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16화 (716/846)

716화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배우님~"

"오늘 컨디션 좋던데요? 좋은 일 있어요?"

드라마 '싸우자 첫사랑'의 촬영장.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금일분의 촬영이 마쳐진다.

주연인 박민솔은 최근 주목받는 여배우다.

비주얼에 비해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냥 잘하시는 거예요?"

"관록이 묻어나는 거지 슬슬~"

"과, 관록이라뇨."

""하하하!""

'싸우자 첫사랑'은 제목 그대로 첫사랑에게 실연을 당한 주인공이 잘나져서 여러 남자에게 대쉬를 받는 내용이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흔하디흔한 플롯.

그래서 더 배우의 기량이 중요하다.

못나서 버림받았을 때, 잘나져서 주위의 시선을 확 끌어모을 때.

두 가지의 컨셉을 전부 다 소화한다.

'…….'

청순한 미모로 익히 알려졌다.

최근에는 성숙미가 붙으면서 남성은 물론 여성층에게도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위이잉~

그런 민솔의 사소한 고민.

주위 사람에게 허물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부류는 아니다.

남몰래 속으로 삭이고 있다.

"오, 오옷!"

"네?"

"아니에요 하하……."

"?"

가끔씩 원격으로 진동을 최대치로 올린다.

난감하긴 하지만, 그때마다 강한 인연을 느낀다.

제법 익숙해졌다.

배덕감에 맛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 하나만큼은 수치심을 자극한다.

'거기 팡팡이 뭐야. 거기 팡팡이…….'

가장 최근에 만났을 때.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다며 마음껏 희롱해도 되냐고 물었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렇게 심한 일을 당할 줄 몰랐다.

큰 손으로 거기를 찰싹찰싹 때린 것이다.

"다음 촬영은 로컬푸드죠?"

"어? 무슨 소리야?"

"네?"

"끝났잖아~ 지난주에 마지막 촬영한 거 기억 안 나?"

"아……."

처음에는 화가 났다.

함부로 대해진 듯한 느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손길이 안 잊혀져서 문제다.

'혹시 또 한다고 하면 어쩌지. 진짜 어쩌지…….'

천박한 단어가 머릿속에 맴돈다.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민감해진 그곳이 움찔거린다.

"정환 오빠는요?"

"왜?"

"아뇨, 그냥……"

"밥 때문에 그렇지? 괜찮아~ 이제 민솔이도 주연 배우인데 대표님이 신경 써주신다고 하더라고."

처음에는 밥을 얻어먹은 것에서 인연이 시작됐다.

다이어트식.

그렇게 신경 써서 만든 건 난생 처음이었다.

식사로 친해지고, 이성으로서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것이 남녀 간의 연정으로 이어졌다.

'주위에 여자가 많은 게 흠이긴 한데.'

이미 마음을 줘버린 후다.

몰래 바람을 피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홀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사랑의 방식도 있는 게 아닐지.

이성적인 생각을 하기에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연예계다 보니 선·후배 중에도 이상한 애들이 많다.

"근데요."

"응?"

"그 오빠는 뭐 다른 촬영 안 한대요?"

"왜? 같이 하고 싶어?"

"아뇨, 그냥……."

"너 이제 예능할 시간 없어~ 로컬푸드도 니가 꼭 하고 싶대서 마지막 촬영까지 한 거지."

다소 짓궂긴 해도 좋은 오빠.

정환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로컬푸드가 얼마 전 종영을 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1년 반을 했다면 성공적인 흥행이다.

그 주역인 정환은 섭외가 꽤 왔을 것이다.

'나는 함께 할 수 없겠지만…….'

매니저 오빠의 말대로다.

조연 배우일 때는 예능도 노려봄직했지만, 최근에는 주연 배우로서의 스케줄이 바쁘다.

취미가 아닌 직업.

페이와 미래 그 어느 측면에서도 본업이 우선시된다.

소속사도 큰 기대를 걸고 있어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위이잉~

민솔로서는 매우 아쉽다.

진동을 살짝 올리며 다소곳하게 앉는다.

차 안이니 아마 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판매자〕

판매 중 사랑

1, 000원 (가격제안불가)

?뭐 해요?

「자」

?맨날 자……

「너랑도 자잖아」

?언제 또 같이 잘 수 있어요?

「ㅁㄹ」

그리고 당근마켓을 켠다.

일반 이용자들과는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지고 말이다.

'방송도 안 하면서…….'

화려한 여배우의 생활.

실상은 중노동자나 다름없다.

개인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가끔씩 톡을 하는 것만이 삶의 낙이다.

그리고 아주 가끔 생기는 휴일에 그를 만나는 것.

「자는 게 싫으면 함 올래?」

?어딜요?

요상한 초대를 받는다.

* * *

우리 봄이.

"너무 귀여워."

"진짜 싫어요!"

ㅋㅋ

대학교도, 유튜브도, 잘하고 있는 장한 딸내미다.

대회에 응원 겸해서 초대했다.

'옛날에는 무릎 위에 태우고 놀았었는데.'

나이를 먹어서인지 완강히 거부한다.

자기 좌석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오빠는 저한테는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는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 거야?"

?째려봄

?봄이 화가 잔뜩 났네

?심지어 단순히 하는 것도 아님ㅋㅋ

?벤치따리라 못 하고 있는 거 맞는데?

나름대로 대가리가 컸다.

나이대를 생각하면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기도 하다.

'착잡하구만.'

아이의 성장은 부모의 생각보다 빠른 법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른 애들과 논다.

토독, 톡!

핸드폰 앱.

잠깐 조작을 한다.

옆자리에 앉은 민솔의 표정에 긴장이 서린다.

"봄이야."

"안 앉을 거예요!"

"알았어, 근데 여기 오빠 친구 왔는데?"

할 거 없으면 와달라고 했다.

아무리 롤판이 커지기는 했어도.

'차후에는 그렇게 드물지도 않은데.'

연예인들도 많이 껄떡거린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굉장히 드문 일.

와아아아아~!

카메라가 관계자석을 비추자 관중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온다.

알아보는 것이다.

"오빠 친구야."

"아, 안녕?"

"안녕하세요. 가끔씩 보는 언니예요."

?ㅋㅋ

?둘이 알아?

?여배우도 아는 봄이 ㄷㄷ

?진짜 넘모 예쁘닼ㅋㅋㅋㅋㅋ

준결승전.

굳이 어그로를 끌 건 없었다.

그냥 심심하고 해서 초대했다.

'SKY T1이 결승전에 못 가기도 하고.'

금일 KTX 롤스터전에서 패배한다.

얼핏 경기를 리드하고 있는 것 같아도.

<와 방금 테이커~!>

<여기서 테이커가 그냥 터졌어도. 그러려니 했을 만큼 자연스러운 장면이었어요.>

?대 상 혁

?테이커 진짴ㅋㅋㅋㅋㅋㅋ

?저걸 사네

?ㄹㅇ 코돈빈 잘못 아님

경기의 흐름이 좋지 않다.

테이커의 슈퍼 플레이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이다.

나머지 팀원들의 움직임이 효율적이지 못하다.

포인트가 있다면 그런 부분이다.

'원래 그래.'

해설자가 콕 짚어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선수들의 뻘짓을 굳이 설명할 필요 없으니까.

―고추참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여배우 인맥 자랑하면 슼갈들 열등감 폭발할 텐데

"그렇게 폄하하지 마세요. 슼갈분들이 얼마나 마음씨가 고우신데."

?네?

?슼갈분들이? ㅋㅋ

?'그 발언'

?지금 이미 슼마갤에서 선수의 자세 ㅇㅈㄹ하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

말하지 않는다고 실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곪고 곪은 것은 언젠가 반드시 터진다.

'다전제에서는 특히.'

선수들 입장에서 느낀다.

상대의 약점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

위이잉~

민솔의 경우에도 분석이 끝났다.

도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의외로 마조 타입이다.

"롤 알아?"

"진짜 하나도 모르는데요."

"그래, 적당히 즐겨."

"오옷!"

입술을 질끈 깨문다.

현장의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다소의 반응은 무마해준다.

'팡팡해주면 얼마나 좋아하는데.'

여배우다.

함부로 손을 대면 안 된다.

네티즌 수사대는 물론, 파파라치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안 보이는 부위.

소거법으로 따지자 그곳이 남았다.

「오빠」

「끝나고 만날 수 있죠?」

「여기까지 왔는데」

그동안 교육도 잘 해놨다.

반발의 가능성도 있었지만 멋지게 꽃을 폈다.

'배우한테 천박한 말을 시키면 끝내줘.'

최근 바쁘다 보니 자주 못 만났다.

안달을 하며 보채는 모습이 귀엽다.

와아아아아~!

한동안은 한가할 예정이다.

관중석이 시끄러워진다.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테이커 전사! 울팍까지!>

<진을 끊자는 콜이 있었던 것 같은데 테이커가 너~무 깊이 들어갔고! 이러면 울팍도 살아 돌아가기 힘들겠네요.>

?그 미드 돌발 행동ㅋㅋㅋㅋㅋㅋㅋ

?무리수 두다 울팍도 죽이네

?개상혁 그만 던져 ㅅㅂ

?돌발혁 또 너야? 돌발혁 또 너야? 돌발혁 또 너야? 돌발혁 또 너야? 돌발혁 또 너야?

테이커의 줄타기가 실패한 것이다.

곪고 곪았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상대 입장에서는 게임이 간단해지지.'

나머지는 플레이 메이킹을 안 한다.

뭔가 생긴다면 테이커의 손끝에서다.

즉, 테이커만 계속 보고 있으면 된다.

명확한 승리 공식이 생긴 것이다.

『패배』

튼튼해 보이는 집도 기둥이 흔들리는 순간 하루아침에 주저앉는다.

현재의 SKY T1을 비유하기에 딱 알맞다.

'세상에 이유 없는 게 어딨겠어.'

하물며 탑급 선수들의 경기.

판단 하나하나에 근거가 따른다.

그 계산을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정글러다.

KTX 롤스터의 역습이 시작된다.

* * *

분명 유리하게 시작했던 경기.

〔SKY 마이너 갤러리〕

―잼구야 그만 뒤져 진짜……

―X발 조졌네

―아니 랙사이 왜 밴 안 함 도대체? 진짜

―솔직히 바텀 차이 좀 나는 것 같아

역스윕을 당하고 있다.

KTX 롤스터에게 2 대 2로 따라잡힌다.

―잼구야 그만 뒤져 진짜……

갱킹도 제대로 못 가는데 잘려 뒤지기까지 하는 건 선 넘었어 └아오 진짜

└잼구 개때려주고 싶어 ㅡㅡ

└정글 차이 왜케 나? 나만 느껴?

└코돈빈은 날아다니는데 잼구는 뭐야

SKY 마이너 갤러리는 초비상 상태다.

자신들이 원했던 건 이런 흐름이 아니었다.

무난한 승리.

오정환이 없어도 전혀 상관없다.

그렇지 않다는 사실만 증명되고 있다.

―솔직히 바텀 차이 좀 나는 거 같아

해설들도 말했던 건데

잼구가 역버프로 바텀 봐줘도 바텀이 밀려서 갱킹이 안 된대 └너 환갈이지?

글쓴이? 환갈이고 나발이고 경기부터 이겨야 하잖아;;

└코돈빈도 말했었지. 라인전에서 승패 갈릴 거라고

└바텀 차이 나긴 했어~

코돈빈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위급한 상황에 처하고 나서야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오정환과 울팍의 차이.

강력한 바텀 라인전이 절실하다.

경기를 승리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슼갈 단톡방〕

「지금이라도 오정환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새끼 얘기를 왜 여기서 해!」

「그럼 지게?」

「진짜……」

「눈치 챙겨ㅕㅕㅕㅕㅕㅕ」

「다른 건 둘째 치고 요즘 메타에서 라인전 중요한 건 맞아」

SKY T1의 악성팬들도 수긍한다.

시시한 자존심보다 팀의 승리가 먼저다.

내부 회의 끝에 판단을 내린다.

마지막 5세트는 오정환이 경기를 나가야 한다.

―오정환 경기 나갈 생각 없는 것 같은데??

갠방에서 박민솔이랑 농담 따먹기하면서 시시덕거리고 있어 └미쳤어? 왜 저래?

└지 라인전 잘한다며 ㅡㅡ 내보내준다는데 뭐해

└누가 가서 말 좀 해봐

└우리가 오정환 담갔잖아 애들아……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관계자석에서 방송을 하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대로 울팍이 경기를 나가면 질 것 같다.

다급해진 슼갈들은 설득에 나섰는데.

―슼갈대장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니 경기 안 나가고 모하심?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악플에 너무 시달려서 경기를 뛸 수가 없어요~>

?그 갈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래서 힐링 중이야?

?ㄹㅇㅋㅋ만 치세요

?슼갈들이 나가지 말라잖아~

배째라를 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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