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03화 (703/846)

703화

최근의 일상.

꼴꼴꼴

별반 다를 것은 없다.

방송이 아닌 글자 그대로 평소의 모습은 말이다.

"어휴, 술냄새!"

"술을 마시니까 냄새가 나지."

술이나 마신다.

혼자 있을 때는 더 그렇게 된다.

'깨물을 머리가 없으면 입이 심심하잖아.

봄이가 자주 싸돌아 다닌다.

촬영이다 여행이다 해서 바쁘다.

사람이 외로워지면 알코올이 땡기기 마련이다.

"봄이가 있어도 마시잖아요?"

"원래 핑계가 필요한 법이야."

"에휴……."

그러한 광경.

옆에서 보면 다소 한심해 보일 수도 있다.

'대체 왜 술을 마시는 게 한심하다는 사회적 편견이 생긴 건진 모르겠는데.'

음주자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오해다.

딱히 그러한 이유는 아니었다.

"얼굴이 그늘져 보여서."

"각졌다고?"

"에혀……."

뭐가 그리 답답한지 혀를 찬다.

놀러 온 리아의 얼굴이 못마땅해 보인다.

'뭐, 하고 싶은가 보지.'

옆자리에 적당히 앉힌다.

마침 술잔이 필요하던 참에 잘 되었다.

"저 이번엔 안 취할 거예요."

"그래? 오늘은 오래 마셔야겠네."

"치……."

그냥 만지고만 있어도 심심할 일 없고 말이다.

독한 술에는 부드러운 안주가 필요하다.

'가운데가 좀 걸리긴 하는데.'

움찔거린다.

가지고 놀기 딱 알맞게 커서 만지는 느낌이 좋다.

"진짜 누구 때문에 커진 건데……."

"왜 보여줄 일이라도 있어?"

"몰라요."

공을 들여 개발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몸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알려주었다.

'아니, 원래부터 장난감 매니아이긴 했지.'

소질이 있었던 것으로 친다.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가 내 거라는 사실.

쭈웁!

확인을 할 때 희열을 느낀다.

입을 맞추며 침으로 위스키를 희석시켜 마신다.

'이렇게 흥분시키다가.'

조금씩 술을 먹여서 재운다.

몸이 잔뜩 달아오른 상태에서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혼자 자가발전을 열심히 돌린다.

"진짜 장난만 치고."

"들켰어?"

"오늘은 술잔으로만 쓰지 말고 같이 놀아줘요~"

내 취향으로 만든 몸.

향수도 침맛도 매력적이다.

술 없이 순수하게 키스를 나눈다.

입을 뗄 때마다 실로 변할 만큼 끈적한 침이 늘어진다.

떨어질까 다시 삼키며 한 모금 모아 삼키게 만든다.

끄익!

공기를 섞자 트림이 나온다.

생리 현상은 제아무리 예쁜 여자도 참을 수 없다.

당황한 리아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신다.

"술 때문 아니에요?"

"뭐가."

"알중처럼 맨날 마시기만 하니까 아저씨 같은 장난만 늘잖아요."

"……."

술잔이 말을 한다.

한 샷 분량 입에 머금게 하고 억지로 삼키게 만든다.

딸꾹!

인상을 가득 쓰며 나를 째려본다.

주니까 마시지.

리아는 위스키를 썩 좋아하진 않는다.

'원래 그래.'

양주에 대한 관심.

그리고 호기심.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영화 같은 데서 워낙 자주 나온다.

아버지 술장에서 한 병 쌔리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다.

하지만 실제로 먹으면 예상과 다르다.

독하기도 하고, 맛도 묘해서 뭐가 맛있는지 모르겠다.

"마시는 건 그렇다 치는데……, 저거."

"뭐?"

"저렇게 줄 세워 놓고 마시는 건 진짜 알중 같아서 가끔 섬뜩해요."

"……"

쉽게 오해받을 수 있는 취미이기도 하다.

술 선물을 좋아하는 윤정호 전무 아저씨처럼 말이다.

'딱히 사치품이 아니야.'

진짜 비싼 걸 마시면서 희열을 느끼는 변태도 있지만, 위스키 취미의 본질은 그런 것이 아니다.

약간 오그라들게 표현하자면 위로.

즐기는 방법이라는 게 있다.

리아가 가리킨 방향에는 나무로 된 오픈형 술장이 놓여져 있다.

열댓 병의 술이 자신을 마셔줄 순간만을 기다린다.

달캉!

한 병 가지고 온다.

이 술장에 있는 것은 전부 마개를 딴 것으로, 평균 10만 원 내외의 저렴한 것들뿐이다.

"너 지금 기분이 어때?"

"그냥 그런데요."

"아니, 좀 딱 잘라 말해봐. 니 가슴처럼."

"제 가슴이 뭔 상관이에요!"

자기 주장이 확실한 편을 좋아한다.

살짝 짜증이 난 걸로 미루어 봐 잘 가져왔다.

『OBAN 14』

미국산 참나무로 만든 통에서 숙성을 했다.

달달한 맛이 꿀꿀한 기분을 달래준다.

"그래서요?"

"맛있잖아."

"뭐, 먹을 만하긴 한데 제 기분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깊은 상관이 있지."

그런 식이다.

열댓 병의 술.

기분에 따라서 골라 마신다.

그날따라 더 맛있는 술이라는 게 존재한다.

'위스키는 영혼이 담겨있는 술이라.'

위스키 원액을 스피릿 (Spirit)이라고 부른다.

그 명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마시다 보면 깨닫는다.

만화 바텐더에 나오는 신의 글라스처럼 말이다.

영혼의 구원하는 마지막 한 잔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위로 정도는 해준다.

"오빠 병원에 한번 가보시는 게……."

"아픈 거 아니거든?"

"그러지 말고요. 요즘은 꼭 아프다고 가는 것만은 아니니까."

"……."

만화적 과장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

기껏해야 아저씨들이 만든 술 마시는 이유.

'나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지.'

우리 봄이처럼 꾸역꾸역 먹으면 행복하다.

그런 기분 전환이면 모를까.

술은 그냥 취해서 기분 좋아진 게 아니냐?

그래서 위스키를 마시는 것이다.

취하지 않아야만 온전히 맛을 느낄 수 있다.

특유의 복합적인 맛은 컨디션에 따라 달리 느껴진다.

"그걸 보고 세간에서는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하던데."

"아니라고."

"아! 터져요!"

"터지든가 말든가."

단순한 기분 탓에 불과하다.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사람은 가끔 의지하고 싶은 법이다.

'점 같은 것도 그래서 보겠지.'

방송이라는 직업.

멘탈적으로 굉장히 힘들다.

뚜렷한 취미 하나 없이는 못해 먹는다.

"그래도."

"또 뭐!"

"싼 거 말고 좀 더 비싼 거 따도 되지 않나요? 제가 전에 준 거라거나……."

리아도 말이다.

나에 대한 의존도.

처음보다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있다.

'이런 면이 여전히 귀엽지.'

술장에서 살핀 모양이다.

자신이 선물해준 것을 마시고 있나 신경이 쓰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 마시고 있다.

마실 생각도 없다.

"아니, 왜요?"

"선물이잖아."

"마시라고 준 건데."

"그건 받은 사람이 결정하는 거고."

"아, 진짜!"

그보다 맛있는 술도 많다.

그냥 단순히 안 마실 뿐이다.

선물용으로도 가끔 쓰지만 기본적으로 그냥.

'그냥.'

굳이 비유를 한다면 피규어 같은 것이다.

보고 있으면 왠지 행복하고 기분이 좋은 것.

우리 봄이 대가리가 널려 있다고 보면 편하다.

"난 비싼 술은 잘 안 마셔."

"그럼 왜 모으는 거예요?"

"보고 있으면 즐겁잖아."

"변태예요?"

"피규어 모으는 사람이 변태야?"

"네."

"……."

전국 오타쿠들이 안티가 될 만한 발언이다.

비싼 술도 어떻게 보면 어른의 피규어다.

'이건 딱 리아 피규어.'

리아가 준 술을 닦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자주 닦다 보니 애착이 간다.

"진짜 왜 안 마시는 거예요?"

"너는 뭐 명품 보이는 대로 사냐?"

"나는 쓰니까! 오빠도 뭐……, 못 마실 건 없잖아요."

너무 잘하고 있어서 오히려 신경 쓰지 않고 있지만, 리아도 본업인 방송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다.

SNS도 대호평이다.

페이스북은 물론, 인스타그램에서도 팔로워 수가 엄청나다.

둘이 합쳐서 200만에 가깝다고 하니 말 다했다.

"오히려 이제 그쪽이 본업인가?"

"말 돌리지 말고."

"그냥 내 개인 생각이야."

"?"

수십만 원짜리 술이라고 해도 일주일에 1~2병이다.

지금의 나에게 엄청나게 부담 가는 액수는 아니다.

'근데 그걸 마시면 사람이 너무 행복해지잖아.'

행복의 역치가 높아진다.

기분 전환을 해야 할 때 그보다 비싼 술을 따야만 한다.

"한 번 올라간 역치는 쉽게 내려가지 않아. 사람은 너무 행복하면 안 돼."

"개똥철학."

"……."

적당히 행복하며, 이 행복이 언제 달아날까 노심초사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어야 한다.

BJ라는 직업은 그래야 한다.

'잘못된 행복을 좇다가 인생이 망가진 애들을 많이 봤지.'

적어도 물질적인 것에서 찾으면 안 된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 위의 그 위가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편이 낫다.

* * *

예쁘면 인생 살기 편하다.

"이, 이거 선물이라능……."

"어머, 고마워요 탁후 씨!"

한 유흥주점.

남녀가 술을 마시고 있다.

손님으로 보이는 남자가 작은 곽에 든 선물을 건네준다.

'다이아몬드잖아! 진짜겠지?'

얼핏 봐도 비싸 보이는 목걸이다.

딱 1초.

받아도 될 만한 수준의 귀중품이라는 사실을 파악한다.

"탁후 씨, 너무 고마워서 제가 어쩌죠?"

"헤, 헤헤 괜찮다능……."

"어? 술이 떨어졌네. 여기 샴페인 하나 추가해주세요!"

곽 뒤쪽을 살펴보니 백화점에서 구입한 물건이다.

반품을 하면 최소 수십만 원이 두둑하게 들어올 것이다.

'좀 더 뜯어낸 후에.'

일단은 성의가 있다.

손님인 동안에는 신경을 써준다.

여자는 퍼블릭에서 아가씨로 일을 하고 있다.

"오늘 일급!"

"와 감사합니다~"

"오늘처럼만 해. 상대 호구인 거 알아도 너무 티내지 말고."

"당연히 알죠~ 저도 2년차인 걸요?"

그날의 호구 몇 명 잡으면 목돈을 벌 수 있다.

일반적인 직업으로는 만질 수 없는 금액이다.

'지들이 갖다 바치는 건데.'

양심에 찔릴 것도 없다.

그런 호구들이랑 내가 놀아줬는데?

여자는 외모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예쁘게 태어난 덕에 여러모로 이득 보고 산다.

앞으로 5년 정도 더 돈을 모아서 네일샵을 차릴 생각이다.

―세미누나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오늘도 남훈이 잘생겼네^^

<세미 누나 천사 개 고마워?>

?열혈 입갤!

?오늘도 치열하네

?세미좌 남훈이 개좋아함ㅋㅋㅋㅋㅋㅋ

?무슨 일 하길래 저렇게 맨날 쏘지?

그러니까 지금은 조금 써도 된다.

BJ의 반응을 보며 여자는 우쭐한 미소를 짓는다.

'나랑 살면 내가 먹여 살려줄 수도 있는데.'

BJ남훈.

파프리카 방송을 보다 우연히 알게 되었다.

굉장히 잘 생겼고, 패션도 세련되고, 무엇보다 여자 마음을 잘 안다.

―나연짱님, 별풍선 2514개 감사합니다!

오빠 하이염~♡

<아, 나연아……. 나도 너 하나뿐이라고 생각했어. 진짜야. 방금 전에 딱 네 생각하고 있었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닭살이얌ㅋㅋ

?남훈이는 장난을 잘 쳐서 좋아♡

?이 집 리액션 맛집임!

그런 남자.

좋아하는 사람이 한둘일 리 없다.

파프리카TV에는 열혈이란 제도가 있고,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시청자도 있다.

'남훈이는 돈으로 판단하는 애는 아니니까…….'

그렇게 믿고 있지만 채팅창 반응이 신경 쓰인다.

여자의 눈으로 보면 불여시가 섞여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타닥, 탁!

빠르게 행동에 나선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훈은 저런 가벼운 여자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당장 별풍선을 쐈으니 웃어주는 것일 뿐이다.

자신이 쏠 때만 진심으로 미소 짓는다.

―세미누나님, 별풍선 10002개 감사합니다!

남훈이 기타 치는 거 듣고 싶은데~

<세미 누나!! 내 기타……, 못 잊었구나? 안 되겠다. 나한테 완전히 빠져들게 해야겠다.>

?와 만 개 ㅁㅊㄷㅁㅊㅇ

?갑자기?

?진짜 큰손이다……

?요즘 세미좌가 제일 많이 쏨ㅋㅋㅋㅋㅋㅋㅋ

자신도 그런 이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말이다.

별풍선을 받은 남훈은 영업용 미소를 띄운다.

'멍청한 년들.'

예쁜 여자 위에 있는 것은 잘생긴 남자.

최상위 포식자는 언제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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