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9화
―소환자의 전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탑켄치라는 챔피언.
대회 픽으로 둘째 가라면 서럽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라인전이 약하다는 편견이 있었지.'
근접 서포터들의 특징이다.
탑켄치도 그렇게 생각된 것이다.
하지만 잘만 쓰면.
「사엘라 사 티리비!」
공격적으로 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적 서포터 가르마가 빡견제를 해온다.
'울팍이 워낙 사리기만 하니까.'
전판에도 비슷한 구도였다.
라인전 단계에서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
그러다 보니 똑같이 선을 넘어온다.
라인 주도권을 꽉 잡겠다는 심산.
찰싹!
쉽지 않다는 사실을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
혓바닥이 가르마의 소중한 곳을 긁는다.
탕!
통! 통통통!
그 위로 진의 평Q가 들어간다.
깜짝 놀란 가르마가 포션을 빨며 뒷무빙을 잡는다.
'바텀 라인전은 1레벨에 절반이 결정되는데.'
vs 원거리 서포터.
어느 정도 주도권을 내주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게 상성이니까!
고이즈미 신지로의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파앙!
하지만 미세한 반격각이 분명히 있고, 미니언 어그로상 적 원딜은 호응이 제한돼있다.
가르마가 선을 넘어서 오면.
"쟤네 정버프라서 라인 몰아넣고 싶을 거란 말이야."
<어?>
"우리 포탑 앞에서 라인 조성해야 돼."
반격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킨다.
우리가 하는 것은 라인전을 이기는 게 아니다.
'상대가 원하는 걸 쉽게 못 가져가게.'
줄다리기를 팽팽하게 유지한다.
아군 정글이 바텀 시팅을 위해 역버프를 한 상황이다.
상대 입장에서 신경 쓰인다.
선 2레벨을 바탕으로 빅 웨이브를 만들고 싶을 것이다.
파앙!
톡!
그것을 못하게 한다.
위협적인 무빙으로 상대가 평타 견제를 넣게 만든다.
미니언 어그로가 적한테 쏠린다.
아군 미니언이 그만큼 덜 공격 받게 된다.
'이렇게 1초, 1초씩 벌어내면.'
쌓이고 쌓여서 아군 미니언이 오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아주 계산적으로 움직였다.
탕!
탕!
그 결과.
이제는 앞무빙만 쳐줘도 갱을 의식한다.
배앵의 진이 편하게 파밍할 상황이 조성되었다.
'프로 레벨의 라인전이라는 게.'
솔로랭크와 달리 킬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밴픽때 원했던 구도를 실현시킨다.
「사엘라 사 티리비!」
상대가 가져간 픽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가르마의 RQ.
<쟤네 밀고 집 가려나 보다.>
"억지로 미는 거니까 귀환 끊을 각만 보자."
미니언에게 쓰게 된다.
라인을 강제로 몰아넣고 정비를 할 생각이다.
투캉!
그 의도.
너무 뻔하게 읽힌다.
부쉬 쪽에 진의 W가 대강 쏘아진다.
'여기에 없으면.'
포탑까지 쭉 뺐을 것이다.
대놓고 가자 당황한 상대는 엉거주춤 귀환을 끊는다.
"천천히. 천천히 웨이브 쌓으면서 가자."
<확인.>
반대로 우리가 원하는 구도다.
아군 정글러가 풀캠프를 돌고 내려오는 동선에 맞춘다.
'라인 관리는 프로페셔널이라.'
라인 스왑 메타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
배앵도 라인전이 약할 뿐이지 다른 부분은 완벽하다.
구루룩?!
잼구의 랙사이.
땅굴을 파고 달려온다.
그리고 신호도 없이 점멸로 들이박는다.
「라쓰리안 온비!」
그런다고 반응이 안 될 리 없다.
가르마가 RE로 광역 실드를 펼친다.
잼구가 게임을 재밌게 만들기 전에.
꿀꺽!
찰싹!
바톤을 토스한다.
점멸로 삼킨 후, 가르마를 향해 혓바닥을 때린다.
'애씨한테는 탈진 걸고.'
돌출돼있는 가르마부터 포커싱한다.
스킬쿨을 더 돌릴 시간을 주지 않는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다음은 애씨.
공격 속도가 느려져 팔을 벌벌 떨고 있다.
진이 편하게 프리딜을 박는다.
―더블 킬!
적에게 당했습니다.
두꺼운 피부를 켜고 한 턴 더 버틴다.
적팀의 필사적인 반항 탓에 나는 죽고 말았지만.
'바텀과 정글이 확 풀리지.'
게임을 재밌게 만들기로 유명한 잼구.
그의 입장에서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바텀이 항상 라인전을 밀린다.
적 서포터가 발이 풀리면 정글이 할 게 없어진다.
와드 한두 개만 박아도 정글 위치가 특정이 가능하다.
교전이 걸 만한 라인도 제한된다.
<미드 갱 왔어. 앨리스랑 플교환.>
이렇듯 갱각이 잡힌다.
테이커가 미드에서 갱킹을 흘려주는 것으로 팀의 이득이 고스란히 지켜진다.
'얼마나 쉬워.'
이것이 16시즌의 SKY T1.
그냥 적당히 하면 이긴다.
게임을 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나 오늘 살짝 갓구일지도?>
잼구도 자신감이 차오른다.
* * *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난다.
―빨강 팀이 첫 번째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매 경기 한 번씩 있는 일이다.
게임의 시스템상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
?슼 바텀 라인전 이김ㅋㅋㅋㅋㅋㅋ
?뭐냐 경기 진짜
?대 황 슼
?세체원 누구? 세체원 누구? 세체원 누구? 세체원 누구? 세체원 누구?
?오정환 나오니까 다르네
?울맘들 눈물의 뒤로 가기 ㅋㅋ
?SKY가 바텀 먼저 미는 게 가능한 거였음?
포탑 선취점.
골드는 물론 운영 주도권까지 가져올 수 있다.
대회에서도 그 중요도가 점점 더 부각되는 추세다.
SKY T1은 전통의 강호답게 전통적인 운영을 고수했다.
라인전 단계의 스노우볼보다 후반 운영전에 초점을 둔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
메타를 거스르려다 보면 생기기 마련이다.
김서준 해설이 자신도 모르게 답답함을 중얼거렸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김서준 ㅈ됐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SKY가 라인전을 이기는 걸 얼마 만에 보는지. jpg]
곧 살인갈한테 담금당할 예정
└개ㅈ슼 또 너야?
└이걸 공론화시키네. 이 악마 같은 놈들
└어차피 슼팬덤 테이커&배앵이 90%라 괜찮을 듯. 물론 게임 지면 바로 살인갈 ON임└게임 이기길 기도해야지 ㅋㅋ
시간을 끌다가 한타력과 후반 집중력으로 뒤집는다.
보는 입장에서 재미가 떨어질 만도 하다.
'안 돼, 슼갈은 안 돼 슼갈은…….'
그럼에도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
김서준 해설은 머리를 굴리며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하지만 포탑을 빨리 밀었다는 건, 라인전이 끝났다의 동의어거든요?>
<바텀 영향력을 흩뿌릴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런데!>
SKY T1의 기존 전략.
최대한 라인전을 버틴다.
포탑이 깨진 이후로는 줄 건 주면서 후반을 도모한다.
찰싹!
그런데 탑켄치.
지키는 것에 특화돼있다.
라인전 스노우볼을 굴리기에 적합하지 않다.
<아 그래서 울팍 선수가?>
<기존 SKY T1이 라인전이 다소 소극적인 건 밴픽과 이어지는 흐름이라고도 볼 수 있었죠.>
?필사적이누
?일어나야 해 넌 조선의 자존심이야!
?김서준의 뉴스공장도 한 수 접어주네 ㄷㄷ
?본인 슼갈인데 게임 이기면 봐주겠음
특별한 이니시 스킬이 없기 때문이다.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보단, 안정적으로 라인전을 끝낸다.
SKY T1이 라인전을 안 이기는(?) 이유.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부글부글!
오정환의 판단은 달랐다.
바텀 1차가 있던 지역의 바닥이 끓어오른다.
?오
?궁 활용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씨 개불쌍
?이걸 이렇게 잡는다고?
탑켄치의 궁극기.
준글로벌 스킬로 모니터 끝에서 끝 정도의 거리를 이동한다.
거리가 애매하다.
선딜도 긴 편이다.
단독으로 운영하면 큰 재미를 못 보는데.
<이게 뭐죠? 파프리카 프릭스 바텀 정말 당황했겠는데요?>
<랙싸이와 한 몸처럼 움직였고, 진의 살상연회와 궁극기 호응으로 깔끔하게 잡아냈습니다.>
정글러와 합을 맞춰 움직이고 있다.
선임이었던 뱅기와 달리 높은 평가를 못 받고 있는 잼구.
―SKY 잼구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현재 경기에서는 명실상부 캐리 중이다.
드래곤까지 챙기며 게임을 완벽히 리드한다.
'…….'
코치진 부스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울팍.
볼살이 푸들푸들 떨릴 만큼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전대미문의 대사건이다.
SKY T1이 바텀 라인전을 이겼다.
게임 초반부터 유리할 수 있다니?
"이대로만 가면 이기겠는데?"
"……."
"아니, 물론 운영의 변수는 있겠지! 아무래도 복귀 첫 경기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경기를 이기는 건 아니다.
김다균 코치의 말대로 운영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게 공격적으로 하다가 제 발에 걸려 넘어져 봐야 정신 차리지.'
자신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못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4년간의 프로 생활에서 얻은 깨달음.
라인전 이겨봤자 소용없다.
대회 게임은 결국 운영 잘하는 쪽이 승리하게 돼있다.
크롸라라라?!
그리고 실수.
최근 SKY T1이 부진한 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팀 다 드래곤 내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요?>
<킬 스코어를 놓고 보면 소유권은 SKY T1에게 있는데……. 파프리카 프릭스가 워낙 호전적인 팀이라 한타로 뒤집어볼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테이커의 실수가 부쩍 많아졌다.
갱킹도 자주 당하고, 한타에서도 돌발 행동을 일삼는다.
'그러니까 안전하게 후반 가야 하는 거거든.'
울팍은 팀원들의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파프리카 프릭스를 상대로 한타를 하려고 한다.
겨우 바람의 드래곤.
비전투시 이동 속도라는 애매하기 짝이 없는 효과 하나 때문에 말이다.
자신이 경기 중이었다면 한타를 피했을 것이다.
드래곤을 내주고, 대신 파밍 할 시간을 번다.
「병사들이여, 진격하라!」
리스크만 가득 진 한타가 시작된다.
테이커의 아자르가 창으로 상대를 푹푹 찌른다.
'그래, 그렇게 포킹만 해!'
일반 시청자라면 잘 때리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울팍은 보는 내내 조마조마하다.
나 토스각 나온다 살짝~
살짝이래 놓고 지구 끝까지 들어가서 본격적인 이니시를 걸어버린다.
「짐은 포고령을 내렸다!」
이렇듯 말이다.
잠잠했던 것도 잠시.
어느새 테이커의 아자르가 드리프트를 꺾고 있다.
'존야도 없는 새끼가 X발!'
아군 입장에서는 심장이 떨어진다.
다행히 상대의 반응이 늦어서 3인궁을 하는 데 성공한다.
「라쓰리안 온비」
하지만 순삭이 되는 게 아니다.
적 가르마가 RE로 광역 실드를 펼치면 태세를 정비한다.
'점멸궁으로 거기까지 들어가면 어?'
테이커는 혼자 고립.
존야도 나오지 않은 상태이니 죽은 것이 확실해 보였는데.
<아니, 이걸 사나요!?>
<테이커 생존! 살았어요! 파프리카 프릭스 초비상! 완전 비상!!>
?느그혁 또 던지네 ㅉㅉ
?와
?세체미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렸다 대상혁! 이 각을 본다고?
그 직전에 슈퍼 세이브가 이루어진다.
어느새 접근한 탑켄치.
테이커도 그것을 보고 있었다.
점멸로 삼킬 수 있는 거리까지 오자.
꿀꺽!
탑켄치의 뱃속에 안전하게 보관된다.
아비규환이 된 상대팀을 아군이 휩쓴다.
「눼에에엣!!」
이후로는 쇼타임.
진의 탄창이 빌 때마다 한 명씩 쓰러져 간다.
「저들을 묻어라!」
테이커의 아자르도 안전한 위치에서 창을 찌른다.
완전히 포위한 구도다.
<아니, 이건! 아니, 이건 진짜!>
<죽어야 되는 테이커가 더블 킬이라뇨~!>
싸그리 몰살시킨다.
테이커의 돌발 행동이 완벽한 이니시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
울팍으로서는 어안이 벙벙하다.
100% 무리라고 여겼던 이니시가 대성공을 하고 만 것이다.
―빨강 팀이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드래곤도 깔끔하게 가져온다.
운영이고 뭐고 이전에 경기의 승리가 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