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6화
LCK 2016 서머 시즌.
―적이 첫 번째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정규 시즌 1라운드가 진행 중이다.
방금 전, 블루팀의 바텀 포탑이 파괴되었다.
<왜 이렇게 빨리 밀리나요, SKY T1?!>
<이거 7분대! 7분 되기 전인데요! 아니, 7분이 안 됩니다!!>
본래라면 큰 손실이 아니다.
적팀 전체에게 약간의 골드를 줄 뿐이다.
특히 바텀 1차는 운영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전략적 차원에서 교환하기도 하지만.
―포블을 벌써?
―아니 바텀ㅋㅋㅋㅋㅋㅋㅋ
―뱅울팍 오늘 폼 실화냐? 7분까지 포블 지켰네……
―슼바텀이 그럼 그렇지
얼마 전 패치가 되었다.
이른바 포탑 퍼블.
포탑도 챔피언 킬처럼 선취점을 부여한 것이다.
? 포탑 선취점
포탑도 퍼블이 되나요?: 가장 먼저 포탑을 파괴한 팀은 400 골드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파괴 기여 획득 골드: 포탑 주변 챔피언들에게 275 골드가 분배됩니다.
팀 전체 획득 골드: 챔피언당 25 골드
『삭제』 무방비: 이제 바텀 포탑에는 '요새화' 피해량 감소 효과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게임사에서도 큰마음 먹고 내린 결단이다.
지금까지의 대회 경기는 너무 운영 위주였다.
"아, 진짜 이런 구도는 라인 스왑해야 되는데."
"뭐 어쩌겠어. 그래도 6분대면 잘 버텼지."
라인 스왑.
프로씬에서만 등장하는 전략이다.
탑과 바텀이 라인을 바꿔서 플레이한다.
일반 유저들은 대체 왜 저 지랄하는지 모르겠다.
대회 경기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상체에서 알아서 좀 해줘~ 조금만 더 가면 우리가 좋으니까."
"……."
때문에 포탑 패치는 각광을 받고 있다.
솔로랭크와 똑같은 구도로 게임이 흘러가니 훨씬 더 보는 재미가 생긴다.
'그래도 7분이면 오래 버텨준 건가…….'
하지만 선수들로서는 여간 고생이 아니다.
SKY T1의 미드라이너 테이커는 바텀 듀오의 콜을 들으며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라인전이 약한 바텀.
포탑 퍼블이 생긴 탓에 손해가 더 커졌다.
상대한테 항상 큰 골드를 넘겨주고 시작한다.
―아군이 처형당했습니다!
그런데 정글러까지 말썽이다.
뱅기의 후임으로 들어온 잼구는 게임을 재밌게 하려는 성향이 있다.
'물론 즐기는 자가 1류인 것은 맞는데.'
좀 적당히 즐겨줬으면 좋겠다.
가끔씩 보면 경기를 하는 건지, 예능을 하는 건지 모를 지경이다.
좌아악―!
다행히 캐리가 되는 챔피언.
최근 미드픽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지금 자신이 하는 빅토리처럼 점멸·유체화를 들고 후반 캐리를 도모하거나.
「사엘라 사 티리비!」
가르마처럼 1인분 특화픽이다.
소위 말하는 잠그는 역할.
자신이 솔킬이나 기타 변수를 창출하지 못하도록 상대가 꺼냈다.
'2번째 업그레이드까지만 하면.'
초반 라인전을 안 밀려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빨리 주도권을 잡는다.
아군 바텀과 정글을 도와주기 위해서 말이다.
찰칵!
그 조건이 갖춰진다.
귀환 타이밍을 어떻게든 잡고 아이템을 뽑아온다.
크롸라라라―!
마침 용한타 직전.
가장 좋은 화염용이기 때문에 상대도 내줄 생각이 없다.
좌아악―!
포킹을 하며 가상의 선을 긋는다.
미드 메이지들이 해줘야 하는 역할이다.
"각 안 나오나?"
"빅토리 생각해 빅토리!"
"우리 유지력 좋으니까 최대한 길게……."
테이커는 그것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
상대팀인 BOX Tigers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크큭, 선이 보인다.'
시청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한다.
이거 넘으면 너희 다 죽는다?
프로씬에서는 '공간 장악 능력'이라 부른다.
메이지의 숙련도에 따라 압박감이 다르다.
좌아악―!
빅토리가 달려와 레이저를 긋는다.
액션만 보여주고 중력장을 깔며 뒤로 빠진다.
「라쓰리안 온비!」
그 희망 고문 같은 동작에 가르마의 궁E가 빠진다.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해.
샤라라락―!
피슝!
적 이즈레알의 포킹에 맞는다.
테이커의 심리전 하나에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아니, 이거 하…….'
BOX Tigers의 탑솔러.
지금 대치 상황이 답답한 이유를 안다.
선을 살짝 넘어왔다가 되감는다.
그 서커스에 자신들이 놀아난다.
좌아악―!
살짝 넘는 순간을 노려야 한다.
스매부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슈퍼 갤럭시 브레이커!」
람블의 궁극기를 써버린다.
그걸 신호로 한타가 개시된다.
'이렇게 조금 약을 올리면.'
테이커는 상대팀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무력이 강하다.
그것이 도리어 약점이 된다.
짐승을 다루듯 조금씩 유혹하면 반드시 넘어온다.
유체화를 켜고 꼬리를 흔든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아끼는 점멸.
콰지지직……!
상대를 몰이하는 데 사용하고 궁극기를 박는다.
3인궁이 한타 구도를 180도 바꿔버린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이즈레알의 프리딜각이 잡힌다.
이미 양념이 된 적들을 하나하나 마무리한다.
<테이커 실피놀이 하나요 실피놀이!>
<테이커 살았고! 이즈레알 완전 프리딜! 이거 난리 났어요 박스 타이거즈~!!>
―대 상 혁
―역시 한타의 슼ㅋㅋㅋㅋㅋ
―락스가 개던졌네
―배앵이 딜 다 함 ㄹㅇ
불리했던 라인전.
한타 한 번으로 어찌저찌 극복한다.
바텀도 킬을 먹고 풀리며 성장 차이를 따라잡는다.
『승리』
경기를 승리한다.
그럼에도 테이커의 마음속 한 구석은 불편하다.
"잘했어 애들아! 너무 좋았어!"
"이 정도는 기본이죠~"
"근데 포블 너무 빨리 나가긴 했다."
"딱 적당히 손해 볼만큼만 손해 봤어요."
경기 후의 피드백.
팀의 서포터 울팍은 항상 같은 소리를 한다.
'바텀이 지는 게 당연한 건가?'
조합 특성상 자신들이 진다고.
하지만 반반이라도 가주면 플레이 선택지가 많아진다.
한타에서도 자신이 과도하게 어그로를 안 받아도 된다.
방금 전 게임에서는 어찌저찌 성공했어도.
"바텀이 라인전을 이기면 안 되냐고?"
"네."
"에이, 어떻게 바텀이 라인전을 이겨? 상혁이 너 솔랭에서 바텀이 이기는 거 봤어?"
"거의……."
"없지? 똑같은 거라고 생각해."
한 끗 차이로 미끄러진다면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코치형은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포탑을 10분까지라도 좀 지켜줬으면 좋겠는데.'
언젠가 터질 폭탄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과한 기우인지.
김상혁은 홀로 고민을 곱씹는다.
* * *
e스포츠.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
―한타의 SKY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자 그 미드 돌발 행동. gif [172]+ 287
―뱅 프리딜ㅋㅋㅋㅋㅋㅋㅋ
―T1의 진짜 본체는 뱅울팍임 [12]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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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세계선 이상으로 흥행하고 있다.
LCK의 성장은 개인 방송과 함께한다.
―오늘자 그 미드 돌발 행동. gif
[한타에서 깝치다 뒤질 뻔한 테이커. gif]
울팍 슈퍼 세이브+ 뱅 프리딜 안 했으면
추하게 몸 비틀며 죽었음 ㅋㅋ
└ㄹㅇ 저건 죽었다 했는데
└해설들 포장 역겹더라
└실피놀이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
└현실은 팀이 살려줬죠? ㅋㅋ
그렇기에 생기는 문제점도 있었다.
롤판 팬문화의 어두운 면이 발달한다.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이 유입된 것이다.
선수들을 비판하는 데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T1의 진짜 본체는 뱅울팍임
[맵리딩 못해서 플빠진 그 미드. gif]
[플반응 못하고 뒤지는 그 미드. gif]
[그 미드부터 짤리고 시작하는 한타. gif]
'그 미드'가 항상 돌발행동으로 쳐던지고 시작하는데 뱅울팍이 멱살 잡고 이기는 거 └글 쓴 새끼 겜 존나 잘 보네. 병신 같은 것만 정확히 캡처했누ㅋㅋㅋㅋㅋㅋ└진짜 ㅅㅂ 저딴 게 프로게이머라니 슼은 저런 놈 돈 줄 만큼 생각이 없나?
└솔직히 오늘 괜찮았는데?
글쓴이― 괜찮은 거 맞지ㅋ 원래 더 심한데 저건 그나마 잘한 거임
SKY T1은 최근 부진하다.
시즌 초반에는 괜찮은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최근에 이르러서는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
특히 어제 경기.
숙적인 BOX Tigers를 상대로 1 대 2의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커뮤니티가 소란스러울 만도 하다.
―뱅울팍 vs 프질라 라인전 전적
2016 스프링, 서머에서 바텀 듀오간에만 솔킬이 발생한 것만 따져봤음뱅울팍 0
프질라 6
요즘은 킬 안 따이고 포탑 내주는 중 ㅇㅇ
└0 대 6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실화임?
└숨어있던 슼갈들 다 기어나오는 것 봐
└테이커가 뱅울팍 똥 치워주는 거라고? 지랄을 해라 ㅋㅋㅋㅋㅋㅋ
스포츠에서는 드물지도 않다.
인기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팬덤끼리 싸움이 난다.
혹은 인기 선수를 향한 비아냥.
테이커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롤판의 중심에 있다.
타닥! 타닥!
SKY T1은 6명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그런데 의아할 정도로 테이커만 주목받는다.
―SKY T1의 서포터 울팍이 대단한 점.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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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한테
게이머로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미안하다며 다 정리했어 여자인 친구들이랑도 다 연락하지 말라고 했고
지금도 만들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
근데 여자를 우선으로 두면 안 돼
X발 이건 인기 몰려고 하는 게임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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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 시절
당시에도 같은 팀이었던 배앵이 여친 문제로 연습 자꾸 빠꾸 내니까 울팍이 총대 메고 쓴소리 함 ㄷㄷ└캬 개멋있다……
└역시 근본 게이머는 다르네
└개인 방송에서도 말했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여자들이 줄을 선다고 └언제든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는 울팍 성님!
항상 게임에 쐐기를 박는 건 바텀 듀오.
툭하면 무리를 하는 테이커와 달리 안정적으로 팀의 승리를 견인한다.
'이렇게 알아줘야 내가 선수 생활 할 맛이 나지.'
울팍으로서는 굉장히 억울하다.
여자친구도 안 사귀고 게임 연습에 올인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항상 테이커만 거론된다.
누가 보면 SKY T1에 테이커밖에 없는 줄 알겠다.
"다균이 형 하이!"
"어, 채환아……."
"웬일이에요? 빨리 왔네."
"아 그게 눈이 빨리 떠지더라고."
SKY T1의 연습실.
팀의 코치이자 실질적 감독이기도 한 김다균 코치가 출근을 한다.
깔끔한 성격의 울팍만이 먼저 나와있다.
'이거 참 말하기 곤란하네.'
김다균은 어제의 경기를 기억하고 있다.
아니, SKY T1의 경기는 전부 머릿속에 입력돼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의 경기력.
크게 문제될 수준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걸린다.
팀의 에이스인 상혁이 직접적으로 요구까지 했다.
"어제 라인전 있잖아."
"네."
"포탑이 7분에 밀렸더라."
"오래 버텼죠? 원래는 6분 전에 밀려야 되는데~"
바텀 라인전이 너무 약하다.
그 사실을 김다균도 당연히 알고 있다.
테이커한테는 반장난으로 웃어 넘겼어도.
'반대 구도일 때 그렇게 빨리 미는 것도 아니면서.'
조합 차이.
뱅과 울팍의 변명을 감안해도 조금 심각하다.
바텀 라인전 때문에 게임 구도가 무너지고 시작한다.
상혁의 돌발 행동과 기타 변수.
그것도 물론 있지만 바텀 라인전이 문제가 없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그래서 형이 코치로서 생각을 해봤는데 우리도 라인전을 강하게 가는 전략도 취해봐야 하지 않나."
"포탑을 그럼 8분에 밀려야 돼요?"
"아니, 좀 더 대승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선수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날 수 있다.
하지만 팀의 코치로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
뱅기의 폼이 무너지자 서브 선수로 잼구를 영입했듯이 말이다.
서포터도 한 명 더 영입하는 게 낫지 않을지.
"서포터를요?"
"걔는 좀 공격적인 성향이라 팀 스타일 바꿀 때 기용해보려고. 작년 알지? 지훈이랑 상혁이 바꿔나간 거."
"뭐, 좋아요……. 그건 다균 형 재량이고."
"아 삐지지 말고~ 결국 잘하는 사람이 주전이니까 선의의 경쟁을 하는 거지."
"삐지는 건 형 전문이죠."
"뭐 이 새끼야?"
일생일대의 결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