한다.
위생 문제도 없었던 만큼 봄이의 숟가락도 멈추지 않는다.
'나도 이건 먹어야지.'
밥은 조금 짜다.
연어를 올려 먹으며, 샐러드처럼 나온 양파로 입가심을 하자 딱 알맞는다.
다시마로 숙성한 연어라 비리지 않고 맛있다.
8500원이라는 가격까지 생각하면 훌륭하다.
―막걸리좌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다음은 대망의 ㅋㅋㅋㅋㅋㅋㅋ
"100개 감사합니다. 제가 다른 집은 몰라도 이 집에는 선생님이라 불릴 만하죠."
"헐."
물론 시청자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을 집.
이곳 청년구단의 하이라이트는 다름이 아니다.
"기가 막힌 수육 스테이크 하나 주시고요."
"그, 그런 거 이제 안 팝니다 선생님;;"
?목이 막힌 거 아님? ㅋㅋ
?봄이가 껌처럼 씹었던……
?사장님 당황하시네
?방송이 진짜구나
최대 빌런이었던 막걸리집 사장.
안주는 천종원 선생님한테, 막걸리는 나한테 전수받았다.
'여기도 인기가 좋다고 하더라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설사 인기 막걸리 양조인이 와서 비법을 전수해줬다고 해도 말이다.
"요즘 가게가 어때요?"
"저는 장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아~ 막걸리를 새로 만들었지?"
"네, 그래도 어제 오늘은 손님도 많고 반응도 괜찮았습니다."
당연하다.
발효주는 살아있는 것.
같은 레시피를 써도 환경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러니까 수돗물로 변수를 줄이려고 했겠지.'
방송에서는 짤막하게 말했지만 나도 안다.
누룩을 사용하기 위해 수돗물을 썼다는 사실.
지하수에는 균이 있다.
누룩과 작용하면 어떻게 튀어 나갈지 예측이 안 된다.
그래서 살균이 된 수돗물을 쓴 것이다.
꿀꺽!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위인지도 잘 안다.
술은 자고로 천天, 지地, 인人이 합쳐져서 만들어진다.
천(그 해의 재료맛).
지(지하수+기타 환경).
인(양조인이 가진 실력과 노력).
누룩만 신경 쓴다는 건 인人만으로 만들겠다는 소리다.
당연히 좋은 술이 만들어질 리 없다.
"이거는 제가 만든 두 번째 막걸리와 비슷한 쪽인데, 단맛이 적어서 저는 이게 더 취향에 맞습니다."
?그 고구마랑 밤?
?막걸리는 달아서 싫던데 저건 시도해볼 만할 듯
?오
?정환이 레시피네ㅋㅋㅋㅋㅋㅋㅋㅋ
설사 누룩 마스터가 와도 애당초 불가능한 미션이다.
초보 양조인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꼴에 학문 좀 배웠다고, 기존 양조인들을 완전히 물로 본 거지.'
막걸리 업계가 만만해 보인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와인이나 맥주에 비하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날로 먹을 수 있겠지?
실전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손님들이 가르쳐줬다.
"캬아~!"
"봄이도 맛있어?"
"복숭아맛이라 너무 맛있어요! 주스 마시는 것 같아요!"
ㅋㅋ
막걸리 계의 도움반 클현우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봄이처럼 달콤하고 향긋하면 마냥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중의 입맛이 무조건 정답이라는 건 아니야.'
이러한 과도기.
모든 나라가 한 번씩은 겪는다.
미국도 한때 '라이트 위스키'라는 것이 유행했고, 일본도 '하이볼'에서 현대 주류 문화가 시작했다.
역사적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도 마시기 쉬운 주류부터 유행을 탈 것이다.
차후 대유행을 하게 되는 '곰표 맥주'도 그러한 맥락에서 해석이 된다.
"이거는 아직 가게에 안 내놓은 메뉴인데 괜찮으시면……."
"시음 가능해요?"
"네! 부탁드립니다.“
?특별 서비스 뭔데?
?이 집 장사 좀 치네
?스승님이라……
?맛 검사 받는 거 아님? ㅋㅋ
하지만 만류귀종이다.
개발이 덜 되었을 뿐이지 한국의 주류도 굉장히 경쟁력이 있다.
'특히 막걸리는.'
와인의 깊음과 맥주의 가벼움 두 가지를 전부 갖췄다.
맛도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을 받았다.
"이건 쌀부터가 좀 다른 것 같은데요?"
"네! 선생님의 조언대로 찹쌀과의 비율도 연구를 해봤고, 정미보합은 70%로 일단 써보고 있습니다."
"오~"
한때 유행을 탄 적이 있다.
일본에서도 열풍이 불었고, 미국에서도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
'근데 이게 근본적인 한계가.'
술이 살아있다.
맥주로 따지면 생맥주인 것이다.
아니, 다른 주류보다 훨씬 민감하다.
상하는 건 둘째 치고 맛이 변한다.
그 단점 때문에 세계화에 실패한 비운의 한국 전통주다.
―막걸리애주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쌀을 뭐 어떻게 한 거임?
"찹쌀을 넣으면 맛이 깊어지고 고급스러운 단맛이 나요. 정미보합은 쌀을 깎은 건데 맛도 맛이지만 숙취가 덜해지는 효과가 있어서 좋죠."
?헐
?막걸리도 뭔가 많네 ㄷㄷ
?저건 안 팜?
?막걸리 숙취가 그래서
반대로 말하면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산물이다.
저평가 당하는 감이 있지만, 가격 대비 정말 훌륭한 술이다.
이런 소규모 브루어리.
바로바로 팔기 때문에 유통기한 관리가 필요 없다.
소량 생산의 단점을 충분히 커버한다.
'진짜 고퀄리티로 만들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지만.'
찹쌀과 정미보합.
국내 막걸리 생산 업체들이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찹쌀은 일반 쌀보다 가격이 비싸다.
정미보합은 글자 그대로 쌀을 깎은 것이다.
깎는데도 돈이 드는데 양까지 줄어서 생산량이 줄어든다.
두 가지를 다하면 원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이거 진짜 맛있다. 만약 팔면 가격이 얼마나 돼요?"
"아직은 실험 단계라……."
"그래서?"
"최소 만 오천 원은 받아야 될 것 같아요."
사실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다.
와인 한 병이 1~2만 원이라고 하면 싸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막걸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단계라는 거지.'
대중화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싸고 맛있는 술로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비싼 가격을 지불할 매니아층을 확보한다.
해외의 신생 브루어리들은 대개 그렇게 시작한다.
허리띠 꽉 졸라 매고 팔리는 상품 만들면서 자신들만의 술을 개발한다.
한국 전통주들은 어디서 힙스터들만 모아 놨는지.
되도 않는 맛에 되도 않는 가격을 붙여두고 왜 안 팔리냐고 징징댄다.
"이거 얼마나 있어요?"
"일반 병에 담으면 한 스무 병 정도……."
"구독자 이벤트로 뿌리고 싶은데 저한테 전부 파실 수 있으세요?"
"선생님이면 그냥 드려야죠!"
"아뇨, 금전 관계는 확실히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와
?돈 걸린 건 ㄹㅇ
?갓정환! 갓정환! 갓정환! 갓정환! 갓정환! 갓정환! 갓정환!
?환튜브임 봄튜브임?
한때 그랬던 사장님.
이제는 제대로 된 양조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천종원 선생님과 협업도 예정 중이라고 들었다.
'여하튼.'
애주가로서는 맛있는 술이 늘어나면 그걸로 족하다.
* * *
지상파 출연의 여파.
〔개인 방송 갤러리〕
―오정환 유튜브 언제 이렇게 큼? [3]
―갠방갤 공식 투표) 파프리카 최고 아웃풋 [272] +380―본인이 환견이면 개추 ㅋ―쿤견들 과거로 10번 칠 기세넼ㅋㅋㅋㅋㅋㅋㅋㅋ [59]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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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날 수밖에 없다.
인기BJ는 많고, 방송에 출연한 사람도 있지만 지금까지 나온 케이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갠방갤 공식 투표) 파프리카 최고 아웃풋
1. 골목식당 공식 짬처리통 봄이면 개추
2. 로컬푸드를 필두로 여러 방송 섭렵 중인 오정환면 비추 ㅋㅋ
└작성자 환견임 내가 봄
└짬처리통은 ㅇㅈ이짘ㅋㅋㅋㅋㅋㅋㅋ
└얘네는 이제 BJ가 맞는 거냐?
└진짜 저렇게 성공할 줄 몰랐네
연예인과 동급의 취급을 받고 있다.
인정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타 팬덤의 견제로 어떻게 될 수준이 아니다.
글자 그대로 격이 다른 사람이 되고 말았다.
―오정환 유튜브 언제 이렇게 큼?
[오정환 유튜브 캡처. jpg]
구독자 90만에서 지지부진하더니
곧 150만 돌파할 기세네
└골목식당 출연한 게 큰 듯
└막걸리좌 신상품 구독자 이벤트 한다니까 10만 올라감ㅋㅋㅋㅋㅋㅋ└걔는 봄튜브 키워서 지 유튜브 키울 시간이 없었던 거지 └봄튜브도 오정환이 만든 거 아님?
유튜브도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신경을 안 쓰던 BJ들도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시작 중이다.
오정환은 저 멀리서 앞서나간다.
차이가 너무 크다 보니 경쟁 상대로조차 생각이 되지 않는 지경이다.
―쿤견들 과거로 10번 칠 기세넼ㅋㅋㅋㅋㅋㅋㅋㅋ
[김군 네바퀴 출연 캡처. jpg]
네바퀴 하나 출연한 걸로 몇 년을 우려 먹냐?
└우리 주인님은 연예인 출신이란 말이에염!!
└오정환은 그냥 연예인이던데
└역시 빈 깡통이 요란스럽지 ㅋ
└아 환견들 개깝치네 ㅡㅡ
인기.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는 가장 흔한 화제다.
표면에서는 물론,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도 일상적이다.
오정환에 한해서는 없다시피 되었다.
타 BJ들의 팬덤도 섣불리 건들기에는 큰 존재라는 걸 인지한다.
'…….'
그러한 오정환의 성장.
원래라면 반가워야 한다.
하지만 솔직하게 기뻐할 수가 없다.
"요즘 오정환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던데요?"
"그래."
"영업 한 번 돌리면……."
"할 수 있으면 직즉에 했지!'
심익태는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캠은 직업 수명이 매우 짧은 편이다.
때문에 즉각즉각 순환이 필요하다.
신인들을 띄우고, 새로운 호구를 물색한다.
'…….'
그 역할을 해주는 게 보라BJ들.
오정환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철꾸라지가 사라져버린 상황이다.
김군도 예전에 비하면 퇴물이 다 되었다.
"안 하겠다고 한다고요?"
"그래."
"어째서요? 왜?"
"걔도 TV 타니까 이미지 관리하나 보지. 후우……."
오정환까지 말을 듣지 않는다.
억지로 시키려고 해도 따박따박 들려오는 대답이 정론이다.
가끔씩 언급을 하는 정도.
아예 관계를 끊는 것보다는 나으니 그 정도 선에서 만족하고 있다.
'진짜 철꾸라지라도 남아있었으면.'
어떻게든 사업이 되었겠지만, 최근의 상황은 너무 박하다.
인터넷 방송은 시작은 성장하고 있는데 자신의 사업은 축소되고 있다.
"형님, 그러고 보니 형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친구들이 있는데."
"엉?"
"지금 꽤 뜨고 있는 남캠입니다. 형님도 이야기해보시면 마음에 드실 거예요!"
"흐음……."
분명 뜰 만한 BJ를 물색해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사업적으로 다 쓸 수가 없다.
'남캠이라고?'
심익태로선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