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13화 (713/846)

713화

매일라이프.

서포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딱 그뿐이었지.'

활동은 상당히 오래 했다.

2012년부터 쭉 LCK에 참가했으니 1세대 프로게이머 중에서는 수명이 긴 편이다.

하지만 전성기는 시즌2뿐.

이후로는 그냥 평범한 서포터였다.

딱히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평범한.

파방!

안타깝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이름값이 그토록 대단했던 선수의 전성기가 그렇게 짧았다는 것.

<진짜 라이벌 매치긴 하네.>

"응?"

<둘 다 캐리형 서포터잖아. 바텀이 핫플레이스인데.>

"뭔 소리야."

<?>

사실 당연하다.

배앵이 말하는 것 같은 오해를 하는 사람이 있다.

'도구가 어떻게 캐리를 해.'

LoL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즌2.

도움반 클끼리가 물로켓을 쏘던 시절에나 가능한 소리다.

적당히 라인전을 한다.

상대에게 그랩 압박을 심어주며 라인 주도권을 잃지 않는다.

"나 플교환."

<?>

그리고 로밍을 못 가게 만든다.

상대가 바트를 뽑은 의미는 뻔하다.

'상체가 워낙 힘드니까.'

자신이 가서 도와주려는 것이다.

의도를 알고 있는 이상.

철썩~!

틀어막는 것은 간단하다.

거리 조절을 실수한 이즈레알.

'점멸 써.'

점멸 채찍 쓸기로 발을 묶는다.

그리고 루시얀을 랜턴으로 데려온다.

타, 탕!

푸슝!

겸사겸사 체력도 빼놓는다.

점화를 걸자 쫄아서 점멸에 힐까지 빠진다.

'이럼 뭐 어쩔 건데?'

이즈를 버려두고 로밍을 가기 힘들다.

만약 서로 간다고 해도.

푸슝!

루시얀의 Q.

스치기만 해도 체력이 깎인 이즈레알에게는 위협적이다.

1대1로 놔두면 앞점멸 킬각이 나올 수 있다.

바트의 움직임이 제한된다.

<맞아 이거? 확실해?>

"확실해."

물론 리스크를 동반한다.

상대가 갱킹을 오면 내가 위험에 노출되니까.

'그럴 염려가 없지.'

상대가 약팀.

정글 동선도 영리하지 않다.

중간중간 남기는 단서로 위치가 특정된다.

<악!>

<미안, 형…….>

불안한 점이 있다면 잼구가 재밌다는 것.

아군 미드의 블루를 스틸하는 쇼를 펼친다.

'선수마다 장단점이 있는 거지.'

잼구만큼 기상천외한 정글러는 손에 꼽을 것이다.

그런 장점이 있는 대신 플레이가 다소 불안하다.

마찬가지다.

매라도 장점만 있는 선수는 아니다.

캐리력 있는 플레이는 양날의 검.

[04:20] SKY 정환 (쓰렉귀)님이 BJE 고버지 (이즈레알)을 지목!

시야에서 잠시 벗어났다.

그 정도의 시간이면 한 그릇 뚝딱 하고도 남는다.

타, 탕!

푸슝!

루시얀의 앞대쉬.

비전으로 도망가는 이즈를 점멸로 따라가 붙는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잡는다.

그와 동시에 바트가 나타난다.

관문을 타고 와서 Q로 루시얀을 붙들지만.

슈루룩~!

랜턴을 타고 빠져나온다.

한순간 생긴 허점을 바로 킬각으로 연결시킨다.

'고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매일라이프 중심의 플레이.

팀의 에이스인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서포터는 아무리 잘해봤자 결국 서포터다.

<탈리아 억지로 로밍각 본다. 가면 난 미드 밀게.>

"확인."

BJ 엔투스는 밴픽부터 게임 내 플레이까지 전부 매일라이프에게 맞추고 있다.

미드라이너인 밥디디도 탈리아를 픽해 로밍각을 본다.

상대의 전략.

빤히 보이는 것이다.

스프링 시즌에는 어느 정도 먹혔지만, 서머 시즌에 이르러 먹히지 않을 만도 하다.

'서포터는 때려 죽여도 자신이 캐리한다고 생각하면 안 돼.'

현재는 물론 차후에도 마찬가지다.

베릴, 케리아급의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서포터는 요리로 따지면 조미료.

즉, 절대 메인이 될 수 없다.

XO 게살 볶음밥도, XO소스가 빠질지언정 볶음밥이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두두두두―!

볶음밥이 달려온다.

밥디디의 탈리아가 궁극기인 바위 서핑을 타고 바텀 로밍을 왔다.

'대충 이쯤.'

탈리아가 아래 무빙을 칠 때 각을 주는 척 턴을 뺐다.

그렇게 굶주리게 하고 진짜 각을 주자.

슈루룩~!

올 수밖에 없다.

스펠 쿨감 특성.

마침 점멸이 딱 돌아오는 타이밍이다.

"우리 살았어. 여차하면 쭉 뺄게?"

<이득이야! 바트 위치만 핑 찍어줘.>

랜턴 점멸로 깔끔하게 바위벽을 넘는다.

미드에서는 잼구와 테이커가 1차 포탑을 압박하고 있다.

'1세대 서포터다 보니 오해 아닌 오해가 있는데.'

수준급의 서포터라면 그조차 감안할 것이다.

게임의 전체적인 구도를 보고 오더를 내린다.

매일라이프는 그것이 안 된다.

운영형이 아닌 피지컬형, 시야가 상당히 협소한 타입이다.

<미드 다 태웠어. 포탑 철거 직전.>

"나 집 턴하고 모빌 사서 미드 뛸게."

시즌2에는 클끼리가, 시즌5에는 앰빠따가 그 단점을 메꿔줬다.

매라의 경력 중 우승권에 들었던 두 시즌.

'우연이 아니라는 거지.'

매라는 서포터 중에서 유독 에고가 강하다.

그래서 서포터로 캐리를 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한 성공.

시즌3 이후로 쭉 발목을 잡는다.

자신이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린다.

대중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먹혀버린 것이다.

스포츠계에서는 상당히 흔하게 일어나는 사건·사고다.

쪼오옥―!

테이커의 말차하.

적 정글러한테 점멸궁을 박는다.

1차 포탑을 수비하다 체력이 많이 깎였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하지만 리스크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적팀의 합류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우우웅~ 펑!

바트의 궁극기.

점멸이 빠진 말차하를 얼린다.

바로 관문을 타고 스턴각을 노리지만.

<미드 살았어.>

<나이스~!>

<나 바로 정비하고 용 턴 볼게.>

때마침 미드에 도착했다.

랜턴을 던져서 가볍게 살아 나온다.

'이런 느낌.'

공격적인 서포터도, 수비적인 서포터도 결국 방향성은 같다.

팀을 보조하기 위한 목적이다.

누군가 캐리를 한다는 건, 다른 누군가가 캐리를 못 한다는 것이다.

서포터는 결코 돋보여서는 안 된다.

BJ 엔투스가 망해버린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팀이 너무 매일라이프 중심으로 굴러간다.

캐리형 서포터의 시초.

매일라이프는 서포터가 왜 캐리를 하면 안 되는지 경각심을 심어준 선수였다.

* * *

진행되는 경기.

<<으악 테이커~!>>

언제나처럼 울부짖는다.

해설진이 자신들의 목청을 자랑하던 중.

우우웅~ 펑!

반대쪽에서도 슈퍼 플레이가 터진다.

매일라이프의 바트가 궁극기로 테이커를 얼렸다.

슈루룩~!

일촉즉발의 상황.

어느새 달려온 쓰렉귀에 의해 막힌다.

해설진이 다시 한 번 목청껏 소리친다.

<>

―테이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살아?

―죽이고 살리고 씹ㅋㅋㅋㅋㅋㅋㅋㅋ

―매라도 오정환도 개지리네

양팀 서포터의 격돌이 기대를 모았다.

세간의 관심을 충족시키는 경기가 진행 중이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개ㅈ슼 좀 치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라도 방금 잘했는데

―BJ 엔투스의 문제는 밥디디랑 고버지임

―???: 역시 범인은 너였군 "밥디디"

하지만 경기의 승패.

어떻게 될지는 이미 뻔하다.

안 그래도 체급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 역시 범인은 너였군 "밥디디"

[명탐정 매멘. jpg]

왜 점멸이 있을 때 로밍을 오지 않은 거지?

└ㄱㅈㅁㅁ

└명탐정매멘 시즌 17343호 사건 종결!

└해설도 이거 맞냐면서 뭐라고 하더라

└점멸 없을 때나 올 것이지 ㄹㅇ

라인전 단계에서 이득을 못 보면 승산이 희박하다.

그런데 방금 전 테이커가 킬까지 먹었다.

<말차하는 1코어부터 시작이거든요? 테이커가 방금 시동을 걸었습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달려가고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는 또 얼마나 빨라지겠어요!>

턴까지 소비한 상황.

SKY T1이 주도권을 꽉 잡고 있다.

게임을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키잉―!

사고까지 터진다.

벽 뒤에서 던져진 쓰렉귀의 선고가 이즈레알에게 적중한다.

―???: 역시 범인은 너였군 고버지

[명탐정 매멘. jpg]

왜 혼자 있다가 선고를 맞은 거지?

└고버지 쉒 그동안 잘도 도망 다녔네 ㅋㅋㅋ

└^^ㅣX롬아 니가 원딜 버려 놓고 로밍 갔잖아 ㅋㅋㅋㅋㅋㅋㅋ└ㄱㅈㅁㅁ└미제 사건 전담 형사 매멘!

무너지고 있는 경기.

어떻게든 봉합하기 위해 이곳저곳 로밍각을 살핀다.

그것이 더 큰 손해를 불러일으킨다.

<아~ 고버지 선수가 와드를 박으려다 그만!>

<근데 이게 실수고, 아니고를 떠나서 지금 BJ 엔투스 상황이 너~무 척박해요!>

<동의합니다.>

바텀이 속수무책으로 털린다.

상체에서 특별한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다.

해설진도, 팬들도 큰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BJ 엔투스 범인은 밥디디랑 고버지임

밥디디= 무력 원툴

고버지= 프로 할 그릇이 아님

└고버지 그 새끼는 코물쥐 선에서 컷임

└은퇴각 잡아라

└명탐정 매멘도 공범은 못 잡짘ㅋㅋㅋㅋㅋㅋㅋㅋ

└서폿이 매라인데 뭐함?

서포터들의 경기력은 좋다.

하지만 팀이 너무 받쳐주지 못한다.

얼핏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경기를 뛰고 있는 매라는 많은 것을 느낀다.

서로 잘하는 것 같지만 근본적인 면에서 다르다.

자신과 오정환의 플레이는 말이다.

<전령 줘요?>

"일단 전령은 주고……."

<저 바텀 정리하고 레드 먹을게요.>

"아니, 원딜이 바텀 가면 안 되지! 아."

<네?>

<……합류가 안 되잖아. 레드만 먹고 올라와.>

메인 오더를 하고 있다.

팀에 베테랑 선수가 없다 보니 자신이 맡아야 하는 부분.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라이너의 플레이를 너무 제한시킨 걸지도 모른다.

어느샌가 자신한테 맞춰주길 바라고 있다.

그에 반해 오정환.

분명 플레이는 과감하다.

자신을 잇는 캐리형 서포터라 불릴 만도 하다.

'팀 자원을 안 써.'

플레이가 과감할 뿐 방향성은 자신과 다르다.

일반 서포터들처럼 아군에 맞추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

노릴 만한 틈이 아예 보이지 않는 이유.

억지로 비집어 열려고 해도 오정환에 의해 막힐 것이다.

상대팀은 강하잖아?

그런 변명이 통하는 무대가 아니다.

프로게이머는 스스로한테 엄격해야 한다.

키잉―!

팀원들이 소비한 턴.

쌓이고 쌓이며 큰 균열을 만들고 있다.

아군 레드 지역이 완전히 장악당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SKY 배앵님이 학살 중입니다!

안이한 움직임까지 나온다.

고버지의 이즈레알이 다시 한번 그랩에 걸린다.

<아! 아…….>

<더 끊기면 안 되는데.>

<레드 막타 챙길 때 교차하듯이 딱 들어와 가지고;;>

그러한 실수.

지금까지는 아군을 탓했다.

돌이켜 보면 자신의 탓일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신인 선수들인데.'

자기 밥그릇 챙기기도 부족하다.

팀적인 콜을 요구하니 본인 플레이까지 말려버리는 것이다.

―적이 첫 번째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게임은 이미 끝났다.

가장 중요한 1차 포탑이 밀렸고, 사이드 포탑도 곧 돌려 깎인다.

다음 세트가 남아있긴 하지만 단기간에 고칠 문제가 아니다.

최대한 좋게 말해서 쉽지 않다.

'그래도.'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그도 그럴 게 SKY T1.

순위가 밑바닥인 자신들과 달리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도 그렇게 되지 못하리란 법이 없다.

BJ 엔투스는 SKY T1에 밀리지 않는 명문 게임단이다.

<어떻게 하죠 형?>

<상대가 정글에서 계속 튀어나와…….>

"일단 니들 하고 싶은 대로 해봐."

<네?>

"내가 최대한 맞춰볼게."

밥디디도, 고버지도 기존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팀원들이 크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줘야 한다.

'이번 시즌은 물 건너가긴 했어도.'

강등만은 지켜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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