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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723화 (723/846)

723화

또다시 순식간에 끝이 난다.

<이랠리아를 밴했습니다.>

<서폿 이랠까지 의식한 판단 같죠?>

<조커픽이라는 게 그래서 무서운 거예요. 1티어인 차이라를 못 가져갔거든요. 왜? 카운터 맞으니까!>

RNG의 밴픽 패턴.

미드를 잠그고, 탑과 바텀에서 강한 조합을 가져간다.

때문에 이랠리아의 존재는 거슬린다.

탑 칼챔들을 카운터 칠뿐더러.

'이러면 바텀도 진&차이라를 픽할 수 있겠지?'

언제 또 서포터로 스왑을 할지 모른다.

RNG의 코치진이 고민 끝에 내린 차선책이다.

아니, 차악.

하나를 밴했던 건 하나가 풀린다는 의미다.

괴물의 족쇄가 말이다.

와아아아아아아~~!!

현장의 환호 소리.

진심 어린 감탄이 쏟아진다.

동시에 그 나라 팬들의 우려도 들린다.

<나오나요? 나오나요? 테이커가 너무 잘 다뤄서 이번 롤드컵 내내 못 보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있었거든요?

<사실 나이즈가 그렇게까지 필밴 분위기는 아닌데…….>

―그 픽이니까 ㅋㅋㅋ

―PTSD ON

―스킨 박은 픽인데 당연하지

―저걸 준다고? 그 판단 맞아? ㅋㅋ

모두가 알고 있다.

모를 수가 없다.

테이커를 상징하는 챔피언 중 하나.

「十年一KE」

1분 전。

테이커의 나이즈가 풀렸다

RNG가 이성을 놓은 모양이다

「繁? 落幕」

1분 전。

이랠 밴?

나이즈 노밴?

RNG는 선수들이 불쌍하다

「最佳??」

1분 전。

코치들도 생각이 있겠지

나이즈는 리메이크됐고

테이커는 이번 롤드컵에서 쓴 적이 없어

하지만 몇 달 전 리메이크가 되었다.

그 이후로 테이커는 대회에서 꺼낸 적이 없다.

지레 겁먹은 걸지도 모른다.

지난 회 롤드컵 우승 픽이라고 해도 이제는 못할 수도 있는데.

챠자장!

파바방!

알아서 잘한다.

나이즈의 EEQ가 미니언을 예쁘게 클리어한다.

라인 주도권을 꽉 잡고 있다.

<리메이크 나이즈의 특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4스택 타이밍의 폭딜이 사라진 대신 EQ를 때리고 빠지는 카이팅 챔피언이 됐거든요?>

<작년 롤드컵에서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결승에서!>

―그 장면 ㅋㅋ

―폭딜 진짜 개사기였는데

―그냥 나이즈가 테이커 하라고 만든 챔피언임

―지금은 궁이 너무 별로야

하지만 그뿐.

특유의 폭딜은 사라졌다.

라인전 단계에서 큰 변수가 생기진 않겠지.

우우웅~!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재밌기만 한 잼구의 플레이에 자극적인 맛을 더해준다.

뚜루뚜 빠라빠라~!

바텀 라인.

자쿠가 적의 코앞에 배달된다.

바로 점멸 궁으로 진과 차이라를 패대기친다.

─SKY 테이커 (나이즈)님이 RNG 진 (우지)님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그리고 본인은 걸어서 온다.

드래곤 강가로 도망가려는 적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마무리한다.

<아니, 궁 활용이!>

<리메이크 나이즈의 호불호가 갈리는 점이 바로 저 궁극기거든요? 쓰기에 따라서 정말 쓸모가 없을 때도 많은데 테이커는 잘 썼습니다.>

―지는 걸어가네

―잼구는 미끼였눜ㅋㅋㅋㅋㅋㅋㅋ

―잼구야 갱 좀 가라고!

―바텀도 연기 잘했네

테이커를 묶어두려는 RNG의 판단.

가장 중요한 첫 단추를 꿰는 데 실패하고 만다.

바텀은 바텀대로 잘한다.

갱으로 한 번 풀어주기까지 하자 영향력을 마음껏 흩뿌린다.

「사엘라 사 티리비!」

적 정글의 시야를 장악하기 시작한다.

이는 상대방의 조합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네!>

<저런 조합은 라인전을 못 이기면 급격히 무너집니다. 정환 선수도 그 점을 알고 있어요.>

차이라는 시야를 먹기 좋은 서포터는 아니다.

가르마의 시야 작업 속도를 못 따라간다.

그렇게 생기는 차이.

상대 정글 위치는 핑이 찍힌다.

아군 정글은 역갱의 위험이 없다.

「가엔 나 키리비!」

점멸 갱호응.

가르마의 Q플이 차이라에게 박힌다.

동시에 만트라W가 이어지며 다음 상황을 예고한다.

<가르마가 안 죽어요!>

<만트라 W로 체력이 회복되는 것까지 계산해서 자신이 안 죽을 각을 확실히 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계산되고 깔끔한 갱호응이었어요.>

―캬

―가르마 회복력 개빡침ㅋㅋㅋㅋㅋ

―스킬 못 피했으면 죽었음

―슼준하는 저런 거 못 하던데 ㅋㅋ

그 자리에 속박된다.

자쿠가 새총 발사로 들어온다.

차이라가 즉사하며 바텀 구도가 무너진다.

─빨강 팀이 첫 번째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최근 메타에서 가장 중요한 바텀 1차 포탑을 미는 데 성공한다.

4세트 승리로 향하는 분기점.

─SKY 테이커님이 학살 중입니다!

미드 솔로킬까지 터지며 게임을 확실하게 굳힌다.

* * *

당연히 와보고는 싶었다.

'게이머라면 누구나.'

대회 무대에 서는 자신을 상상해보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LCK지 롤드컵은 아니다.

꿈이라 하기에도 너무 높은 자리.

이세계라고 하는 표현이 보다 알맞을 것이다.

쪼오옥~!

굉장한 고양감이었다.

말도 안 통하는 수천 명의 외국인들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경기를 뛰는 건.

'이세계는 역시 엘프가 있어야지.'

아나스타샤에게 키스 봉사를 받고 있다.

봄이를 보러 간다는 핑계로 회식 중간에 빠져 나왔다.

"왤케 게걸스럽게 빨아대."

"♡"

"안 되겠다. 얼음 좀 두어 개 물려야겠다."

방송 경험.

웬만하면 긴장을 하지 않는 나도 롤드컵만큼은 달랐다.

'교육을 정말 잘 시켰어.'

차가운 얼음을 입에서 입으로 전해 받는다.

그 낮은 온도가 뜨끈하게 뎁혀진 뇌까지 식혀준다.

"진짜 아샤 있어서 다행이다."

"저……."

"입은 떼지 말고. 쓰는 중이잖아."

얼음은 녹기 마련이다.

온도의 변화를 즐기며 다시 달아오르는 흥분감을 맞는다.

꿀꺽!

정복감도.

녹은 얼음물을 삼킨다.

내 입안의 침까지 전부 넘어가게 만든다.

"♡"

"착하지."

두 모금에 걸쳐 삼킨다.

물을 먹이며 밝은 금빛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안 하려고 했는데.'

너무 색기를 풀풀 풍기면 안 된다.

방송 캐릭터도 그렇거니와 봄이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약간 세미처녀 느낌으로 놔뒀다.

장난감도 금지시켜서 기껏해야 만지작거린 정도인데.

'정말 잘 컸지.'

이세계를 탐방해본다.

안 그래도 오는 길 내내 궁금했던 참이다.

금발 미녀가 참 많다.

대부분 테이커의 팬이었다.

더 예쁘고 참한 아나스타샤가 있어서 괜찮다.

"오빠, 저……."

"응?"

"하고 싶어요."

"뭘?"

"아, 아! 부탁드릴게요. 제발."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바라본다.

아직은 애다 보니 유혹하는 법을 잘 모른다.

'모르는 게 낫기도 하고.'

적당히 놀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안기며 애교를 부린다.

"좋았어?"

"네, 네! 엄청 갔어요."

"오빠를 덮쳐 놓고?"

"아앙♡"

오랜만이었을 테니 정신없었을 것이다.

애교를 부리는 아나스타샤의 입술을 먹어준다.

'술잔도 필요하고.'

대회 기간인 만큼 과한 음주는 할 수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개념껏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먹이는 건 상관없을 것이다.

옷을 입히고 호텔 내부의 바에 간다.

미국 호텔에는 기본적으로 있다.

분위기가 좋아서 데이트 장소로도 안성맞춤.

"라가불린 16년을 글렌캐런에, 그리고 버진 시저. 같이 먹을 소시지와 샐러드류."

호텔 바이기 때문에 약간의 음식 메뉴도 주문이 가능하다.

요기를 하기에도 좋다.

탁!

드링크가 먼저 나온다.

튤립처럼 생긴 유리잔에 라가불린 16년이 담겨져 나온다.

"마셔도 돼요?"

"아니."

"?"

위스키는 향을 즐기는 술이다.

굳이 마시지 않더라도 향을 통해 간접적으로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영화 가위손과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로 유명한 조니 뎁.

금주를 할 때 이렇게 버텼다고 한다.

특히 라가불린은 향이 진하다.

스모키한 훈연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모닥불 피울 때 나는 그 냄새다.

꿀꺽!

마시는 건 버진 시저.

토마토 주스 베이스로 타바스코 소스, 우스터 소스 등이 들어간 수프 같은 느낌의 칵테일이다.

차가운 토마토 수프 맛이 난다.

소시지, 샐러드 같은 간단한 요깃거리와 잘 어울린다.

원래는 보드카가 들어가야 하지만 뺐다.

"저는……."

"블러디 시저를 스피리터스 베이스로."

아나스타샤는 적당히 센 걸로 먹인다.

같은 메뉴이지만 알코올이 들어가 있고.

'기주가 스피리터스면.'

알코올 도수 96%.

실험실에서 쓰는 에탄올도 도수가 70%인 걸 감안하면 엄청나게 높다.

꿀꺽!

하지만 칵테일.

마실 때는 거슬리지 않는다.

안주까지 있으니 술술 넘어간다.

"맛있어요!"

"다음은 다크 앤 스토미를 151럼 아니면 플랜테이션 OFTD 베이스로."

계속해서 센 걸로 먹인다.

칵테일 이름만 말하면 바텐더가 재량껏 만들지만, 이렇듯 베이스가 되는 술을 정해줄 수도 있다.

'75.5도 아니면 69도지.'

보통 보드카나 럼의 도수는 40도 전후.

그렇게 낮은 도수의 술로 칵테일을 만들면 밍밍하기 때문에 신경을 써줬다.

딸꾹!

아나스타샤도 만족을 하고 있다.

내가 정해준 것이다 보니 군말 없이 마신다.

"오빠, 저 조금 취한 것 같아요."

"뻗을 때까지 마셔."

술에 취한 여자만큼 재밌고 좋은 게 없다.

알딸딸해서 눈을 꿈뻑꿈뻑할 때가 가장 흥분된다.

꿀꺽! 꿀꺽!

잘 마신다.

보드카의 나라 출신이고, 처음 만났을 때도 술 대결을 했다 보니 주량이 꽤 되는 편이다.

계속 먹인다.

취하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 흐뭇하다.

나는 안 마시고 여자만 먹이니 바텐더가 조금 한심하게 보긴 한다.

"히끅!"

"잘 마셔서 예쁘네."

"더 마실 수 있어요……."

"그래, 힘내."

개인의 사생활이다.

내가 음주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니 대리만족이라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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